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를 당하는 피해자 입장을 생각해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죽음 자체보다는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무섭고 두려운 일입니다. 그 공포를 당하면서 죽어야 한다면 그 고통이 막심하리라 생각합니다. 순간적인 사고로 즉사를 한다면 안타까운 일이기는 하지만 죽음을 당한 사람은 고통의 시간을 가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죽는 과정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면 그것은 죽음보다도 더 큰 공포와 고통을 당해야 할 것입니다. 가해자는 그런 것을 염두에 둘 리가 없겠지요. 만약 그렇게 되면 살인사건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잔인하고 잔혹한 살인사건은 상상만 하는 것도 고통입니다. 그 순간을 어떻게 넘어갔을 것인가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돌발적인 살인사건이라면 가해자가 사건의 육하원칙을 합리적으로 기억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한 마디로 정신이 없었겠지요. 어떻게 일이 이 지경이 되었을까 싶을 것입니다. 후회막급 한탄하며 시간을 되돌리려 애써봅니다. 그러니 일목요연하게 기억한다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 봅니다. 그러므로 옆에서 사건을 정리해주어야 합니다. 조사관이 하나하나 물어가며 그 때의 상황을 정리할 것입니다. 그러나 잔혹한 살인사건입니다. 그것도 시간이 꽤 지나간 사건입니다. 그런데 그 때의 일을 하나하나 차분하게 설명해나갑니다. 시신을 어떻게 처리하여 어디에 은닉하였는지 그림까지 그려가며 설명해줍니다. 이것은 고의 범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사람 해치는 것을 게임 정도로 여기고 있다는 뜻입니다.
살인범 ‘강태오’는 형사 ‘김형민’에게 자신이 저지른 살인 사건에 대하여 자세하게 설명(?)해줍니다. 한 사람 살인사건으로 수감되었는데 사실은 피해자가 일곱 명이나 된답니다. 그 사건들의 개요를 종이에 사건 별로 기록해서 넘겨줍니다. 이것을 믿어도 되는가? 도대체 무슨 의도입니까? 이것들을 어떻게 찾아내겠습니까? 더구나 공소시효가 지난 것들도 있습니다. 관할서에서는 쓸데없는 짓한다고 왕따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김 형사는 집요하게 달라붙습니다. 이 작자의 말을 믿어, 말어? 그러나 믿지 못한다면 수사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일단 믿고 달려듭니다. 당시 사건담당 검사도 꺼리는 일입니다. 그러나 사실이라면 이 악한 자의 형량이 이것으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더 무거워져야 마땅하지요.
조금 더 단서가 필요합니다. 그러면 태오는 형사에게 대가를 요구합니다. 마치 살인범의 꾀에 말려들어가는 느낌입니다. 그가 요구하는 물품도 넣어주고 돈도 넣어주면서 단서를 끄집어내려고 애씁니다. 한 마디로 미친 짓입니다. 주위에서도 만류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막무가내입니다. 자기 돈을 투자하며 수사하는 것입니다. 그만한 재력이 있으니 다행입니다. 검사도 놀랍니다. 도대체 왜? 김 형사의 생각은 다릅니다. 본인은 얼 마 후 퇴직하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이놈은 형을 마치고 나와 봐야 겨우 나이 50 정도입니다. 아직도 얼마든지 살인할 능력을 가지게 됩니다. 이런 작자를 그렇게 사회에 내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얼마나 더 희생을 당해야 합니까? 누가 막아줄 겁니까? 일종의 사명감입니다.
적어준 살인사건 항목들을 정리해봅니다. 될 것, 안 될 것들을 가려냅니다. 일단 첫 사건의 현장을 파헤쳐봅니다. 어렵게 사람의 뼈를 추려냅니다. 과학수사연구소에 식별 의뢰도 청합니다. 그렇게 사건을 추적해 들어갑니다. 주변 인물들을 찾아서 사건의 배경과 동기 등을 찾아냅니다. 첫 재판에서는 증거불충분으로 추가 사건에 대하여 무죄가 선고됩니다. 포기하지 않습니다. 살인범은 형사를 놀립니다. 마치 게임을 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살인범은 형사를 유혹하여 돈이나 뜯어내며 편안한 감옥생활을 유지하려는 듯합니다. 우직한 형사는 그 꼬임에 걸려들어 어리석은 조사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시 질문해봅니다. 저 놈이 제 정신인가? 아니면 단수가 높은 것인가? 일단 첫 사건의 진위, 피해자의 확실한 사건 경위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검사를 설득하여 현장검증을 새롭게 하지요. 그 잔인성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아무튼 이런 놈을 사회에 내놓아서는 안 됩니다.
결국 결정적 증거를 찾아냅니다. 재판은 새롭게 열리고 놈은 종신형을 받습니다. 도대체 이래 가지고 얻는 게 뭐요? 살인범이 형사에게 묻습니다. 피해자는 어렵게 삶을 꾸려가던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도 가족이 있었습니다. 힘이 없는 자식들. 어디다 하소할 곳도 없을 것입니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가운데 살해된 피해자의 원한을 생각해봅니다. 죽어가는 순간의 아픔과 공포를 상상해봅니다. 그 억울함을 누가 생각이나 해주는가? 몇 년 징역형을 받는다고 그 모든 것이 그대로 묻혀버린다면 죽은 피해자의 한이 풀릴까? 더구나 그렇게 또 누군가 희생을 당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하면 가만있을 수 없지요. 형사는 단지 사건 후에 뒤치다꺼리나 하는 존재인가요? 영화 ‘암수살인’을 보고 생각해보았습니다.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랍니다. 아직도 이렇게 활동하는 형사가 있다는 것이 우리의 희망입니다.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좋은 하루를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