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의 의미
여덟 가지 이야기전
음식은 특정문화의 정체성을 대변하면서도 다양한 형태의 혼합과 변형 속에 새로운 문화적 현상을 야기시킨다.
이번 전시는 이유정, 김계현, 김영섭, 김시하, 김기라, 한윤정, Barbara Caveng, 송지혜 등 8명의 작가들이
음식과 관련된 자전적 경험을 토대로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글 | 이문자 편집장
[2009. 10. 15 - 12. 27 고양아람미술관]
[고양아람누리미술관]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마두동 816, 817번지 T.031-960-0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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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는 자연으로부터 수확한 재료에 인간의 문화를 가미시켜, 지역마다 나라마다 특색 있는 음식문화를 만들어준다. 그리고 음식은 특정문화의 정체성을 대변하면서도 다양한 형태의 혼합과 변형 속에 새로운 문화적 현상을 야기시킨다. 이번 전시는 이유정, 김계현, 김영섭, 김시하, 김기라, 한윤정, Barbara Caveng, 송지혜 등 8명의 작가들이 음식과 관련된 자전적 경험을 토대로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유정의 <바벨탑>연작은 덧없는 인간의 욕망을 조금만 지나치면 무너져버릴 것 같은 아슬아슬한 공든 탑의 형상으로 그려지며, <팥빙수>는 마치 달팽이의 집과 같은 형상을 하고 있는데 그것은 한없이 약한 미물로 보이는 달팽이가 아등바등 화려한 욕망의 또아리를 틀어 올리는 모습으로 이어진다. 김계현의 조립아트는 작품의 영구적 보존의 특성에 구애 받지 않고 조립과 해체를 반복하는 시대적 메커니즘을 반영하였으며, 팝 아트적 특성을 반영하면서도 그 조합에 따라 무한한 생성의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 한 걸음 더 앞서있다. 김영섭은 유학시절 언어가 주는 단절과 고립의 파장이 소리작업에 특별한 영향을 받아, 끊임없이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과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음향설치작업을 통하여 보여주고 있다. 김시하의 식탁 위에 화려한 음식들은 유혹적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다가서면 날카로운 유리파편에 상처를 입게 된다. 그 달콤함은 위를 채울 수도 또 다른 충족을 주지도 못한다. 식욕이 생명연장을 위하여 먹고자 하는 욕구를 알려주는 최초의 인상이듯, 다양한 욕구는 채워짐과 만족을 기대한다.
이유정, 바벨탑3_캔버스에 아크릴릭_130x162cm_2007
김계현,못 먹는 것은 눈에 보인다, 플라스틱, 가변크기, 2006
김영섭, gup!gup!gup!,스피커,스피커케이블,엠프,CD-player,5개채널작곡, 2008
김시하,Twinkle time, 혼합매체,224x240x180cm,2008
김기라, still life as phenomenon, 143x78cm,2007-2008
한윤정, 국수한입, 천에 아크릴릭, each 162x97cm, 2009
바바라 카뱅,MEAL691,라이트박스 및 혼합매체, 40x40x18cm,2000
송지혜 sily question 93cmx70cmx6cm 천에아크릴채색2겹 나무프레임과아크릴창문 2008-1
김기라의 ‘코카킬러’는 상징이나 은유보다는 단도직입적으로 대상과 맞닥뜨리는 것이 특징이다. 1950년대 맥도날드가 첫 선을 보인 후 코카콜라와 함께 패스트푸드는 표준화와 대량생산 시스템으로 일정한 품질유지가 가능해졌고 지구촌 어디에서나 맛볼 수 있는 음식이 되었다. 그리고 팝 아트는 미국문화를 지배하던 물질만능주의를 거부하기보다 오히려 그들의 미술을 위한 원재료로 선택했다. 한윤정은 하루에 한 번은 필연적으로 돌아오는 식사시간처럼 일상 속의 일들을 음미하며 작업으로 표현하였다. 핑크색 바탕에 그려진 국수 한입은 다정하면서도 감미로운 생명의 한입이 된다. 개인적인 취향과 감성이 충분히 드러나는 감성적인 음식이야기로 구성된 작품을 보여준다. 스위스 작가 Barbara Caveng의 ‘마지막 식사’는 사형수들이 형 집행 8시간 전에 마지막으로 먹는 식사를 찍은 사진이다. 사형 전에 이루어지는 식사의 전통은 죽은 자의 사후세계에 대한 두려움에 기원을 두고 있으며 고대로부터의 관습이다. 송지혜는 제사나 명절과 같이 우리민족에게 일상적이고 친근한 모임의 의미가 퇴색되어가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가까운 이들이 모여 함께 나누는 행복한 식사는 언제나 사람들을 한데 모아 하나의 전체로 만들고 대화에 활기를 주며 관습적인 불평등의 모서리를 완화시켜주는 잔치 기분을 점차로 확산시켜준다.
이번 전시는 일상중의 일상인 식사를 주제로 인간의 오감을 충분히 자극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어 있다. 작가와 요리전문가가 추천하는 볼만한 음식영화 상영 및 음식명소의 식사티켓이 주어지는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