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신앙(대산교회) 23-33, 수고와 감사의 말을 받는 사람
걸레를 챙기고, 계단을 오르고, 신발을 벗어 예배당에 들어서면 손에 쥐고 있던 볼펜과 종이, 당신의 소중한 것들을 잠시 내려놓는다. 방석을 올리고, 의자를 닦는다. 피아노를 닦는다. 바닥을 닦는다. 창틀을 닦는다. 신발장의 먼지를 닦아낸다.
2층 본 예배당 청소를 마치면 1층 소모임실로 향한다. 사용했던 걸레를 빨아 널고, 화장실 변기와 바닥에 물을 뿌리면 청소가 끝난다. 몇 개월째 이어지는 일이니 이제는 손길이 익숙하고 자연스러워 보인다.
김민정 씨는 교회 성도로서 예배당 청소하는 것이 목표겠지만, 나는 이를 구실로 성도님들과 더불어 살게 돕는 것이 목표다. 그러니 청소를 열심히 거드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청소 섬김이라는 구실로 교회 둘레 사람과 소식을 주고받는 것, 그것을 주선하는 것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사회사업은 그런 일이라고 배웠다.
목사님께 소식을 나눌 수 있도록 연락을 주선한다. 김민정 씨의 일이고 신앙생활이니 소식을 주고받는 데 당신이 주인 되시도록 문자의 마지막엔 ‘김민정’이란 이름을 꼭 붙여 전송할 수 있게 돕는다.
‘박재현 목사님, 셋째 주 주일 예배 앞두고
대산교회 곳곳 청소하고 정리 정돈했습니다.
섬기는 마음으로 기대하면서 주일 예배를 기다려요.
곧 뵙겠습니다.
김민정.’
문자 쓰는 것은 대신 돕고, 이모티콘은 직접 선택하도록 돕는다. 눈가를 가느다랗게 찡그리며 화면을 바라본다. 집중한다. 검지손가락으로 웃느라 눈물이 찔끔 나오는 이모티콘을 선택한다.
머지않아 박재현 목사님께 답장이 왔다.
‘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축복합니다.’
입주자가 지역사회에서 직책과 역할을 맡아 무언가를 할 때, 도울 것과 대신하지 않을 것을 구분하게 되었다. 점점 더 선명히 알아간다. 성도로서 청소로 교회를 섬기는 것에 관한 수고와 감사의 말을 받는 사람 또한 당사자인 김민정 씨라는 것도 말이다.
2023년 7월 14일 금요일, 서지연
예배당 청소를 위해 손에 가지고 있던 물건을 내려놓는 민정 씨, 고마워요. 본인이 해야 할 일 분명히 알고 계셔서 감사합니다. 신아름
김민정 씨가 몇 개월 동안 교회를 청소한다니 기쁘고 감사합니다. 기쁘게 감당하고 잘 하신다니 또한 감사합니다. 무슨 일이든 사회사업답게 사회사업가답게 하려는 서지연 선생님, 고맙습니다. 당사자의 목표와 사회사업가의 목표가 다르다는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월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