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倭)_수신사행 중의 여정과 일본 동정에 대하여

[병우]

1875-12-14(음)

이홍장, 주청사로서 청국을 방문한 이유원에게 서한을 보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충고함(이홍장→이유원)

조선 사신 이유원(李裕元)에게 보낸 회답 신함

귤산(橘山) 존형대인(尊兄大人) 각하(閣下).

두 지역이 멀리 떨어져 있어 만나 뵙고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습니다. 근래에 영평부(永平府) 유지개(游智開) 태수(太守)가 전달해준 서한(書翰)을 받고 대우가 과분하며 아울러 보내주신 인삼과 약 세 종을 받았으니 어찌 정성스러움이 가득한 뜻이 이처럼 큰 것입니까. 멀리서 듣건대 각하께서는 정치를 도우시고 교화를 펼치시며 은택이 생민들에게 미친다고 합니다. 근래에 사명(使命)을 수행하시고 귀국함에 먼 길을 달려 비와 눈이 길에 쌓여 있었을 것이니 그 노고는 알 만합니다.

동방은 중화(中華)의 울타리로서 지금 바닷가에 많은 일이 있으나 도리어 신체를 지키심에 노력하여 더욱 충성을 펼치시고 이때의 어려움을 널리 구제하시기를 실로 깊이 소망합니다. 일본은 귀국과 강역이 서로 바라보고 있는데, 근래에는 교제가 어떠합니까. 중국은 땅이 너무 넓고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그 형세를 살펴보자면 이미 관문을 닫고 스스로 다스릴 수는 없으며 때에 맞추어 방비를 더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조정으로부터 국경을 지키라는 무거운 책임을 받들어 아침저녁으로 애태우며 맡은 바를 다하지 못할까 두려워하면서 여러 해 동안 천진(天津)에 주둔하고 있으며 매년 수군과 육군 군사를 파견하여 바다를 왕래하며 순시하는데, 보고를 받으니 귀국 경내는 평상시처럼 평안하며 인민들도 태평의 복을 함께 누리고 있다하니 위안이 되고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호영(湖頴) 10관(管)과 휘묵(徽墨) 2갑(匣), 항추(杭縐) 2필(匹)을 함께 보내 큰 뜻에 보답합니다. 글로는 심회를 다 풀어쓸 수 없습니다. 겨울 추위에 오직 건강하시길 빌며 이만 줄입니다.

합비(合肥) 이(李)가 재배(再拜)합니다.

을해년 12월 14일

출전『淸季中日韓關係史料』 권 2, 문서번호 224-2

1876-06-01(음)

수신사 김기수, 일본 수신사행 중의 여정과 일본 동정에 대하여 문견사건으로 보고함

신은 4월 4일에 대궐에서 하직하고, 29일에 부산포(釜山浦)에서 배를 탔으며, 5월 7일에 에도[江戶]에 도착하였습니다. 27일에 출발하여 윤5월 7일에 부산포로 돌아와 정박하였습니다. 왕복한 길의 거리를 따져보니 수로로 9,800리고 육로로 220리인 바, 삼가 그곳에서 듣고 본 것을 수습하여 열람하시도록 준비하옵니다.

왕복한 노정은 이미 원장(原狀)에 갖추었던바, 부산에서 나가토슈[長門州]까지 가는 데는 큰 바다 가운데라서 파도가 조금 험하였으며, 나가토슈에서 고베항[神戶港]까지 가는 데는 바다가 작아서 저들은 이른바 강이라고 하였으니 파도가 평탄하고 물결이 잔잔하였습니다. 고베항에서 요코하마[橫濱]까지 가는 데는 그 가운데 도토미슈[遠江州]가 있었는데 또한 끝없는 큰 바다로 물결이 험한 것이 부산에서 나가토 사이보다 심하였으니, 저 사람들도 또한 험하다고 하였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사가미슈[相模州]를 지나다가 갑자기 큰 바람을 만나 배가 거의 뒤집히게 되었으니, 배 안의 사람들이 어지러워 넘어지지 않는 이가 없었으며, 부득이하게 260리를 물러났습니다. 아카마가세키[赤間關]을 지나자 다시 큰 바람이 불어 풍랑이 일어나 곧바로 배 위를 때렸습니다. 그때는 마침 또한 캄캄한 밤이었는데 바람 소리와 파도 소리, 기물이 떨어지고 부서지는 소리에 비록 저들 선원들도 또한 모두 놀라서 얼굴빛이 변하였으니, 전일에 비교하여 더욱 어찌할 바를 몰라 다시 부득이하게 300여 리를 물러나서 정박하였습니다. 밤을 보내고 새벽에 배를 움직였으나 바람이 여전히 순탄하지 못하였으므로 다시 항로를 바꾸어 쓰시마슈[對馬州]를 경유하여 돌아왔으니, 이는 모두 바람을 만나서 그렇게 한 것이었습니다. 왕복에 1만 20리에 지나지 않았을 것을 전후로 우회한 것을 합하면 1만 2000여 리는 될 것이옵니다.

산은 아름다운 것이 많고 물은 잔잔한 것이 적었는데, 대개 바다 가운데의 산은 모두 평탄하고 완만하였으나 바닷가의 물은 맑고 차갑지는 않았습니다. 아카마세키에서 에도까지 가는 길에 본 산은 한결같이 아름다웠으며 험준하고 가파른 기세는 없었습니다. 후지산[富士山]의 높음과 하코네령[箱根嶺]의 험준함은 이미 과거 수신사들이 목격한 것이지만, 이번에는 수로와 육로에 길이 달랐으므로 다만 해상에서 때때로 바라보니 후지산은 빛나는 흰색으로 구름 사이에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였습니다. 대개 산 위에 쌓인 눈은 풀리지 않다가 6월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녹는다고 하였습니다. 육지에 내려보니 곳곳마다 원림(園林)이 서로 바라보고 있는데, 물 하나 돌 하나도 제자리에 자리잡고 있어 요조(窈窕)하고 사랑스러웠습니다. 요코하마에서 에도에 이르는 사이에 시니가와[品川]라는 곳이 있는데, 큰 바다 가운데에 7~8곳의 돈대(墩臺)가 있었으니 이는 서양인과 접전할 때에 특별히 설치하여 대포를 쏘았던 곳이었습니다. 배에 돌을 많이 쌓으면 돌이 무거워 배가 가라앉는데, 이렇게 배를 계속 가라앉혀 돈대를 만들었다고 하니 그 공력이 또한 매우 굉장하였사옵니다.

인물은 아들 둘에 딸 셋이 보통인데, 여자는 고운 이들이 많았고 남자는 모두 준수하였습니다. 이르는 곳마다 거리와 골목에 사람이 가득하였으며, 매일 본 것이 수천, 수만보다 적지 않은데도 한 명도 절름발이나 잔질(殘疾)의 사람이 없었으며, 한 명도 남루하거나 파리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언어는 소리가 분명하지 않고 웅얼대어 비록 알아들을 수는 없었으나 혀끝이 날카롭고 입모양이 오물오물하여 마치 어린아이가 어리광을 부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사람을 보면 기쁜 기색으로 항상 웃는 얼굴을 띠고 있어서 가증스럽거나 미워할 만한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땅은 큰 바다에 접하여 비가 많이 오고 갠 날이 적었는데, 비가 오더라도 자주 오고 쉽게 개었으며 바람은 조금도 막힘이 없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모든 정사(亭榭)와 해우(廨宇)가 조금 높은 곳에 위치하였으므로 옷깃이 바람에 날리고 날씨가 차서 오래 머무르지는 못하였습니다. 그러므로 관에 머무를 때는 5월 10일에서 20일 사이였는데 날씨가 그다지 덥지 않아 상하와 노소가 밤에는 모두 이불을 덮었습니다. 샘물의 성질은 위약(痿弱)하고 땅의 기운은 저습하였으므로 무릇 집을 짓고 길을 만들 때에는 모두 먼저 물가의 작은 돌을 가져다가 바닥에 깔아서 땅을 평평하게 하고 그런 연후에 흙으로 덮었으니, 그런 까닭에 비가 한 번 내리고 조금 지나가면 도로가 정결해지고 정원도 깨끗해졌습니다. 큰 길 위에는 때때로 땅을 파고 격자무늬의 문짝을 땅에 깔아 덮었으니, 이것은 하수구로서 더러운 것을 버리는 곳인 것 같았습니다. 그 규모가 대개 이와 같았사옵니다.

에도성[江戶城]은 주위가 60~70리나 되었으며 호참(壕塹)은 깊고 넓었습니다. 성에는 초루(譙樓)가 없었으나 아름드리 큰 나무가 있어 겹겹이 성을 가렸고 싱싱하고 푸르렀습니다. 매번 보기에는 성 위에 나무가 있을 때 그 나무가 크면 성이 갈라지곤 하는데 이것은 그렇지 않고 반대로 나무에 기대어 더 튼튼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외성(外城)에는 문이 없는 것이 많았으며, 문이 헐어져도 세우지 않았으니 알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문 마다 치성(雉城)이 있고 성 안에는 또한 중성(中城)과 내성(內城)이 있었는데, 내성 안에 다시 내성이 있으니 그들이 말하는 황궁(皇宮)이었습니다. 성은 모두 네 겹으로 되었는데 모두 호지(濠池)가 있어서 외성과 같았습니다. 성에는 문이 있는데 반드시 외문(外門)은 홑문이고 내문(內門)은 겹문이었으며, 외문에는 누(樓)가 없고 내문에는 누가 있었습니다. 성은 돌로 쌓았는데 아래는 널찍하고 위는 뾰죽하였으며 문은 모두 네모난 목판으로서 그 구멍도 둥글지 않았습니다. 그 황궁 안에 하나의 현교(懸橋)가 있는데, 길이는 4~50간이나 되고, 너비는 3~4간이나 되었습니다. 쇠 밧줄로 그 밑에 걸쳐서 바로 양쪽 가의 긴 사다리에 걸고, 또 밧줄을 드리워 내려서 땅에 굳게 매었으니 다리 위를 지나가면 공중에 걸친 사다리를 걸어가는 것과 같았습니다. 대개 다리는 모두 나무로 만들었으니, 둘레의 난간과 걸친 들보까지도 나무가 아닌 것은 없었습니다. 순전히 돌로 만든 다리는 몇 곳을 볼 수 없었사옵니다.

궁실(宮室)의 제도는 공사와 귀천이 대동소이하였습니다. 기와는 암키와를 많이 사용하였는데 한쪽은 머리가 굽고 한쪽은 머리가 편편하였으며, 중간은 사방이 깨어진 대나무와 같았습니다. 굽은 머리는 오른편으로 향하고 편편한 머리는 왼편으로 향하여 비늘 모양으로 잇따라 펴졌으니 저절로 타첩(妥帖)이 되어 조금도 틈이 없었습니다. 밑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면서 이대로 잇따라 펴고, 그런 후에 등성이에는 수키와로 암키와를 눌렀습니다. 서로 합쳐진 곳에는 백회(白灰)로 때워 두께가 새끼줄과 같았는데, 기와는 푸르고 회는 희며, 흰 빛깔은 많고 푸른 빛깔은 적었으니 한 번 바라보매 허옇게 보였습니다. 가옥은 모두 층루(層樓)와 복각(複閣)이었으므로 한 집을 들어가면 밖은 난간이고 중간은 대청이며, 밖은 마루이고 안은 방이었습니다. 복도로 서로 통하고 얇은 미닫이로 서로 막았으니, 여러 미닫이를 한꺼번에 걷어치우면 안팎이 툭 틔어졌습니다. 비록 3층 중옥이라도 큰 기둥과 큰 들보는 없었으며, 기둥 한 개만 세우고 들보 한 개를 받아서 층층이 결구(結構)되었습니다. 방마다 전면에는 얇은 미닫이가 있었으니, 혹은 종이로 만들었고 혹은 유리[玻瓈]로 만들었으며, 밖에는 또 목판 미닫이가 있었으니 밤에는 이것으로 막았습니다. 방의 후면은 두 개의 시렁으로 나누어져 한 개는 와상(臥床)이 되고 한 개는 벽장(壁欌)이 되었는데, 벽장 아래에는 현판(懸板)을 설치하여 물건을 두었습니다. 와상이 있는 벽에는 반드시 서화의 장자(障子)를 걸었으며 와상의 위에는 고동병(古銅甁)과 혹은 자기 화병(磁器畫甁)을 두고 갖가지 화초를 많이 꽂았는데, 집집마다 모두 그러하였습니다. 대체로 가옥의 제도는 한결같이 서양의 제도를 따랐습니다. 그 나라의 옛날 제도는 거개가 나무 조각을 비늘 모양으로 잇따라서 펴거나 혹은 띠풀을 사용하였습니다. 대개 두께가 1~2척이나 되었는데, 한칼로 이것을 자른 것처럼 조금도 어긋난 것이 없었으며, 비바람에 씻기고 갈려도 썩거나 사그라지지 않았으니, 집을 잘 이은 것과 정하게 거처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옛날의 제도는 혹은 시골 마을에서도 볼 수 있었으니, 돌담과 흙담에는 또한 반드시 물건의 형상을 새겼는데, 공사(公私)의 제택(第宅)에는 대체로 이것이 많지 않고 대부분은 나무로 울타리를 만들거나 혹은 쇠로 울타리를 만들었습니다. 채전(菜田)과 과수원까지도 반드시 나무 조각과 대나무 가지로 네모가 반듯하게 울타리를 만들어 조금도 비뚤어지지 않았으며, 밭두렁이나 개울가 울타리까지도 칸칸이 정돈되어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으니, 그 정교함과 세밀함이 이에 비할 데가 없다고 생각할 만하였사옵니다.

그들의 이른바 황제는 나이가 지금 25세로, 중간 체구이며 얼굴은 희면서 조금 누르고 눈에는 정채(精彩)가 있었으며 타고난 생김새가 고왔습니다. 친히 정무를 맡은 이후 정력을 다해 정치에 힘쓰면서 게으르지 않고 매우 부지런하여, 관백(關白)도 폐지하는 것이 좋으면 폐지하고, 제도도 바꾸는 것이 좋으면 바꾸었습니다. 다리에 딱 붙는 바지와 반신(半身)의 옷이라도 군대를 부리는 데 이로울 만한 것은 비록 서양인의 옷일지라도 하루아침에 옛 것을 버리고 이것을 따랐으나 사람들은 감히 다른 소리를 할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옛날의 관백도 지금은 종4위(從四位)의 관직으로서 봉록(俸祿)만 받고 에도에 있으나 또한 감히 원망하는 기색이나 윗사람을 엿보는 마음은 없다고 합니다. 이 사람은 이미 중국 군주의 처지로 따질 것도 없었으니, 단발 문신(斷髮文身)과 오랑캐의 차림도 서양인의 복색보다 나을 것이 없는지라, 이것을 저것으로 바꾸었다고 해서 크게 책망할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대개 그가 영명하고 용단성이 있어 인재를 가려 임용하는 것은 취할 만한 점이 많은 것 같았사옵니다.

관직의 높고 낮음은 처음부터 확실히 그런 것은 아니며, 예수(禮數)는 갖추지 못하였습니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대하는 것을 윗사람도 그대로 아랫사람을 대하여 양쪽이 서로 모자를 벗고 양쪽이 서로 머리를 숙이며, 심지어는 이쪽에서 허리를 굽히는데 저쪽에서는 머리만 숙이니 보기에 매우 놀라웠습니다. 그러나 한 번이라도 틀리는 점이 있으면 조금도 용서하지 않았습니다. 태정부(太政府)는 그들이 존숭하여 높이는 곳으로, 경(卿) 이하의 사람에게 죄가 있으면 태정부에서 곧바로 그를 다스렸으니, 경 이하의 사람도 또한 봉행하며 삼가 감히 어기거나 뛰어넘지 못하였습니다. 그런 까닭에 천한 자는 귀한 자에게 사역을 당하고 아랫사람은 윗사람을 섬겼으니, 예수의 간략함만으로 소홀히 할 수는 없는 것 같았사옵니다.

정령(政令)은 오직 신(信)을 주로 하였으니, 한 장(丈)의 나무를 옮기는 일이라도 상을 줄 만한 것은 상을 주었습니다. 그 이른바 학교와 교육하는 방법은 사대부의 자제들로부터 백성의 준수한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7~8세부터 글을 배우고 글자를 익히도록 가르치는데, 처음에는 일본 글자를 가르치고 그 다음에 한자를 가르쳤습니다. 16세가 되면 다시 경전은 읽지 않고, 크게는 천문·지리·산수의 학문으로부터 작게는 농기·군기·도형의 설명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며 잠시도 쉬지 않았습니다. 여자까지도 또한 학교가 있어 큰 것으로는 천문·지리·병학·농학과 작은 것으로는 시문서화(詩文書畫)까지 모두 한 가지 기예를 전공하였습니다. 천하 각국 사람들이 모두 영사관으로서 와서 머물고 있으므로, 또한 반드시 그 사람들을 밥 먹이면서 그 기술을 배우고 그들을 후대하면서 자기는 낮추게 되니, 그 요체는 그 기술을 다 배우고 그 기계를 잘 이용하기 위한 것입니다. 또한 각국에 사람을 보내어 다 배우지 못한 기술을 모두 배워서 곳곳마다 화륜선과 화륜차를 만들고, 또 사람을 시켜 먼 곳에서 장사에 복무하게 하고 있으니, 그 요체는 그 힘을 다하여 그 재화를 이롭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군신 상하가 부지런하게 이익을 위하며 부국강병을 급선무로 삼았으니 대개 그 정령은 위앙(衛鞅)의 유법(遺法)에서 나온 것 같았사옵니다.

그 풍속은 처음에는 신도(神道)를 숭상하였고 이어서 불교를 숭상하였으나, 신도와 불교를 숭상하는 것은 옛날의 풍속이었습니다. 근래에는 일체 이와 반대가 되어 신당에는 풀이 우거졌고 승도(僧徒)는 모두 유리되었으니, 청적(淸寂)과 허무(虛無)는 실사(實事)에 무익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는 오히려 칭찬할 만하겠으나, 학문은 한유(漢儒)와 송현(宋賢)을 함께 행하여도 사리에 어긋나지 않고 오히려 부자(夫子)의 도를 함께 존숭하는 것이 그들의 옛날의 풍속이었는데 지금은 경전 문자는 쓸 데 없는 물건으로 여기며 서고에 수장해두고 오직 날마다 공리의 책만을 부지런히 읽고 있으니 그런 까닭에 그 가운데 학식이 있는 자들의 논의에는 또한 슬퍼하고 개탄하는 일도 있다고 합니다. 기이한 기술과 음란한 기교에 이르러서는 눈으로 보기에도 다 볼 수 없으며 입으로 전하기에도 자세히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만 배와 차에만 화륜이 있는 것이 아니라 화륜이 한 번 설치되자 옥과 금을 다루는 기구와 나무와 돌을 다루는 도구를 움직이게 하여 모나게 하고 둥글게 하고 굵게 하고 가늘게 하고 크게 하고 작게 하고 정밀하게 하고 거칠게 하는 것을 화륜으로써 하지 않는 것이 없으니, 하나의 화륜으로써 천하의 능사를 다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곳곳에 정조국(精造局)을 설치하고 사람마다 이기술(利器術)을 익히니, 아무리 밝더라도 실상 그 방법을 다 알 수는 없을 것 같았사옵니다.

일국의 도회지는 다만 한둘뿐이 아니었는데, 그 에도[江戶]와 요코하마[橫濱]·고베[神戶]·아카마가세키[赤間關] 등은 모두 친히 목격한 곳이온바, 여염(閭閻)의 성함과 시사(市肆)의 풍부함은, 처음에 보고서 이를 장하게 여기는 것은 혹시 괴이하다 할 것 없겠으나, 여러 번 본 중국인들도 말하기를 중국보다도 더 은부(殷富)하다고 하였습니다. 신바시[新橋]부터 에도에 이르기까지 15리에, 에도에서 사방으로 10~20리 떨어진 바깥에 여염과 시사가 빽빽이 들어차 있어 한 곳도 빈 땅이 없었습니다. 박물관·센소지[淺草寺]에는 은이(殷彛)·주정(周鼎)·진전(秦甎)·한와(漢瓦)·진금(珍禽)·괴수(怪獸)·기화(奇花)·이초(異草) 등 또한 없는 물건이 없으니 그 은부함은 비할 데가 없다고 할 수 있겠으나, 또한 때때로 떠벌려 과시하는 태도도 있었으니, 이것은 그들의 기이를 자랑하는 여습(餘習)이었사옵니다.

그들이 평소에 양성한 군대는 에도 성 안에서 봉급을 주어 양성하는 자들이 7, 8만이었으며, 그 밖에 육군성과 해군성에서도 날마다 군사 뽑기를 그치지 않았는데, 기계에 정통하고 군율에 숙련되지 않은 자가 없어 앉았다가 일어났다가 나아갔다가 물러났다가 하는 데에 조금도 명령을 어기지 않았습니다. 말은 모두 키가 크고 다리는 야위었으며 날래고 날뛰는 것이 한 번에 천 리를 달릴 기세가 있었습니다. 배 위에서는 대포를 사용하는데 대포를 사용하는 방법 또한 전적으로 기륜(機輪)을 사용하니 적이 동서로 보일 때마다 대포를 그에 따라 가리키는데 손이 바쁘고 다리가 재게 움직이면서도 조금도 틀리지 않았습니다. 이와 같은 강병이 있고 이와 같은 이기가 있어도 오히려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하루가 부족하다고 여기고 있었사옵니다.

그들의 이른바 부강한 술책이라는 것은 오로지 통상을 일삼는 것이었는데, 통상이란 전적으로 이익을 보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거래가 있어, 이쪽에서는 저쪽으로 가서 통상을 하고 저쪽에서는 이쪽으로 와서 통상을 하는 것입니다. 지금 일본이 통상하는 각국은 그 수가 매우 많지만, 가서 통상하고 오는 것은 일본 한 나라뿐이고, 와서 통상하고 가는 것은 천하의 각국이며, 일본에서 생산하는 것은 결코 각국보다 열 배나 되지는 않을 것이며, 생산하는 자는 하나이고 소비하는 자는 여럿이니 물가가 등귀하는 것은 형세상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이에 날마다 전폐(錢弊)를 만들어 그를 충당하니, 전폐는 천하게 되고 물건은 귀하게 되므로 이는 반드시 실패하는 길입니다. 하물며 교묘하지 않은 기술이 없고 정밀하지 않은 기예가 없이 조화를 모두 다 써서 다시 여지가 없게 되었습니다. 겉모양을 본다면 더 부유할 수가 없고 더 강력할 수가 없는 것이 위에서 진술한 여러 조목과 같습니다만, 가만히 그 형세를 살펴본다면 또한 장구한 술책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옵니다.

광서(光緖) 2년 6월 1일

출전『同文彙考』 附編, 信行別單 1, 「修信使金綺秀聞見事件」, 光緖 2년 6월 1일

【丙子】修信使金綺秀聞見事件

臣於四月初四日辭陛二十九日自釜山浦乘船五月初七日到江戶二十七日離發閏五月初七日還泊釜山浦計往回道里水路九千八百里陸路二百二十里是白乎所謹綴拾彼地聞見庸備乙覽是白齊
往返程途已具原狀是白乎所釜山至長門州大洋中波濤稍險長門至神戶港海之小者而彼所謂江也波平浪穩神戶至橫濱中有遠江州地方亦無邊大洋波濤之險甚於釜山長門之間彼人亦以爲險者也歸路過相模州忽遇大風舟幾傾覆舟中之人無不暈倒不得已退行二百六十里過赤間關又大風風浪捲起直拍船上時又黑夜風聲浪聲器物跌碎聲雖彼中船格亦皆驚眩失色較之前日尤加幾分罔措又不得已退行三百餘里下碇過夜遲明行船而風猶不順又迃路由對馬州而返此皆遇風而然也往返無過一萬二十里幷前後迃回可爲一萬二千餘里是白齊
山多明媚水少漣漪蓋海中之山類皆平遠蘊藉而海邊之水不得澄淸寒冽也自赤間關至江戶所見之山一例嬝娜無險恠戌削之氣也富士山之高箱根嶺之險曾前信使之所目擊而今此水陸異路惟於海上時望富士山皓然白色出沒雲間蓋山上積雪不解至六月始消云下陸後處處園林相望一水一石自在布置窈窕可愛自橫濱至江戶之間有品川者大海中有七八墩臺是與洋人接戰時特設放大砲者也船多貯石石重船沈沈舟不已乃成墩臺云其功力亦甚宏大是白齊
人物二男而三女女多艶冶男悉俊俏所至塡街塞巷日所見不下數千萬而無一跛癃殘疾之人無一襤縷憔悴之人言語侏?￥ﾕﾁ哳雖不可解聽而舌頭流利口角伶俜如孩兒逞癡而見人色喜恒帶笑容所以別無可憎可惡之人是白齊
地接大海多雨少晴而雨亦頻雨易霽風則無少障礙故凡亭榭廨宇稍爽塏處輒衣袂飄拂凛凛不可以久留也所以留館之時爲五月旬念間而日候不甚熱上下老少夜皆挾衾泉性痿弱地氣沮洳而凡築室除道類皆先取水邊小石舖作地平然後以土掩之故一雨纔過道路乾淨庭戺整楚大道上往往坎地以井字板扉階地而蓋之似是隱溝去穢之所也其規橅大率如此是白齊
江戶之城週廻可六七十里壕塹深廣城無譙樓而有連抱之木交掩蒼翠每見城上生樹樹大城坼而此則不然似反資此爲固也外城多無門門毁而不設未可知也每有雉城城內又有中城內城內城之內又有內城則其所謂皇宮也城凡四重皆有濠池一如外城城之有門必外單而內重外門無樓內門有樓城以石築下豊上銳門皆方板不環其實其皇宮之內有一懸橋長可四五十間廣可三四間鐵縆以度其下直掛于兩邊長棚又注以下之鎖固于地過其上如步虛梯大抵橋皆木造圍闌架梁無非木也純石之橋不見幾箇是白齊
宮室之制公私貴賤大同小異瓦多用雌一邊曲頭一邊平頭中如四破之竹曲頭向右平頭向左鱗而舖之自然妥帖無少罅隙自下達上由是鱗舖然後脊用雄瓦掩之縫合處輒用灰封厚如繩索瓦靑灰白白多靑少一望皓然屋皆層樓複閣一屋而入外軒中廳外堂內室複道而通之涼槅而障之衆槅齊撤外內洞然雖三層重屋無厚柱大梁立一柱安一梁層層結構每一室前面涼槅或以紙或以玻瓈外又有板槅夜則障之背分兩架一爲臥床一爲壁欌欌下懸板以置物也臥床之壁必掛書畫障子床上古銅甁或甆畫甁盛揷各樣花草家家盡然大凡屋制一從洋規其國古制槪用木片鱗舖或用茅蓋厚可一二尺一刀翦之無少參差而雨洗風磨不朽無敗可見掩蓋之工而居處之精也然其古制或於村野見之石垣土墻亦必雕鏤而公私第宅槪不多有多以木柵爲圍或以鐵爲柵至於菜田果圃亦必木片竹枝正方爲籬不少斜欹田間畦塍川邊柵欄井井有度毫釐不亂可念其精細無比是白齊
其所稱皇帝年方二十五中等身材面白微黃眼有精彩天然縹緻自親務以後勵精圖治勤勤不怠關白可廢則廢之制度可變則變之襯脚之袴半身之衣可以利於用軍者雖洋人之服一朝舍舊從之不少持難而人莫敢有異言至於舊關白方以從四位食廩居江戶亦不敢有怨尤之色覬覦之意云此人旣不可責之以諸夏之君則斷髮文身雕題添齒亦無愈乎洋人之服色也以此易彼不足深誅槪其英明勇斷任賢使能似多有可取是白齊
官職尊卑未始不截然而禮數則闕如下之所以施於上上亦以之施於下兩相脫帽兩相稽首甚至此屈彼叩見甚駭然然一有差誤少不容貸太政府卽其最尊奉而卿以下有罪政府直治之故卿以下亦奉行惟謹不敢有違越所以賤役於貴下事其上不以禮數之簡而有所或忽是白齊
政令專主乎信尋丈之木可賞則賞其所謂學校敎人之法士大夫子弟以及民之俊秀自七八歲敎之學書習字初敎日本字次敎漢字至十六歲不復使之讀經傳字大而天之地理句股之學小則農器軍器圖形之說眼閱手調未之暫掇以至女子亦有學校大之天地兵農小之詩文書畫皆專一藝天下各國之人皆以領事官來留亦必館穀而師其術厚其禮而卑其辭要以盡其技而利其器亦自遣人各國以盡學未盡學之術處處造火輪船火輪車敎人遠服賈要以盡其力而利其貨君臣上下孜孜爲利以富國强兵爲急先務蓋其政令似出於衛鞅遺法是白齊
其俗始焉尙神繼而尙佛神佛之尙爲其舊俗近日則一切反是神堂鞠爲茂草僧徒類皆流離以爲淸寂虛無無益於實事云此猶可尙而學問則漢儒宋賢竝行不悖而猶共尊夫子之道卽其舊俗而今焉經傳文字弁髦而庋閣之惟日孜孜功利之書故其中有識之論亦有噓唏而慨歎者至於奇技淫巧目視而不能悉口傳而猶未詳非直舟車之有火輪火輪一設攻玉攻金之器治木治石之材方圜鉅細大小精粗無不取齊於火輪一火輪而天下之能事畢矣處處設精造之局人人習利器之術燭照數計實不可以盡其方是白齊
一國之都會不直一二而就中江戶也橫濱也神戶也赤間關也皆所目擊是白乎所閭閻之盛市肆之豊初見而壯之容或無恠而屢見中國之人亦以爲殷富過於中國云自新橋地至江戶一十五里江戶四距一二十里外閭閻市肆撲地櫛比無一閑地博物之館淺草之寺殷彝周鼎秦甎漢瓦珍禽恠獸奇花異草亦無物不有其殷富可謂無比而亦時時有夸耀之態此其衒奇會之餘習是白齊
其所素蓄之兵江戶城中廩養者爲七八萬其餘自陸軍之省海軍之省日抄兵不已無不精通器械諳鍊師律坐作進退無少違令馬皆項高脛瘦矯逸騰踔有一蹴千里之勢船上用大砲用砲之法亦全用機輪見賊東西砲隨而指手忙脚亂毫釐無差有此强兵有此利器而猶勤勤孜孜惟日不足是白齊
其所謂富强之術專事通商商不專利必有去來此去商彼彼來商此則今日本通商各國厥數甚夥去商而來者日本一國來商而去者天下各國而日本所産必不十倍於前則生之者一耗之者衆物價騰踊勢所固然於是日造錢幣而當之錢賤物貴必敗之道況無技不巧無藝不精奪盡造化無復餘地外樣觀之莫富莫强如右所陳諸條而陰察其勢亦不可謂長久之術是白齊　光緖二年六月初一日

1876-06-01(음)

고종, 자미당에서 귀국한 수신사 김기수를 소견하고 일본의 정황에 대해 대화함

상이 자미당(紫微堂)에 나아갔다.

수신사가 입시할 때, 좌부승지 김영목(金永穆), 가주서 박두양(朴斗陽), 기주관(記注官) 백시흡(白時洽)·허륜(許綸), 수신사 김기수(金綺秀)가 차례로 나와 엎드렸다. … (중략) …

상이 이르기를,

“보고 들은 것을 적어 올린 별단(別單) 이외에 들을 만한 얘기를 아울러 자세히 아뢰도록 하라.”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별단 외에 별로 아뢸 만한 말씀은 없으나 그들의 의복은 대개 서양의 복장이었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군병들의 복색도 그러하던가?”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역시 그러하였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그 외에 들어볼 만한 풍속에 관해서도 갖춰 아뢰도록 하라.”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그들의 풍속은 대체로 부국 강병을 힘쓰고 있었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그 나라 사람들의 품성이 대개 강한 것을 힘쓰는데 군용(軍容)도 역시……”

하였다.【7행 원문 빠짐】　상이 이르기를,

“청 나라 사람들도 있던가?”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많이 보았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노서아(魯西亞)라고 하는 것은 어느 땅인가?”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이는 러시아 나라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노서아라고 부르는 것인가?”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노서아는 곧 러시아의 또 하나의 이름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여기 『영해환지략(瀛海環地略)』과 『해국도지(海國圖誌)』에 있는가?”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그렇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사신 일행이 묵었던 관사는 성 밖에 있는가, 성 안에 있는가?”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그것은 성 밖에 있었습니다. 성은 4중으로 되었는데 성마다 호(壕)가 있었으며 호는 깊고 넓었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그렇다면 네 겹의 성 안이 그 이른바 ‘황궁(皇宮)’이라는 곳인가?”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그렇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네 겹의 성에는 모두 호와 참(塹)이 있던가?”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그렇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이번의 왜사(倭使)는 언제쯤 나오겠는가?”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이달 열흘 사이에는 나오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하자, 상이 이르기를,

“그렇다면 지금 이미 출발을 하였겠는가?”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이미 출발하였을 텐데 올 때에 초량관(草梁館)에서 잠깐 머물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초량관에 머물더라도 동래부(東萊府)에는 통지를 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초량관은 우리나라의 진(鎭)이 아닌가? 왜관에 와서는 어찌 통지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혹시 접대의 폐단 때문인가?”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그런 것 같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저들 땅에 있는 여러 나라의 영사관(領事官)들은 각기 처소가 있던가?”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각기 처소가 있었으며, 집을 짓고 거주하는 자도 있었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거주하는 곳에는 역시 모두 표(表)가 있던가?”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듣자하니 십자패(十字牌)가 있다고 합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왜국은 그러한 것 같지 않다.”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왜국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서양의 학문을 하는 자도 있던가?”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서양의 학문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하겠으나, 군사를 기르고 논밭을 경작하는 데에 모두 서양의 기술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관백(關伯)이 강등되어 종4위(從四位)가 되었다고 하는데 위(位) 자와 품(品) 자는 서로 다르지 않다고 하던가?”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그렇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그들 군사의 병기는 매우 강하던가?”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매우 강하였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저들은 돈을 주조한다고 하던데, 그렇던가?”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화폐를 주조하고 있었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그 이른바, 자기황(自起磺)이라는 것을 보았는가?”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보지 못하였습니다만 혹시 보았더라도 졸지에 바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애당초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이번의 사행은 부득이해서였지만, 그래도 사행 중에 그 법에 대해 들은 것이 있는가?”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이번의 사행은 저들의 강청(强請)에 따라 부득이 사행하게 되었다는 뜻을 보이기 위하여 이러한 여러 기술에 대해서는 하나도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하자, 상이 이르기를,

“매우 잘하였다. 만약 그 기술에 대해서 듣고 그 기술을 얻을 수 있다면 이로운 것이겠지만, 그렇지 못하게 되면 한갓 체모만 잃게 된다.”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성상의 말씀이 지당하십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전선(電線), 화륜(火輪)과 농기계에 대하여 들은 것은 없는가? 저들 나라에서 이 세 가지 일을 가장 급선무로 힘쓰고 있다고 하는데, 그러하던가?”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과연 그러하였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그들 말을 어떻게 하면 배울 수 있는가?”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훈도(訓導)와 별차(別差)가 가까이 초량관에 있으니, 초량관에서 배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하자, 상이 이르기를,

“이 말이 옳다. 오래오래 배우게 되면 저절로 익숙해질 것이다.”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성상의 말씀이 지당하십니다. 어찌 배워서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있겠습니까?”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궁궐은 모두 장엄하고 화려하던가?”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8행 원문 빠짐】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화륜선(火輪船)은 어느 나라에서 처음 사용하였다고 하던가?”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미리견(米利堅: 미국)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기계는 모두 어느 곳에서 만들어진 것이며, 일본에서는 지금 모두 배워 익혔다고 하던가?”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각국의 기계들을 이미 모두 배웠다고 합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재주가 이미 정묘하고 학문에 또한 부지런하면 이와 같이 쉽게 배울 수 있는가?”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과연 그렇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이외에 또 볼 만한 일이나 들을 만한 일이 있던가?”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비록 들을 만하고 볼 만한 일이 있더라도 한 번도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하자, 상이 이르기를,

“이 역시 잘 처신한 것이다. 그들의 병사는 얼마나 되겠던가?”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매우 많은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초모(招募)하는 군사들이 매우 많은데, 녹봉은 모두 어느 곳으로부터 나오기에 이와 같이 하고 있단 말인가? 토지에서 나오는 소출은 필시 전에 비해 많이 늘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성상의 말씀이 지당하십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하이국(蝦夷國)의 땅을 함께 아울렀다고 하던데, 그러한가?”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과연 그러합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그렇다면 그 땅에도 역시 왕이 있었던 듯한데, 땅은 얼마쯤 되는가?”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가히 사방 천리가 된다고 합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그 땅을 얻어서 전답을 아울러 경작한다고 하던가?”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그렇다고 하였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무릇 사용하고 있는 기계들이 모두 정밀하고 편리한데, 가르치고 익히는 방법도 모두 익숙하던가?”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과연 익숙하였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총(銃)의 크기는 어떠하던가? 그리고 모두 육혈총(六穴銃)은 아니던가?”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육혈총은 보지 못하였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현재 보는 바로는 부강한 형편이라고 할만 하던가? 그 이른바 부용국(附庸之國)이라고 하는 나라는 하이국(蝦夷國)을 말함인가?”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그렇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하이국이 현재 이미 합병되었다면 하이국에서는 다만 그 토지를 경작할 뿐이라고 하던가?”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하이국은 모두 도망가 흩어졌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세 가지 절목(節目)에 대해서는 다시 말하는 것이 없던가?”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듣지 못하였는데, 저들은 무릇 의논하고 모의하는 일에 매우 비밀스러웠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저들 나라의 관제(官制)의 등급에서는 품(品) 자를 쓰지 않고 위(位) 자를 써서, 1위니 2위니 한다고 하던데 그러하던가?”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그러합니다. 정위(正位)라는 칭호는 보지 못하였는데, 그들 대신도 종1위라고 한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그렇다면 미야모토 고이치(宮本少一)는 우리나라의 품계로는 몇 품(品)에 해당되며, 저들 나라에서는 몇 위(位)인가?”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저들 나라에서 4, 5위에 해당하며, 우리나라의 품계로는 종2품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구로다 기요타카(黑田淸隆)는 몇 위인가?”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3, 4위에 불과합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저들의 정2위나, 종2위는 모두 어떤 관직인가?”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모두가 대신인 것 같았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대신은 몇 사람이나 되던가?”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4, 5인 될 듯합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이외에 다시 자세히 알고 있는 것은 없는가?”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다시 아뢸 만한 것이 없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이렇게 무더운 때를 당하여 무사히 다녀왔으니 무엇보다도 다행이다.”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모두 성상의 덕택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화륜선이 비록 빠르기는 하지만 거슬러 흐르는 물과 맞바람이 없을 수 없는데, 돌아올 때 맞는 바람은 더욱 험했을 것 같다.”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다행히도 어려움을 면하였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갈 때에는 어떻게 그리도 빨리 갈 수 있었는가?”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순풍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바닷길로 며칠을 가고, 육로로는……”

하였다.【8행 원문 빠짐】상이 이르기를,

“대마도는 큰 섬이 아닌데, 큰 섬은 어느 곳에 있는 것인가?”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장치도(長峙島), 살마도(薩摩島) 두 곳이 모두 큰 섬이라고 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그 지방은 얼마쯤 되는가?”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길이가 4천여 리이고 넓이가 9백 리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왜(倭)는 처음 왜노국(倭奴國)이라고 불리었던가?”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그렇습니다.”

하자, 상이 이르기를,

“지금은 매우 광대하다. 그 둘레를 가지고 논한다면 우리나라보다도 넓은데, 일찍이 일본이 이렇게까지 커질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하였다.”

하였다. 김기수가 아뢰기를,

“그 나라의 사람들은 아직도 백제(百濟)에 대하여 말하고 있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무엇 때문에 아직까지도 말하고 있는가?”

하자, 김기수가 아뢰기를,

“백제 때에 일찍이 경전(經傳)과 악률(樂律)을 전해주었으므로, 감동하고 기뻐하면서 지금까지 칭하고 있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현재 쓰고 있는 음악이 백제에서 전해주었던 그것이라고 하던가?”

하니, 김기수가 아뢰기를,

“경전은 아직껏 전해오고 있으나 음악은 전적으로 서양의 가락을 쓰고 있었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이번의 사행에서는 역관과 하인배들의 작폐가 별로 없었다. 중국의 동지사의 경우는 비록 하인배들이 간혹 폐단을 일으키더라도 두터운 아량으로 혹 관대하게 용서를 받기도 하지만, 왜국에 대한 이번 사신의 행차와 같은 경우에 만약 종자들이 폐단이라도 일으키면 반드시 저들의 웃음거리가 되어 우리나라의 수치가 되었을 것이다. 이번 사행에서 폐단 없이 되돌아온 것은 무엇보다 다행한 일이다.” 하였다.

출전『승정원일기』 고종 13년 6월 1일

丙子六月初一日酉時, 上御紫微堂。 修信使入侍時, 左副承旨金永穆, 假注書朴斗陽, 記注官白時洽·許綸, 修信使金綺秀, 以次進伏訖。 上曰, 史官分左右。 仍命修信使進前。 上曰, 萬里他國, 善爲往來乎? 綺秀曰, 無事往還矣。 上曰, 行中亦皆無頉乎? 綺秀曰, 俱爲無頉矣。 上曰, 比諸所料, 差加淹留矣。 綺秀曰, 初意期不踰十五日矣, 事勢所拘, 至爲二十日之多矣。 上曰, 今旣往見, 較前日通信之行, 接對之節, 何如? 綺秀曰, 大同小異矣。 上曰, 倭王見之, 其爲人, 何如? 綺秀曰, 暫時接見, 縱未能詳知其爲人, 頗爲精明矣。 上曰, 聞見別單外, 可聞之說, 竝爲詳陳, 可也。 綺秀曰, 別單外, 別無可達之辭, 而其衣服則大抵洋製也。 上曰, 軍兵服色亦然乎? 綺秀曰, 亦然矣。 上曰, 其外風俗之可聞者, 備陳, 可也。 綺秀曰, 風俗, 槪以富强爲務矣。 上曰, 其國人品, 率皆務强, 而其軍容, 亦缺七行 上曰, 亦有淸人否? 綺秀曰, 亦多見之矣。 上曰, 魯西亞云者, 是何地也? 綺秀曰, 是俄羅斯國也。 上曰, 然則何以謂魯西亞? 綺秀曰, 魯西亞, 卽俄羅斯之一名也。 上曰, 此於瀛海環地略·海國圖誌有之乎? 綺秀曰, 然矣。 上曰, 使行所處館舍, 城外城內乎? 綺秀曰, 是城外也, 四重之城, 城輒有壕, 壕則深廣矣。 上曰, 然則四重城之內, 卽其所謂皇宮耶? 綺秀曰, 然矣。 上曰, 四重城, 皆有壕塹耶? 綺秀曰, 然矣。 上曰, 今番倭使, 何時當出來耶? 綺秀曰, 似不出此月旬間矣。 上曰, 然則今已可發行耶? 綺秀曰, 似已發行, 而來時, 少留草梁館爲言矣, 雖留草梁館, 不通知于東萊府爲言矣。 上曰, 草梁館, 非我國鎭耶? 來于倭館, 而何不通奇乎, 恐其接待之爲弊故耶? 綺秀曰, 似然矣。 上曰, 彼地諸國領事官, 各有處所耶? 綺秀曰, 各有處所, 亦有築室居生者矣。 上曰, 所處亦皆有表耶? 綺秀曰, 聞有十字牌云矣。 上曰, 倭國則似不然矣。 綺秀曰, 倭國不然矣。 上曰, 亦有洋學者乎? 綺秀曰, 洋學與否, 未能詳知, 而養兵耕田, 皆用洋術也。 上曰, 關白降爲從四位云, 位與品字, 無異云乎? 綺秀曰, 然矣。 上曰, 其軍兵器械甚壯乎? 綺秀, 甚壯矣。 上曰, 彼方鑄錢云, 然否? 綺秀曰, 方鑄錢矣。 上曰, 其所謂自起磺, 得見否? 綺秀曰, 未得見之, 而縱或見之, 不可卒乍學得, 故初不問之矣。 上曰, 今番之行, 不得不爾, 而行中倘有得聞其法者否? 綺秀曰, 今行則爲示其强請而後, 不得已行之之意, 故此等技術, 未嘗一質也。 上曰, 甚善爲之矣。 若聞其術而得其術則利也, 不然則徒失體貌也。 綺秀曰, 聖敎當然矣。 上曰, 電線·火輪與農器, 得無所聞耶? 彼國以此三件, 爲第一急務云, 然否? 綺秀曰, 果然矣。 上曰, 其方言, 何以則可學? 綺秀曰, 訓導與別差, 旣近處草梁館, 學于草梁館, 似好矣。 上曰, 此言是也, 久久學之, 自當習熟矣。 綺秀曰, 聖敎當然, 寧有學而不習者乎? 上曰, 宮皆壯麗乎? 綺秀曰。 缺八行 上曰, 火輪船, 始用於何國云耶? 綺秀曰, 始於米利堅云矣。 上曰, 器械皆何處所出, 而日本今皆學得云耶? 綺秀曰, 各國器械, 皆已學之云矣。 上曰, 才旣精妙, 學又勤孳, 若是其易得耶? 綺秀曰, 果然矣。 上曰, 此外, 又有可見可聞之事乎? 綺秀曰, 雖有可聞可見, 未嘗一番質問也。 上曰, 此亦善處者也, 其兵, 可爲幾何? 綺秀曰, 似不甚多也。 上曰, 招募甚多, 廩況皆從何處出, 而如是爲之乎? 土地所出, 必無加多於前矣。 綺秀曰, 聖敎當然矣。 上曰, 蝦夷國地, 竝皆有之云然耶? 綺秀曰, 果然矣。 上曰, 然則其地, 亦似有王者, 而地爲幾許乎? 綺秀曰, 可方千里云矣。 上曰, 得其地, 竝作田畓云乎? 綺秀曰, 云然矣。 上曰, 凡用器械, 皆爲精利, 而敎鍊之法, 則亦皆嫺熟乎? 綺秀曰, 果嫺熟矣。 上曰, 銃之長短則, 何如? 而非盡六穴銃耶? 綺秀曰, 六穴銃, 未及見之矣。 上曰, 以今所見, 可爲富强之樣乎, 其所謂附庸之國, 卽蝦夷國耶? 綺秀曰, 然矣。 上曰, 蝦夷今旣合竝, 則蝦夷只得耕作于其土云耶? 綺秀曰, 蝦夷, 似皆逃散云矣。 上曰, 三節目, 則更不提說耶? 綺秀曰, 未及聞之, 而彼人, 凡於議謀, 甚爲祕密矣。 上曰, 彼國官制之等級, 不用品字, 用位字, 曰一位, 曰二位云, 然否? 綺秀曰, 然矣。 正位之稱, 未嘗見之, 其大臣, 亦從一位云矣。 上曰, 然則宮本少一, 是我國之幾品, 而彼國之幾位乎? 綺秀曰, 彼國之四五位, 而卽我國之從二品矣。 上曰, 黑田淸旌則爲幾位乎? 綺秀曰, 不過三四位矣。 上曰, 彼之正二位·從二位, 俱爲何官乎? 綺秀曰, 似皆爲大臣矣。 上曰, 大臣爲幾人? 綺秀曰, 可爲四五人矣。 上曰, 此外更無詳知者乎? 綺秀曰, 更無可達者矣。 上曰, 當此盛熱, 無事往返, 尤爲可幸也。 綺秀曰, 罔非王靈之攸曁也。 上曰, 火輪船, 雖其迅捷, 而不能逆水逆風, 還來時則遇風, 似尤爲難也。 綺秀曰, 幸而免難矣。 上曰, 去時則何以得其速也? 綺秀曰, 遇順風也。 上曰, 水行幾日而陸行缺八行 上曰, 對馬島, 卽非大島, 而大島則何處是也? 綺秀曰, 長峙島·薩摩島兩處, 皆大島云矣。 上曰, 其地, 方爲幾許? 綺秀曰, 長爲四千餘里, 廣爲九百里矣。 上曰, 倭是始稱倭奴國者耶? 綺秀曰, 然矣。 上曰, 今已廣大矣。 論其周廻, 則過於我國, 曾不圖日本之爲大至此矣。 綺秀曰, 其國之人, 尙言百濟矣。 上曰, 何由其尙言之乎? 綺秀曰, 百濟時, 曾以經傳及樂律給之, 故感而悅之, 而至今稱之矣。 上曰, 卽今所用者, 樂是百濟之所給云乎? 綺秀曰, 經傳尙傳, 而樂則全用洋調矣。 上曰, 今番之行, 譯官及下輩, 別無作弊矣。 中國之冬至使, 則雖或有下屬輩作弊, 其在所厚, 容或寬恕, 而至於倭國之此使, 如有從者之作弊, 則必有彼人之笑, 而我國所羞也, 今行之無弊還來, 尤所可幸處也。 上命修信使先退。 仍命史官就座。 又命退, 承史以次退出。

1876-02-14(음)

예조, 제주에서 올려받은 과일이 모자라니 종묘와 경모궁에 천신할 과일의 수효를 줄여 분배할 것을 청함

예조에서 아뢰기를,

“방금 제주 목사(濟州牧使) 이희충(李熙忠)의 장계(狀啓)를 베껴 보고한 것을 보니, ‘지난 12월령(月令)에 천신(薦新)할 귤과(橘果) 중에서 유감(乳柑)과 동정귤(洞庭橘)은 낱낱이 땄으나 유감은 55개이고 동정귤은 82개입니다. 종묘에 천신할 유감·동정귤과 경모궁에 천신할 유감을 배정할 길이 없으므로, 삼가 전례를 인용하여 모두 봉하여 예조에 올려보내어 품지하여 천신하도록 하였습니다.’ 하겠습니다. 전에는 귤과가 드물게 맺었을 때에 이미 수효를 줄여서 천신한 예가 있으니, 이번에도 전례에 따라 분배하여 당일에 바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윤허한다고 전교하였다.

출전『승정원일기』 고종 13년 2월 14일

禮曹啓曰, 卽接濟州牧使李熙忠狀啓騰報, 則去十二月令薦新橘果中, 乳柑·洞庭橘一一摘取, 乳柑爲五十五箇, 洞庭橘爲八十二箇, 宗廟薦新乳柑·洞庭橘, 景慕宮薦新乳柑, 排比無路, 故謹援已例, 都封上送于禮曹, 以爲稟旨薦新之地, 爲辭矣, 在前橘果稀結之時, 已有減數薦新之例, 今亦依前例, 分排當日薦進, 何如? 傳曰, 允。

◆천신제(薦新祭)

천신제는 죽은 선조가 생전에 드시던 제철 음식을 돌아간 뒤에도 그대로 드실 수 있도록 바친다는 관념에 따라 시행되었다. 품목은 곡식·과일·나물·생선·산짐승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였다. 물품은 담당 관청에서 계절에 맞추어 마련하지만, 신물(新物) 중에는 일찍 익는 것과 늦게 익는 것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그 달의 규정에 얽매이지는 않고 신물의 익는 상황에 따라 시행하였다.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에는 계절에 따라 매월 올리는 물목이 달리 규정되어 있다. 1월에는 청어(靑魚), 2월에는 빙어(氷魚)와 송어(松魚), 3월에는 고사리[蕨], 4월에는 죽순(竹筍), 5월에는 대·소맥과(大小麥瓜), 앵두[櫻桃], 살구[杏]를 올린다. 6월에는 벼[稻]·기장[黍]·피[稷]·조[粟]·가지[茄子]·동과(冬瓜)·능금[林檎]을, 7월에는 연어(鰱魚)와 배[梨]를, 8월에는 감[柿]·대추[棗]·밤[栗]과 신주(新酒)를 올린다. 9월에는 기러기[鴈], 10월에는 귤(橘)·밀감[柑]과 날짐승[禽]을, 11월에는 고니[天鵝]와 과어(瓜魚)를, 12월에는 물고기[魚]와 토끼[兎]를 각각 올린다. 이러한 품목은 시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천신(薦新)이 품목의 생산 여부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되었기 때문이다.

연원 및 변천

『예기(禮記)』의 「단궁(檀弓)」에 “천신이 있으면 삭전(朔奠)처럼 한다.”는 구절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천신제는 진한(秦漢)시대 이전부터 시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역사서 가운데는 『후한서(後漢書)』에, 안제(安帝) 7년인 113년에 황제가 직접 천신을 올렸다는 기록이 처음으로 등장한다.

『고려사(高麗史)』「예지(禮志)」에는 종묘에서 천신을 올릴 때 행하는 의식인 천신의(薦新儀)가 실려 있다. 그리고 천신의 품목도 4월 보름에는 보리와 앵두, 7월 보름에는 서직(黍稷)과 기장쌀[粱米], 8월 보름에는 깨[麻子], 9월 보름에는 벼와 쌀[稻米], 12월 보름에는 생선[魚]을 올린다고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조선시대의 천신제는 1396년(태조 5) 종묘에 채소와 감자(柑子), 사냥한 짐승을 올렸다는 기록에서 처음 언급되었는데, 이후 조선시대 전 기간 동안 제도로서 시행되었다. 천신의 전체 품목은 『세종실록』「오례」 길례 조에서 처음으로 제시되었다. 여기서는 2월에 얼음, 3월에 고사리, 4월에 송어, 5월에 보리·밀·앵두·죽순·오이·살구, 6월에 가지·동과·능금, 7월에 기장·피·조, 8월에 벼·연어·밤, 9월에 기러기·대추·배, 10월에 감·귤·감자, 11월에 고니, 12월에 물고기·토끼 등을 올리도록 하고 있어, 『국조오례의』의 기록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이것은 천신의 품목이 시대별 산물(産物)에 따라 달랐음을 보여주는데, 이러한 상황은 조선후기에도 마찬가지였다.

출전 위키실록사전

한국사데이터베이스

[정혜]

[송계]

원문까지 상세하게 올려주셨군요..수고하셨습니다.

[Edin Lee]

수고하심에 감사합니다

[흑괭이]

요즘 정말 좋은 정보가 가득차네요. 대단히 감사합니다. 나중에 병우님 글 요약해서 블로그에 한 번 올려야 겠네요.

[테슬라]

좋은 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