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유난히 기분이 좋았다.
평소보다 햇빛이 더 강했지만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맑았다.
여느 때와 같이 엄마손에 이끌려 교회 안으로 들어갔을 때
나는 처음으로 천사같은 모습을 하고 있던 그 아이를 보았다.
후에 나에게 엄청난 영향을 주게 된 그 아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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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살다보니 별짓을 다하는 구나 하유안."
거울에 비친 생소한 내 모습을 보고서는 작게 한숨을 쉬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래! 이왕 벌어진 일 즐기면서 하면 되는거지 뭐
-달칵
하지만 대문을 열자 나의 그 결심은 무심하게 무너져 내렸다.
"그만 좀 웃지그래?!
그리고 최소한 웃을 거면 나 없는데서 웃어!"
"아아 미안해.하지만 너무 웃긴걸 크큭
니가 원래부터 비정상적인 행동만 했다는건 알았지만
이건 정말..."
아까부터 뭐가 계속 웃긴지 어깨까지 들썩이며 웃는 내 소꿉친구 손가영
하긴 ...웃길만도 하지. 4살때 부터 옆집에 살아서 지겹게 봐오던 우리둘인데
멀쩡히 바지입고 다니던 내가 가발까지 쓰고 치마를 입고 나오니 ......
"젠장,그만 좀 웃으란말이다!!
더 쪽팔리잔아!"
내가 발끈해서 소리치자 그 녀석은 그제야 웃음을 멈춘 후 멍하게 날 올려다보더니
또다시 웃음보가 터진 건지 이번엔 고개까지 뒤로 제끼며 웃어댔다.
"이 오징어......기필코 복수해주겠어."
난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인 채로 그 녀석을 나두고 혼자 터벅터벅 걸어갔다.
"아잉~ 미안해 유안아.아참! 그러고 보니 너 이름은 뭐라고 하려고?
거기가서도 유안이라고 하면 안될 거 아냐."
난 그녀석의 말을 무참히 씹고서 계속 가던 길을 걸었다.
하지만 그러고 보니 이름은 뭐라고 해야하지...
물론 원래 내 모습을 못알아 보겠지만 이름이 같다면
의심할 지도 모르고......
그나저나 이럴 땐 콤플렉스였던 내 키와 호리호리한 몸이 도움이 되는구나
이걸 좋아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원 ...
*
여러가지 생각을 하며 걷다보니 벌써 내가 앞으로 다닐 경화여고에 도착해 있었다.
"저기...오징어야"
내 부름에 옆에있던 그 녀석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바라봤다.
얼굴이 상기된 걸로 보아 먼저 걸어가고 있던 내 모습을 보며 계속 웃고 있었나 보다.
그래.이 바다같은 넓은 마음을 가진 내가 참자 참아!
"......나 여자같이 보여?"
"...큭......하하하하하!!!!!!!!"
배까지 움켜쥐고서 웃는 가영이녀석을
사람들이 한번씩 다 쳐다보며 지나가는데
정작 그녀석은 아랑곳하지않고 교문앞에서 계속 웃어재끼고 있다니
저건 아무래도 미친게 틀림없다.
속으로 그렇게 단정짓고서는 아직도 웃고있는 그 녀석을 한번 째려본 뒤
빠른 걸음으로 걷자 그녀석이 나의 어깨를 잡고서 말했다.
"흠흠,아니 너 놀리려고 한건 절~대로 아니니까 오해하지마."
싱글벙글 웃으며 그런 얘기하면 믿어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어쨋든 너 지금 굉장히 여자같이 보이니까 걱정하지마.
너의 그 남자치곤 작은 키가 도움이 될 줄 누가 알았겠니
그지~?"
크으......내 언젠간 저 능글맞은 녀석을 불에 활활 구워버리겠어!
첫댓글 재밌어요 ㅎㅎ 다음편기대 ~!
읽어주신것도 감사한데 댓글까지! 감사합니다~
우와, 다음편이 무척 기대되네요. 신선한 소재!
감사합니다.~
다음편도기대할께요!!!정말 신선한소재같아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