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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유동하는 세계, 확실했던 모든 것이 불확실해진 시대
교육은 과연 소비사회의 덫에 걸린 우리를 구할 수 있을까
터치 몇 번, 지문 하나로 결제하는 손쉬운 쇼핑
그 이면의 어두운 그림자, 과잉, 낭비, 중독, 빈곤, 소모, 빚……
소비지상주의의 유혹에 굴복한 자발적 노예사회의 미래와 향방을 묻다
‘유동하는 근대(액체 근대)’라는 프레임으로 사회현상을 꿰뚫어, 부유하는 현대인들에게 깊은 통찰을 제공해온 지그문트 바우만이 이번에는 소비사회와 교육에 초점을 맞추었다. 바우만에 의하면 소비사회에서 개인은 다른 어떤 정체성보다 ‘소비자’라는 정체성으로 규정된다. 쉽게 말해 인간은 ‘돈 쓰는 사람’으로 전락하고 만다는 것이다. 소비사회는 과잉과 낭비, 폐기를 동력으로 한다. 기업은 소비자가 쉽게 사고 쉽게 버리도록 쉽게 만들고, 소비자는 또 그렇게 쉽게 사고 버린다. 기업은 계속 상품을 만들고, 소비자는 계속 상품을 사면서 끊을 수 없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우리가 돈을 쓰면 쓸수록 불행한 소비자가 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소비주의에 맞서 최근 최소한의 물건으로 단순하게 살아가자는 미니멀리즘 라이프스타일이 등장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혼자가 아니기 위해 그리 큰 노력이 필요하지도 않다
‘고독solitary’이라는 끔찍한 단어에 ‘t’ 대신 ‘d’를 집어넣어
‘연대solidary’라는 단어로 바꿀 정도의 노력이면 된다”
젊은이들을 ‘또 하나의 시장’으로만 취급하는 몰인간적 소비사회에서, 자라나는 다음 세대를 위한 거장의 세심한 진단과 통찰이 리카르도 마체오와의 ‘지적 대화’ 속에 녹아들어 있다. 불평등이 가속화되면서 ‘성공’의 보증수표로 여겨졌던 명문대 졸업장으로도 더 이상 미래를 보장받지 못하는 세대, “한 세대 전체가 낙오자의 대열에 휩쓸리는” 세대에 거장 지그문트 바우만은 주목한다. 그리고 우리가 다시 연대하며 인간적 삶을 되찾을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성찰하게 한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저작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은 특유의 은유적 화법에 있다. 5장 “거대한 떡갈나무와 아주 작은 도토리”, 19장 “땔감, 불씨, 불”과 같은 소제목들은 고개를 갸웃하게 하지만 막상 읽고 나면 가장 적확한 표현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슈퍼마켓은 우리의 사원(寺院)”이라는 조지 리처(George Ritzer)의 말을 받아 “쇼핑 목록은 성무일도서(기도문)며, 쇼핑몰을 따라 걷는 것은 순례”라고 덧붙인다. 또한 달라진 교수 환경과 그레고리 베이트슨의 교육 3단계에 대해서는 ‘탄도 미사일’과 ‘스마트 미사일’을 비유로 하여 설명한다. 날카롭게 질문하며 대담을 이끌어가는 리카르도 마페오의 역량도 돋보인다.
또한 사회학자 지젝, 리처드 세넷, 아도르노, 헨리 지루, 소설가 주제 사라마구, 교육학자 그레고리 베이트슨, 마사 누스바움 등 여러 분야의 저작을 폭넓게 인용하며 주제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한다. 이들의 역저와 함께 지금 여기의 문제와의 접점을 유지하게 하는 일간지, 주간지, 유력 정치인들의 발언 등의 텍스트를 지그문트 바우만의 시각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도 독특한 독서 경험이 된다. 이렇게 정제된 사상가의 언어는 읽는 사람에게 일종의 해방감을 선사한다. 그리고 그것이 이 시대를 사는 ‘나’의 문제, ‘우리’의 연대 문제와 맞닿아 있음을 느끼게 한다. 취업난, 학자금대출, 치솟는 집값, 저성장시대, 장기불황 등의 징후를 매일 마주하며 희미하게나마 위기의식을 느껴왔던 20~30대들에게, 또한 유럽과 제3세계의 교육 및 사회경제학적 이론와 사례를 찾는 독자들에게 지그문트 바우만은 ‘목소리’를, ‘언어’를 제공한다.
목차
1. 혼성 애호와 혼성 혐오 사이
2. 주제 사라마구와 기쁨을 찾는 법
3. 그레고리 베이트슨의 교육 3단계
4. 닫힌 마음을 열고 ‘영구 혁명’으로
5. 거대한 떡갈나무와 아주 작은 도토리
6. 진정한 ‘문화 혁명’을 찾아
7. 퇴폐는 박탈의 가장 교묘한 전략
8. 오랫동안 쌓아온 것들이 파괴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몇 분
9. 소비자 산업의 첨병으로서의 젊은이
10.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창조성의 풍부한 원천이 된다
11. 실업자도 복권은 살 수 있지 않나요?
12. 정치적 문제로서 장애, 비정상, 소수의 문제
13. 분노하여 벌 떼처럼 일어나는 정치적 집단들
14. 결함 있는 소비자와 끝없는 지뢰밭
15. 리처드 세넷과 차이에 관하여
16. 라캉의 ‘자본주의’에서 바우만의 ‘소비지상주의’로
17. 지젝과 모랭, 유일신교에 관하여
18. 프루스트의 마들렌과 소비지상주의
19. 땔감, 불씨, 불
20. 성숙기에 이른 글로컬라이제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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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본주의 사회는 가장 먼저 특권 지배 계층을 보호
하고 방어하게 되어 있다. 나머지 계층을 박탈로
부터 건져내는 일은 한참 뒤로 밀려난다. 박탈 상
황인 것을인 지하지 못하게 개인의 소비를 부추긴
다.
퇴폐는 박탈의 가장 교묘한 전략이다. 특권 지배
계층을 보호하느라 나머지 계층이 박탈을 근본적
으로 해소해야 할 생각을 갖지 못하게 소비라는 쾌
락을 부여하고, 노예 상태를 선택의 자유로 인식
하고 느끼게 한다.
경력을 쌓느라 배우자와 자녀에게 등한시하는 사
이 마케팅 전문가들은 보상의 형태로 무언가를 구
매하도록 함으로써 죄책감을 자본화한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는 도덕적 행위가 된다. 소비하고 선
물함으로써 죄의식을 없앤다. 인간적 관심사에 쏟
았어야 할 삶의 에너지들은 소비지향적 성향 때문
에 소모되거나 고갈된다.
소비행위가 주는 만족감이 현실을 들여다보는 것
을 방해 한다는 것이 요점인것 같고, 이에 따른 교
육은... 지식과 독창성, 상상력, 생각하는 능력, 그
리고 다르게 생각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
이 세계는 '정상'의 거주민, 즉 다수 친화적이며,
다수가 편리하고 안락하게 느끼도록 구조화되어
있으나 그 틀을 깰 용기, 교육이 필요하다는 이야
기로 이해했다.
<문장 발췌>
이중구속(double bind): 그레고리 베이트슨이 1950년대에 제시한 이론으로, 한 개인이나 집단이 상호 모순되는 메시지를 동시에 받음으로써 아무런 행동을 취할 수 없어지는 딜레마를 일컫는다. 예컨대 어머니가 아이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동시에 그것을 부정하는 듯한 몸짓을 하면 아이는 이중구속의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지게 된다. 이런 이중구속이 장기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면 조현병(인격 분열 증상)을 유발한다는 것이 베이트슨의 가설이다. 그의 이론은 가족내에서 발생하는 이중구속으로 인한 조현병 분석에 큰 영향을 미쳤다. (30페이지)
스마트 미사일의 '두뇌'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자신이 습득한 지식이 처분가능하고, 추후 통보가 있을 때까지만 유효하며, 오직 일시적으로만 유용하다는 사실입니다. 쓸모를 잃은 지식을 폐기하고, 망각하고, 대체할 순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야말로 성공의 보증서인 셈이죠. (40페이지)
"벌을 받은 수백만 명 중에는 수십만의 젊은이들이 있습니다. 사다리 꼭대기의 공간은 무한정 넓으며 거기 다다르는 데 필요한 것은 대학 졸업장이 전부라고 믿거나, 믿는 척 행동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권이 없었던 이들이죠. 그 과정에서 쓴 대출금을 상환하는 일은 일단 그 꼭대기에 도달함으로써 신용도가 새롭게 달라질 것을 감안하면 유치하다 싶을 만큼 쉬워 보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들이 직면하게 된 미래란 회신 받을 가망이 없는 입사 지원서를 쓰고 또 쓰면서 기약 없는 실업 상태를 견디거나, 꼭대기 한참 밑의 미래가 없는 불안정한 직업을 유일한 대안으로 받아들이는 것뿐입니다." (40페이지]
오늘날 세계는 "상품과 서비스의 대폭적인 수명 단축을 통해 단명성, 휘발성, 불안정성(임시거나 시간제인 유연한 일자리)을 생산하는 경제로 향하고" 있습니다. (42페이지)
'실천적'이기 위해서는 닫힌 마음보다 열린 마음을 일깨우고 전파하는 양질의 학교 교육이 필요합니다. (45페이지)
"사방에 정보가 너무 많다. 정보 사회의 가장 중요한 기술은 99.99퍼센트의 원하지 않는 정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데 있다."라고요. 의미 있는 메시지, 즉 커뮤니케이션의 표면적 목적과 그 반대편에 있는 장애물이라고 알려진 배경 잡음을 가르는 경계는 거의 사라졌다 하겠습니다. (65페이지)
현대 사회에서 성공했다고 여겨지는 이들이 한 명의 예외 없이 전부 교육 이탈자들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69~70페이지)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웹사이트'는 젊은이에게 초점을 맞추고, 무엇보다 젊은이들을 전진하는 소비지상주의 군대에 의해 정복되고 착취되기를 기다리는 '처녀지'로 취급하려는 광고 대행사들에게 새로운 전망을 열어주죠. (94페이지)
'나아가는' 방법에 대한 다양한 충고 중에 독일 사회학자 노르베르트 엘리아스의 '참여하기와 거리 두기' 개념을 언급하고 싶습니다.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 타자와의 완전한 동일시와 완전한 분리라는 양극단 사이에서의 거리 조절이 필요하며 극단에 지나치게 가까워지지 않도록 항상 경계하고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죠. (104페이지)
니니(Ni-Ni): 'Not in employment, not in education'의 약자로, 공부도 일도 하지 않는 젊은이를 일컫는 신조어다. '니트족'과도 의미가 상통하며,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의 15~29세 젊은이 중 거의 20퍼센트가 이 부류에 속한다고 한다. (117페이지)
오늘날의 못 가진 자, 즉 결함 있는 소비자들에게 쇼핑할 수 없음은 충족되지 못한 - 별 볼 일 없으며 무용지물인 - 삶임을 나타내는 거슬리고 욱신거리는 낙인이에요. 쇼핑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쾌락의 부재뿐 아니라 인간 존엄의 부재를 의미합니다. 삶의 의미의 부재, 더 나아가 인간성 및 자기 자신과 주변의 타인을 존중할 또 다른 이유들의 부재죠. (144페이지)
소비자 시장은 상업화된 도덕적 진통제를 광고하고 유통하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유대가 쇠퇴하고 시들고 무너지는 것을 예방하기보다 오히려 부추기죠. 이 유대를 무너뜨리는 힘들에 저항하는 데 일조하기보다, 유대가 약화되고 점차 파괴되는 과정에 협력하는 거예요. (183페이지)
첫째, 이윤에 대한 욕망과 이윤 추구를 없애면 시장은 물론 상품도 함께 사라진다. 둘째, '경제를 번영하기' 위해 시장이 꼭 필요하다고 할 때 인간의 동기에서 이기심과 탐욕을 제거하려면 모두 위험해질 각오를 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셋째, 결론 : 이타심은 '경제 번영'과 충돌한다. 당신은 어느 한쪽을 가질 수는 있지만 한꺼번에 둘 다를 가질 수는 없다. (154페이지)
"소비지상주의는 우리를 유혹해 행동하게끔 자극합니다. 더 정확히 말해, 강제의 주된 목적이 틀에 박힌 일상과 규율을 이끌어내는 것이라면, 유혹의 목적은 태만하지 않고 이윤 창출에 이바지하는 활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죠. 소비지상주의의 유혹에 굴복한 결과 우리는 자발적 노예가 됩니다. 최신 표현을 빌리자면 스스로 선택하고 적극적으로 실행하는 것을 전제로 한 ‘자기주도적pro-active’ 노예화라고 할까요. 이것은 아마 유혹의 덫에 저항하기가 이토록 어렵고 덫을 해체하기는 더더욱 어려운 이유일 것입니다." ( p1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