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인 어때요?] 4) 트라피체 브로켈 말벡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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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2010.01.07. 오전 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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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의 정열 연상

고대 로마는 와인 문화의 선봉장이다. 식민지를 넓힐 때마다 포도재배와 와인 양조를 하게 하였고, 와인양조기술을 발달시켜 대량 생산을 가능케 했다. 로마군은 적군이 숨지 못하도록 주둔지 주변의 나무를 베어내는 대신 1m 50cm 전후로 자라는 포도나무를 심었다. 현지의 물을 마시고 배탈이 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와인을 제공했다. 로마가 유럽 특히 프랑스, 포르투갈, 스페인, 독일까지 와인 문화를 전파하면서 와인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17세기 들어 가장 획기적인 사건은 와인 코르크와 유리병의 발명이었다. 장기 보관이 가능해져와인의 가치가 커졌다. 와인 안에는 인류의 산 역사가 숨쉬고 있다. 6천여 년 이상 인간과 함께한 유일한 술 또한 와인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와인의 전설이 계속 될 것이다.
오늘 소개 해 드릴 와인은 '트라피체 브로켈 말벡 2007'(Trapiche Broquel Malbec, Mendoza 2007)이다. 2007년 3월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큰 와이너리이고 세계 4위의 와인 그룹인 트라피체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트라피체 와이너리는 프랑스 와인을 즐겨 찾던 상류층에 맞춰 고급 와인을 만들어 내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수 차례의 프랑스 방문을 통해 포도나무를 직접 아르헨티나에 들여 왔고, 와인메이커를 초빙해 전통적인 프랑스 와인 제조 기법들을 아르헨티나 와인에 적용시키기도 했다.
와인에 대한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열정은 정말 상상을 초월했다. 일년 중 포도 수확철에 모든 축제가 개최된다. 정열적인 아르헨티나의 탱고와 말벡의 이미지는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로 다가온다. 와인에 대한 그들의 열정은 아직도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다. 새벽에 홀로 트라피체 와이너리 포도밭을 걸으면서 그때 느꼈던 감동과 스릴은 평생 나의 기억과 함께할 것 같다. 트라피체에서 생산한 모든 와인들을 시음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중에서 단연 돋보였던 와인이 바로 브로켈 말벡이었다. 브로켈은 왕조나 귀족 가문을 수호하는 방패나 칼, 수호천사라는 의미를 지닌다.
멘도자 지역은 아르헨티나 최고 와인 생산 지역으로 대부분 해발 600~1천100m 고지대에 위치하며, 자연 친화적인 유기농법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80%의 고급 아르헨티나 와인을 생산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점토질의 자갈 토양으로 포도는 100% 손 수확 후 좋은 포도송이만 선별하고 프렌치 오크통과 미국산 오크통에서 15개월 숙성을 거쳐 세상에 나오게 된다.
브로켈 말벡은 정열적이고, 도도하면서, 우아한 이미지를 느낄 수 있는 와인이다. 미디엄 풀바디로 블랙 체리, 블랙베리, 커피, 가죽, 초콜릿, 스모크 등의 향을 감지 할 수 있고, 달콤하면서 실키한 탄닌은 오랫동안 입안을 즐겁게 한다. 3~5년 정도 숙성 후에 드시면 더욱 좋은 느낌을 감지 할 수 있다. 가격 대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와인 중에 하나다. 마리아주로는 고기 숯불구이, 바비큐, 스튜, 버섯 소스를 가미한 파스타 요리를 적극 추천한다. 가격대는 4만 원대로 부담없이 구입 가능하다. 수입회사는 금양인터내셔날. 2004년 디캔터 지 선정 '올해의 가장 훌륭한 말벡', 2003년 일본 국제 와인 챌린지 금메달, 2004년 영국 국제 와인 및 증류주 경연 금메달 등을 수상했다.
이동규/한국소믈리에협회 부회장·호텔농심 소믈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