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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간(反間)
남을 헐뜯는 말을 옮기거나, 훼방을 놓거나 하여 두 사람 사이가 멀어지도록 하는 일을 말한다.
反 : 배반할 반(又/2)
間 : 사이 간(門/4)
(유의어)
이간(離間)
이 성어는 아군을 이간시키려는 적의 음모를 거꾸로 이용하는 작전이다. 본디 손자병법에 나오는 36계 병법 가운데 33번째 반간계(反間計)에서 비롯한 말이다. 적의 첩자를 역 이용해 적의 동정을 살피거나 그 일을 하는사람, 간첩을 잡아서 역이용하는 말이다. 손자(孫子)의 용간편(用間篇)에 나오는 말이다.
보통 적국의 첩자를 역이용해 적의 책략과 반대되는 전략을 사용해 적을 교란시키는 뜻을 말하기도 하고 이간질 또는 이중간첩이라는 뜻도 있다. 반면 간첩은 자국(自國)의 비밀을 수집하여 대립 관계에 있는 다른 국가나 단체에 제공하며, 보통 한 국가만을 위해 활동하는 사람을 말한다.
손자(孫子)는 첩자 사용 방식을 5가지로 분류하였다. 향간(鄕間)은 적국의 백성을 포섭해 정보를 얻는 것이고, 내간(內間)은 적국의 관리를 매수해 정보를 빼내는 것이고, 반간(反間)은 적국의 간첩을 이용해 정보를 알아내는 것이고, 사간(死間)은 죽음을 각오하고 적국에 들어가 허위 사실을 퍼뜨려 적국을 교란시키는 것이고, 생간(生間)은 적국의 정보를 가지고 살아 돌아오는 것이다.
손자가 적국과의 전쟁 수행에 첩자 이용을 중시한 이유는 정보 수집이 무엇보다도 중요함을 알기 때문이며, 적국에 대한 정보가 때로는 적국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가하기 때문이다.
현대는 정보 전쟁 시대라고 할 정도로 정보의 필요성과 중요도가 절대적으로 대두되는 사회이다. 따라서 무력 전쟁이 아니라도 정보가 산업, 군사, 정치를 비롯하여 일상 생활에까지 미치는 영향력은 막대하다. 적으로부터 침투한 첩자는 반드시 색출하여, 후한 뇌물로 매수하거나 두터운 대접으로 회유하여 전향시킨 다음에 적에게 되돌려 보낸다.
이렇게 해서 아군이 반간(反間)을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반간(反間)을 통하여 적국의 상황을 탐지할 수 있으므로, 적국에 향간(鄕間 인간)과 내간(內間)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반간(反間)을 통하여 아군의 정보가 적에게 전달되므로,이는 사간(死間)을 적에게 침투시켜 허위정보를 제공하는 셈이 되며, 반간(反間)을 통하여 첩자간의 접선이 가능하므로, 생간(生間)으로 하여금 기일 내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해서 돌아가도록 할 수 있게 된다.
이상이 손자병법(孫子兵法) 용간편(用間篇)에 소개된 반간(反間)에 관한 설명이다. 반간(反間)이라 함은 적의 첩자를 역이용하는 것으로 이는 많은 병법서에서 이용되는 것으로, 딱히 삼십육계(三十六計)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삼십육계에서의 반간(反間)은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상대방을 스스로 의심하게 한다. 이때 상대방의 사람을 이용하면, 아군의 손실도 없다(疑中之疑, 比之自內, 不自失也)."
손자병법에서의 반간(反間)은 ‘확실히 우리 측으로 회유한 다음 적진에 돌려보내 우리측 첩자로 이용한다’는 개념으로 그 체계적인 이용에 관한 것까지 해설되어 있는 반면에, 삼십육계는 단순히 ‘적의 첩자를 역이용한다’는 개념만이 있을 뿐이다. 더군다나 거기에 어떠한 회유나 매수 같은 것도 없다. 어쨌거나 삼십육계에 소개된 반간계(反間計)에서의 반간(反間)은 적의 첩자를 회유나 매수 같은 것 없이, 적의 첩자를 역으로 속여서 그를 이용하는 것이다.
초한지(楚漢志)의 예를 살펴보자. 항우(項羽)에게 기가 질리도록 쫓겨다니기만 하다가 영양성에 갇혀버린 유방(劉邦)은, 진평(陳平)에게 책략을 구한다. 이에 진평이 계책을 올렸다. 그것은 바로 초(楚)나라에 첩자를 들여보내, 항우와 범증(范增), 종리매(鍾離昧)를 이간질시키는 것이었다. 유방이 이를 승인하여 진평은 첩자를 초(楚)나라에 보냈다.
그리하여 범증과 종리매는 수많은 공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항우가 논공행상을 제대로 해주지 않아, 불만을 품고 있다. 그래서 한(漢)나라와 내통하여 초나라를 무너뜨릴 생각을 갖고 있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이에 항우는 이들에 대해 의심을 품게 되었다. 그러나 좌우에 이 이간계(離間計)에 넘어가서는 안된다는 진언이 있어, 항우는 의심을 풀었다. 그리고는 한층 더 격렬하게 영양성을 공격했다.
이에 장량(張良)과 진평(陳平)이 계책을 올린다. 이번에는 항우에게 화친을 청하자는 것이었다. 유방이 화친을 청하자, 항우는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였다. 그래서 사신을 보내 결정 사항을 통보하겠다고 말했다. 영양성의 허실을 확인해 보고 나서 판단을 내릴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항우는 자신의 총희(寵姬)인 우미인(虞美人)의 오라비인 우자기(虞子期)를 사신으로 보낸다.
우자기가 사신으로 오자 장량과 진평은 극진히 우자기를 대접했다. 호화로운 객사에서 온갖 산해진미를 대접하며 이렇게 말을 꺼냈다. “범증 군사(軍使)께서는 안녕하시옵니까. 오늘은 무슨 일로 이렇게 귀공을 보내셨소이까.” 이에 우자기가 대답했다. “나는 범증 군사가 보낸 사람이 아니고, 항왕(項王)의 사신이오.”
이 말을 듣자 장량과 진평은 크게 놀라며 낯빛을 바꾸고는 우자기에게 말했다. “그러면 당신은 범증 군사가 보낸 밀사가 아니고, 항왕의 사신이란 말이오?” 그러고는 사람을 불러 우자기를 다른 곳으로 안내했다. 그 곳은 아주 초라하고 대접도 형편이 없는 곳이었다. 우자기의 보고를 받은 항우는 범증에 대한 의심을 굳히고 범증을 쫓아내고 만다.
초한지(楚漢志)에서 가장 기량이 뛰어난 군사인 범증을 잃은 항우가 후에 어떻게 되는지는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것이 초한지에서 묘사되는 진평의 반간계(反間計)이지만 중간중간 억지스러운 전개가 꽤나 많이 보인다. 도대체가 밀사와 사신을 구별하지 못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어쨌거나 진평이 우자기를 역으로 이용한 것이 삼십육계의 반간계(反間計)에 가장 근접한 예라는 것은 사실이다.
흔히 역사서나 역사소설에서도 반간(反間)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는데, 많은 경우가 사간과 혼동하고 있다. 어찌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진에 투입되어 허위정보를 퍼뜨리는 첩자를 흔히 반간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손자병법의 용어가 모든 병법의 기본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알아두라는 의미로 언급해 둔다.
한국 현대사에서 대표적인 이중간첩 사건은 1967년 3월 22일, 판문점에서 열린 군사정전위원회를 취재하다가 위장 귀순한 북한 조선중앙통신사 부사장 이수근(李穗根) 사건이다. 이수근은 자신의 정체가 발각되자 베트남의 호찌민에서 북한으로 귀환하려다가 체포되었으며, 결국 1969년 7월 3일 사형당하였다.
반간(反間)
손자병법 용간편에는 “반간이란 적의 간첩을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고 되어 있다. 두목(杜牧)은 이에 대해 다음의 설명을 덧붙였다. 적의 간첩이 우리의 정황을 살피러 오는 것을 우리 쪽에서 반드시 먼저 알아 뇌물로 유혹함으로써 도리어 우리를 위해 활용한다. 또는 눈치채지 못한 척하면서 거짓 정보를 흘려주는 것도 적의 간첩을 활용하는 것이 된다.
36계 제33계에서는 “반간이란 적의 간첩으로 하여 간첩 활동을 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적을 속이는 수단에다 또 한 겹의 ‘미로’ 내지는 ‘연막’을 설치하여 적진 내부의 간첩을 우리 일을 돕는 쪽으로 이용하면, 자신을 효과적으로 보전하고 승리를 쟁취할 수 있다고 했다.
반간계의 수단은 가짜와 진짜를 혼란 시키는 것이다. 이는 다음의 두 가지 방면을 포함한다. 첫째 적의 간첩을 발견하거나 체포한 후 공개적으로 심문하지 않고 은밀하게 재물 등으로 매수하여, 우리 쪽 통제하에서 적에게 거짓 정보를 제공하는 이중간첩으로 변화시킨다. 둘째 적의 간첩을 발견하면 침투한 의도를 은밀히 알아낸다. 그리고 이 같은 사실을 모르는 척하면서 거짓 정보를 흘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다.
후한서 반초전(班超傳)에 실린 내용을 보자. 반초(班超)가 우전(지금의 신강성 화전현) 등지의 병력 2만을 동원해서 사거(莎車)를 재공격할 당시의 상황이다. 귀자국(龜玆國)의 왕은 5만 군사를 보내 사거를 구원케 했다. 반초는 각 군의 군관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지금 전력으로는 적을 이길 수 없으니, 계략에 따라 각자 흩어진다. 우전의 군대가 동쪽으로 철수하면 장사(長史)가 이끄는 군은 서쪽으로 철수하는데, 야간에 북을 울리며 행군한다."
그런 다음 슬그머니 귀자국 포로들을 풀어주었다. 포로들은 반초의 결정을 자기 왕에게 보고했다. 귀자국 왕은 뛸 듯이 기뻐하며, 몸소 기병 1만을 거느리고 서쪽 경계 지점에서 반초를 막아 공격하고 온숙국(溫宿國)의 기병 8천도 동쪽 경계 지점에서 우전의 군대를 막아 공격하기로 했다.
한편 상대의 이러한 동정을 일찌감치 탐지하고 있던 반초는 각, 부장들에게 즉시 사거로 진군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각 부대는 닭이 울 무렵 사거 군영에 이르렀고, 적진은 순식간에 혼란에 빠져 사방으로 흩어졌다. 반초는 대승을 거두었고 사거는 항복했다. 귀자국의 군대도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이로부터 반초의 명성이 서역에 크게 떨치기 시작했다.
송사 이윤칙전(李允則傳)에 실린 ‘반간계’를 보자. 간첩을 붙잡은 이윤칙은 그의 포박을 풀어주고 대접을 잘해주었다. 간첩은 연경(燕京)의 대왕이 파견했다고 자백하면서, 자신이 지금까지 수집한 송나라 변방군의 식량 사정, 병마의 양과 수 등을 털어놓았다. 그러자 이윤칙은 “네가 조사한 수치에 잘못이 있다” 면서 담당 군관을 불러 실제 수치를 알려주었다.
간첩은 그 정보를 이윤칙의 도장을 찍어 보증해 달라고 했다. 이윤칙은 그렇게 했을 뿐 아니라 적지 않은 재물을 곁들여서 간첩을 돌려보냈다.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간첩이 다시 이윤칙에게 돌아왔다. 간첩은 이윤칙이 도장까지 찍어서 주었던 정보를 뜯지도 않고 되돌려 주었을 뿐 아니라, 거란군의 병마·경비·재정 지리 등에 관한 상세한 정보까지 가지고 왔다.
송사 악비전(岳飛傳)에 실린 경우도 살펴보자. 악비는 명을 받고 조성(曺成)을 정벌하러 나섰다. 악비군은 하주(賀州; 지금의 광서성 장족 자치구 동부) 경내에 진입하여 조성이 파견한 간첩 하나를 붙잡았다. 간첩은 꽁꽁 묶인 채 악비의 막사 밖에까지 끌려왔다.
악비는 막사 안에서 나오면서 군량미의 상황을 참모에게 물었다. 군량을 담당한 참모가 말했다. "군량이 이미 바닥이 났는데, 어쩌면 좋겠습니까?" 악비는 그 간첩이 들을 수 있게 일부러 큰 소리로 말했다. "잠시 다릉(茶陵)으로 철수하도록 하자!" 말을 마친 악비는 막 잡혀 온 간첩을 그제야 발견했다는 듯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군기를 누설했으니 후회막급이라는 표정으로 황급히 막사 안으로 몸을 감추었다. 그런 다음 은밀히 사람을 시켜 간첩을 도망가게 했다. 간첩은 탈출한 후 자신이 들은 바를 조성에게 보고하며 악비가 철수할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성은 크게 기뻐하며 다음날 악비의 군대를 추격하기로, 결정했다. 이때 악비군은 서서히 길을 돌아 조성의 군대가 주둔하고 있는 태평장(太平場)으로 진격해서 요새를 격파했다.
‘반간’의 활용은 적의 간첩을 ‘이중간첩’으로 매수하는 것은 물론, 적의 계략에 따라 계략을 취하고 간첩으로써 간첩을 활용하는 것 등 교묘한 ‘편법’을 써야 한다. 이러한 ‘편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완전히 거짓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상황을 바꾸거나 중점을 바꾸는 데 능숙해야 한다.
‘편법’은 적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간혹 실제 상황을 흘려야 할 필요성도 있다. 혹자는 반간이라는 ‘편법’을 활용하고자 할 때, 실행자는 자신의 힘을 정보가 가져다줄 효과에 집중시켜야지 그 자체의 내용에, 지나치게 치중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것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적의 정책 결정자가 어떤 정보에 근거하여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가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적의 정책 결정자가 어떤 정보를 장악하고 있는가를 안다면, 그 판단력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어떤 인물이 정보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졌는지 알게 되면, 유리한 행동을 펼칠 수 있다. 적이 가져간 정보의 내용이나 중점을 바꾸면 적의 행동을 우리에게 유리한 쪽으로 유도할 수 있고, 나아가서는 전체적인 정책 결정을 감독하여 필요에 따라 전략을 바꿀 수도 있다.
삼십육계: 제33 반간계(反間計)
반목시키고 이간시키는 계략.
간(間)이라고 하면 적 상호간에 의심하고 꺼리도록 하는 것, 반간(反間)이라고 하면 아군을 이간시키려는 적의 책략을 역이용하여 적의 상호간을 이간시키는 것을 말한다.
적의 사이를 이간시킨다 - 의진(疑陣) 가운데 또 하나의 의진을 만들어라. 아군의 진영에 침투하여 암약하고 있는 적의 간첩에게 거짓 정보를 전하게 하면 아군은 손실을 입지 않는다. "상대방을 스스로 의심하게 한다. 이때 상대방의 사람을 이용하면, 아군의 손실도 없다(疑中之疑,比之自內,不自失也)."
반간계를 운용하는 데는 일반적으로 두가지 용법이 있다. 한가지는 적의 관리를 매수하여 아군의 간첩으로 하는 것이다. 다른 한가지는 바로 옆에 적이 있는 줄 뻔히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며 거짓 정보를 흘려서 돌아가 보고하게 하는 방법이다. 일종의 장계취계와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 전국시대 제나라 전단의 반간계
전국시대 연나라의 소왕(昭王)이 죽은 뒤에 왕위를 이어받은 혜왕(惠王)은 태자 때부터 장군 악의(樂毅)와 뜻이 맞지 않았었다. 제나라의 명장 전단(田單)은 이러한 갈등 관계를 이용하여 첩자를 연나라로 잠입시켜 이런 유언비어를 퍼뜨리게 했다. "악의는 혜왕의 미움을 받아 혹시나 죽음을 당할까 두려워 제나라를 공략한다는 구실로 제나라 군사와 연합하여 연나라의 왕이 되려고 노리고 있다. 그런대 아직까지 그 뜻이 이루어지지 않아 즉묵(卽墨) 공략을 지금까지 늦추고 있는 것이다. 지금 제나라가 가장 염려하고 있는 것은 연나라가 다른 장군을 파견시켜 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즉묵은 당장 함락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이 유언비어를 그대로 믿은 연나라 혜왕은 악의를 파면시키고 후임에 장군 기겁을 파견했다. 이렇게 해서 악의는 조나라로 망명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그 후 기겁(騎劫)은 제나라 군에 대패하여 연나라 멸망의 원인이 되었다.
2. 항우(項羽)와 범증(范增)을 이간시킨 진평(陳平)의 계략
유방군이 항우의 대군을 포위되어 고전을 하고 있을 때 진평은 유방에게 묘책을 제안하였다. "항우의 수하에 있는 만만치 않은 무장은, 실제로 모신(謨臣)의 귀재인 범증을 포함하여 몇명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황금을 이용하여 적진의 사람을 포섭하여 적의 군신 사이를 이간질시키는 것이 가장 좋은 계략입니다. 항우는 그렇지 않아도 감정적으로 상처를 입기 쉬운 사람이기 때문에 반드시 내분이 발생할 것입니다. 그때 쳐들어가서 공격하면 되는 것입니다."
진평의 말을 들은 유방은 결단을 내려 즉시 황금 수만 량을 준비시키고, 진평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하였다. "자금은 마음대로 사용하게. 사용의 용도는 일체 보고하지 않아도 좋네!" 과연 유방은 그 '황금'의 사용 용도를 알고 있었던 것일까?
진평은 유방의 이 말에 용기 백배하여 황금을 이용하여 스파이를 매수한 후 항우의 진영으로 들여 보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항우 측의 스파이로 지목된 사람을 매수하여 이 자들을 항우 진영에 보낸 후 다음과 같은 말을 퍼뜨리게 하였다. "항우군의 여러 장수들은 지금까지 큰 공을 세워왔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항우는 충분한 보상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유방측의 보수가 좋은 것에 눈이 어두워져 항우와의 관계를 끊으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다."
이러한 소문을 들은 항우는 당연히 자기 측근의 여러 장수들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또한 항우 진영의 사자를 맞이한 진평은 호화로운 연회를 베풀어 환대하며, 이야기 도중에 정말 놀란 것처럼 이렇게 말하였다. "범증의 사자인 줄 알고 대접하였는데 항우의 사자였습니까?" 그리고 준비하였던 호화로운 요리를 다시 내어가고 보잘것없는 요리를 내놓았다.
사자는 진영으로 돌아가 이러한 사실을 상세하게 항우에게 보고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자신의 여러 부하 장수를 의심하고 있었는데, 이 일로 완전하게 범증을 의심하여 그 이후에는 범증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게 되었다. 화가 난 범증은 결국 항우를 등지고 고향으로 되돌아갔다. 진평의 이 '이간의 계략'에 속은 항우가 그후 서서히 열세에 몰리게 되었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반간의 계략'은 '이간의 계략'이라고도 하며, 실제로 많은 예가 등장한다. 인간의 심리를 최대한 이용한 계략으로 동탁의 부하장수로, 동탁이 죽은 후 세력을 이등분 할 만큼 세력을 얻은 이각과 곽사가 조정의 태위 양표에게 이 계략을 이용하여 사이를 갈라 놓았으며, 명군사인 가후가 마초와 한수를 멀어지게 한 것도 이 반간계이다.
치사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삼국지의 세계에서는 살아남기 위해 전쟁을 해야만 하는 것이고, 그런 이상 오히려 계략에 빠진 쪽이 생존논리에 더 신중하지 못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3. 제갈량의 반간계
월준군의 태수인 고정(高定)은 만왕 맹획과 짜고, 건녕의 태수인 옹개의 반란군에게 성을 열어주었다. 또한 고정은 반란군과 함께 영창군을 공략하려고 하였지만, 이때 부하인 악환이 촉군의 위연에게 붙잡혔다. 제갈공명은 악환을 놓아주면서, 돌아가서 고정에게 극진한 대우를 받았다고 말하게 하였다.
이것이 옹개의 의심을 샀다. 결국 제갈공명은 '반간의 계략'을 이용, 옹개에게 살해될 것을 두려워한 고정을 역이용하여 옹개를 유인, 살해하도록 하였다. 또한 서로를 의심하도록 하는 계략을 꾸몄으며, 다음으로 반란군이었던 장가군 태수 주포도 고정에게 살해되도록 하였다. 이러한 공로로 고정은 익주 태수인 아문장(牙門將)에 임명되었다.
그 외에도 마속을 이용한 '반간의 계략'으로 조예와 사마중달의 사이를 갈라 놓았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효과적인 전술의 하나가 바로 이 '반간의 계략'일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상대의 의심을 받으면 자신이 결백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려고 한다. 이때 결백하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특별한 방법으로 호소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현대에 와서는 이 계략은 윗사람이나 지위가 높은 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잘못 사용하면 '생병법(牲兵法)은 오히려 상처를 당하는 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 외에 삼국시대에도 오나라 장군 주유(周瑜)는 조조가 보낸 첩자를 이용하여 조조 측 장군을 이간시킨 일이 있다. 제갈량도 "적이 이쪽을 속이려 들면 이쪽에서 계략을 쓰기가 쉽다"고 말하고 있다.
4. 손자병법의 반간계에 대한 해설
反間(반간)'이라 함은 적의 첩자를 역이용하는 것을 뜻한다. 이는 많은 병법서에서 이용되는 것으로, 딱히 삼십육계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간(間: 첩자 또는 간첩)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어서 '손자'는 이것을 오간(五間)이라 이름하고 있다. 향간(鄕間: 적국 사람을 이용함), 내간(內間: 적국의 관리를 이용함), 반간(反間: 적국의 첩자를 역이용함), 생간(生間: 이쪽 사람을 적국에 잠입시켜 몰래 상황을 탐지 보고케 함), 사간(死間: 적의 간첩에게 거짓 정보를 흘려 적을 혼란에 빠트림)의 다섯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손자'가 가장 중요시한 것은 반간이다.
'간(間)'이란 적이 서로 의심하여 믿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반간(反間)이란 우리 쪽을 이간시키려는 적의 음모를 이용하여 거꾸로 적을 이간시키는 것을 말한다. 적으로부터 침투한 첩자는 반드시 색출하여, 후한 뇌물로 매수하거나 두터운 대접으로 회유하여 전향시킨 다음에 적에게 되돌려 보낸다. 이렇게 해서 아군이 '반간'을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반간'을 통하여 적국의 상황을 탐지할 수 있으므로, 적국에 '향간(인간)'과 '내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반간'을 통하여 아군의 정보가 적에게 전달되므로, 이는 '사간'을 적에게 침투시켜 허위정보를 제공하는 셈이 되며, '반간'을 통하여 첩자간의 접선이 가능하므로, '생간'으로 하여금 기일 내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해서 돌아가도록 할 수 있게 된다.
손자병법에서의 반간은 '확실히 우리측으로 회유한 다음 적진에 돌려보내 우리측 첩자로 이용한다'는 개념으로 그 체계적인 이용에 관한 것까지 해설되어 있는 반면에, 삼십육계는 단순히'적의 첩자를 역이용한다'는 개념만이 있을 뿐이다. 더군다나 거기에 어떠한 회유나 매수 같은 것도 없다.
삼십육계에 소개된 '반간계(反間計)'에서의 '반간'은 적의 첩자를 회유나 매수 같은 것 없이, 적의 첩자를 역으로 속여서 그를 이용하는 것이다.
▶️ 反(돌이킬 반/돌아올 반, 어려울 번, 삼갈 판)은 ❶회의문자로 仮(반)과 동자(同字)이다. 又(우)는 손을, 厂(엄)은 언덕의 뜻으로 뒤엎는다 또는 반대(反對)를 뜻한다. 비탈진 지형은 정상이 아니므로 반대를 의미한다. 反(반)은 위에서 덮는데 대하여 밑으로부터도 뒤덮는 일, 그 양쪽을 합하면 반복이란 말이 된다. 또 손바닥을 뒤집다, 배반하다, 돌아오다, 돌아보다 따위의 뜻으로 쓴다. ❷회의문자로 反자는 ‘되돌아오다’나 ‘뒤집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反자는 厂(기슭 엄)자와 又(또 우)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厂자는 산기슭을 그린 것이지만 여기에서는 추상적인 물건으로 응용되었다. 갑골문에 나온 反자를 보면 손으로 무언가를 잡으려는 듯한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어떠한 물건을 손으로 뒤집는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反자는 ‘뒤집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지만, 후에 뜻이 확대되면서 ‘배반하다’나 ‘반역하다’라는 뜻도 갖게 되었다. 그래서 反(반)은 변증법(辨證法)의 정(正), 반(反), 합(合)의 세 가지 계기 가운데에서 부정(否定)을 뜻하는 계기나 반립(反立)의 뜻으로 ①돌이키다 ②돌아오다, 되돌아가다 ③되풀이하다, 반복하다 ④뒤집다, 뒤엎다 ⑤배반하다 ⑥어기다(지키지 아니하고 거스르다), 어긋나다 ⑦반대하다 ⑧물러나다, 후퇴하다 ⑨보복하다, 앙갚음하다 ⑩되돌아보다, 반성하다 ⑪꾸짖다, 나무라다 ⑫보답하다, 되갚음하다 ⑬바꾸다, 고치다 ⑭죄를 가벼이 하다 ⑮휘다 ⑯구르다, 뒤척이다 ⑰기울다 ⑱튀기다 ⑲생각하다, 유추(類推)하다 ⑳대답하다 ㉑기인(起因)하다 ㉒모반(謀叛), 반역(反逆) ㉓번(횟수를 세는 단위) ㉔반대로, 도리어 ㉕더한층, 더욱더 그리고 ⓐ어렵다, 곤란하다(번) 그리고 ㉠삼가다(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 조심하다(판) ㉡팔다(판)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바를 정(正), 도울 찬(贊)이다. 용례로는 공산주의를 반대함을 반공(反共), 반대로 움직임을 반동(反動), 법칙이나 규칙 따위를 어김을 반칙(反則), 상대방의 말을 되받아 묻는 것을 반문(反問), 두 사물이 맞서 있는 상태 또는 어떤 의견이나 제안 등에 찬성하지 않음을 반대(反對), 반사로 비친 그림자를 반영(反影), 반사하여 비침을 반영(反映), 반대하거나 반항하여 품는 나쁜 감정을 반감(反感), 한 가지 일을 되풀이 함을 반복(反復), 자극이나 작용에 대응하여 일어남을 반응(反應), 전쟁을 반대함을 반전(反戰), 쳐들어 오는 적을 되받아 공격함을 반격(反擊), 상대방에 반대하여 대들음을 반항(反抗), 반대의 뜻을 나타내는 행동이나 표시를 반기(反旗), 서로 미워함을 반목(反目), 잘못이나 허물이 없었는지 돌이켜 생각하는 것을 반성(反省), 반대되는 뜻을 반의(反意), 손님이 도리어 주인 노릇을 한다는 반객위주(反客爲主), 잘못을 자신에게서 찾는다는 반구제기(反求諸己), 서로 미워하고 질투하는 눈으로 봄을 반목질시(反目嫉視), 언행이 이랬다 저랬다 하며 일정하지 않거나 일정한 주장이 없음을 반복무상(反覆無常), 도리어 처음 만 같지 못함이라는 반불여초(反不如初), 남에게 재앙이 가게 하려다가 도리어 재앙을 받음을 반수기앙(反受其殃), 머리는 헝클어지고 옷은 해어진 초라한 모습으로 한데서 잠을 반수발사(反首拔舍), 엎질러진 물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는 반수불수(反水不收) 등에 쓰인다.
▶️ 間(사이 간)은 ❶회의문자로 簡(간)과 통자(通字), 閒(간)은 본자(本字)이고, 间(간)은 간자(簡字)이다. 옛날엔 門(문)속에 月(월; 달)을 쓰거나 또는 門(문)속에 外(외)를 쓰기도 하였다. 중국에서는 집의 대문이나 방문을 모두 門(문)이라 한다. 閒(한)은 방문으로 달빛이 비치다에서 틈을 말하고, 후에 間(간)자가 생겨 間(간)은 사이, 閒(한; 閑(한)은 '여가' 또는 '조용함'으로 나누어 사용한다. ❷회의문자로 間자는 '사이'나 '틈새'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間자는 門(문 문)자와 日(해 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금문과 소전에서는 月(달 월)자가 들어간 閒(틈 한)자가 '틈새'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閒자는 어두운 밤 문틈으로 달빛이 비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어두운 밤에야 달빛을 통해 문틈이 벌어져 있음을 알 수 있었으니 閒자가 '틈새'라는 뜻을 더 잘 표현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후에 閒자가 시간에 틈이 있다는 의미에서 '한가하다'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자 해서에서는 間자가 만들어지면서 '틈새'라는 뜻을 대신하게 되었다. 그래서 間(간)은 (1)집 간살의 수효(數爻)를 세는 말 (2)집 간살의 면적을 나타내는 단위로서, 보통 일곱 자(210cm) 평방 또는 여덟 자(240cm)나 아홉 자(270cm) 평방을 이름 (3)여섯 자 곧 180cm를 단위로 하여 거리를 세는 이름 (4)성(姓)의 하나 (5)둘의 사이 (6)주로 간에로 쓰이어 어느 경우든지 가릴 것 없이의 뜻을 나타내는 말 (7)무엇이 존재하거나 또는 무엇으로 사용되는 곳이라는 등의 뜻으로 ①사이 ②때 ③동안 ④차별(差別) ⑤틈, 틈새 ⑥간첩(間諜) ⑦혐의 ⑧사사로이 ⑨몰래, 비밀히 ⑩간혹 ⑪사이에 두다, 끼이다 ⑫섞이다 ⑬이간하다(헐뜯어 서로 멀어지게 하다), 헐뜯다 ⑭간소하다 ⑮검열하다 ⑯엿보다 ⑰살피다 ⑱틈을 타다 ⑲섞이다 ⑳참여하다 ㉑범하다 ㉒차도(差度)가 있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사이 뜰 격(隔), 틈 극(隙), 한가할 한(閑)이다. 용례로는 한 작물 사이에 딴 작물을 심어 가꿈을 간작(間作), 어떤 한 곡 도중에 삽입하여 연주하는 것을 간주(間奏), 물건과 물건과의 거리를 간격(間隔), 군음식을 먹음을 간식(間食), 주기적으로 그쳤다 일어났다 함을 간헐(間歇), 어쩌다가나 가끔을 간혹(間或), 잠깐 끊임이나 쉴 사이를 간단(間斷), 군음식을 먹음 또는 그 음식을 간식(間食), 사물 사이의 틈을 간극(間隙), 하루 또는 며칠씩 거름을 간일(間日), 차이 따위와 함께 쓰이어 순간적이거나 아주 적음을 나타내는 말을 간발(間髮), 어떤 시각에서 어떤 시각까지의 사이를 시간(時間), 극히 짧은 시간을 순간(瞬間), 어느 일정한 시기에서 어떤 다른 일정한 시기까지의 사이를 기간(期間), 일반 백성의 사회를 민간(民間), 한 해 동안을 연간(年間), 그리 멀지 않은 과거로 부터 현재까지의 동안을 저간(這間), 일정한 지점 간의 사이를 구간(區間), 두 사물의 사이를 중간(中間), 제나라와 초나라 사이라는 뜻으로 약한 자가 강한 자들 사이에 끼여 괴로움을 받음을 이르는 말을 간어제초(間於齊楚), 여러 세대를 통하여 드물게 나는 뛰어난 인재를 일컫는 말을 간세지재(間世之材), 머리털 하나 들어갈 틈도 없다는 뜻으로 사태가 단단히 급박하여 조그마한 여유도 없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간불용발(間不容髮), 세상에 드문 뛰어난 인물을 일컫는 말을 간기인물(間氣人物), 개와 원숭이의 사이처럼 매우 사이가 나쁜 관계를 일컫는 말을 견원지간(犬猿之間), 눈 한 번 깜짝하거나 숨 한 번 쉴 사이와 같이 짧은 동안을 일컫는 말을 순식간(瞬息間), 얼음과 숯 사이란 뜻으로 둘이 서로 어긋나 맞지 않는 사이 또는 서로 화합할 수 없는 사이를 일컫는 말을 빙탄지간(氷炭之間), 세 칸짜리 초가라는 뜻으로 아주 보잘것 없는 초가를 이르는 말을 초가삼간(草家三間), 복수 강가의 뽕나무 숲 사이라는 뜻으로 음란한 음악 또는 망국의 음악을 일컫는 말을 상간복상(桑間濮上), 손짓하여 부르면 대답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를 일컫는 말을 지호지간(指呼之間), 서로의 차이가 썩 심함 또는 썩 심한 차이를 이르는 말을 천양지간(天壤之間), 잠을 자면서 꿈을 꾸는 동안이라는 뜻으로 사물을 좀처럼 잊지 못함이나 이룰 수 없는 일에 너무 지나치게 몰두함을 이르는 말을 몽매지간(夢寐之間), 한 말들이 말 만한 작은 집이란 뜻으로 한 칸밖에 안 되는 작은 집을 이르는 말을 일간두옥(一間斗屋), 풀 사이로 민간에서 삶을 구한다는 뜻으로 욕되게 한갓 삶을 탐냄을 이르는 말을 초간구활(草間求活)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