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무 「詩의 溫度」] ㉙ 늦봄 홀로 술 마시며(暮春獨酌·모춘독작)
쏜살같은 세월 술잔 속 들어오니
처음 호탕하다가 점차 별 일 없어졌네
육신 은둔 꿈꾸면서 무엇 하러 글은 저술하랴
학문 이루지 못해 운명 비로소 알겠네
모든 것 오활한 사람 지금 시대 나뿐
마음으로 사귈 사람 일생에 누구인가
많은 거짓 적은 진실 익히 겪었으니
이제 두 눈 나 홀로 간직하네
鼎鼎年華入酒卮(정정년화입주치)
初因莽宕轉無爲(초인망탕전무위)
身將隱矣書何著(신장은의서하저)
學未成焉命始知(학미성언명시비)
通體迂惟當世我(통체우유당세아)
寸心交是一生誰(촌심교시일생수)
贋多眞少經來慣(안다진소경래관)
雙眼如今獨自持(쌍안여금독자지)
―『아정유고 2(雅亭遺稿 二)』 이덕무(李德懋, 1741-1793)
*정정(鼎鼎) : ‘성대하다, 이름을 떨치다’라는 의미.
*酒卮(주치) : 술잔.
✺[이덕무 「詩의 溫度」] ㉙ 조롱에 해명하다(解嘲·해조)
큰 계책 억지로 이루기 어려워
차라리 철저히 진실 닦으려네
깨끗한 이름 예전 그대로 나인데
헐뜯고 욕하는 사람 누구인가
비방과 조롱 경박한 습관이니
담박한 정신 괴롭힐 뿐이네
세상 풍문 두 귀에 스치지만
갈수록 고고한 하늘만 믿을 뿐
大黠知難强(대힐지난강)
寧修徹底眞(영수철저진)
淨名吾古我(정명오고아)
赤口彼何人(적구피하인)
好惹澆澆習(호야요요습)
要煩澹泊神(요번담박신)
風痕從兩耳(풍흔종량이)
去去信高旻(거거신고민)
―『아정유고 1(雅亭遺稿 一)』 이덕무(李德懋, 1741-1793)
*赤口(적구) : 赤口毒舌[적구독설], 붉은 입과 독한 혀, 심한 욕설을 이르는 말.
*澹泊(담박) : 욕심이 없고 마음이 깨끗함.
홀로 담담하게 읊조리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시다.
마음에 울화가 쌓여 있으면 대개 두 가지 반응이 나타난다. 울화를 터뜨려 울부짖거나 분노하던지 혹은 담담하게 울화를 삭이거나 묵묵하게 받아들이든지.
하지만 담담하게 삭이거나 묵묵하게 받아들인다 해도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때가 있다. 대개 이 순간 중얼거림, 투덜거림, 푸념, 하소연, 읊조림 등이 나온다.
그래서일까? 가슴에 울화가 가득 쌓인 시인은 읊조리듯 시를 쓴다. 이때 시인이 선택하게 되는 시적 묘사법은 ‘담담하게 읊조리는 것’이다.
시의 미학은 절제와 여백, 압축과 생략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울부짖거나 분노하기보다는 담담하게 읊조리면 읊조릴수록 독자는 시인의 내면에 겹겹이 쌓여 있는 무엇인가를 읽게 된다.
담담함과 읊조림 속에 감춰져 있는 시인의 내면을 읽으려고 애쓰기 때문에 시인은 독자에게 직접적으로 말할 때보다 더 많은 말을 전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말하지 않으면서 말하는 것’이 아닌가.
―『아정유고 2(雅亭遺稿 二)』 이덕무(李德懋, 1741-1793)
「詩의 溫度」/ 저자 <이덕무李德懋(1741~1793)>, 편역 <한정주>역, 출판사: 다산초당, 출간일: 2020.02.17.
✵이덕무(李德懋, 1741~1793) : 북학파(北學派) 실학자(失學者)이다. 본관은 전주(全州). 자는 무관(懋官), 호는 아정(雅亭)·청장관(靑莊館)·형암(炯庵)·영처(嬰處)·동방일사(東方一士)이다.
저서로는 〈영처시고嬰處詩稿〉·〈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기년아람紀年兒覽〉·〈사소절士小節〉·〈영처문고嬰處文稿〉·〈청비록淸脾錄〉·〈뇌뢰낙락서磊磊落落書〉·〈영처잡고嬰處雜稿〉·〈관독일기觀讀日記〉·〈앙엽기盎葉記〉·〈입연기入燕記〉·〈열상방언洌上方言〉·〈예기고禮記考〉·〈편찬잡고編纂雜稿〉·〈협주기峽舟記〉·〈천애지기서天涯知己書〉·〈한죽당수필寒竹堂隨筆〉 등이 있다.
[자료출처 및 참고문헌: 《이덕무 「詩의 溫度」, 저자: 이덕무, 편역: 한정주(역사평론가), 다산초당, 2020.02.7.》, 《Daum, Naver 지식백과》/ 글과 사진: 이영일∙고앵자,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