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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희의 주권찾기] 원리금 회수도 못하는 대미 투자 -총체적 대미종속합의,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원리금 회수도 못하는 대미 투자
- 총체적 대미종속합의,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정성희 소통과혁신연구소 소장
한미 정상 합의와 그 후속 조치가 한국 경제·산업·기술·일자리-안보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은 단순히 ‘선방이다, 대안 있나?’라는 식으로 치부될 수 없다. 정부가 강조하는 자동차 관세 인하와 단기적 회피 수단 뒤에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종속과 민생 파탄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세계 패권 고수를 위한 미국 중심의 투자·산업·기술·안보 체계를 강화하느라 한국의 정책 자율성을 저당 잡히고, 국내 산업 공동화로 청년들의 일자리를 빼앗기며, 국민연금까지 환율 방어에 쏟아부어 노후 대책까지 말살하는 등 국민 모두의 부담과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미 투자: 산업·기술·일자리 강탈, 원리금 회수 불가
이번 합의의 핵심은 대규모 대미 투자이다. 정부는 최대 3,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함으로써 자동차 관세 인하를 확보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는 단순 관세 회피 차원이 아니라 국가 산업 기반 공동화 위험을 내포한다. 관세 25% 적용 시 한국 자동차 산업은 생산 20만 대 감소, 일자리 감소의 충격을 받는다. 이는 단기 재정 투입과 수출시장 다변화로 어느 정도 완충 가능하다. 그러나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그대로 집행하면, 전혀 다른 차원의 구조적 위험을 초래한다.
2024년 기준 한국의 대미 수출 의존도는 18.0%, 10대 품목 비중은 70%를 초과하며 특정 산업과 기업에 편중돼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 대규모 해외 투자 강제는 설비·기술·인력의 미국 이전을 수반하며 사실상의 제2의 산업 공동화를 피할 수 없다. 또 이번 MOU는 ‘투자’라기보다 상납이자 조공에 다름아니다. 투자 의사 결정권은 미국이 독점하며, 한국은 협의만 한다. 투자위원회 위원장은 미국 상무장관이 맡고, 한국은 돈을 대면서도 실질적 결정권을 전혀 갖지 못한다.
SPV(특수목적법인) 구조에서는 부도 시 미국 책임은 없고, 청산 시 미국이 우선 회수한다. 한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이자와 배분권 상실, 캐치업 금액(원래 내야 할 돈이 있었는데, 어떤 이유로 제때 못 냈거나, 기준이 바뀌어서 더 내야 하게 됐을 때, 그 차이를 메우기 위해 추가로 부담하는 금액)으로 미국 몫 우선 회수, 관세 보복까지 당한다. 이는 사실상 거부할 자유 없는 선택을 강요하는 노예계약이다.
수익 배분 구조 또한 지극히 비정상적이다. 초기 50:50에서 이후 90:10까지 미국이 수익을 가져가며, 미국은 투자금을 부담하지 않고 최대 이익을 확보한다. OECD 기준 연 6~12% 산업단지·국제 PF 투자 수익률을 적용할 경우, 원금 회수 기간은 연 6% 수익 기준 약 33년, 10% 수익 기준 약 20년이다. 연 5% 이자까지 감안할 경우, 원리금 회수는 이보다 훨씬 더 길어진다. 이는 한국 산업 기반과 재정을 약화하는 미국 경제에 장기간 묶는 위험을 내포하고, 결국 원리금도 회수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대미 투자, 수익 배분 5:5 기준 원리금 회수 기간(OECD 기준 연 수익 6~12% 가정)
| 연간 수익률 | 수익(100 기준) | 한국 몫(50%) | 연간 회수액 | 원금 회수 |
| 6% | 6 | 3 | 3 | 33년 |
| 8% | 8 | 4 | 4 | 25년 |
| 10% | 10 | 5 | 5 | 20년 |
| 12% | 12 | 6 | 6 | 17년 |
재벌 중심 ‘국익’ 왜곡과 산업 공동화, 중소기업 위축, 청년실업 양산
합의는 재벌 대기업 중심 전략을 강화하며, 국내 산업 공동화 위험을 심화시킨다. 현대·기아차와 조선 대기업은 이미 미국 내 생산 확대를 결정했고, 국내 생산기지는 점차 축소되고 있다. 정부는 이들의 미국 내 이익을 지키기 위해 국민 재정 투입을 계획한다.
결과적으로 국내 제조업 중심 지역은 산업 공동화 위험에 직면하며, 중소 부품업체는 공급망 붕괴와 사업 기반 약화 위험을 안게 된다. 산업 전략이 미국 생산 거점을 중심으로 설계되면서 한국 기업과 중소업체는 구조적으로 종속된다. 미국과 재벌 대기업의 성장 전략은 강화되고, 국내 경제 전반 부담은 커진다. 고용, 투자, 세금 기반 약화는 지역 경제와 노동시장에 장기적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10대 제조업(반도체, 자동차, 조선, 2차전지 등)이 국내 설비투자 및 고용의 큰 축을 담당해왔는데, 이들의 국내 설비 위축은 한국 GDP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 설비투자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2025년 10월 고용동향에서 15~29세 청년 고용 인구가 전년 대비 163,000명 감소했다. 2025년 10월 청년 고용률은 44.6%로 18개월 연속 하락했다.
지금 한국은 청년층 취업난, 비정규직 확대, 양극화 구조 등의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만약 제조업의 해외 이전이 본격화한다면 청년들을 포함한 신규 취업 수요가 더욱 충족되지 않을 것이다. 공식 실업자 외에도 “더 일하고 싶지만 현재 일자리가 없거나 단시간 근로 중인 청년”을 포함한 청년 확장실업률이 16%대에 이르고 있다는 통계는, 많은 청년이 안정된 일자리를 얻지 못하거나 구직을 단념했음을 말해준다.
외환·재정·금융 구조 불안, 국민연금으로 환율 방어?
대미 투자 기금 운용 과정에서 외환 보유액 감소 위험은 현실적이다. 연간 150억 달러 송금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달러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한국은 달러를 빌려 달러를 주는 달러 부채 국가로 전환한다. IMF 위기 당시 수준까지 외환보유액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관세 충격, 산업 공동화, 대규모 외화 유출은 한국 경제에 트리플 충격으로 작용한다. 제조업 중심 지역 경제와 고용 기반을 구조적으로 흔들며, 경남·울산·전북 등 제조업 도시들은 이미 인구 감소 추세에 있어 도시 붕괴 위험까지 내포한다.
최근 환율이 1달러=약 1,470원까지 뛰고 있다. 이 같은 원화 가치 하락의 원인은 미국과 한국의 금리 차이(미국 4.0%, 한국 2.5%)로 달러 자산 선호가 증가한 데 있다. 또 한국 기업과 개인의 대규모 해외 투자와 외국인 국내 투자 부족으로 순자본 유출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번 한미 정상 합의로 대규모 미국 투자를 약속하면서 국내 자본 유출이나 달러 비축을 촉발하여 더욱 악화시켰다.
정부가 수천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함으로써 한국 경제는 미국 중심 구조에 종속되었고, 그 결과 환율 급등, 서민 생활비 증가, 경제 성장률 하락, 중소기업 경영 위기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가 원화 가치 하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연금을 활용하려 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서민들의 노후 자금으로, 이를 외환 방어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국민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다.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국민연금을 재벌 대기업 지원, 예컨대 삼성 합병 용도로 활용했던 행태와 유사하다. 국민연금은 정권의 정치적·외환 위기 탈출용 자금이 될 수 없다. 국민연금을 환율 방어용으로 사용하는 계획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아울러 한미 정상회담 합의는 재검토·재협상이 필요하며, 정부가 초래한 외환 위기를 국민에게 전가해서는 결코 안 된다.
환율 상승 현황(미국 달러=한국 원화)
| 2020년 | 팬데믹 충격 → 글로벌 통화 혼란 속에서 약 1,200원대 후반~1,250원대로 환율 상승 |
| 2021년 | 변동성 지속, 연중 1,085원대 최저 → 1,200원대 중반 최고, 연평균 약 1,145원대 |
| 2022년 | 글로벌 달러 강세 + 금리 인상국면 반영 — 1,250~1,300원대 환율 상승 |
| 2023년 | 비교적 안정 속 약 1,300원대 중·후반 유지 |
| 2024년 | 달러 강세 지속, 원화 약세, 연말 근접 시점에 1,440~1,460원대 기록 |
| 2025년 | 2025년 11월 기준 약 1,465~1,470원대 변동 중 |
규제·경제 주권 상실과 기술 종속
규제와 경제 주권 상실, 기술 종속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한국은 산업, 기술, 플랫폼, 데이터 분야에서 자주적 규제권을 상실하고, 기술 종속 상태에 놓였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안전 및 배출 기준이 완화되어, 미국 기준을 충족하는 차량은 한국 시장에 자동으로 진입이 가능하다. 정부나 제도에서 정해 놓았던 ‘특정 제조사에 대한 최대 제한선(캡)’이 없어지는 제조사 상한이 폐지되고, 미국 제출 서류만으로 배출가스 인증을 통과할 수 있다.
디지털·플랫폼 분야에서는 미국 기업 차별 금지가 적용되고 국내 망 사용료 요구가 무력화되어 한국 통신사와 소비자의 비용 부담이 증가하게 되었다. 국내 플랫폼 경쟁력은 약화되고 미국을 대표하는 초대형 기술기업군, 빅테크의 독점이 심화된다. 온라인 플랫폼 규제도 포기되어 알고리즘 투명성과 과도한 수수료 규제가 무력화된다. 광고 단가 폭등과 배달·전자상거래 수수료 상승으로 중소상공인과 소비자 피해가 확대될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정보와 데이터의 해외 반출이 허용되어 위치 정보, 재보험, 개인정보 등이 미국 자본에 활용되게 되었다. 자율주행과 디지털 트윈 등 안보 관련 데이터의 통제도 약화된다. 미국식 지적재산권이 강화되어 특허 기간이 연장되고 로열티가 폭등하며 한국 기술기업의 비용 부담이 증가하고 기술 주권은 약화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산업과 기술 기반은 미국 중심 글로벌 규범과 제국주의 독점자본의 전략에 종속되며, 국민 경제에 대한 부담이 대폭 증가할 것임이 자명하다.
자주국방? 안보의 전략적 자율성 후퇴, 군사 예속성 강화
최근 한미 간 안보 협력 구조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이 축소되고 군사적 예속성이 심화되는 현상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정부는 이를 ‘동맹 현대화’라고 설명하지만, 그 실질은 한국의 안보 주권을 제한하고 미국 중심의 군사 전략에 더욱 깊이 편입시키는 방향으로 귀결되고 있다.
첫째, 동맹 현대화의 핵심 축으로 제시된 ‘핵·재래식 통합(CNI)’ 체계 구축은 한국이 미국의 핵 운용 기획에 보다 긴밀하게 연동되는 구조를 의미한다. 핵 작전지침 수립 과정에서 한국의 발언권은 제한적인 반면, 미국의 전략적 판단이 정책 결정의 중심이 되는 경향이 강화된다. 여기에 더해 공동성명에 등장한 ‘양안 문제(대만 문제)’ 관련 문구는 한미 동맹의 지리적 범위를 한반도에서 대만해협과 동아시아 전반으로 사실상 확장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는 주한미군의 임무 범위와 태세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을 높이며, 한국이 미중 전략 경쟁의 최전선에 배치될 위험을 확대한다.
둘째, 국방비와 방위비 분담의 급격한 확대 역시 군사적 예속성을 구조화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국방비는 GDP 대비 2.6% 수준에서 3.5%로 증가하는 것으로 제시됐으며, 이는 단순 계산으로도 연간 약 23조 원의 증액을 뜻한다. 또한 한국은 2030년까지 미국산 무기 250억 달러 구매 약속을 사실상 수용했고, 방위비 분담금 역시 330억 달러 수준에서 합의가 사실상 성립된 상태이다. 이러한 구조는 한국의 무기체계와 전력구조가 미국산에 더욱 종속되도록 만들며, 장기적으로는 독자적 국방전략 수립 능력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셋째, 전작권 전환 문제는 자주국방의 핵심 지표임에도, 여전히 ‘조건부 전환’ 체제가 유지되면서 실질적 회복은 사실상 후퇴하고 있다. 더구나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이 확대되면서 주한미군이 한반도 방어에 국한되지 않고 역외작전까지 수행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지고 있다. 이는 주한미군의 역할이 한국의 방어보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수행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을 높여, 결과적으로 한국의 안보 정책 결정권을 더욱 제한하는 요인이 된다.
넷째, 대북정책에서도 전략적 후퇴가 나타나고 있다. 공동문서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문구가 재등장하고, 한때 논의되던 END(확장억제 분명화·구조화) 구상이 반영되지 않으면서 북미 대화의 모멘텀을 회복할 기회가 상실되고 있다. 이는 긴장 완화와 단계적 신뢰 구축이라는 과거의 접근을 버리고, 압박 중심 전략으로 회귀하는 흐름으로 이어진다.
다섯째, 핵잠수함 건조 문제에서도 한국의 자율권은 사실상 봉쇄됐다. 기술 이전·연료 문제·협정 제한 등 복합적 제약이 유지되면서 한국이 독자적으로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길은 구조적으로 막혀 있다. 동시에 한미원자력협정(소위 ‘123 협정’)의 틀은 변경되지 않았고, 한국이 핵연료 주기나 재처리 분야에서 실질적 기술·법적 권한을 확대하는 것도 제약받고 있다.
이 모든 요소는 종합적으로 한국의 안보 주권과 전략적 자율성이 후퇴하고, 한미동맹 구조의 불균형이 더욱 심화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명목상 ‘동맹 강화’로 포장되고 있으나, 실제로는 미국의 전략 구도에 한국의 군사·산업·외교 구조가 더욱 깊게 결박되는 흐름이다. 이러한 변화는 장기적으로 한국이 독자적 외교안보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할 능력을 제약하며,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되는 동아시아 정세 속에서 정책 선택의 폭을 좁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막았다는 미국 수입 농축산물은 어디 있나? 식량 주권 약화
최근 합의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 규제의 상당 부분을 완화하기로 결정한 것은 단순한 무역 조정이 아니라, 한국 농업의 구조적 기반과 식량 주권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그 핵심에는 LMO(유전자변형생물체) 규제 수용, 과일류 검역 완화,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허용 확대라는 세 가지 축이 자리하고 있다.
첫째, 유전자변형생물체(LMO) 관련 규제를 대폭 수용한 조치는 한국의 식품 안전 체계를 약화시키는 직접적 요인이다. 미국은 LMO 콩·옥수수·유채 등 주요 작물에서 세계 최대 수출국이며, 한국은 이미 사료의 약 70%를 GMO 원료에 의존하고 있는 구조이다. 이번 합의를 통해 미국산 LMO 농산물의 수입 절차가 간소화될 경우, 국내 식품 제조업체와 사료 산업이 더욱 강하게 미국산 원료에 종속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는 식량 자급 기반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국내 소비자들이 LMO 식품을 선택·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실질적으로 축소될 위험을 내포한다.
둘째, 과일류 검역 기준 완화는 미국산 과일의 대량 유입을 촉진해 국내 과수 산업을 직접적으로 타격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이미 오렌지, 체리, 포도, 블루베리 등 주요 과일류에서 강력한 수출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검역 완화는 수입 단가 하락과 물량 증가로 이어져 국내 농가의 가격 경쟁력을 급격히 떨어뜨릴 것이다. 특히 한국은 사과·배·감귤 등 지역 기반 과수 농가가 많은데, 미국산 저가·대량 과일이 시장을 점유할 경우 지역 경제 전반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셋째,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규제 완화는 광우병(BSE) 위험 관리 체계를 약화시키는 동시에, 국내 축산농가의 생존 기반을 위협한다. 과거 한국은 광우병 위험을 고려해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제한해왔으나, 이번 합의는 미국의 요구를 사실상 대폭 수용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이는 미국산 쇠고기의 시장 점유율을 급격히 확대시키고, 국내 한우 산업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미국의 대형 축산기업은 대규모 저비용 생산이 가능해, 시장 점유율을 장악할 경우 한국 축산농가가 버티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된다.
이와 같은 규제 완화는 단기적으로는 미국과의 통상 마찰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한국의 식량 자급률을 더욱 하락시키고, 농민의 생존권을 약화시키며, 식량 공급망의 해외 의존도를 심화시키는 위험을 초래한다. 한국의 식량 자급률은 이미 곡물 기준 20% 이하, 식량작물 기준 45%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OECD 평균(약 60~80%)보다 크게 낮은 상태이다. 규제 완화로 미국산 농축산물 비중이 확대될 경우 자급 기반이 더 축소되고, 식량 주권은 한층 더 취약해질 수 있다.
결국 이번 합의는 미국산 농·축산물의 국내 시장 진입을 대폭 허용함으로써, 한국 농업 구조를 흔들고 식량 공급을 의존형으로 고착시키는 방향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국내 농민의 생존권, 지역 농업경제, 국민의 식품 안전, 국가의 식량 주권 등 다양한 영역에서 중대한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해당 합의는 철저히 재검토되어야 하며, 식량 안보와 농업 주권 관점에서 명확한 대응 전략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대응 전략: 법적·사회적 압력과 재협상 필요
대응 전략은 법적 검증, 사회적 압력, 외교적 재협상이라는 세 축에서 체계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우선 국회에 제출된 한미 전략적 투자 공사 설립 관련 법안은 구조와 절차 전반을 정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투자 결정 과정의 투명성, 위험 관리 장치의 충분성, 외환시장 변동성과 금융 안정성에 미칠 영향을 세밀히 분석하는 것이 핵심이다.
산업·안보·농업 부문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응도 병행해야 한다. 국내 산업과 일자리 안정성을 유지하고, 핵심 기술과 R&D 역량이 외부 압력에 의해 약화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농업 분야 역시 경쟁 심화와 외부 자본 유입으로 인한 구조적 피해가 확대되지 않도록 정교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시민사회 차원의 교육·홍보 활동도 필수적이다. 투자 법안과 한미 합의의 실제 내용, 구조적 위험, 사회·경제적 영향 등을 시민이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팩트시트, 카드뉴스, 지역 토론회, 공동 행동 등을 활용해 사회적 인식 기반을 넓혀야 한다. 이를 통해 법안 심사 과정에 시민 참여를 제도적으로 유도하는 것이 가능하다.
외교적 대응에서도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단기적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국가 전략과 산업 주권을 우선 조건으로 두어 합의 문안을 재평가하고 재협상을 추진해야 한다. 이번 합의와 후속 MOU, 투자 특별법 추진은 산업·안보·농업 전반에서 구조적 종속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정부와 국회는 이를 철저히 분석하고 필요한 경우 조건을 조정해야 한다.
국회와 시민사회는 국민 참여형 공개 심사와 토론을 통해 합의와 법안의 위험성과 불평등 구조를 구체적으로 드러내야 한다. 또한 미국 연방 대법원의 관세 판결, 미중 간 전술적 완화 기류 등 국제 환경 변화를 활용해 시간을 확보하고 법안과 합의 전반을 재평가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재검토 과정에서 정부와 국회는 대미 외교적 부담보다 장기적 국가 이익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경제 측면에서는 불평등한 합의 구조에 의존하지 않고, 대미 투자 의존도를 낮추는 다변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평화협력 기반을 복원하고 북방경제 등 새로운 경제 지평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이러한 경제·외교 대안이 마련된 이후, 국민과 국회의 충분한 검증을 통해 이번 한미 합의가 산업·안보·농업·기술 주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불평등 구조를 내포하고 있음이 확인된다면, 합의를 파기하는 것이 타당한 선택이다. 단기적 외교 체면보다 장기적 국가 주권과 이익을 우선하는 것이 국민과 국가에 이로운 결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