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그제는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우연챦게도 마틴 스콜세지 특집이
되어버린 날이었습니다. 이 아저씨는 주로 마피아 갱들의 비정한 세계를
그려내는 걸로 유명하죠. 좋은 친구들(Good Fellas)이나 카지노 같은
비교적 최근영화뿐만 아니라 "성난 황소(Raging Bull)"같은 예전 영화
에서도 그렇습니다. 이런 영화들의 원조로 1973년에 제작된 영화가
"비열한 거리(Mean Streets)"입니다. 이 영화는 건달들의 세계를 아주
담담하게 무채색으로 그려내고 있기 때문에 지극히 지루하고 재미없습니다만,
반면에 그만큼 사실적입니다. 과장되지도 않고.. 숨기지도 않고...
그는 이러한 뒷골목 세계를 담담하게 묘사함으로써 아웃사이더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 억압과 폭발을 이야기합니다. 그 주요소재가 이태리 마피아가
되었건 월남참전병(택시 드라이버)이 되었건 아니면 무명 코메디언(코메디의 왕)이
되었건 복서(성난 황소)가 되었건... 그는 결코 대중의 기대나 원만한 결말같은
주요한 상업적 미덕과 타협하지 않습니다. 아주 고집있죠.
(니콜라스 케이지가 출연하는 "비상근무"라는 비디오를 한 번 보세요..)
이러한 주요한 영상작업을 통해서 그는 미국사회의 이면을 보여줍니다.
단, "케이프 피어"나 "순수의 시대"는 조금 의미가 다르죠.
그리고, 이 영화 "비열한 거리"를 보면 '하비 카이틀'과 '로버트 드 니로'의
아주 충격적일만큼 젊은 시절이 나옵니다. 정말 피부가 뽀송뽀송한...
"택시 드라이버"에서의 새침데기 시절의 '조디 포스터'처럼 정말
충격적이죠...
그리고 그가 만든 조금 색다른 영화 중의 하나가 "예수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이죠. 이 영화는 "니코스 카쟌챠키스"의 소설을 영화화했대는데,
영화 연출보다는 스토리 구조가 아주 독특하더군요. 교황청에서 충분히
반발할 수 있을법한 여지가 있는... 음, 대단한 고집이죠...
정통적인 해석과 다른 해석들이 몇가지 있는데 제가 보기에는 마지막 유혹
부분(신격이 제거된 인간의 모습으로서의 예수)은 그렇다 치더라도,
가롯 유다(하비 카이틀 분)와 예수(윌럼 데포 분)와의 관계의 재설정은
아주 흥미롭더군요. 문화인류학자 마빈 해리스의 해석에 의하면 맞는 듯도 하고...
스포일러를 감수하고 조금만 이야기하자면, 예수가 자기의 역사를 완성
시키기 위해 유다에게 자신을 배반할 것을 지시합니다. 유다가 거부하자
그것이 어려운 길이요, 자기의 십자가에 못박힘은 쉬운 길임을 설득합니다.
이 영화의 음악은 "제네시스" 출신의 Peter Gabriel이 맡았는데,
고전적인 주제와 달리 해석의 새로움을 보증이라도 하려듯이 프로그레시브 사운드로
영화를 꽉 메꾸고 있더군요... 흠...
"보리울의 여름" 생각보다 재밌더군요. 얘들이 나오는 영화가 보통
그렇듯이 참 깨끗한 생각들, 순진무구함.. 그런 것이 너무 좋더군요.
특히 두 아이의 키스씬(뽀뽀씬)은 어렸을때 황순원의 소나기를 영화로
만든 것을 보았을때의 그 감동에서 한 치도 어긋나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괜히 머 받은 것도 없는데 그냥 좋아보이는 차인표의 깨끗한
마스크와 영화배우로 거듭나고 있는 박영규의 능청스러움...
이런 영화가 성공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