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동호회에 제가 올린 후기입니다.)
전체적으론 좋았습니다. 조승우씨만 빼고는...자세히 얘기하자면,
Lost In the Darkness/
그전엔 없다가 97년판부터 도입부에 쓰이는 노래인데요, 시작부터 두근두근하게 하죠. ^^
놀라운 것은 Facadel! /
앙상블팀이 성악출신들로 보강되었단 얘기는 들었습니다.
그런데 "기대 이상의 발전~"이였습니다.
솔직히 실황이나 음반에서는 화음감이 안느껴지고 앙상블이라기 보다는 떠든다는 느낌이였고, 군무도 어설프다는 느낌이였는데, 이번엔 거의 완벽한 화음에 군무에서도 분위기를 확 끌어모으더라구요.
브로드웨이 실황이랑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습니다.
회의 장면부터 Pursue The Truth/
놀라움의 연속이였습니다.
댄버스경의 이석씨, 실제 공연에서 제가 못봐서 그런진 몰라도 앨범이나 실황에서는 특징없는 연기에 음색이 너무 가볍고 유~했거든요.
근데 이번에는 완전히 자기 역할을 찾으셨더라구요. 자연스러운 대사에 음색도 약간 무거운 것이 딱 엠마의 아버지였습니다.
어터슨역의 최민철씨도 너무 젊어서 약간 어색하긴 하지만 소리는 아주 좋았습니다.
회의 장면은 극 전반적으로 아주 자연스러워졌고, 브로드웨이판을 억지로 번역해서 끼워맞춘 부분도 많이 없어졌습니다.
다만 조승우씨는 호흡이 짧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깨가 많이 올라가고 소리를 끌어올리지 못하시더라구요.
그래도 전 조승우씨 음색을 워낙 좋아하거든요.
이후에 This Is The Moment에서부터는 목이 풀리리라 생각했습니다.
약혼식 장면의 I Must Go On/ Take Me As I Am/ Lettin Go
듀엣들이 참 안정되었구나하는 느낌이였습니다.
조승우씨와 김소현씨, 잘어울리시고 화음도 좋더군요. 이석씨와 김소현씨도 노래가 아니라 대사를 하듯 전혀 무리가 없이 잘 흘러갔습니다.
그리고 No One Knows Who I Am/ Bring On The Man
드디어 김선영 루시가 등장합니다.
그전의 공연평들은 '기대보다는 못하다'가 많았거든요.
전 김선영씨 음색 굉장히 좋아합니다. 기대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Bring On The Man은 싫어하는 넘버였습니다.
한국공연은 97년에 바뀐 편곡과 구성 그대로 하면서 왜 Good n Evil을 안하고 94년판 넘버 Bring On The Man을 하는지(독일판에는 아직도 쓰이긴 한다더만) 이해가 안갔거든요.
근데 김선영씨는 정말 소리를 쥐었다 폈다 하면서 놀라운 기교를 보여주시드라구요.
노래에 따른 세세한 연기, 손짓 하나가 더욱더 입이 벌어졌습니다.
(다만 역시 같이 하는 안무는....너무 단조롭고 없어보여요)
김선영 루시, 일내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술집에서 루시가 지킬을 유혹하는 장면도 아주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유감이네~" 가사가 정말 싫었거든요. 이번엔 "눈치챘네~ 당신의 눈빛이 흔들리는걸~"로 바뀌었는데 김선영 루시가 아니였으면 마찬가지로 유치했겠지만 정말 잘 소화해내시드라구요.
Now There Is No Choice/ This Is The Moment
전 한국어 앨범 들을땐 여기서부터 듣습니다. ^^
지킬 첫공연을 조지킬로 한 이유가 다 여기있지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조승우란 배우를 아끼는 입장에서 이번 공연은 그 자체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2월쯤에 올라오겠지 생각했거든요. 완벽한 준비는 아닐테지, 얼마나 보여줄런지...
아무튼 This Is The Moment는 정말 여기저기서 수백번은 불렀을테니, 여기서부터 진짜 조지킬이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연습부족인지 체력의 문제인지, 오늘만 그런건지 호흡이 너무~ 짧았습니다.
노래를 자꾸 끊고 대사처리하고 하는게 불안불안했었는데 후반부에 절정으로 치고 나가는 부분에서 아예 음을 낮춰부르시더라구요.
전혀 노래에 여유가 없고 급하게 서둘기만 하는 모습이였습니다.
처음엔 노래가 바뀌었나 했는데 이후에 The Way Back에서도 그러시더라구요.
한참 절정으로 빠져들때 찬물끼얹는 느낌이였죠.
아무튼 갑자기 음을 낮추었다기보다는 작정하고 그렇게 부른 느낌이였는데요, 오늘 컨디션이 많이 안좋았는지....
하지만 역시... 이제는 조지킬이 아니라 조하이드!
First Transformation/ Alive에서는 더욱 파워풀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하이드가 등장했습니다.
앞에서 뭐가 나왔는지 생각없게 만들더군요.
이제 누가 조승우에게 지킬같은 하이드라고 하겠습니까.
이전에서는 하이드가 너무 멋있다는(그래도 악의 상징인데 너무 신사적인) 느낌이였다면 이번엔 적당히 야비하고 악랄한 이미지도 잘 표현된 느낌이였습니다.
그래도 연구를 한게야~ ^^
1막 마지막의 불타오르는 장면에서 미쳐날뛰는 하이드는 "더이상은 없지 않을까?"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습니다.
His Work and Nothing More/
제가 제일 좋아하는 넘버인데요, 97년판도 한국어판도 다 좋아합니다.
여기서는 결말이 비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암시가 강하게 걸려있는데요,
벗어나려하지만 어쩔수 없이 지옥으로 스며드는, 발버둥치지조차 못하는 지킬의 모습이 연상됩니다.
몇번을 들어도 소름이 돋죠.
다만 한국어판의 아쉬움은 김소현씨의 성량이 좀 작아서 후반부에 압도하지를 못한다는 것인데요,
뭐 어쩔수 없는 아쉬움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연에서는 어터슨씨 목소리가 쫘악 깔리면서 시작이 아주 좋았고 이석씨도 번역상의 애매했던 부분을 대사로 처리해주시면서 전개도 좋았습니다.
마지막에 "기도하네~"부분에서 앨범에서는 합창이 정말 소름끼치게 확 뿌려지는데 비해 공연에서는 좀 약했습니다.
김소현씨도 역시 고음부분에서 힘있게 끌어가지 못하시고 그냥 놓아버리셔서 마무리는 아쉬웠지요.
이 넘버 끝나고는 정말 다들 후딱 빠지시더군요. 여운을 좀 더 남겼으면 하는것이 개인적인 취향입니다만.
Sympathy, Tenderness/Someone Like You
최정원 루시는 그냥 무난하고, 소냐 루시는 파워는 넘치지만 듀엣에서는 파트너 목소리를 흩어버린다는 것이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김선영 루시는...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Bring On The Man에서는 정말 좋았거든요.
근데 여기서는 아직 자기노래라는 느낌이 안오더라구요.
뭔가.. 이것일까 저것일까 하는 망설임이 느껴져요.
극에 몰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소냐에 시원시원함에 익숙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에 다시 보리라~ 생각했습니다.
내용에서는 재밌는 점들이 발견되는데요,
루시는 지킬에게라기 보다는 지킬이 가지고 있는 (가사대로)친절하고 상냥하고 안정된 부분에 끌리고 사랑하게됩니다. 마치 아버지같은 사람이죠.
반면 지킬에게서 엠마는 어머니 같은 존재. 언제든 안아주고 기다려주죠.
엠마는 아버지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하죠. 그리고 지킬에게서 여자로서의 자신을 찾고자 합니다.
다들 서로에게 원하는것이 묘하게 엇갈려 있지요.
그리고 Alive(Reprise)
앞에서 얘기했지만 하이드가 미쳐 날뛰더군요.
특히 주교에 몸에 석유(겠지요?)를 뿌리는 장면에서 엄청 과격하게 흔들어 대는 것이 핫셀호프 아저씨는 저리가라요, '미치지 않고서는....'이라는 생각밖엔 안들어요.
관객을 완전히 극속으로 끌어다 던지는 조하이드의 능력에 감탄할 뿐입니다.
그리고 불쑈로 마무리, 1막 끝
Murder, Murder/
두번째로 싫어하는 넘버입니다.
특히 우산가지고 장난치는건 브로드웨이판에서도 짜증까지납니다.
근데 달라진 앙상블팀은 풍부한 성량과 완벽한 화음, 그리고 박진감 넘치는 전개로
"살인, 살인... 주교가 살해당했대" 라는 가사가 유치하다는 생각을 할 여유를 안주었습니다.
앙상블팀, 정말 연습많이하셨습니다. 브라보~
Once Upon A Dream/
김소현씨의 노래는 여러가지 약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싫지가 않은 이유는 뭘까요?
들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Obsession/
'하이드의 삶의 대한 사랑은 너무나 놀랍다' 라는 구절이 인상깊지요.
극의 전체내용을 굉장히 여러가지로 해석하게 만들어요. 얘기가 길어지니 나중에...
In His Eyes/
소냐씨는 너무 자기소리에만 열중하셔서 김소현씨는 힘들게 따라간다는 느낌이였는데요,
김선영씨는 소리를 낼때라랑 죽일때를 확실히 조율해 주시더군요.
정말 멋졌습니다만, 김선영씨의 솔로파트에선 아직 뭔가가 부족한 것이...
Dangerous Game/
이건 정말 최고였습니다.
조 하이드는 약간 흥분된 상태인듯, 소리가 좀 컸습니다만 선영루시가 완벽하게 호흡을 맞춰줍니다.
개인적으론 오늘 공연에서 최고의 장면.
The Way Back/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던가. 오늘은 지킬은 정녕 안된단 말인가...
간절한 지킬의 마지막 발버둥인데 음색도 파워도 하이드.
97년도 앨범의 지킬역의 밥 쿠치올리는 제가 생각했던 지킬과 하이드를 완벽하게 나누고있는데요,
나약해보이는 듯하지만 강하게 집착하고 그러면서도 망설이는 지킬.
반면에 조지킬은 젊고 당당하고 자신감넘치죠.
배우의 해석이겠지만 30대 중반의 조승우라면 반드시 다르게 해석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무튼 여기서 조지킬은 하이드와 맞장이라도 뜰 분위기에 호흡은 여전히 짧고 치고 나가는 부분은 한수 접고 나가고...아쉬울 따름입니다.
A New Life/
루시 넘버중에선 제일 아름다운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영 루시는 시작 음정이 다소 높았구요, 반주테잎에 끌려다니는 느낌이라 아쉬웠습니다.
브로드웨이처럼 라이브 오케스트라라면 연기자가 좀더 많은 선택을 가질텐데요.
감정에 빠질만하면 다음으로 다음으로 여유없이 넘어가는 무심한 테입.
97년부터 음악이 대폭 빨라져서 박진감, 긴장감은 좋아졌는데, 이걸 반주로 틀다보니 배우들이 끌려다니고 조급해하는 느낌이 없을 수가 없었습니다.
Confrontation/
지킬앤 하이드, 바로 그자체죠.
악보만 가지고 보면 도저히 말도 안되죠.
한사람이 전혀 다른 두사람의 음색을 낸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특히 호흡이 정말 어렵습니다.("아냐~"만 없어도 어떻게 되겠구만)
하지만 이곡때문에 지킬앤 하이드는 만년의 생명력을 얻습니다.
정말 배우에 따라서 전혀 다른 공연이 되니까요.
조 하이드는 멋졌습니다. 다만 지킬이 없었죠.
1막에서 하이드로 변한 다음부터는 조승우씨는 폭주하는 듯 합니다.
폭발적인 하이드는 만들어냈지만 돌아오질 못했죠.
줄창 큰소리로, 줄창 하이드인 채로였습니다.
아마도 조승우씨 개인적으로도 오늘 공연을 가장 아쉬워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Facade Reprise 4/
이건 한번도 제대로 들어본적이 없는 노랜데, 이렇게까지 멋질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정말 끝까지 놀라게 하는 앙상블 팀입니다.
전체적으로 좋은 공연이였습니다만 조승우씨는 너무 아쉬웠고, 김선영씨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인 극은 짜임새가 좋아졌고, 앙상블이나 조연들이 잘 받쳐주고 있습니다.
그런 부분들이 보다 한국적인 지킬앤 하이드에 한발 다가서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카페 게시글
이런저런 주절주절
드디어 봤다~ 지킬
안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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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38
05.01.01 15:22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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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you win~너앞에서 이제 뮤지컬의 "뮤"짜도 안꺼내야쥐.ㅋㅋㅋ
바다야~~ 잘 읽었어~~ 역쉬~~섬세하군~~ㅋㅋㅋ
-0- 이야 이렇게까지 생각하면서 보셨군요
어제 봤는데요, 저도 생각보다는 실망한 부분이 있었어요.특히 조승우씨가 굉장히 힘겨워하는듯.영화촬영이 겹쳐서 그런가? 제가본 공연은 1월 1일 공연이라 31일 공연의 피로때문인지 불안정한 음색이 많이 거슬렸습니다 -.-;; 그.러.나. 카리스마는 멋져요@.@ 오빠 말처럼 앙상블팀은 의외의 수확, 소름 쫙~!!
다음에 같이 보자, 얘들아~
조지킬이 아닌, 조하이드의 매력은 정말이지.......오오~~~~ *.* (빠질 수 밖에 없는 배우라는.... -_- )
제 친구가 갔다와서 찾아보니 80년생이더군요. ㅠ.ㅠ 흐읍~(침닦는 소리^^) 예뻐해줘브러~~ㅎㅎ
핑목소리 생각난다......으~~~ㅋㅋㅋ
저두 이거 봤는데.. 저는 워낙 조승우-지킬앤하이드에 대한 기대를 오히려 안해서 생각보다 노래를 너무나 잘 부르는데 놀랐는데.. 전체적으로 좋왔습니다.. 글구, OST CD보다두 잘 부르던데..
지난 여름공연의 류지킬, 이번의 민지킬 서지킬을 보지 못해서 비교는 못하겠지만 내가 본(04/12/26) 조지킬은 놀라움었어.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confrontation에서 지킬과 하이드의 음색변화가 좀 더 분명했었더라면... 하는거였는데 사실 이번공연이 조승우에게는 무리가 있지 않았을까 해.
내가 듣기론 지킬앤하이드를 두차례 공연하는걸로 라이센스를 받았다고 하던데, 아무리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하더라도 12월에 재공연 들어간건 무리였지. 그리고 무엇보다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다시 하다니... 오디뮤지컬컴퍼니는 미친게 분명한게야.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