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애잔한 섬 이야기... 전남 끝자락도 당일치기 가능
전남 고흥 녹동바다정원에서 본 소록대교 위로 뭉게구름이 피어오르고 있다. 다리를 건너면 소록도다.
전라남도는 수도권에서 멀고 대부분 농어촌이어서 대중교통으로 여행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당일치기 여행이 가능한 방법이 있으니 바로 ‘남도한바퀴' 버스다. 2014년 5월부터 전남 22개 시·군 관광지까지 매일 운행하는 관광버스다. 오전에 고속철도 광주송정역 도착한 후, 남도한바퀴 버스로 여행을 마치고 저녁에 돌아오면 하루 일정으로 전남 여행이 가능하다. 광주에서 약 120km 떨어진 고흥의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는 남도한바퀴 버스를 소개한다.
형형색색 꽃잔치, 장수호힐링정원
남도한바퀴 ‘고흥 작은 섬 여행’ 버스는 매주 수요일 운행한다. 이동 거리가 멀어 탑승객의 편의를 위해 우등버스가 배차된다. 첫 목적지는 전남 민간정원 7호 장수호힐링정원. 고흥 농촌지도자연합회장으로 활동했던 백의영씨가 농촌 활성화 공로 대통령상 부상으로 받은 상금 1,500만 원을 본인 소유 야산에 투자해 가꾼 정원이다.
철따라 다양한 꽃이 피어나는 장수호힐링정원.
장수호힐링정원에 뒤늦게 여러 가지 수국이 피어 있다.
수국이 곱게 핀 장수호힐링정원 산책로.
들국화를 시작으로 오솔길을 따라 걷는 동안 500여 그루의 황칠나무가 피톤치드를 뿜는다. 절정이 지나도 여전히 아름다운 수국을 비롯해 한창 피어나는 산수국과 나무수국 등 형형색색 야생화가 층층이 쌓아올린 돌탑과 어우러져 눈 호강을 만끽한다. 천국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게 황홀하다. 입장료 5,000원, 남도한바퀴 버스 탑승객은 2,000원이다.
생선구이 먹고 바다정원 산책, 녹동항
점심시간 무렵 녹동항에 도착한다. 해산물이 풍부한 만큼 다채로운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고흥의 대표 항구다. 정다운식당에서 1만7,000원짜리 자연산모듬생선구이를 주문했다. 20여 가지 반찬과 뜨끈한 조개탕, 갓 구운 생선까지 푸짐한 상차림이다.
식후에 항구 앞 인공섬 녹동바다정원을 산책한다. 원형 정원에 바닥분수, 야외무대, 휴게쉼터, 조형물 등이 어우러져 있다. 소록대교 아래 푸른 바다가 흐르고 때마침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피어오른다. 아름다운 풍경에 잠시 넋을 잃는다.
정다운식당의 자연산모듬생선구이(1만7,000원).
녹동바다정원의 사슴 조형물.
한센인의 아픔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소록도
세 번째 여행지는 소록도다. 멀리서 보면 마치 작은 사슴 같은 모양이라 그렇게 불린다. 사슴의 슬픈 눈망울처럼 소록도는 한센인에게 천형의 섬이었다. 일제강점기 섬에 수용된 한센인은 감염을 우려해 면회 온 가족과 서로 안아볼 수도 없었다. 방문한 부모와 보육소에서 생활하던 자녀는 경계지역 도로 양옆으로 갈라선 채 눈물로만 만날 수 있었다.
수탄장 숲길을 걷고 국립소록도병원을 지나면 시멘트벽돌 건물이 나타난다. 당시 원장은 환센인에 대해 수시로 견책, 근신, 감식, 감금을 자행했다. 병원의 부당한 처우와 박해에 항거한 환자들을 가두고 강제로 정관절제 수술을 했던 감금실은 일제 철권통치의 상징이다. 검시실에는 사망 환자 해부실과 검시 전 유해를 보관한 영안실이 있었다. 망자는 본인과 유족의 의사와 상관없이 시신 해부를 마쳐야 장례를 치를 수 있었고, 시신은 구북리 바닷가의 화장장에서 처리해 만령당에 안치됐다. 발병부터 시신 해부, 화장까지 세 번의 죽음을 맞아야 했던 소록도 한센인의 슬픈 역사가 서려 있다.
소록도의 옛 감금실 건물.
소록도 중앙공원 구라탑. 사각기둥에 국제위크캠프 대학생 133명의 봉사활동을 기념해 명단을 새기고, 현대 의학으로 한센병 정복이 가능하다는 의미를 담아 성 미카엘 천사상을 세웠다.
수목이 깔끔하게 정돈된 소록도 중앙공원.
바로 앞 중앙공원은 일제강점기에 조성한 대유원지다. 완도와 득량에서 운반된 기암괴석과 일본, 대만에서 들여온 나무를 심고 연못을 조성했다. 1962년 공원 옆 벽돌가마터와 주변 부지까지 확장해 지금은 수목이 어우러진 명품공원으로 변신했다.
청자와 백자 사이, 고흥분청문화박물관
고흥분청문화박물관은 고흥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박물관 역사문화실에 선사, 고대, 불교, 유교문화로 구분해 고흥의 역사 유물을 소개하고 있다. 고인돌 밀집지였던 선사시대, 활발한 해상활동이 펼쳐진 삼국시대, 찬란한 불교문화를 꽃피운 고려시대, 전라좌수영 5관 5포 중 1관 4포가 주둔했던 군사 요충지로서의 조선시대를 살펴본다.
분청사기실에서는 박물관 해설사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왕조가 바뀌며 조선은 강진에서 왕실 고려청자를 생산했던 도공에게 백자 제작을 요청했다. 그러나 조건에 맞는 흙을 구하기 어렵고, 가마의 온도를 청자보다 100도 높은 1,300도로 올려야 해 불가능하다고 했다. 왕실에서 내쳐진 도공들은 생계를 해결하고자 전국으로 흩어져 민간에서 사용할 도자기를 제작했다. 청자의 겉면에 철분이 적은 고령토를 분칠해 백자 비슷하게 만들었는데,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사이에 존재했던 분청사기다.
푸르스름한 빛깔이 인상적인 고흥 분청문화막물관.
고흥분청문화박물관에 전시된 덤벙분청사기.
고흥분청문화박물관에 전시된 학무늬 편병(분청사기 상감 학문 편병).
고창 두원면 운대리 일대는 분청사기의 중요 생산지였다. 번조실 안에 불기둥을 설치했던 요지와 일곱 가지(상감·인화·박지·조화·철화·귀얄·덤벙) 장식기법이 적용된 출토유물은 분청사기의 출현부터 쇠퇴까지의 제작과정과 기술을 보여준다. 특히, 백토 물에 덤벙 담가 꺼낸 듯한 덤벙분청사기는 고려청자나 조선백자에 견줄 만큼 기술과 예술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박물관은 사라져가는 구비문학 중 고흥을 대표하는 30여 편의 설화를 인터렉티브 미디어로 구현한 설화문학실도 갖추고 있다. 입장료는 2,000원, 남도한바퀴 버스 탑승객은 1,000원이다.
매일매일 골라 즐기는 '남도한바퀴'
광주송정역에서 전남 주요 관광지까지 운행하는 남도한바퀴 버스.
남도한바퀴 버스에는 전 일정 전남문화관광해설사가 동행한다. 사진은 배연하 고흥군문화관광해설사.
남도한바퀴는 버스는 전남 22개 시·군 28개 코스로 운행한다. 매일 1개 코스에는 편안한 여행을 위해 28석 우등버스가 배차된다. 요금은 기본 1만2,900원부터 체험과 유람선 탑승 여부에 따라 최대 3만2,900원까지다. 우등버스는 2만4,900원이며 입장료와 식사비는 별도다. 전남문화관광해설사가 동행해 재미난 설명을 곁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