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사리3- 삐쁘라와 유믈
앞에서 이야기했던 팩트를 정리해보면,
1. 사리는 빠알리어 sarīra에서 온 말이고, 그 뜻은 시체 또는 유골을 의미한다. 시체를 화장하고 나온 오색영롱한 보석같은 결정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2. 인도에서 발견된 부처님 사리는 부처님 존체를 화장한 유골, 즉 뼈다.
라는 것입니다.
여기에 조금 더 덧붙인다면
‘오색영롱한 사리가 오랜 수행으로 진리를 깨달은 성인에게서 나오는 것이라든지, 사리가 얼마나 크고 영롱한지에 따라 그분의 깨달음의 경지를 이야기한다든지’라는 문화는 티벳이나 한국과 같은 대승불교권에서 존재하는 풍습이고, 인도, 미얀마, 태국 같은 남방불교권에서는 그런 문화가 없다.‘
라는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는 이쯤에서 넘어가기로 하고, 삐쁘라와 유적지에서 나온 부처님 사리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삐쁘라와에서 1889년에 윌리엄 펩페가 인도학자 빈센트 스미스의 조언을 받아 자신이 다스리던 영지에서 한 언덕을 파내려갔는데, 거기서 석궤가 나왔고, 석궤 안에서 4개의 동석 사리함과 하나의 수정 보석함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그 하나의 동석 사리함에 ‘붓다의 사리’라는 단어가 들어간 명문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브라흐미 문자로 씌여진 그 명문에 대해 세계 금석학자(고대 문자를 해석하는 학자)들 사이에 해석을 가지고 논란이 있었습니다.
논란이 있었지만 빈센트 스미스, 윌리엄 호이, 릴리 데이비스, 에밀 세나르, 당대 학자들이 모두 그게 ‘부처님 사리’를 지칭한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그 이야기는 딴 데로 흘러가니까 여기서는 넘어가기로 하고, 여기서는 그 부처님 사리가 지금 어디로 갔는지 그 행방을 추적하기로 합니다.
펩페가 부처님 사리를 발견하던 그 당시 거기에 한 인물이 등장합니다. 그가 누구냐면 프리스당(Prisdang)이라는 태국 왕자입니다.
부처님 사리를 추적하는데 있어서 이 인물에 대해 설명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는 태국 라마 5세(쭐라롱콘)와 4촌이며,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최초로 영국에 태국 대사관을 설립하고, 초대 영국주재 태국 대사를 했던 인물입니다. 그 이후 태국에서 고위직 공무원으로 지내다가, 46세에 스리랑카에서 지나와라왐사(jinavaravamsa)라는 법명을 받고 출가했습니다.
그는 출가 2년 후에 인도 성지순례를 하는 중에 윌리엄 펩페를 만납니다. 펩페는 그에게 삐쁘라와에서 발견한 부처님 사리함들과 사리(유골)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는 펩페에게 조언합니다.
‘이 부처님 사리는 태국으로 보내져야 한다. 왜냐하면 지금 불교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식민지가 되지 않는 나라는 태국밖에 없다. 그러므로 부처님 사리를 소중하게 여기고 모실 곳은 태국밖에 없다.’
아마 그렇게 충고했을 거로 생각됩니다.
그래서 펩페는 유물을 켈커타(현재의 꼴까따)로 보내면서 대영제국 인도 총독을 설득하게 됩니다. 당시 인도 총독은 보드가야 대탑의 소유권 분쟁에서 힌두교도의 편을 들어 분노한 불교도를 달래야 했고, 국제 정세에서 태국에 선의의 보일 필요가 있어서 1899년에 결국 부처님 사리는 태국의 라마 5세에게 보내지게 됩니다. 라마 5세는 이 사리를 여러 불교국가에 분배하게 됩니다.
위키피디아에 기록된 그 분배 장소를 나열해 보면,
태국 왓 사켓, 미얀마 양곤 쉐다곤 파고다(이것은 잘못된 기록임, 까바예 파고다에 부처님 사리가 한 과 봉안되있음, 이건 제가 눈으로 확인한 것임), 미얀마 만달레이 아라칸 파고다, 스리랑카 콜롬보 디빠둣땀라마 사원, 스리랑카 깔루따라 와스까두웨 사원. 스리랑카 아누라다뿌라 마리치왓따 스투파입니다.
그 이후에 2011년에 태국 라타나완 사원 성물관에 봉안되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것은 아마도 왓 사켓 사리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석궤와 사리함은 현재 꼴까따 박물관에 지하 창고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몰론 그 명문이 적힌 사리함도 꼴까따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경남MBC에서 2023년 5월 25일에 방영된 ‘부처님 사리용기’를 추적하는 영상을 보면 꼴까따 박물관 지하창고에서 박물관장이 명문이 새겨진 사리용기를 들고 나오는 장면이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부처님 사리도 2과나 박물관 지하에 보관되어 있다고 하는 군요. 명문 사리함을 보자고 찾아오는 불교도들 때문에 사리와 사리함을 공개하기로 했다는데, 지금쯤은 전시되어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읽으신 분들 중에 영리하신 분이라면 이런 의문이 일어나야 합니다.
“그럼 델리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부처님 사리는 어찌된 일입니까?”라고.
여기에 대한 설명은 다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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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이병욱, 김종연 및 외 19명
첫댓글 우리나라 여러 곳에서 부처님의 사리가 있다는 주장의 허무맹랑함을 생각하게 해주는 명쾌한 내용입니다. 개인적으로 사리의 향방보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따르고자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자세히 한 번은 사리에 대해 알고 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