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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서울엠비 정기모임은 금요일에서 요일을 바꾸어 화요일인 2월 19일 저녁 6시 반에 있었습니다. 장소는 서초동 교대역 인근에 있는 '서초복집'이었습니다. 이날 호스트였던 禮村이 福을 먹으러 오라 초청하는 바람에 올 사람들은 다 모였습니다.
요즘은 우리 바다에서 잡는 복어가 턱도 없이 모자라 대부분 남중국해에서 잡은 중국산으로 복요리를 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국민핵교 댕길 때만 하더라도 이 복어란 놈은 명문어족을 살 적에 덤으로 주던 하찮은 어족이었습니다. 그래서 점잖은 복어란 이름 대신 우리 동네에선 '복쟁이'로 불렸습니다.
바닷가에 있던 우리 집엔 대들보 기둥에 큰 대못이 길게 박혀 있었습니다. 半農半漁로 생계를 삼으시던 숙부는 낮엔 밭일을 하고 물때가 맞는 밤엔 바다에서 고기를 잡곤 했습니다. 동트기 전 고기잡이를 마치고 우리집을 지나면서 이 대못에 고기 몇마리를 걸어두곤 했습니다. 소시적에 놀기 좋아하셨다는 숙부는 먹물이 든 형님댁에 큰 돈이 안 되는 고기를 골라 그렇게 조공을 넣었습니다. 아침 어스름에 일어나 복쟁이가 대못에 걸리는 날엔 나는 마을 한참 윗쪽에 있는 水山峰 저수지 아래까지 작은 호미를 들고 달려가야 했습니다. 맑은 물이 흐르는 저수지 아래 시냇가에는 야생 미나리들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때는 그 일이 그리 신나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만한 운동도 없었습니다. 그 옛적에 어머니가 특별히 복어요리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닌데도, 어머니가 해주신 그 수많은 복어음식을 먹고도 우리 가족이 한번도 탈없이 무사했다는 게 지금 생각하면 여간 궁금한 게 아닙니다.
코흘리개 어릴적 동네 바닷가에서 갯바위 낚시를 해본 사람들은 알 것입니다. 밀물이 봉봉 들어올 때쯤에 아까운 갯지렁이 미끼에 달려들어 큰 고기나 물었듯이 입질을 해대는 쬐끄만 복쟁이 말입니다. 이놈은 그래도 참복과에 속하는 복어입니다. 우린 어릴 때 그냥 '복쟁이'라 불렀지요. 제대로 된 이름은 '복섬'이라 합니다. 재수없다고 이놈을 깍지 끼듯이 한손에 잡고 검은 바위에 쑥쑥 문질렀지요. 그러면 이놈들은 상대에게 겁을 주려고 작은 공모양으로 어리석게도 배를 부풀렸습니다. 그러면 그 맹꽁이같은 배가 터져 죽으라 냅다 밟아버리곤 했습니다. 그런 놀이가 얼마나 잔인한 행동인 줄 몰랐던 시골뜨기 어린 영혼들은 바다가 떠나가라 서로 바라보며 낄낄대고 웃곤 했습니다. 그때 미끼 한번 잘못 물었다고 큰 죄없이 참형을 당한 '복섬'들에게 사죄라도 해야겠습니다. 죄송하게도 私說이 너무 길어져 버렸습니다... ^^
2월 정기모임 點呼입니다!
2차 입가심은 서초복집과 이웃한 지하다방에서 했습니다. 마치 70년대 茶房같은 찻집이 서초동에 있을 줄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손님들 대부분은 7080세대들을 넘긴 사람들입니다. 맥주도 곁들여 파는 집이라 쥐포나 황태굽는 냄새가 커피향을 잡아먹기도 하는 그런 찻집입니다. 냄새가 그러니 젊은 눈총이 없어 마음만은 아무런 긴장이 필요없는 찻집입니다.
▲ 西施乳라 일컫는 복어 수컷의 精巢(고환)
서시의 젖(西施乳)
중국에는 4명의 미인이 있다. 당 현종의 총애를 받았던 양귀비(楊貴妃), 한나라 때 흉노족에 시집간 왕소군(王昭君), 삼국지에서 여포의 애첩이 된 초선(貂禅), 춘추시대 오나라를 멸망시켜 ‘경국지색’이란 말을 만들어 낸 월나라의 서시(西施)가 그들이다. 사실은 모두 비운의 여주인공이다.
왕소군은 나라를 구하기 위해 이역만리 흉노 땅에 강제로 시집을 갔다. 양귀비, 초선, 서시는 미모 때문에 나라가 망하거나 남편이 몰락을 했다. 왕소군을 제외하고는 모두 독(毒)이 있는 미인이었던 셈이다.
중국엔 초선과 서시에 빗대어 부르는 음식이 있다.
“고기가 너무 맛있어 수많은 산해진미 중에서도 으뜸이며, 미인에 비유하자면 초선 (貂禅)과 같다” “역대 중국의 문인들도 그 맛을 형용할 수 있는 단어를 찾을 수 없어 절세가인에 비유해서 ‘서시의 젖(西施乳)’이라고 불렀다”
이는 복어를 일컫는 말이었다. 맛은 기가 막히지만 잘못 먹으면 독 때문에 죽을 수도 있다. 여포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초선(貂禅), 오왕(吳王) 부차를 멸망의 길로 몰고 간 서시(西施)와 비슷하다.
복어는 저칼로리, 고단백질 식품이며 각종 무기질과 비타민이 많아 알코올 해독에 좋고 수술 전후의 환자 회복, 당뇨병과 신장 질환에도 좋다고 한다.
숙취로 머리가 깨질 듯 아프고 속이 쓰릴 때 생각나는 것이 얼큰한 복 매운탕이나 시원한 복 지리다. 약주를 마실 때 종잇장처럼 얇게 썬 복어 회 한 점은 안주로서 그만 이다.
그렇지만 장미에 가시가 있는 것처럼 복어 독은 치명적이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복어를 잘못 먹고 숨졌다”는 기사가 신문 사회면에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명나라 때 이시진(李時珍 이 쓴 본초강목(本草綱目)에도 “복어에는 독이 있어 맛은 기가 막히지만 잘못 다루면 사람이 죽을 수 있다” 복어 알에 들어있는 독은 적게 먹으면 입술 주위나 혀가 마비되고 구토를 일으키며 일정량을 넘어서면 호흡이 멈춰 죽음으로 이어질 정도로 치명적이다. 복어 한 마리에 들 어 있는 독은 30명을 죽일 수 있다고 한다.
초선과 서시가 나라를 망하게 한 ‘경국지색(傾國之色)’이었던 것처럼 복어도 독이 있기 때문에 더욱 일품 요리로 대접받는 것일 수도 있다.
옛날부터 한결같이 먹고 “죽어도 좋을 음식”, 혹은 “복어는 먹고 싶고 목숨은 아깝다”며 복어를 예찬했다. 중국에서는 심지어 ‘천계옥찬(天界玉饌)’이라며 하늘나라에서 신선과 선녀들이 먹는 음식이라고 말했다.
송나라 시인 소동파(蘇東坡)는 “목숨을 걸고 복어를 먹는다(搏死食河豚)”며 복어요리를 극찬을 했다. ‘바다 돼지’라는 하돈(河豚)은 복어를 일컫는 말이다. (아마도 황복을 말함이리라.)
시인으로 유명한 소동파는 중국에서 소문난 미식가였다. 이런 소동파가 복어 매니아였던 모양이다. 틈만 나면 물가로 나가 복어 낚시를 즐겼고 복어에 대한 詩까지 남겼다. 복어 철이 오기만 기다리던 소동파의 심정이 여실히 드러나 있는 시다.
竹外桃花三两枝 春江水暖鸭先知 蒌蒿满地芦芽短 正是河豚欲上时
대나무 마을 바깥에 복숭아꽃 두세 잎 봄 강물 따스함은 오리가 먼저 알고 물쑥은 가득한데 갈대 싹은 아직 짧아 이쯤이 바로 복어가 강으로 오르는 계절 일본에도 “복어는 먹고 싶고, 목숨은 아깝다”는 속담이 있다고 한다. 일본은 중국에서 복어 요리법을 배웠던 것 같다. 중국과 일본 해적들은 만나면 싸웠지만 정월 설날에는 휴전을 선포하고 서로 어울렸다.
중국 해적과 일본 해적이 휴전기간 중 술판을 벌였는데 일본 해적은 만취가 돼 다음날 아침 초죽음 상태였는데 중국 해적은 말짱했다. 비결은 중국 해적은 복어를 끓여먹었기 때문이었다. 이때부터 일본에서도 복어를 먹기 시작했다는데 사실 여부는 알 길이 없어 믿거나 말거나이다.
우리 조상들도 예전부터 복어를 즐겼던 것 같다. ‘규합총서(閨閤叢書)’나 ‘동국세 시기(東國歲時記)’ 등 옛 문헌에 복어 손질법과 요리법이 상세하게 적혀 있다.
또 조선 후기 규장각 검서관을 지낸 이덕무가 쓴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는 “복어는 복숭아꽃이 떨어지기 전에 먹어야 하며 음력 3월이 지나면 복어를 먹고 죽는 경우가 많지만 이를 알면서도 먹는다.”고 쓰고 있다.
“죽어도 좋다”며 먹는 복어는 옛 문인들이 ‘생선의 왕(百魚之王)’이라고 불렀다. 복어의 독은 주로 내장이나 간, 난소(알)에 들어 있다. 그 중에서도 난소에 있는 독은 ‘테트로도톡신’으로 치사율이 60%나 된다.
암컷의 난소는 이처럼 치명적이지만 수컷의 고환, 즉 정소(精巢)는 복어 중에서도 그 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순백색으로 입에 들어가면 사르르 녹는 맛이 절묘하기 그지없다고 했다.
중국의 옛 문인들이 ‘서시의 젖(西施乳)’라고 묘사했던 부분이 바로 복어의 고환이다. 미인 중에서도 미인이라고 꼽히는 서시의 젖가슴을 연상하면, 그 맛의 실체가 느껴지 는 것 같다. * 글 이종서 (‘서시의 젖(西施乳)’ 복어의 유래)
복어 11과(科) 320종(種)이 있으며, 주로 열대의 해양에 서식한다. 쥐치복류(triggerfishes)·참복류(puffers)·가시복류(porcu-pine fishes) 등이 이 복어목에 포함된다. 열대산 어류의 약 5%에 해당되는 대부분의 복어는 저서생활을 하며, 먹이를 얻기 위해 여러 기관이 특수화되어 있다. 예를 들면 이빨이 잘 발달되어 앵무새의 부리와 같은 주둥이를 가진 어떤 종은 그것을 써서 바위와 산호를 쪼거나 연체류와 갑각류를 부순다. 거북복류는 굴속에 숨어 있는 바다벌레나 다른 무척추동물들을 외부로 노출시키기 위해 굴의 밑바닥을 향해 물을 세차게 뿜는다. 은비늘치상과(Triacanthodidae) 물고기들은 긴 주둥이로 구멍과 갈라진 틈을 쑤시는데, 아마도 다른 저서어류의 비늘을 먹은 결과 미발달한 이빨을 가지게 된 것 같다. 어떤 종은 성게, 백합류는 물론이고 굴까지도 먹는다. 큰 이빨을 가지고 있는 거대한 개복치류는 해파리류와 다른 연체 무척추동물들을 광범위하게 먹는다. 복어는 머리 양쪽의 작은 새열(gill slit)과 작은 입, 커다란 이빨에 의해 다른 어류와 구별된다. 이들의 비늘은 겹치거나(은비늘치상과와 쥐치복상과 물고기들) 봉합되거나(거북복상과 물고기들), 때로는 날카로운 가시로 발달(참복류와 가시복상과 물고기들)한다. 피부는 때때로 두껍고 단단하다. 복어는 부드러운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를 이용해 유영하며 몸을 조절하기 위해 끊임없이 가슴지느러미를 흔든다. 복어의 살이 귀하게 여겨지기도 하나 그것은 일부 지역에 국한된 것이고, 복어목은 상업적인 가치가 별로 없다. 대부분의 종은 일정한 계절에 독을 가지므로 조리에 앞서 주의 깊게 씻어야 한다. 독성이 없는 변종들 가운데 일부 쥐치복류와 거북복류의 살이 특히 맛 있다고 한다. 거북복류와 참복류의 껍질을 말린 것은 진귀품으로 취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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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구포의 " 복어의 유래"에 대한 설명 잘 들었고요. 복 맛 있게 먹어 온 몸에 복이 가득 차 몸 둥이가 복 덩이 되버렸네..감사 했습니다.
禮村 옆자리에앉으니 복이 저절로 들어오더이다. 참즐건 하루였습니다. 옛날 생각납니다, 신입사원시절 선배사원이 복먹으러가자해서 일식집을 갔더니만 복가격이 무려 3000원(설렁탕 800원시절) 한참을 고민하다 먹긴먹었지만,선배에게 우리집은 부자라서 어릴적 매일 복어를 먹고 자랐노라고 ,우스개한적이 생각나네요. 禮村 감사합니다.
禮村! 잘 먹었네. 酒足飯飽 !!
어릴 땐 제일 싫어하던 생선이 복쟁이었는데 이젠 생복이라면 그저... 그땐 복쟁이가 흔하기도 했지만 조리법이 발달하지 못해서 그랬으리라.
그런데 上記 號 이름 중 착오가 보이네. 즉, 素軒이 小軒으로, 澹愚齋가 澹憂齋로 誤記되어 있네.
어이쿠....ㅎ
그나마 이 돌로된 대가리가
요즘은 회전도 시원치가 않네그랴!ㅎ
澹愚齋가 지적해줘서 잘 고쳤네, 고마우이!^^
鷗浦님 저도 尤菩입니다.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尤菩! 미안합니다!ㅎㅎ
이제 눈도 점점 침침해지고
돌대가리가 쇠대가리 되어 가는 기분입니다!
禮村 덕분에 오랜만에 입맛에 딱 맞는 요리를 즐겼네, 고마우이~, 그리고 경중님의 노고에도 감사.
맜있는 복 요리 잘먹고 왔습니다.복 많이 받길바랍니다.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