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물 일곱.. 매력적인 나이..
세상에 이런 둘도없는 공주병환자가 있을까...
연지성..오늘도 거울을 보며 환상에 젖는다.
거울안엔...적당한 근육을 가진 미끈한 배와 허벅지가 보인다.
이정도면...후훗~~ 지성은 스스로도 이런 자신이 우습기만 하다.
항상 그렇듯이 8시 30분 출근시간을 빠듯하게 맞출것 같다.
미친듯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큰길가로 달려갔다.
환상의 보조교제 찰떡궁합인 카풀맨 이수민이 와있다.
"그렇지..당연하지......항상 이렇다는걸 알면서 왜 난 빨리나오는걸까?"
"먄~~ 난 왜 거울을 보면 금새 빠져나오지 못할까?"
"너 미쳤냐?"
"왜그래~~~~~ 알면서~~"
"우낀...알긴 뭘 아냐?"
항상 이렇게 티격태격이지만 회사에서는 둘도없는 파트너이다.
서로의 사랑이 있지만 출근할때부터 퇴근할때까지는 사무실내에서도 보조교제로 공식 인정을 받았다.
가끔은 애인보다 더 가깝게 느껴질 때도 있으니 그것을 둘은 '`"의리"라고 명명하기로 했다.
항상 밝은 표정을 잃지않는 지성..
어쩌면 집을 떠나 홀로 살면서 터득한 스스로의 외로움을 떨쳐내는 방법일른지도 모른다.
수민은 이런 지성이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대견하기도 했다.
#2
태양의 연습실.
엔터테인먼트사에 입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공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학교땐 영화정도 보는게 고작이었는데 이젠 제법 유명한 공연도 보고 연극도 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알게된 우태양...
아직 주연급은 아니지만 무척이나 매력이 있는 뮤지컬배우이다.
단단한 근육질의 몸매에 어울리지않게 무척이나 선한 눈매를 가지고 있다.
요즘은 지성이 태양이 오를 공연을 기획하고 있기 때문에 더 자주 만나고 있다.
둘의 첫만남은 2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안해. 이번휴가땐 못들어가겠다. 화많이 났니?"
"그럼!! 당연하지!! 휴가가 일주일이 넘는단 말야!! 내가 오빠랑 보내려구 이렇게 긴 휴가내는데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어? 무슨 회사가 휴가도 없냐?"
"그렇게 됐어. 지성아. 주말에 맞춰서 꼭 한번 들어갈께. 이번 여름이 지나기 전에 말야."
"몰라. 오든지 말든지 나혼자 놀거야. 건드면 주거~~!!!"
"지성아~~"
뉴욕에서 증권회사를 다니고 있는 지성의 오래된 연인 주혁.
여름휴가를 함께 보내기 위해 지성은 주혁의 스케줄에 맞춰서 긴 휴가를 내게 되었다.
하지만 주혁은 회사의 갑작스러운 사정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되었고 지성은 혼자서 놀만한 방법을 강구해야만 했다.
찰떡궁합 보조교제 수민마저도 애인과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대충 이삼일 정도는 동문회도 나가고 친구들과 놀러도 갈 수 있을것 같았는데 도대체 나머지 나날들을 알차게 보낼 방법들이 없었다.
그러던 중 회사에 공연 티켓이 몇장 나오게 되었고 지성은 춘천에 있는 엄마를 불러 함께 공연을 보게 되었다.
그 공연에서... 지성은 태양을 보게 되었고 한눈에 심장이 멎는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물론 주혁과의 사랑과는 다른 그런 감정이었다.
다시 사춘기로 돌아간것처럼 지성은 태양의 팬임을 자청하며 태양이 출연한는 모든 공연에 서포터즈가 되었던 것이다.
태양은 지성보다 3살이 많았지만 꼭 친구같았다.
금새 둘은 오빠 동생하는 사이가 되었고 자주 만나 술도 마시고 친구도 소개시켜주게 되었다.
그러다 태양의 소개로 만나게 된 동생이 민준이다.
민준은 지성보다 한살어린 이쁜 동생이었고 지성 못지않게 태양의 스토커였다.^^;
태양의 연습실에 번져있는 땀냄새가 이들의 공연열정을 그대로 보여주는듯 했다.
지성은 준비해간 음료수들을 나눠주었다.
"얼~~ 서포터께서 오셨네~"
태양의 공연의 주인공인 성원이 오바를 하며 반겼다.
"시끄러~ 너 왜이렇게 오바야?"
"넌 왜 나만 미워하냐?"
성원과 태양은 룸메이트이다.
학교 선후배사이인데 성원이 지성과 동갑이어서 언젠가부터 자연스럽게 말을 트게 되었다.
"뭐야~~ 이거 울 태양오빠 줄꺼야~~~"
"나도 오렌지 쥬스같은거 좋아해~~ 왜이래 이거~~!"
"아주 그냥 이걸 확!! 맞고 반납할래 안맞고 반납할래?"
"안맞고 반납 안할래~~ 메롱~~"
"야~~ 박성원!!"
스물일곱이나 먹어서 노는것도 유치뽕이다.
때론 귀엽고 때론 오바스럽기도 하지만 태양은 지성의 활달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근데 우리 내일 미래홀 공연 막공인거 아냐?"
"알지~ 그럼~ 내가 기획자쟈너~~ 모르면 어떡하냐? 월급도 못받아요~~"
"쫑파티때 너네팀 초대하기로 했어. 수민씨랑 주팀장님이랑 고대리랑 같이 와."
"당근 안불러도 오려구 했어. 근데 하필이면 고대리는 왜? 나랑 사이 안좋은거 몰라?"
"이그~~ 이럴땐 꼭 애같애. 업무적으로 그렇게 부딪혀도 되냐?"
"우린 부딪히라고 있는 사람들이야. 걱정마셔~~"
무남독녀 외동아들로 자란 태양으로서는 지성이 친동생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지성은 사랑스럽고 귀여운 동생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성은..때론 태양에게 여자이고도 싶었다.
멀리있는 주혁에겐 미안했지만... 어느새 주혁의 존재가 작아지고 있다는것을 가끔 느끼곤 했었다.
그 불안함이 지성에겐 불면증으로 다가왔다.
#3
"아니..연지성씨. ‘해바라기’ 대학로에서 앵콜공연 올리는 기획안 왜 아직도 안올리는거예요? 왜 항상 늑장이죠? 지금 자금기획 공연장 섭외안올리면 공연 말아먹어요!! 몰라서 이래요? 한두번 하는일도 아니고 매번 왜이렇게 사람을 피곤하게 하는겁니까?"
아침부터 고재민의 목소리가 사무실에 울려퍼진다.
실제적으로 박차장에게 올라가는 품의서를 관리하는 고재민대리.
기획1팀의 주팀장보다 직위는 낮으면서 관리를 하려고 하니 매번 연지성이 동네북이다.
"이보세요. 대리님. 제가 오늘 오후 2시까지 올린다고 했잖아요. 왜 아침부터 독촉이세요? 이제 프린트만 하면 된단 말이예요."
"전혀 준비가 안되어있으니 그렇잖아요. 지금 오후 2시까지 올릴자료를 준비하는 사람이 휴게실에서 커피마시며 시시덕거리기나 하고 전혀 믿음이 안가잖아요!!"
"아, 대리님이 왜 저를 믿어요!! 필요서류만 올리면 되지 제가 대리님 눈치볼 필요 있어요?"
이제 3년쯤 재민의 밑에 있으니 대충 그의 스타일을 파악할 만도 한데 지성은 재민의 닥달엔 항상 불만이다.
사무실에서 한번도 직원들에게 편안한 웃음조차 주지 않는 지극히도 업무적인 사람.
지성과 수민은 항상 재민에게 당하고 주팀장에게 위로를 받는다.
첨에 아무것도 모를땐 재민의 닥달에 얼마나 노심초사 했는지 모른다.
얼마전에 지성과 수민은 주임으로 승진을 했는데 신입사원 보는데서까지 사람을 닥달해대니 언젠가부터 지성은 재민에게 대들기 시작했다.
그 둘의 싸움은 사무실내에서도 잼나는 구경거리다.
지성의 편이 압도적으로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재민의 까탈스러움을 대놓고 반박하는 사람이 지성뿐이어서 다른이들의 대리만족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재민과 맞부딪히는 날엔 어김없이 재민을 안주로 삼는 저녁회동이 만들어진다.
일명 YTC라고 불리우는 기획팀의 젊은피의 모임...
"연주임님..그래도 전 고대리님이 가끔 남자로 보여요. 잘생겼잖아요~~ 눈썹도 찐하구~"
"너 단단히 돌았구나? 그게 남자냐? 쪼잔해가지구~~~"
얼마전에 입사한 이동화는 이기지도 못할 맥주를 몇잔이나 먹고 붉어진 얼굴로 지성에게 말을 건넸다.
좋은소리 하나도 못들을텐데 이동화는 그렇게 지성에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고대리 애인있어. 뭐 거의 모델급 뺨친다더라."
"정말?"
수민의 말에 모두가 눈이 동그래졌다.
"응. 접때 삼송플라자에서 봤어. 아는척하니까 무척이나 쑥쓰러워하던데. 고대리 그런모습 처음이야~~ "
"우낀다~~~ 굼벵이 구르는 재주 있다고 그 성격에 여자까지 있네~"
지성의 빈정거림은 멈추지 않았다.
"여자가 얼마나 피곤하겠어. 잘 붙어나 다니겠냐? 조만간 파토난다에 나 올인다. 자~~ 만원 걸었어. 전재산이야."
"뭐야~~ 오늘은 좀 얻어먹나 했더니~~"
"나 담달에 뉴욕들어가잖아. 휴가좀 냈어. ‘해바라기’ 앵콜공연 올리고 바로 갔다가 올꺼야. 울 애인 관리좀 해야지~~ 갔다와서 한턱 쏠께. 오늘은 위로차원에서 당신들이 쏴!!"
지성은 수민을 보며 배시시 웃어보였다.
수민은 그런 지성이 밉지만은 않았다.
"아~` 고거고거 고대리만 아니면 회사다닐맛이 나겠는데 말야. 그인간을 어쩐다?"
"그런데 아까운 에너지 낭비하지 말고 술이나 마셔."
"그래~ 그럼.. 연지성이 고대리를 밟고 일어서는 날을 위해서...건배다~~!!"
단골바에 울리는 익숙한 웃음소리에 그들은 마음의 평온을 찾았다.
회사생활에서 이렇게 어울리는 자리가 없다면 그 스트레스는 엄청날 것이다.
지성은 주위에서 이렇게 도와주는 그들이 무척이나 고마웠다.
#4
뉴욕국제공항엔 가을바람이 어느새 겨울바람이 되어있었다.
가을을 무척이나 타던 지성은 주혁이 무척이나 보고싶었다.
주혁은 회사에서도 능력을 인정받는 직원이어서 고위급 회의며 파티에 자주 나가고 있었다.
주혁은 지성에게 소개해주고싶은만큼 좋은 모임이 있다며 지성에게 휴가를 내기를 바랬다.
지성은 파티이고 뭐고 필요없었다.
다만 주혁이 보고싶었던 것 뿐이다.
대학교 입학하고 처음 주혁을 보았을땐 다만 착하고 공부잘하고 다정다감하던 선배였었다.
함께 학회일을 하면서 친해졌고 입학하고 이듬해엔 주혁의 프로포즈를 받을 수 있었다.
주혁은 혼자있는 지성에겐 다정한 오빠였으며 따뜻한 애인이었다.
주혁이 입사한 증권회사에서 해외지사로 발령을 받을때 주혁은 지성이 함께 뉴욕을 나가기를 바랬었다.
하지만 지성은 자신이 없었다.
영어도 그당 유창하지도 않았고 아무리 주혁과 함께이겠지만 부모님이 계신곳을 떠날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고도 3년이 되었지만 둘은 별 탈 없이 사랑을 이루어가고 있었다.
"지성아~~ 여기야~!!!"
"오빠~~~"
오랜 비행의 피곤함은 주혁의 얼굴을 봄과 동시에 싹 가셨다.
주혁은 지성을 꼭 끌어안았다.
그 품은 한없이 따뜻하기만 했다.
"얼마나 보고싶었는지 알어?"
"그러게~~ 왜 자꾸 나 바람맞히구 그래? 오빠가 오면 안돼?"
"미안해~ 그럴때마다 얼마나 내가 아쉬워했는지 모르지?"
"몰라~~ 나 먼길 왔으니까 잼나게 안해주면 맞을줄 알어!!"
"하하 알았어.춥다. 어서 가자."
주혁은 지성의 기억에 항상 따뜻하게 기억되어있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근데 오빠~ 되게 근사했졌다. 1년만이잖아?"
"그러냐? 넌 여전히...이쁘구 귀여워~~"
"아우~~ 우리 너무 닭살 아냐?"
"하하 그런가?"
"나 파스타 먹구싶어. 여기 끝내주는데 없어?"
"없긴~ 있지~~ 어서가자.~~"
주혁은 회사에서 제공한 펜트하우스에서 살고있었다.
주혁의 펜트하우스에서 보이는 뉴욕의 야경은 그 어느곳보다 아름다웠다.
그것이 말해주듯이 주혁은 뉴욕에서 충분히 성공해있었다.
주혁이 샤워를 하는동안 지성은 멍하니 유리창앞에 서있었다.
아무나 올라올 수 없는 이 높은곳에 주혁이 있다는것이 믿을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곳에 주혁의 애인이라는 자격으로 서있는 자신도 믿을수가 없었다.
넓고 높은 천장. 일급호텔의 스위트룸과 같은 침실...
어느 사장단보다 더 좋은것만같은 책상과 최첨단 인테리어 시설...
"뭘 그렇게 넋놓구 있어?"
"어..오빠... 샤워 다했어?"
소리나는곳을 돌아보니 주혁이 물기어린 머리를 닦고 있었다.
"오빠가 이렇게 좋은곳으로 옮겼는지 몰랐어."
"얼마전에 옮겼어. 회사에서 내준거라 관리비가 싸."
혹여 부담스러워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주혁은 농담조로 말을 던졌다.
지성은 그런 주혁의 마음을 금새 읽을수가 있었다.
"항상 이렇게 좋은 경치를 보고 있는거야?"
"아니..늦게 퇴근하고 와서도 일을 해야할 땐 제대로 밖을 보지도 못해."
"오빠 바쁜데 내가 귀찮게 하는건 아니지?"
"무슨소리야~~ 그러리가 있어? 아무리 바빠도 니가 있는데 있는 스케줄이라도 없애야지"
"말이라도 고마운걸~"
주혁은 희미하게 웃어보이는 지성을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 조용히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따뜻하고 달콤했다.
지성은 녹아들듯이 그 입술을 받아들였고 주혁을 품속에 파묻히고 말았다.
#5
<식탁에 아침차려놨어. 곤히 잠든것 같아 그냥 출근한다. 먹구 쉬었다가 전화해. 점심같이먹자.>
침대 머리맡엔 주혁이 써놓은 메모가 있었다.
여행의 피곤함 때문이었을까 얼마나 잤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부은눈은 비비며 탁상시계를 봤다.
9시 50분........
지성은 쭈욱 기지개를 키며 어젯밤 일을 떠올렸다.
괜히 얼굴이 붉어진다.
싱긋이 웃으며 부엌으로가니 식탁엔 씨리얼과 우유한잔, 과일한접시와 소시지가 정성스럽게 차려져 있었다.
"아마..이냥반이랑 결혼하면 참 행복할꺼야..."
펜트하우스의 부담감은 씻은듯이 사라지고 행복한 혼잣말을 하면서 심하게 마음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자신이 우습기만 했다.
TV를 켜니 알아듣지도 못하는 토크쇼를 하고 있었다.
집중을 하니 대충 50%는 넘게는 알아들을것만 같았다.
씨리얼에 우유를 붓고 과일접시를 들고 거실로 나와 모 영화배우가 나오는 토크쇼를 보며 아침식사를 했다.
원래 아침을 잘 먹진 않지만 유난히 허기져있는 자신을 발견해 무안함을 느꼈다.
"내가..왜이래......"
또 웃음이 나온다.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서울보다는 훨씬 공기가 좋은것 같았다.
주혁의 사무실과는 걸어서 30분정도 걸린다고 했다.
주혁은 택시를 타고오라고 했지만 지성은 시간이 넉넉하다는 핑계를 대고 걸어서 갔다.
센트럴파크를 질러서 왔는데 그시간에도 조깅하는 사람들 산책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자유분방함과 여유로움...이제서야 지성은 외국에 나왔다는것이 실감되었다.
지성은 주혁의 회사 입구에 있는 벤치에 앉아 전화를 했다.
만약을 대비해서인지 준비성이 철저한 주혁은 지성을 위해 핸드폰을 하나 장만해서 주었다.
"어, 왔어?"
"천천히 일보구 내려와. 나 아직 배안고파."
"조금만 기다려. 금방 내려갈께."
잠시후 주혁이 내려왔고 둘은 근처의 카페테리아로 향했다.
핫도그 소시지와 커피, 사과한알에 생선요리까지 한셋트였다.
"여기까지 나왔는데 이것먹구 되겠어?"
"여기왔으니까 이렇게 먹지~ 안그래?"
"오후 4시면 퇴근할 것 같애. 오늘 파티있는거 이야기 했지? 우리가 뮤지컬 공연에 투자하기로 했어. 엔젤 투자가들을 위한 파티야. 함께 가기로 했으니까 준비해."
"파티? 뭘 준비하냐?"
"4시 30분에 오피스텔 1층에 내려와있어. 봐둔 드레스가 있거든.가보자."
"드레스? 뭐야~~ 내가 어울리기나 하겠어?"
"당연하지~ 너한테 잘 어울릴꺼야~"
조금은 부담스러운 마음을 지성은 숨길수가 없었다.
하지만 많은 연예인들을 만날 수 있다는 말에 위안을 갖기로 했다.
"내옆에 꼭 붙어있으면 되. 알겠지? 널 나의 피앙세로 소개할꺼야."
"오빠..........."
"괜히 감동먹은 표정짓지말구..얼른 먹어. 생선요리 다 식겠어."
언제나 그렇듯이 주혁의 표정은 따뜻하기만 하다.
#6
드레스 샾
등이 거의 드러나는 검정색 드레스.
적당히 몸매를 드러내고 목을 두른 숄이 고급스럽다.
드레스에 맞추어진 검정 구두.
그리고 핸드백까지.......
170의 날씬한 키를 가진 지성은 어느때보다 아름답고 섹시하기까지 했다.
"너무 이쁘다. 지성아."
"정말? 넘 쑥쓰러워. 등이 다 보이잖아~"
"하나도 야하지 않아. 이뻐. "
주혁은 지성이 이렇게나 이쁠거라고는 생각치도 못했다.
어린 동생과 같았던 느낌이 거의 대부분이었는데 하나의 여자로 확실히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지성이 미용실에서 머리와 메이크업을 하는 동안 주혁은 묵묵히 미소지으며 지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척이나 사랑스러운 모습이다.
호텔 야외 파티장에는 예상했던 것 처럼 뉴욕에서 돈꽤나 있는 사람들과 연예인들로 북적였다.
지성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주혁의 옆에서 함께 인사를 나누고 샴페인을 마셨다.
"너 하나도 안어색해. 서울에서 파티만 다니는거 아냐?"
"뭐야~ 오빠 농담하는거야?"
둘은 어느 누가 보아도 사랑하는 연인사이였다.
"오랜만이야. 제이크."
주혁의 영어이름 제이크를 부르는곳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헐리웃 최고의 스타 미셸이 있었다.
지성은 들고있던 샴페인잔을 떨어뜨릴뻔 했다.
주혁은 갑자기 정색을 하며 미셸을 바라보았다.
"여기 투자한다는 이야기 들었어. 관심있어서 와봤는데..쇼케이스를 보니까 투자할 만 하더라구."
"어쩐일이야?"
"나두...엔젤 투자를 하기로 했지. 근데 오랜만의 만남치곤 너무 시시한거 아냐?"
"당신처럼 바쁜사람이 별데를 다 신경쓰는군."
둘의 대화는 무척이나 냉소적이었다.
지성은 갑작스레 적응할 수가 없었다.
주혁은 그제서야 지성의 표정을 읽을수가 있었다.
"피앙세? 말로듣던대로 미인이네.. 반가워요. 나 미셸이에요."
미셸은 지성을 향해 가볍게 목례했다.
지성도 가볍게 인사를 했고 주혁의 표정은 딱딱하기만 했다.
미셸의 표정은 무척이나 당당했고 우아했다.
주혁은 지성의 손목을 붙잡아 끌었다.
"우리 이사님도 오셨어. 인사가자."
"어..그래..."
지성은 미셸을 돌아보았다.
여전히 당당하게 웃고 있었다.
주혁은 왜이렇게 정색을 하는 것일까..
친구? 아니면...혹시........
알수없는 불안감이 맴돌았다.
"아니...저렇게 톱스타를 만났는데 사진도 찍고 사인도 받아야지.. 왜그러냐? 오빠는?"
"뭐가?"
"오빠만 친하면 다야? 내가 언제 저런 배우를 또 만나겠어~~~"
"내가 다른 배우도 소개시켜줄께. 아..저기 우리 고객이야. 조지 블링크..알지?"
"정말?"
주혁의 목소리가 조금 떨리고 있었다.
미셸...만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
지성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고 애써 웃어보였다.
오빠...
무슨일 있는거야?
오빠가 이렇게 당황스러워 하는모습 처음이야.......
왜이렇게 불안하지?
#7
돌아오는 동안에도 지성은 한잠도 잘 수없었다.
손가방안에서 주혁과 함께 찍은 사진들과 스튜디오에서 찍은 스냅사진 샘플을 넘겨보면서 아닐거라고..
정말 아무것도 아닐거라고 생각을 했다.
나머지 이틀동안 주혁은 지성에게 성실했고 다정한 사람이었다.
바쁜 틈을내서 공원에 나갔고 쇼핑을 했고 영화를 봤다.
사진안에서 주혁과 지성은 어느 누구보다도 잘 어울리고 행복해 보였다.
미셸을 보는순간 당황해하던 주혁... 당당한 미셸의 표정.......
머리에서 떠나지 않아 지성은 몇번이고 머리를 감싸고야말았다.
아닐거야.....
내가 생각하는 그것...아닐거라구......
난 오빠를 믿어...........
도착할때가 되니 피곤이 몰려왔다.
공항엔 수민이 나와있었다.
"어얼~ 너무 초췌한거 아냐? 무리했구나?"
"무리는 무슨..잠을 못자서 그래.."
"너 왜그래? 무슨일 있어?"
"무슨일은...역시 이코노미석은 불편해....."
"아니 돈많은 애인님이 이코노미를 끊어줘?"
"자리가 없어서 그랬어~"
"아이구~ 그래도 애인이라고 싸고돌긴~~가자. 밥먹구 너좀 들어가 쉬어야겠다."
"그래~ 좀 쉬었으면 좋겠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언제 다시 주혁을 만날지는 모르지만 지성은 언제나처럼 씩씩하고 즐겁게 일을 할것이다.
집에 도착해 먼저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았다.
아로마 오일을 풀고 몸을 담구니 이제서야 피곤함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왔다.
욕조옆에있는 통유리창으로 야경이 보였다.
주혁의 펜트하우스의 그것과는 많이 달랐지만 나름대로 아름답다.
여기서라도 주혁과 함께이면 얼마나 좋을까...
알수없는 아쉬움이 지성의 머리속을 혼란하게했다.
그러고 어느새 잠이 들었다.
아로마 오일의 향긋함과 욕조물의 따뜻함이 지성을 현실의 복잡함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래...자고나면 모든것이 처음으로 와있을꺼야.
오빠는 내남자야........ 내남자라구.......................
따르르르릉~~~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전화벨소리에 지성은 눈을 떴다.
급히 수건을 두르고 나와서 수화기를 잡으려는데 이내 신호음은 끊기고 말았다.
...누구지?
아마도 한참은 울린것 같았다.
뉴욕.
주혁은 지성이 전화를 받지 않자 불안해졌다.
비행기는 잘 도착했다구...왜 전화를 안받지?
혹시... 다 알게된건가?
아니야...떠날때까지 아무 내색도 하지 않았잖아.
그럼 알고도 모른척?
그래..지성이라면 그럴수도 있어.....
지성아.........
주혁은 전화기가 있는 테이블에 앉아 고갤 떨구었다.
"당신..이렇게 불안해하는거 처음이야..."
어느새 다가와있는 미셸..
그녀는 블랙홀과 같아 주혁은 가까이 하면 안된다는걸 알면서도 그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를 못한다.
미셸은 주혁의 어깨에 기대어 위스키를 한잔 건넸다.
"당신 피앙세... 난 직감적으로 알았어. 그녀는 날 경계해..."
"그만해... 당신과 말하고싶지 않아. 어서 가줘."
"제이크... 나와 헤어질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내가 절대로 당신 놔주지 않을거야."
"아니. 난 당신에게서 벗어날거야. 당신은 내가 외로워서 만난 사람이야. 이제 더이상 외롭지도 않고 오
히려 그럴새도없이 바빠."
"그렇게 무서운표정 지으면서 말하면... 내가 포기할거라고 생각해? 어딜가나 당신같은 남자는 없어. 당
신은 날 죽일만큼..충분히 매력적이거든......"
미셸의 입술이 다가왔다.
주혁은 걸리지 말아야할 마법에 걸린 사람처럼 꼼짝할수가 없었다.
생각과는 따로 감정이 생기고 있었던것이다.
삐리리리리~~~
주혁의 전화벨이 울렸다.
그제서야 정신이 든 주혁은 미셸을 밀쳐냈다.
"여보세요?"
"오빠.."
"지성아. 도착했으면 전화를 해야지~"
"미안.. 샤워하다가 잠들었어...."
"그래..피곤하지?"
"응..좀...쉬어야겠다. 이제 몸이 예전같지가 않네. 후훗!"
"........지성아.........사랑해............"
"오빠..새삼스럽게 왜그러냐?벌써 보고싶은게야?"
"응..보고싶어..."
전화를 끊고나서도 뭔가 찜찜하다.
남자가 바람피면 마누라한테 잘해준다는데.....
아냐..내가 배부른소리 하는거야. 그래~ 배부른소리라구~~!!!
지성은 복잡한 기억을 지우려고 머리를 흔들었다.
"어 수민씨?"
"아니 이밤중에 안자구 뭐하냐? 9시가 넘었어~~~"
"한잔하자. 나와."
"이게 미쳤나~~ 내일 출근 안할꺼야?"
"할꺼야~ 그러니까 나와~!!!"
지성은 도저히 그냥 잠이올 것 같지가 않았다.
또다시 5분거리에 있는 수민을 불러냈다.
새삼스러울것도 없는 일이다.
일주일에 한두번은 이렇게 만나 술을 마신다.
"애인보고 오니 외로워 잠이 안오냐?"
"그럼...잠이오겠냐? 독수공방 외로운밤.. 이러구 보내야지~~"
"현지부 하나 만들지 그래?"
"농담도.. 그런건 못써!!"
현지부...
그래..사랑은 따로하고 인조이만 한다는거지...
어쩌면 미셸과 오빠도 그런 사이일지도 몰라...
몸만주고 마음은 주지 않는다....
근데 그게 가능할까?
#8
"요즘 집값이 왤케 비싸냐~"
"집구해?"
"응... 회사랑 집이랑 멀어서 부담스럽네~ 삼실앞으로 이사나 해볼까해~"
"분당으루? 너 돈 마뉘 벌었나보다~"
"밥얻어먹고 술얻어먹고 아끼고아꼈다~"
지성은 인터넷과 생활정보지를 뒤적이며 집시세를 알아봤다.
지금 살고있는곳에서 조금만 줄이면 분당으로 이사를 할 수 있을것 같았다.
"수민씨 오늘부터 수거좀 해줘야겠다. 집좀보러 다니자."
"그럼 사람들이 오해하지~~ 신혼부부인줄 알면 어떡하냐?"
"아 그럼 좀 어때~~~~~ 내가 맛난 저녁 항시 대기할테니... 협조하는거다~?"
"이그~ 알았어~~ 밥이나 안거르게 해줘~"
28살의 봄...
차가웠던 겨울은 지나가고 봄이 왔다.
연말에 주혁이 한국에 들어와 함께 일출을 보러갔다온 후 지성은 주혁에 대해 걱정을 하지 않기로 했다.
주혁은 떠오르는 새해를 맞이하며 지성에게 프로포즈를 했고 지성은 그 프로포즈를 받아주었다.
다미아니 다이아몬드반지...
한때 제니퍼 애니스톤과 브래드피트가 결혼반지로 나누어 끼었다고 해서 유명해진 그것...
심플한 디자인의 화이트골드 반지...
지성은 볼때마다 웃음이 나왔다.
언제가 될지도 모를 결혼이었지만 프로포즈를 받고나니 괜히 마음이 놓이는것이 이래서 사람마음이 간사하다고 하는가보다.
여튼 일주일정도 다리품을 팔아서 지성은 사무실에서 15분정도 떨어진 주상복합 아파트를 얻을수 있게 되었다.
물론 수민의 도움이 무척이나 컸다.
이삿날.
회사에서 젤루 친한 멤버들이 와서 거의 일을 다해주었다.
지성의 새아파트는 전망이 좋았고 공원과 탄천이 인접해있어 공기도 좋았다.
"15분만 걸으면 사무실이야. 운동좀 하지?"
"안그래도 그렇게 하려구 했어~ 급하면 뭐...전화 때리지 뭐. 어차피 우리집앞으루 다닐거쟈나~"
"아무래도...자주 니가 전화를 할것 같아. 그런느낌이 팍팍 들어....."
수민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자 지성은 마냥 우습기만 하다.
수민은 지난 가을 뉴욕여행이후 한동안 의기소침해있던 지성이 다시 밝아져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지성의 분당생활은 새로운 활력소가 될만한 것들로 가득찼다.
맛있는 음식점들도 많고 생활수준들도 다들 높았다.
공기도 좋고 차도 막히지 않고 수민은 이사오기를 정말 잘했다고 스스로 칭찬을 했다.
휴뮤인 토요일 아침..
기분좋게 늦잠을 잔 지성은 눈부신 햇살에 눈을 떴다.
이미 알람을 해놓은 TV속에서는 토요일 오전에 하는 주부가요열창이 진행되고 있었고 유명한 트롯가수가 나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자기도 모르게 따라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샤워기에 물을 틀었다.
오늘은 오래간만에 태양의 공연을 보기로 했다.
동호회에서 알게된 후배와 함께 태양의 서포터즈들이 뒷풀이를 마련한다고 하여 신나게 한잔 마실생각을 하니 절로 노래가 나왔다.
"언니~ 여기~~"
지성보다 한살 작지만 항상 그녀의 자신에찬 말투와 표정이 부러웠다.
김민준. 남자이름이라 더 기억에 남았는지도 모른다.
처음 2년전 태양이 공연한 넌버벌 퍼포먼스에서 서포터즈들 중에 한명으로 알게되었다.
하지만 다른 팬들과는 달리 태양과 다른 배우들과도 이미 친분이 쌓여 있었다.
둘은 자연스럽게 웹상에서 쪽지를 나누다가 따로 만나서 술을 마시게되면서 친해졌다.
지금은 찜질방도 함께 다닐만큼 많은것을 오픈한 사이이다.
이번 공연관람도 지성이 구해온 VIP석으로 함께 보는것이다.
"난 언니가 공연기획사에서 일하는게 너~ 무 쪼우아~~~"
민준이 귀엽게 지성에게 팔짱을 꼈다.
"이렇게 껑짜루 VIP에두 앉아보구 말야~"
"내가 태양오빠를 사랑하는것에 감사해~ 아님 국물도 없어~"
"아니 그렇게 오빠를 사랑해도 되는거야? 난 졌수~ 내 사랑은 새발의 피구랴~"
둘은 성격도 비슷하고 취향도 비슷했지만 더더구나 조연급이 태양을 사랑한다는것도 큰 공통점이었다.
하지만 둘의 사랑은 조금 달랐다.
지성이 정말 사랑하는 주혁을 두고 마음 한켠을 내어 무대위의 태양을 사랑하는거라면 민준의 그것은 마음을 다 주어 사랑하는것이었다.
민준은 태양의 첫 데뷔무대부터 봐 왔고 그에대한 사랑을 적극적으로 표현했었다.
하지만 태양의 마음은 열리지않았고 민준은 그 마음을 접은채 외사랑을 해왔다.
공연은 대성공이었고 태양의 인기는 더 올라갔다.
비록 악역이었지만 주인공보다 더 멋지고 섹시했기 때문이다.
"언니. 뒷풀이는 대학로예요~"
동호회 회장인 선희가 다가왔다.
선희는 태양의 대학후배로 연극을 하고 있다.
"형이 언니 꼭 데리구 오랬어요. 애들 사이에서 치여서 그냥 간다구요."
"어허~ 그사람 별걱정을 다하네. 악착같이 쫓아갈테니 따돌리지나 마라그래~~~"
태양은 단순히 공연기획자로서의 지성을 바라보지는 않았다.
민준의 소개로 따로 만나 술을 마시고 여행도 다녔다.
둘 사이에서도 역시 친남매같은 친분이 있었던 것이다.
뒷풀이장은 팬들로 가득차 있었다.
새로운 팬들이 태양의 주위에 둘러앉아있어서 민준과 지성은 근처에 가는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이봐 당신! 침이나 닦구 있어~ 뭐야 추하게~~ 젊은애들이 그렇게나 좋아?"
화장실앞에서 태양과 민준이 맞딱뜨렸다.
"어 너 질투하냐? 짜식... 설마 내가 원로멤버들을 외면하겠냐~ 안그래도 나중에좀 보자."
"원로멤버? 누굴 아줌마취급하고 있어~~~"
"잊지말구 너랑 지성이랑 먼저가지말구 있어. 나 쟤들 무써워~~잉~~~"
태양은 민준의 귀에대고 마지막말을 속삭였다.
민준은 태양이 자신을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한결같이 대해주는것이 내심 서운하면서도 고맙기도 했다.
오빠.. 곁에만 있는것 만으로도 난 행복해.
사랑하지 않아도 좋아. 이렇게 항상 함께 있자.
문득 민준의 눈에 눈물이 돌았다.
#9
밤 12시가 넘었지만 대학로는 초저녁같았다.
아무일 없다는 듯이 택시를 잡는 척 했지만 지성과 민준은 태양을 의식할 수 밖에 없었다.
택시를 잡는족족 애들을 먼저 실어 보냈다.
그러다보니 민준, 태양 그리고 지성만 남게 되었다.
"우리끼리 남는것도 되게 오랜만이다. 그치?"
태양은 기분 좋다는듯이 웃어댔다.
"간만에 J.J 뛰자. 어때?"
"오빠가 한잔 쏘면 가구~~~"
"알았어. 간만에 내가 쏜다구~~"
J.J바...
토요일밤 답게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셋은 정말 오랜만에 땀에 흠뻑 젖을정도로 춤을 췄다.
태양은 어느 누구보다 돋보였고 멋졌다.
지성과 눈이 마주칠때마다 웃어주는것도 잊지 않았다.
그럴때마다 지성은 사춘기 소녀처럼 심장이 움찔거렸다.
나이먹어 주책이라고 생각했다.
쉬지않고 춤을춰댄 태양과 지성은 지쳤는지 맥주병을 들고 야외로 나왔다.
봄을 알리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늬들한테 고마워. 사실 애들이랑 있는것보다 너랑 민준이랑 있는게 더 편해."
"그렇게 생각해주면 나야 고맙지... 어리고 풋풋한 여자 싫어하는 남자 있어? 그래서 난 오빠가 좋아. 오늘 무대위에서 정말 멋졌어."
지성은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였다.
"한살이라도 어린게 좋네. 민준이봐. 외국인이랑 수다떨며 춤추고 있어."
"지치지 않는 열정이 있는것 같아."
"오빤... 아직도 민준이한테 마음을 열지 못하는거야?"
"... 난.. 가난한 예술가잖아~ 내주제에 무슨 여자냐?"
"너무 심한 비약 아냐?"
태양의 표정엔 스치듯 우울함이 보였다.
언젠가 민준은 태양에게 고백을 했었다.
둘은 한동안 잘 사귀는가 싶었는데 얼마되지않아 합의하에 헤어졌었다.
이유인즉슨 태양은 가난한 예술가이고 민준은 그것을 받아들이기엔 벅찼었다는 것이었다.
규칙적인 직장생활을 하는 민준과는 달리 태양은 밤과 낮이 바뀐생활이 대부분이었고 때론 훌쩍 떠나버려서 연락이 되지않을때가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민준으로서는 그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태양도 그런 민준이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둘은 사귀기 전처럼 돌아갔고 태양은 여전히 자신에게 여자란 사치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랑을 믿어?"
태양이 진지하게 물었다.
"응..믿어. 어떤 가혹조건이라도 사랑은 사랑이야. 사랑은 사치가 아니라구."
"그것조차 사치라고 느끼는 내가 우습냐?"
"그래. 우스워. 조금만 마음의 여유를 가지면 될것을 왜 피하니?"
"난 두려워. 사랑을 하면 내 존재가 사라질 것 같애."
"철학자같은 말 하지 말구... 부모님 반대도 심했다며. 당당히 성공해 가정을 이루는 모습도 보여줘야 하지 않겠어?"
"아직은.. 자유가 좋고 혼자가 좋아. 사랑은... 참아야 하는것 같아."
지성은 태양이 말과는 달리 매우 외로워하고 있고 기대고 싶어한다는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태양이 조금은 안쓰러워 보이기도 했다.
"그런표정 짓지 말구.. 한잔해~~!!"
지성은 태양을 향해 활짝 웃어보였다.
그런 지성의 모습이 맘을 편하게 했다.
지성아..
어쩌면 나......... 널 사랑하는지도 몰라.
미안해.
너에게 내 이런 마음을 보여줄 수 없어.
열등감일지도 몰라.
너의 그 사랑을 얻을수가 있을까?
지성아.........
#10
이사를 하고 아침저녁으로 걸어서 출퇴근을 하니 운동도 되는것 같고 기분도 좋았다.
여름을 알리는 비가 내리던 날... 가다보니 지성은 조금 늦었다는것을 알게 되었다.
사무실을 약 200미터 정도 남긴 지점에서 빗물을 튀기며 확 지나가는 차를 보았다.
"아이..저 자식을..........어?"
그 차는 재민의 차였다.
"치사한 자식... 그나저나 날 못봤나?"
사무실 직원들은 보통 지나가다가 지성을 보면 차를 세워 태워줬었다.
비록 거리는 얼마 안되지만 그냥 지나치는것도 우습지 않은가.
하지만 재민은 지성을 못본듯이 물만 튀기며 지나갔다.
점심시간에 오늘은 점심메뉴를 고민하고 있는데 고대리가 녹차를 한가득 담아나오며 지성에게 말을 건넸다.
"연지성씨. 걸어서 다녀요? 걷기엔 좀 멀지 않아요?"
어이가 없었다.
그럼 아침에 자기를 봤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그리고 재민이 먼저 다정하게 말을 건것도 아마 3년만에 첨인것 같았다.
"저인간 뭐 잘못 먹었냐?"
수민이 지성의 귀에 속삭였다.
"아. 몰라. 미쳤나봐."
그날밤 YTC멤버들이 모임엔 이 사건이 이슈가 되었다.
재민이 왜 지성에게 다정히 말을 건넸는지.
게다가 치사하게 보고도 왜 그냥 지나쳤는지.
"난 항상 고대리가 지성씨 구박하는거 보구 지성씨를 좋아하는줄 알았어."
입사선배인 영채가 비스듬히 의자에 앉아 태연하게 말했다.
"아니 선배. 미쳤어? 고대리 애인있어~"
"애인있으면 다른사람 좋아하지 못하냐?"
"농담하지 말구~ 으~~ 생각만해도 끔찍해!!!"
"어얼~ 이거 너무 심한 오바하냐? 지성씨두 의심스러워~~!"
"선배!!!"
"아냐~ 나두 이상했어. 오늘 지성씨한테 다가와서 말거는것봐. 전략을 바꾼거야."
옆팀 동료인 인욱도 거들었다.
"아주~~ 염장을 질러요 질러~ 맘대루 생각해요. 난 싫으니까"
지성의 의지가 완강한 듯 보여 재민의 이야기는 그만두기로 했다.
하지만 재민과 연루해 자기를 놀리는 멤버들이 지성은 야속하기만 했다.
며칠 뒤. 영채와 지성은 백화점에 갔다.
여름정장도 사고 함께 유명한 파스타집에서 스파게티를 먹기로했기 때문이다.
둘은 백화점 2층의 커피숖에서 블루마운틴과 쿠키를 먹고 있었다.
"일욜이라 아주 빠글거려요~ 백화점이 아니라 시장통이네. 바로."
쇼핑하기도 힘들정도로 사람들이 몰리는 통에 지성과 영채는 지쳐갔다.
그때 영채가 지성의 뒤를 보며 누군가에게 인사를 했다.
"어. 고대리님 아니예요? 여긴 어쩐일이세요?"
지성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뒤돌아보았다.
거기엔 재민과 여자친구가 다정하게 쇼핑백을 들고 서있었다.
고대리는 적잖이 당황한 듯 했다.
"아.. 옷좀 사려구요."
그렇게 말하는 재민은 사무실에서 보던 모습과는 천지차이였다.
수줍게 웃고있는 모습을 보니 사람이 달라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금새 사람을 매몰차게 몰아붙이는 고대리의 모습이 지성의 눈앞엔 클로즈업 되어 기분이 팍 상했다.
고대리의 팔짱을 잡고있는 그녀는 정말 어디에서나 눈에 띌법한 미인이었다.
고대리가 지나가고 영채는 깔깔대고 웃기 시작했다.
"아니 저인간 왤케 부끄러워하냐?"
"그러게~ 웃겨~"
"너한테 여친 들킨게 되게 민망한가봐."
"엥? 건 무슨 말인겨?"
"왜그래~~ 회사에 고대리가 지성씨 좋아한다고 소문이 쫙~~ 났는데~"
"뭐..뭐....뭐라구? 미쳤나봐. 이사람들이~~~~"
"고대리 하는것봐. 지성씨한테만 그렇잖아. 당신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들 난리법석이라구. 게다가 지난번 비오는날 그사건으로 더 그렇게 생각들 하구있어. 당신 회사생활하기 좀 피곤할꺼야~"
영채는 재미있다는듯이 말했지만 지성은 거의 죽을맛이었다.
아띠.. 왜 하필이면 그인간이랑 루머야~
진짜 재섭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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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are my soul..forever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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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18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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