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경기 침체, 자금경색 상황’…커지는 LH ‘토지비축’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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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가 민간으로부터 토지를 매입(비축)한 뒤 건립한 서울 산림동 상생지식산업센터 전경. [사진=서울시] |
[대한경제=정석한 기자] 주택경기 침체, 고금리 기조, 이에 따른 건설업계의 자금경색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토지비축’ 기능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건설업계 보유토지를 LH가 매입하면 유동성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LH는 이를 비축했다가 주택경기가 회복되면 판매하는 등 중장기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토지매입엔 적극적인 공사채 발행이 필수고, 이는 LH 부채비율 증가 등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공공택지 등을 대상으로 신중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LH, 최근 8년간 68개 사업부지 비축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LH는 지난 2015부터 2022년까지 도심 내 주택공급 확대, 지역균형 발전사업 등에 활용 가능한 우량 토지를 비축하기 위해 토지매입을 진행해 왔다.
매입대상(2022년 기준)은 개인 또는 법인 명의의 1필지 또는 연접한 다수의 필지로, 토지면적은 도시지역의 경우 1000㎡, 도시지역 이외는 1500㎡ 이상이어야 한다.
관계 법령에 따라 취득ㆍ이용ㆍ처분이 제한돼 개발이 곤란한 토지이거나 주택건설 사업 등에 활용이 어려운 임야는 매입 대상에서 제외된다.
LH에 의하면 2022년 말 기준 68개 사업부지에 대해 3조2039억원 규모를 비축했고, 이를 대상으로 2조6236억원 규모를 공급한 바 있다.
정부도 작년 말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서 부동산 PF 연착륙 지원을 위해 일시적 유동성을 겪는 건설업체의 사업부지를 LH가 매입해 직접 시행 또는 매각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때문에 작년에는 거의 활용되지 못했던 LH의 토지비축 기능을 되살려 건설업계의 자금경색 상황을 막고, 나아가 건설경기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건설업체들이 LH로부터 확보 후 중도금과 잔금을 확보하지 못해 연체되고 있는 토지규모만 해도 1조5189억원(공동주택용지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도권 소재 한 중견 건설업체 대표는 “이는 아파트 용지만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상업용지 등 다른 용도의 토지까지 포함하면 연체금액(미납원금+미납약정이자+연체이자)은 급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채 발행 불가피…재구무조 악화 걸림돌
대한건설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등 건설 관련 단체들도 정부에 자금난 해소를 위해 LH 공공택지 계약대금 납부를 유예하거나, 위약금 없이 한시적으로 계약 해제를 허용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실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에도 정부는 ‘가계 주거부담 완화 및 건설부문 유동성 지원ㆍ구조조정 방안(2008년 10월 21일)’을 내놓고 기분양 공공택지에 대한 계약 해제를 허용한 바 있다.
다만 무조건적인 계약 해제 요청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이행해야 한다’는 원칙에 위배될 수 있을 뿐더러, 건설업계도 리스크를 예상하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에서 토지 비축 등 방법론을 통해 신중하게 진행해야 하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토지 비축에 필요한 재원은 보통 토지은행적립금(LH 당기순이익 중 40%) 혹은 LH 공사채를 통해 조달하는데 이는 재무구조 악화로 직결되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LH는 지난해에만 하남교산, 남양주왕숙 등 3기 신도시 보상 등을 위해 약 11조원 규모의 공사채를 발행했는데, 토지비축 기능까지 더하게 되면 훨씬 큰 규모의 채권 발행이 불가피해진다.
한 건설 관련 연구원 관계자는 “토지비축 기능을 활용하되 사업부지의 사업성 여부를 놓고 LH 입장에서도 신중히 검토해 진행해야 할 것”이라며 “그래야 향후 중장기 사업으로 연결시킬 때에도 리스크가 적어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석한 기자 jobi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