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d Wild West를 평정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후반기 내셔널리그 최고 승률을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킨 세인트루이스가 만났다. 2년만에 다시 지구 우승을 차지한 애리조나는 랜디 존슨, 커트 실링을 앞세워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고 있고 지난해 월드시리즈 일보직전에서 좌절한 세인트루이스도 결코 물러설 수 없는 형편이다.
선발진은 메이저리그 최강의 원, 투 펀치를 보유하고 있는 애리조나의 우세가 점쳐진다. 그러나 세인트루이스 역시 탄탄한 선발진을 보유하고 있다. 1, 2선발의 중량감에서 밀린 뿐 전체적인 선발진을 비교하면 오히려 세인트루이스가 애리조나보다 훨씬 뛰어나다.
애리조나는 랜디 존슨(21승 6패), 커트 실링(22승 6패)의 원, 투 펀치가 팀의 최대 강점이자 팀투수력의 전부다. 이 둘은 팀의 선발진이 기록한 67승 가운데 2/3에 해당되는 43승을 합작했다. 그러나 문제점은 이들외에 믿을만한 선발 투수가 없다는 점. 브라이언 앤더슨과 아만도 레이노소가 최악의 성적을 거뒀고 템파베이에서 트레이드 해온 앨비 로페즈도 신뢰감이 떨어진다. 결국 애리조나는 불펜 투수인 미겔 바티스타(11승 8패)를 3차전 선발로 내정했다. 바티스타는 선발로 18경기 등판해 6승 6패, 방어율 3.36의 비교적 좋은 성적을 거뒀다.
3, 4선발투수가 약점인 애리조나로서는 존슨과 실링을 최대한 활용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실링은 1차전, 존슨은 2차전에 나란히 등판한다. 밥 브랜리 감독은 승부처라고 생각되면 실링과 존슨을 4, 5차전에 연이어 투입해 시리즈를 마감할 가능성이 높다. 단지 애리조나가 걱정하고 있는 것은 랜디 존슨의 포스트시즌 징크스. 존슨은 지난 1995년 이후 현재까지 포스트시즌에서 6연패를 기록 중이다.
세인트루이스는 존슨이나 실링같은 특급 투수는 없지만 선발진의 깊이는 오히려 애리조나를 압도한다. 공동 다승왕에 오른 맷 모리스(22승 8패)를 필두로 우디 윌리엄스(15승 9패), 데릴 카일(16승 11패), 더스틴 허만슨(14승 13패)에 루키인 버드 스미스(6승 3패)까지 가세했다. 그러나 양적으로 풍부하지만 상대를 압박할 수 없는 확실한 에이스의 부재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제 1선발로 내정된 맷 모리스의 어깨가 무거울 수 밖에 없다.
세인트루이스는 윌리엄스의 활약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윌리엄스는 세인트루이스 이적 후 발군의 활약(7승 1패, 2.28)을 펼치며 카일을 제치고 2차전 선발 투수로 낙점받았다. 정규 시즌의 페이스가 그대로 이어진다면 랜디 존슨과 좋은 승부가 예상된다. 또한 4차전 선발 투수로 예상되는 루키 버드 스미스의 활약도 커다란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불펜진은 양팀 모두 백중세다. 마무리 투수는 애리조나의 우세. 그러나 셋업맨은 세인트루이스가 질과 양면에서 애리조나를 압도한다.
애리조나는 김병현(23세이브)이 버티고 있는 마무리 쪽은 믿을만하지만 확실한 셋업맨이 없다는 약점을 노출한다. 바티스타의 선발 전환으로 중량감이 떨어졌고 바비 위트나 마이크 모건은 너무 노쇠했다. 그렉 스윈델, 브릿 프린즈를 제외하면 신뢰할 수 있는 투수가 없는 형편. 이에 반해 세인트루이스는 1점대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는 스티브 클라인을 필두로 진 스테슐츠, 마이크 팀린, 마이크 매튜스 등 셋업맨은 풍부하지만 데이브 비어즈(15세이브)의 부진으로 확실한 마무리 투수 부재 상태에 놓여 있다.
외형적인 기록 면에서는 서로 비슷한 전력이지만 양팀 모두 장단점을 노출하고 있다. 애리조나는 베테랑들의 경험이 돋보이기는 하지만 루이스 곤잘레스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으며 이에 반해 세인트루이스는 신예들의 돌풍이 거셌지만 간판 타자인 마크 맥과이어의 부진이 팀타선의 짜임새를 흐트러트리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세인트루이스 쪽이 더 짜임새가 있다는 평가.
세인트루이스의 강점은 중심 타선의 중량감. 짐 에드먼즈(30홈런, 110타점)-알버트 푸홀스(37홈런, 130타점)-J. D. 드류(27홈런, 73타점)로 짜여진 라인업은 루이스 곤잘레스가 분전한 애리조나보다 훨씬 더 파괴력이 있다. 단지 아쉬운 점은 맥과이어(0.187, 29홈런, 64타점)가 좀처럼 슬럼프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는 점. 드류나 푸홀스가 신인급이라는 점은 맥과이어의 존재를 더 절실히 필요로 하게 만들고 있다.
페르난도 비냐(0.303, 9홈런, 56타점)는 1번 타자로서 수준급이고 플라시도 프랑코나 에드가 렌테리아, 크레익 파켓이 버티는 하위타선도 애리조나에 비해 한 수 위다.
애리조나는 올시즌 몬스터 시즌을 보낸 루이스 곤잘레스(0.325, 57홈런, 142타점)을 정점으로 베테랑들이 상당히 높은 득점력을 기록했다. 애리조나가 기록한 818점은 리그 3위에 해당하는 기록. 스티브 핀리(14홈런, 73타점)이 후반기 들어 살아난 것이 고무적이고 마크 그레이스(15홈런, 78타점)도 파워가 업그레이드 됐다.
이에 비해 1번 타순과 4번 타순에는 약점이 있다. 언제나 과대 평가받았는 토니 워맥(0.266, 28도루)는 1번 타자라고는 믿기 어려운 0.307의 출루율 밖에 기록하지 못했고 맷 윌리엄스(16홈런, 65타점)도 나이에 따른 하향세를 막지 못했다. 래지 샌더스(33홈런, 90타점)가 장타력을 과시했지만 4번 타자감은 아니다.
3. 시리즈 예상
애리조나가 3승 1패로 시리즈를 마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역시 원, 투 펀치의 존재 덕분. 수치상 이들은 4경기 등판이 가능하다. 실링이 1, 4차전 그리고 존슨은 2, 5차전 등판이 예상된다. 더구나 5전 3선승제의 디비전 시리즈이기에 이들의 위력은 더욱 더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시리즈의 향방은 1, 2차전에서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애리조나가 홈에서 펼쳐지는 1, 2차전을 싹쓸이한다면 분위기는 애리조나 쪽으로 급격히 기운다. 그러나 세인트루이스가 1승 1패를 만든다면 승부는 쉽게 예상하기 어렵게 된다. 3차전이 세인트루이스의 분위기라면 결국 승부는 5차전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맷 모리스와 랜디 존슨의 맞대결이 예상되는 5차전은 애리조나로서도 쉽게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