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처럼 슬픈 노래를 이순간 부를까
우울한 하늘과 구름 1월의 이별노래"
로커 김종서의 노래 ‘겨울비’ 첫 소절이다. 멜로디와 창법 못지않게 노랫말도 자못 음울하여 비 오는 겨울날 들으면 가슴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 드는 노래다.
어제는 모처럼 겨울비가 촉촉이 내렸다. 새벽녘 화장실에서 창밖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들었는데 출근 무렵엔 거의 잦아들었다. 강우량으로는 별 의미가 없었을 테고 그저 길이나 조금 적신 정도에 불과하였지 싶다. 겨울에 비가 오는 건 기온이 그리 낮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 어제 낮에는 줄곧 영상이었고 최고기온이 6도까지 오를 정도로 포근하였다.
겨울비는 왠지 모르게 궂고 청승맞은 느낌이 앞선다. 봄비의 싱그러움과 여름비의 시원함, 가을비의 쓸쓸함과는 확연히 비교되는 대목이다. 겨울비는 대개 추적추적 내리는 데다 가뜩이나 충충한 산과 들녘 풍경을 더 칙칙하게 뭉개기 때문일 것이다. 응달이나 길모퉁이에 쌓인 눈을 녹여 길바닥을 시커멓게 칠하는 것도 겨울비의 궂은 이미지다.
하지만 겨울비는 한편으론 봄을 재촉하는 조짐이기도 하다. 이틀 뒤에 든 대한을 지나면 봄의 절기로 바뀐다. 이제 낮 길이가 눈에 띄게 길어지고 기온도 서서히 영상의 고갯마루에서 노닐 것이다. 그러다 보면 머잖아 언 땅을 뚫고 올라오는 복수초와 노루귀 소식이 들려올 테고 뒤이어 매화와 산수유 꽃눈도 움찔거릴 것이다. 바야흐로 식물과 자연이 주역으로 복귀할 날이 가까워지는 거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