귀(耳) 있는 자여! (1)
늘푸른언덕
얼마 전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회사 선배로부터 들은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한 평생을 열심히 몸 바쳐 일한 회사를 떠나 비교적 한가한 시간이 주어지면서 찾게 되는 곳이 마음의 둥지 같은 학교 동창회라고 합니다.
학창 시절 순수한 마음으로 동고동락하며 지낸 친구들이 졸업 후 각자 다른 환경에서 열심히 살다가 오랜만에 만나 ‘친구야 반갑다’를 외치며 남은 인생을 서로 의지하며 살아갑니다.
처음 만났을 때는 그동안 지나온 이야기로 꽃을 피우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서로를 파악한 친구들은 서서히 자신들의 이야기만을 늘어 놓는 일방 통행의 대화가 이어지게 됩니다.
모임에 함께 한 친구들의 대화들을 가만히 들어보면 쉴 새 없이 많은 이야기들을 뱉어 내지만 가만히 들어보면 정작 하나같이 자신들의 이야기만 한다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줄 마음의 여유가 없는지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자신들만의 이야기들이 두서없이 난무한다는 것입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경청의 모습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인생의 나이 60이 지나면서 나타나는 신체적인 특징 내지 삶의 고질적인 습관 중의 하나는 남의 이야기를 좀처럼 듣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 심리적 배경을 잠시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그 동안 인생 60여 년을 살아오면서 생긴 나이테처럼 박혀버린 인생의 연륜과 항상 남에게 이야기를 하는 위치에 있었기에 남의 이야기를 듣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입니다.
또한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학창 시절을 거치면서 수없이 경험한 까닭에 이제는 자신들이 무엇인가를 이야기 해야 한다는 일종의 불타는 사명감의 발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처럼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어려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더구나 남의 속마음까지 알아차리며 제대로 듣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작금 극단으로 갈라진 듯한 정치 현실만 봐도 남의 입장이나 이야기를 인정하고 경청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지니 이것이 부디 저만의 어리석은 우려였으면 좋겠습니다.
중국 고사 성어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심부재언이면
시이불견이요 청이불문이라
(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聞)
대학 전 7장
중국 사서(四書) 중 하나인 대학 전 7장 (大學傳七章)에 나오는 말로
‘마음이 없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 중에서 청이불문(聽而不聞)은 경청의 중요성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들린다고 그 말이나 소리 속에 담긴 뜻을 그대로 파악할 없다는 뜻입니다.
말하는 사람의 뜻을 온전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입장을 바꾸어 그 사람의 편에 서서 생각하는 습관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개의 경우 우리들은 들리는 말을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만 해석하기 때문에 종종 소통에 오류를 범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창조주 하나님께서 인간의 귀를 두 개로, 인간의 입을 하나로 만드신 이유는 남의 이야기를 들음에 더욱 집중하여 듣고 말을 할 때는 한 입으로 두 소리를 하지 말며 말하는 것을 경계하라는 창조주의 깊은 의도가 숨어 있는 듯합니다.
30여 년을 다니던 회사를 마치고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진행한 코칭 스킬의 중요한 분야가 하나는 질문 스킬이며 또 하나의 분야가 경청 스킬입니다. 코칭 분야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경청이란 코치의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는 화자(話者)의 말을 어떻게 해석하여 다음 대화를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서 그 코치의 자질과 능력을 평가받게 됩니다.
질문을 하고 그 사람의 반응을 말이라는 수단으로 전달받을 때 그 말에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코칭의 차별적인 기술인데 여기서 상대방인 화자의 입장에 서서 그 말의 의미와 배경에 있는 감정을 읽어내고자 열심히 듣는 청자(聽者)의 태도를 적극적 경청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적극적 경청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변화의 동기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중요한 출발점이 됩니다. 오늘날 리더의 덕목 중에서 경청 스킬이 중요한 리더십의 요소로 꼽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화이자의 CEO 제프 킨들러는 경청의 달인으로 유명합니다. 상호작용적 소통과 경청의 힘을 깨달은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그는 매일 출근할 때 1센트짜리 동전 10개를 왼쪽 주머니에 챙겨 넣습니다. 회사에 도착한 그는 자신이 만나게 되는 직원과 고객 한사람 한사람과 진심으로 소통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들이 가진 고민들을 해결해주기 위해 열심히 듣습니다. 그리고 경청을 통해 상대방과 충분한 신뢰를 쌓았다는 생각이 들면 왼쪽 주머니 속에 담긴 1센트짜리 동전 한 개를 오른쪽 주머니로 옮깁니다. 그렇게 하루를 지나는 동안 10개의 동전 모두를 오른쪽 주머니로 넘기기 위해 노력합니다. 스스로 세운 일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런 적극적인 경청의 결과로 소통의 달인이란 칭호를 얻게 됩니다.
블로그글
제프 킨들러가 적극적인 경청의 달인이 되기 위하여 투자한 돈은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단 돈 1000원입니다. 천 원의 기적입니다.
귀 있는 자는 성령이 교회들에게 하시는 말씀을 들을지어다
요한계시록 2장~3장 중에서
지난 7월부터 제가 섬기는 교회에서 예배 중에 전하는 설교 말씀 시리즈로 요한계시록 2장과 3장을 중심으로 말씀이 이어졌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이 요한계시록 2장과 3장은 제1장의 예수님의 지시에 따라 사도 요한이 당시 소아시아 지역에 흩어져 있던 일곱 교회에 보내는 편지형식을 빌어 예수님 말씀을 전하는 칭찬과 책망의 내용입니다. 일곱 교회는 당시 소아시아에 실제로 존재했던 역사적인 교회인 동시에 한편 오늘날의 모든 교회도 가리킵니다.
성령의 능력을 빌어 쓰인 요한계시록의 저자인 요한은 그가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하고 이 말씀을 읽고 듣고 지키는 자가 복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박해와 고난의 현장에서 하나님의 말씀만큼 확실한 위로와 격려, 소망이 되는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듣고 읽은 것을 얼마나 따르고 지키느냐입니다.
따라서 요한은 계시록의 일곱 교회에 보내는 편지글 끝에 오늘 인용한 이 말씀,
“귀 있는 자는 성령이 교회들에게 하시는 말씀을 들을지어다”가 반복하여 선포됩니다.
당시 일곱 교회들이 들어야 했던 칭찬과 책망의 메시지지만 당연히 지금의 우리와 우리 교회들에게도 같은 무게의 부담감으로 전해지는 엄중한 경고의 말씀입니다.
적극적인 경청을 통하여 성경의 말씀이 성령을 통하여 묵상 가운데 전해지는 세미하지만 분명한 음성을 날마다 귀 기울여 듣기를 사모합니다.
첫댓글 세상은 편리해지고 풍요해졌지만
오히려 많은 아픔과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역설의 시대를 지나고 있습니다.
가르치는 선생은 많아도 진정으로 들어주는
참스승이 부재한 시대를 향하여 성경은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귀있는 자는 성령이 너희들에게 하시는 말씀을 들을지어다'
<늘푸른언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