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김일연목사
하나님의 열정!
빨강 보리수 따며
활짝 웃던 텃밭에서
아이들을 품고 기도합니다
연날리기, 기차놀이
축구, 야구, 굴렁쇠 굴리던
생태공원에서 기도합니다
메뚜기 잡던
대산 체육공원 언덕에서
도시로 떠나간 아이들을
묵상하며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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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김일연목사
쏟아지는 장대비
머리가 젖고
등에 맨 책보자기 적시고
어린 생을 푹 적셨다
집 앞 하천
큰물 구경
쏟아지는 폭포
빙빙 도는 물줄기
그해는 비가 참 많이 내렸다
논둑이 무너지고
나무가 쓰러지고
담장이 무너졌다
타작 때를 놓친
학교 앞 보리 낟가리
새파랗게 싹이 돋아나고
숙제보다 더 걱정하던 여름
그해는 비가
참 많이 내렸다
천막 극장 영화에도
온통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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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서 4Km 떨어진 초등학교 교문 주변!
누구 집의 보리 낟가리인지는 알 수 없지만
등교할 때마다 걱정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좋은 포장이 있어 잘 덮었으면
보리싹이 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1970년대 초반, 가난한 농촌이라 멍석을 펴고 곡식 말리던 때라
좋은 포장 하나 없었고,
애써 지은 보리농사를 계속되는 장마에 방치하다가
보리 낟가리 전체가 싹이 나고
결국 거름이 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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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국수
김일연목사
소풀 베고
논매고 집에 오면
마당에 엎드려
등목을 한다
찬물바가지
등에 부으면
푸우 푸우
앗 차가워!
등골 냉기에
계절을 잊고
멍석 펴고
둘러앉아
별을 먹고
달을 먹고
어머니 눈물
가족 사랑을 먹는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