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벼운 산행이라도 준비 없이 나섰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십상,
알맞은 복장과 장비를 갖추고 충분한 준비운동을 하는 것이 봄산행의 첫걸음이다.
◆낮은 산 가더라도 등산화·여벌 옷
동네 뒷산 오르는 데 등산복에 장비까지 갖추는 걸 '오버'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낮은 산이든 높은 산이든 자칫 일어날 수 있는 돌발 상황과 위험은 똑같다. 에베레스트라도 정복할 듯 '무장'까지 할 필요는 없어도 기본은 갖춰야 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대강 오르기에 4월의 산은 만만치가 않다. 통계에 따르면 봄철 산악사고가 겨울에 비해 25%가량 더 많이 일어난다. 산악인 엄홍길씨는 "골프 칠 때 골프화를 신고 테니스 칠 때 테니스화를 신듯 등산화와 등산복도 적재적소에 필요한 기능을 갖춘 산행의 기본"이라고 했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기상변화가 심한 요맘때는 보온을 위한 여벌 옷을 준비하는 게 필수다. 산은 100m를 오를 때마다 보통 0.6℃씩 기온이 떨어진다. 산 밑에서는 포근하다 싶어도 산 위에 오르면 쌀쌀함을 느끼기 쉽다.
보폭에 제한을 주는 꽉 끼는 바지, 청바지 등 젖었을 때 뻣뻣하고 잘 마르지 않는 면 소재 바지는 피한다. 체력 소모는 물론 젖을 경우 체온 저하에도 치명적이다. 낮은 산이라도 신축성이 좋은 등산복을 갖춰 입고 방수 의류는 꼭 챙기는 게 좋다. 봄에는 방풍방수 기능을 갖춘 윈드점퍼가 유용하다.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 주변 사람들에게 산행 장소와 코스를 알리고 전파가 잘 잡히지 않아 휴대전화 배터리가 빨리 소모되는 것을 감안해 여분 배터리를 준비하는 것도 좋다.
알파인 스틱은 충격 분산과 균형을 잡는 데 유용한 도구다. 엄씨는 "알파인 스틱을 사용할 경우 하나보다는 두개를 쓰는 게 효과적"이라며 "처음엔 익숙하지 않아 오히려 불편할 수 있지만 쓰다보면 무릎과 관절의 부담을 덜어주고 산행을 훨씬 편하게 돕는다"고 설명했다.
◆준비운동은 사고 예방 첫걸음
물과 가벼운 간식도 빼놓지 말아야 할 필수품이다. 물을 충분히 마시고 짬짬이 간식을 먹어 에너지를 보충하는 게 좋다. 먹지 않으면 더 지치는 것은 당연한 이치. 물은 등산 중 체열 상승을 막아주고 간식은 뇌와 근육 활동에 도움을 준다. 마음만 앞서 산에 오르다간 겨우내 움츠렸던 몸에 자칫 무리를 줄 수 있다.
봄철 스포츠 손상 중 흔한 것 하나가 발목 통증이다. 흔히 '삐었다'고 하는, 발이 안쪽으로 겹질리면서 발목 바깥쪽 인대가 손상되는 경우다. 예방을 위해선 준비운동이 필수다. 걷기나 자전거 타기 등을 10분 정도 땀이 약간 날 때까지 해주는 게 좋다. 발목 관절은 스트레칭으로 풀어준다. 발을 잡고 발목을 사방으로 천천히 꺾어 근육이 당겨지는 자세를 15~30초씩 유지해준다.
스트레칭은 아무리 많이 해도 과함이 없다. 김형수 관동의대 명지병원 정형외과 과장은 "산행 전에는 발목과 무릎 관절을 부드럽게 돌려주면서 워밍업을 하고 특히 엉덩이 뒤쪽 근육을 늘려주는 스트레칭을 충분히 해 근육통을 예방해야 한다"며 "평소 무릎이나 엉덩이 관절에 통증이 있었다면 30분 내외의 경사가 심하지 않은 산행이 적당하다"고 조언했다.
걸음걸이도 중요하다. 기본적으로는 발바닥 전체로 땅을 정확히 밟고 천천히 리듬을 타는 것이 피로를 줄이고 사고를 예방하는 방법이다. 김 과장은 "오르막이든 내리막이든 지면에 수직으로 힘이 가해지는 자세가 바람직하고 허리가 뒤로 빠진 구부정한 자세는 미끄러지거나 넘어지기 쉽다"며 "특히 내리막은 관절의 부담이 커 보폭을 작게 하고 뛰지 않으며 지팡이 등 보조도구를 쓰는 게 좋다"고 했다.
산행 중에 발목이나 무릎에 이상신호가 온다면 무리하게 걷지 말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뼈나 인대에 심한 통증이 있다면 주변의 나뭇가지 등을 이용해 통증 부위가 움직이지 않도록 부목을 대는 것이 1차 조치다. 자신의 체력에 맞도록 체력을 안배하는 것도 중요하다. 오르는 길에 체력의 40%, 내려오는 길에 30% 정도를 쓴다고 생각하자. 하산 후에도 30% 정도의 체력은 남아 있어야 무리가 없다.
◆자녀와 함께라면 자연 체험학습을
산행 후 관절과 근육을 충분히 이완시켜주는 것도 중요하다. 따뜻한 물속에서 몸을 가볍게 움직여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산행 후 관절이 붓거나 통증이 있고 뜨끈뜨끈한 느낌이 든다면 관절 내부의 손상을 의심해야 한다. 되도록 움직이지 말고 휴식을 취하고 통증이 일주일 이상 계속된다면 전문의를 찾는 게 좋다. 자녀와 함께 산행에 나설 계획이라면 자연 체험학습을 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4월이면 진달래, 할미꽃, 바람꽃, 노루귀 등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난다. 식물도감이나 백과사전을 미리 찾아보고 꽃 목록을 만들어본다면 한층 흥미로운 산행이 된다.
사단법인 숲해설가협회에서 활동 중인 숲해설가 김의식씨는 "낙엽을 헤쳐 보면 다양한 야생화가 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집짓기가 한창인 까치와 다람쥐, 청솔모를 보기에도 좋은 시기"라며 "접안 루페나 돋보기를 준비하면 더욱 재미있는 체험학습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짙은 화장이나 향수, 원색 옷은 산행에 좋지 않다. 자극적인 향은 벌레를 불러 모으기 쉽고 화려한 차림은 산새나 작은 동물들을 놀라게 한다. 김씨는 "산행을 위한 철저한 준비와 함께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이 자연과 환경을 사랑하는 마음가짐"이라고 덧붙였다.
첫댓글 아주 유익한 정보 입니다. 준비를 철저히 해서 손해나는 일은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