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밥상에 톳나물 두부무침, 미역무침, 파래무침이 나왔다.
문득 할매반찬 생각이 났다. 할매반찬이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나물, 무침, 김치가 시골 할매반찬이다.
농사일에 바빠 장에 갈 시간도 없고 갈치 한 마리 살 돈이 없어서 자급자족하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우리 동네 꼼쟁이 할매는 이렇게 며느리 자랑을 했다.
"우리 메누리는 간장을 젤 조아하요. 다른 반찬 안 묵고 간장 한 가지로 밥 한그릇 뚝딱 해요."
갓 시집온 메누리다 보니 없는 반찬에 젓가락 갈 곳이 없어서 간장만 찍어먹는 줄 시어미가 왜 몰랐겠는가.
배를 탈 때 시애틀에 입항햇을 때였다. 시맨클럽에 갔다가 선원선교하던 최원종 목사한테 20불을 헌금을 했더니
(헌금 함에는 5불을 넣고 최 목사 목회 공부한다고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워) 아이들 태권도 승급 심사한다도
팥밥을 했다면 서 같이 먹자고 했다. 최원종 목사는 예전에 한국해양대학 시크로스 단원들과 대연동에서
자주 에배를 보곤 했는데 내 처남이 33기로 시크로스 단원이라 얼굴은 알고 있었다.
그래 별 생각 없이 밥을 먹게 되었는데, 준배해온 밥을 보니 목이 메어 밥숟가락이 입에 들어기자 않았다.
밥은 조금만 먹으면 되다 치고 반찬이 미역줄기 무침과 총각김치 두 가지였는데 총각김치는 식구 수 대로
헤아려서 가져온 것이라 내가 한 조각 먹으면 다른 사람 먹을 게 없었다. 옛날 고생담이다.
옛날 시골에서 할머니들이 제일 좋아하는 반찬은 무나 시래기 깔고 찌진 고등어, 갈치에 상추쌈 싸먹는 것이었다.
모내기 할 때 박바가지에 열무김치 비벼먹는 맛도 지금은 볼 수 없다.
어저께 신문에는 전라도 '매생이' 국이 나왔다. 예전에는 김에 붙어 값도 안 쳐주던 매생이가 지금은 금값이 되었다고.
경상도 연안에도 먹거리가 많이 나왔지만 지금은 곳곳에 조선소 협력업체가 들어서는 바람에 양식장이 줄어들었다.
구산면 수정만, 고성 동해면 등의 굴 양식장, 진동 고현의 미더덕. 통영 뽈라구, 남해 창선 개불 등등.
우리들이 어렷을 때는 마산 선창가에 미더덕이 거름무데기처럼 쌓여 있었는데.
나는 어렸을 때 아버지가 전근을 자주 가는 바람에 창원 진북 (진동 고현에서 가까운) 구산면 반동,(콰이강의 다리 있는 곳)
창원 웅천 명동 (해상 공원, 폐함한 구축함이 있음)을 돌아다니며 살았다.
그래서 해초류나 연안에서 나는 조개류, 바닷고기를 잡기도 하고 구경도 많이 했다.
그 때는 멸치막에 가면 건조하기 위해 자갈밭에 널어놓은 멸치 가운데 호래기새끼 (땅콩만 한 불똥꼴두기)는 맘껏 주워먹을 수 있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고 설사를 만나기도 했다.
그때는 돌틈에서 가끔 문어도 잡히고 (개구리 다리로 낚았다) 해삼도 흔했다.
찔피 (Sea grass)라는 바닷풀을 뽑아 파처럼 하얀 줄기부분을 먹었다.
군소라는 놈은 생기기도 못 생겻는데 건드리면 갈색 연막탄을 터뜨리며 숨었다.
연안에 사는 생물체는 대부분 다 먹을 수 있었다. 해초류, 고둥, 조개류, 방게....잡을 것은 천지삐까리였다.
그래서 한산도 해전에서 이순신 함대에 박살난 왜장 와키자카 야스하루가 무인도에 숨어 뗏목을 만드는 일주일 동안
해초류를 뜯어먹고 살아 돌았다는 기록을 남겨 후손들이 그날이 돼면 해초만 먹는다고 한다.
(몇 해 전에 후손들이 한국을 방문하기도 햇다.)
나도 배를 타면서 중동에서 장기 대기를 하면서 반찬이 없어 보트를 내려 배 흘수선에 붙은 파래와 홍합 새끼를 긁어
된장국으로 끓여먹은 적이 있다.
바닷가 할매반찬은 무침이나 나물거리로 미역, 곤피, 청각, 톳나물, 청파래, 갈파래, 모자반, 김,
산골 할매 반찬은 정구지, 도라지, 고사리, 무, 오이, 가지, 애호박, 참박속, 고구메 잎사구, 줄구지, 호박잎, 비름, 돈냉이, (돌나물) 씬냉이, 달롱개, 풀씨(자운영) 쪽파, 열무, 불상추, 부룻동 (불상추 줄기) 쑥갓, 아욱, 머구 (머위) 빼뿌쟁이 (질경이)
그냥 생것으로 뜯어먹던 것것은 시금털털한 며느리밑씻개, 찔레순, 매운맛 나는 풀( 맴사리라 했느데 표준말은 모르겠다)
제일 먹고싶은 것은 풋고추넣고 담근 뽈라구젓갈인데 구경하기도 힘들다. 통영에는 뽈라구김치도 있다고, 고형에는 미더덕 김치도 있고. 요새는 시래기도 미국에 수출한다고 한다. 오래 전에 나훈아가 미국 공연을 갔을 때 공연을 마치고 새벽에 해장을 하는데 "쑥국'을 찾으니까 30분만에 수해왔더라고 한다.
이제 우리집에도 나물, 무침 등 할매 반찬이 많아졌다는 소리가 좀 길어졌다.
혹시 진동 고현 미더덕을 주문하시려면 고현 미더덕조합 (055-271- 0768, 0868 ) 우성수산 (055-271-2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