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어느 여름날 애써 2년 동안 가꾸었던 약초가 흔적도 없이
돌무더기로 변하는 것을 직접 보았기에…….
나라의 경삿날인 제헌절 온 국민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수해의 현장 강원도 인제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그 피해가 어느 정도 인지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꼭 한번 가보고 싶던 차에
우리 공무원노조에서 피해복구 자원봉사를 간다는 안내문을 보고
덥석 신청을 하였습니다.
늘 보아오던 일상의 태풍 피해 정도겠지 생각을 하고 시청 후문을 출발하여
현지에 도착하기까지는 그 피해를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위문품으로 준비한 20kg 쌀 50포대를
군청이 아닌 인제체육관으로 가져오라는 연락을 받고
창밖의 산을 보니 산사태의 흔적이 녹음에 생채기로 남아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맨 처음 본 산사태 현장
곳곳에 나타나는 산사태 흔적
인제체육관에 들러 위문품을 전달하고 간단한 현지의 상황설명과
봉사활동 일정을 전달 받은 후 숙소에 가는 길에는 보름이 지난 지금까지도
물 빠진 다리에 걸린 나무들과 진흙에 묻힌 옥수수 밭이
그날의 흔적을 지우지 않은 채 생생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내린천의 끊어진 다리와 떠내려온 나무들
다음날 아침 우리가 도착한 곳은 인제군 덕산리였습니다.
동네에서 제일 먼저 우리를 맞아준 것은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덕산리 축산계회관이었습니다.
곳곳의 산사태 흔적과 쓸려간 집터를 보면서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습니다.
뼈대만 남은 축산계회관
흔적만 남은 집터
일터로 배정받은 곳으로 올라가는 마을 입구엔
떠내려 온 지게차와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트럭의 잔해가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주범이 흔적만 남은 집터 옆을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의 소행이라고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상상이 가질 않았지요.
떠내려 온 지게차
잔해만 남은 1톤 차량
드디어 현장에 도착을 하였습니다.
벽돌 공장이었는데 바로 윗동네에서 2명의 실종자가 발생하여
아직도 시신을 찾지를 못하였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복구공사에 가장 기본적인 자제라 할 수 있는 벽돌 공급이 부족하다보니
비싼 가격에도 외지에서 구매를 할 수 밖에 없고…….
그로 인하여 피해를 당한 분들은 이중고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
가장 시급한 현장이라 생각하여 우리를 이곳에 배치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이 벽돌공장은 제법 높은 지대에 위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1층이 다 잠겨서 사장님을 비롯한 종업원들이
중장비와 차량을 이동시키다 포기하고
비 내리는 산속에서 5시간을 피난 갔다 오셨다며
당시의 상황을 그 누구보다 생생하게 들려주었습니다.
피해 가옥의 현재 모습
이런 중장비도 떠밀렸습니다.
우리가 작업을 한 것은 장비로서 작업 할 수 없는
좁은 공간의 지하에 매몰된 토사와 잔재물을 파내는 작업과
응급복구에 사용될 침수된 벽돌을 씻는 일입니다.
엄청난 더위에 쏟아지는 땀…….
그래도 아무 불평 없이 묵묵히 이어지는 삽질…….
벽돌 씻는 작업
우리가 퍼낸 흙더미
드디어 우리에게 할당된 작업을 마치고
철수하기 위해 작업도구를 씻고, 버스에 올라 출발을 하려는데…….
부산시의 대표라서 그런지 아니면 공무원노조에서 봉사활동을 한다니까
신기해서 그런지 KBS 본사 뉴스 팀에서 취재를 왔습니다.
다시 올라가 취재에 협조하다보니
본의 아니게 작업량을 초월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덕분에 저 또한 작업하는 모습과 취재하는 모습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지요.
뉴스팀 취재 중
취재협조까지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바라본 들녘의 풍경 입니다.
우리에겐 찰나처럼 지나가는 시간이지만…….
저 폐허 같은 농경지를 다시 일구어야 하는 이 땅의 농민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리합니다.
모래밭이 되어버린 논
산사태 현장
하지만 이 땅의 민초가 늘 그러하였듯이 고난 세월을 딛고 다시 일어서
대대로 내려온 조상의 삶터를 지키고 살아가는 그날이 오리라 확신 합니다.
마치 산사태로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어도 꽃을 피우는 들꽃처럼 말입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준 참석하신 분들의 가슴에도
애민의 아름다운 새싹을 안고 돌아 올 수 있는 좋은 기회였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래도 꽃은 피고…….
삭제된 댓글 입니다.
참 어이가 없는 현장이었습니다.... 티비에서 보던것 보다도 더 엄청 났지요....
돌부처님 말씀에 왜 눈시울이 뜨거워질까?...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그런데 사진이 안 보여요.
터만 남은 집을 보며 눈물이 고이던 그 할머니의 모습~~ 이땅 이나라 모든이의 어머니 모습 아닐까 싶었습니다...
돌부처님! 인제가 제일 피해가 컸죠...수고 많이 하셨습니다..저는 평창에 다녀왔는데~~ 사진은 안보여도 고생하신 모습이 떠오릅니다...
정말 반쯤은 여행삼아 생각 했는데... 현장을 보고나니 게으름을 피울 수도 없었습니다...
돌부처님...수고 많으셨습니다. 귀한 일을 하셨습니다.
대장님께서 늘 고생이 많으시지요... 모놀 대가족 다 챙기신다구요,,, 하하하
사진이 배꼽만 보여서 수정 했습니다....
돌부처님..수고 많으셨습니다. 휴가를 이렇게 귀한 일에 쓰셨군요. 건강하세여~~~^*^
부산 오시는데 안내도 못해 드리고 정말 죄송 합니다...
봉사못한 저희는 죄송하네요.. 돌부처님.. 날씨도 더운데 정말 애쓰셨습니다..
정말 엄청난 피해였어요.... 자연의 위력에 놀랄 따름이었지요... 하하하
아유~~ 돌부처 형제님이 수고하셨군요.. 저는 탱자탱자했는데.... 부끄럽심더 ~ㅎㅎ
하하하~~ 세상사를 어찌 똑같이 사람 수대로 나누어 분담 할 수 있나요...
돌부처님 더운데 수고많이 하셨습니다. 사진으로 보는 현장이 말이 아니군요.
정말 보지 않으면 상상이 안될 상황이었더군요,,, 정말 대단한 자연의 위력을 실감하고 왔어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