佳人薄命 (가인박명)
아름다운 여인은 운명이 기구하다. 미인단명 (美人短命)의 뜻으로도
쓰이고 있는 이 말은 미인일쑤록 팔자가 사납다는 뜻으로 쓰인다.
소식 (蘇軾)의 시 가인박명 (佳人薄命)
(일화 )
한 어린 소녀가 중이되었다. 비구니가 된 것이다. 깎은 머리는
파르라니 애처럽게 그지없이 보였다.
머리깎은 소녀는 대문을 걸어 잠그고 절 안에서 한발짝도
나오지 않았다. 봄은 다 지나가고 이제 버들꽃도 지고 있는데
계절에는 아랑꽃도 없는 소녀의 모습은 어여뿌다 못해 슬품을
자아내게 했다.
이러한 소녀가 시인 소동파(蘇東坡)의 눈에 띄었다. 시인의
예민한 감성이 꿈틀했다. 시인은 노래하기 시작했다.
"젖어 있는 두 볼이며 영롱한 눈빛, 연지 바르지 않은 입술,
그 입술에서 나오는 어린 아이 같은 말투, 애듯한 그 나이의 소녀는
장차 어떤 운명을 살아갈 것인가?"
시인의 노래는 계속되었고 다음과 같이 끝을 맺었다.
"예부터 아름다운 여인 중에는 운명이 기구한 사람이 많다고
했지. 문 닫힌 절 안에서 지내다가 봄이 다하면 저 푸른
버들꽃이 하염없이 지겠구나. (自古佳人多命薄 開門春盡 楊花落)"
단명(短命) 이란 일찍 죽는다는 말로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미인은 오래 못 산다는 뜻으로 좁게 해석할 일이 아니다. 하나의
단어에는 파생적인 뜻도 여럿 있는것이다.
따라서 단명에는 순탄하지 못할 인생이라는 뜻도 포함한다.
미인이 불행해지기 쉽다는 것은 그런 면에서 이르는 것이다. 오래
살지 못하고 일찍 죽는 것도 불행한 것이고, 오래산다고 해도
사연 많고 곡절 많다면 그것도 단명이라는 이름의 불행이라는 것이다.
박명이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가인박명 (佳人薄命)은 소동파 시인의 시에서 유래된 것이므로
시의 진미란 여러 의미를 음마하는데 있다.
(강헌 선집 15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