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 캬라멜 / 하재연
나랑 그 애랑
어둠처럼
햇빛이 쏟아지는 스탠드에
걸터앉아서
맨다리가 간지러웠다
달콤한 게 좋은데 왜 금방 녹아 없어질까
이어달리기는 아슬아슬하지
누군가는 반드시 넘어지기 마련이야
혀는 뜨겁고
입 밖으로 꺼내기가 어려운 것
부스럭거리는 마음의 귀퉁이가
배어 들어가는 땀으로 젖을 때
손바닥이 사라지기를 기도하면서
여름처럼
기울어지는 어깨를
그 애랑 맞대고서
맞대고 나서도
기울어지면서
― 시집 『우주적인 안녕』(문학과지성사, 2019)
* 하재연 시인
1975년 서울 출생. 고려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동 대학원 박사.
2002년 <문학과사회> 등단
시집 『라디오 데이즈』 『세계의 모든 해변처럼』 『우주적인 안녕』
현재 원광대학교 인문학연구소의 연구교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순간의 장면이다. 사랑하지 않아도, 아직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어서도 더욱, 전체였던 순간들. 그런 순간들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것은 혼자만의 기억이기에, 분명코 아무도 알지 못했으므로, 그런 기억들은 우주적인 순간으로 확장된다. 사라져버린 것이기에 가득 찰 수 있다. 아마도 그런 기억이 많은 사람들은 필시 외로울 것이다. 아무도 없는데 온갖 기억들이 그것들을 대신하고 있을 때, 우리는 울고 있을까? 웃고 있을까?
- 함성호 시인
사랑은 밀크처럼 고소하고 캬라멜처럼 달다. 밀크 캬라멜 속에는 두 가지가 다 들어 있다. 뜨거운 여름날 어린 연인들이 스탠드에 앉아 이어 달리기를 구경하고 있는 듯하다. 마침내 "햇빛이 쏟아지는 스탠드"에서 녹아 한 몸이 된다. "맞대고 나서도/ 기울어"질 정도로 한 몸이 되어간다. 그런데 왜 자꾸 불안하지? 먼 데서 커다란 건물이 폭탄을 맞아 폭삭 주저앉을 것 같다. 사랑은 그런 양가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
- 최호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