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퍼(Lucifer)
루시퍼의 이름
라틴어로 루시퍼란 '빛을 옮기는 자'라는 뜻이다. 또한 이 단어는 샛별, 즉 금성을 뜻하는 단어기도 하다.
루시퍼란 발음은 라틴어 표현 Lucifer를 그냥 영어식으로 읽었을 뿐이며, 가톨릭에서는 교회 라틴어에 따라 루치페르(또는 루치펠)라고 발음한다. 반면 정교회에서는 그리스어로 에오스포로스라고 부른다.
2. 타락천사
시리아와 팔레스타인의 신화 중에 샛별(헬렐)이라고 불리는 신이 최고 신의 지위에 도전했다가 지하로 추방당하는 이야기가 있다. 루시퍼라는 것은 이 신화를 차용하여 만들어진 이야기로 간주된다.
유대교 및 그리스도교 문화권의 악마로 유대교의 일부 전승에서 하느님(또는 하나님) 을 거역한 타천사의 수장을 말한다.
최고 신에게 도전했다가 지하로 떨어진 신의 이야기를 빗대어, 하느님에게 도전하는 바빌론이 그처럼 땅바닥에 떨어질 것이라고 예언하는 말이라는 것. 즉 루시퍼라는 악마는 후대에 흡수된 전승으로 성경에 한해선 루시퍼라는 악마는 언급 되지 않는다.
그러나 후대의 신학자들이 루치페르를 악마를 사용하는 의미로 잘못 해석하면서 루치페르는 악마라는 인식이 그리스도교 문화권에 퍼지기 시작했으며, 이러한 인식은 단테의 신곡에서 루치페르가 악마로 묘사되면서 더 확고해졌다.
그리고 제임스 1세가 편찬한 킹 제임스 성경에도 루치페르라는 말이 악마라는 의미로 사용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들은 앞서 언급했듯이 현대에는 부정되고 있다.
즉 원래 새벽이라는 의미로 해석되던 루치페르가 훗날 악마로 오인받았다가 현대에 다시 원래 의미를 찾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소설이나 만화에서 루시퍼는 그저 악마일뿐이다.
2-2. 루시퍼에 대한 생각
과거 천국에서 수많은 천사를 거느린, 하느님에 가장 가까웠던 루시퍼는 어느 순간, 자신의 영광에 너무 깊이 도취한 나머지 자신이 하느님보다 더 우월하다는 생각에 스스로 하느님이 되고자 싸움을 일으킨다.
존 밀턴의 실낙원에서 루시퍼는
“지배한다는 것은 비록 지옥에서라 하더라도 꿈꿔 볼 가치가 있다. 천국에서 종으로 살아가느니, 지옥에서 지배자로 살아가는 것이 훨씬 낫다.”
라는 당돌한 말을 하면서 다른 천사들을 부추겨 자신의 편에 설 것을 종용한다.
그리하여 루시퍼와 그를 따르는 반역자 천사들과 하느님 편에 선 미카엘과 그가 이끈 천사들의 전투는 장기간에 걸쳐 계속되나, 결국 루시퍼와 그의 부하 천사들이 패배하는 것으로 끝난다. 그리고 루시퍼와 그의 부하 천사들은 천국에서 쫓겨나 지옥에 떨어졌다고 한다.
야심만만하게도 하느님의 옥좌와 위광(존엄한 위력)에 대항해 불경하고 오만불손한 싸움을 감히 하늘에서 일으켰다. 그야말로 주제를 모르는 시도라 할 수 있겠다. 대담무쌍하게도 전능하신 하느님을 향해 무기를 들이대고 달려드는 그를 하느님께서는 높은 하늘에서 거꾸로 떨어뜨리셨다. 그는 맹렬한 기세로 활활 타오르는 불꽃에 휩싸여 끝도 알 수 없는 지옥의 나락으로 추락했다.
-『실낙원』
이로 인해서 사람들에게 루시퍼의 속성은 교만하다고 알려져 있다.
2-3. 루시퍼는 사탄?
하늘에서 쫓겨난 루시퍼, 밀튼의 실락원, 귀스타프 도레악마의 우두머리라는 이미지와 사탄의 모호한 성질(+실낙원) 때문에 루시퍼 = 사탄이라고 많이 생각하지만, 16세기 페터 빈스벨트에 의해 정의된 7대 죄악에서도 둘을 구분하고 기원도 전혀 다른 악마다.
사탄의 어원은 Satan과 satan으로 나뉘는데, 전자의 사탄은 일반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방해하는 자'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이것이 하느님의 일을 방해하는 악한 자를 뜻하는게 아니라, 하느님의 명령에 따라 인간을 방해하는 모든 천사들을 말한다. 실제로 성경에 나온 '사탄'이 한 '악행'은 죄다 하느님의 명령을 받아 행한 것이다!
이슬람교의 이블리스도 개념은 좀 다르지만, 결국 하느님과 아주 결별한 것은 아니니 이쪽에 가까울 것이다.
후자의 S가 소문자로 쓰인 사탄은 '적대자'라는 일반명사이다. 지금 하느님의 명령을 받고 이리저리 몸소 뛰어다니시는 악마의 왕이란 이미지는 전자의 이미지와 후자의 이미지가 결합되어버린 부산물이다.유대인들이 조로아스터교의 영향을 받는 과정에서 유대교가 선악구도를 받아들이고 Satan의 이미지가 변화해 서력 1~2세기에 사탄은 하느님을 방해하는 악마로 변질되었다.
사탄이 개체로 정의된 건 6세기 정도인데, 별다른 설정도 없어서 다른 악마들에 비해 별 것 아닌 상태였다. 이래서 뉴비들은개념상 혼란으로 사탄과 루시퍼를 악마의 우두머리라는 이미지로 동일시한 사람도 있고, 소설 실낙원에서는 천국에 있을 때에는 루시퍼, 지옥에 있을 때에는 사탄으로 '루시퍼 = 사탄'이라는 설정을 했다는게 결정타가 되어 어찌어찌 악마들의 왕 자리를 되찾기는 했다.
3. 종교에서의 루시퍼
애초에 성경 마지막장이 1세기 문서인것에서 알수있듯 성경자체만 보면 2천년정도 업데이트가 없어서 기독교 전승이나 해석은 성경이나 외경을 제외하고도 꽤 많다.
종교내에서 교리상 인정하고 있는 문서모음집이 성경인 것으로 이단일지도 모르지만 종교라는 틀밖에서 전체적인 신화상으로 파악하는 것과는 엄연히 다른것. 애초애 헬렐 전승이 루시퍼가 됐다고 창작이라는 논리라면 수메르 신화 이후 그 근처 종교는 다 창작물 취급해야한다.
물론 현대와선 엄연히 17세기 소설인 실낙원 쪽 이미지가 강한것은 맞지만 루시퍼 자체는 다른 신화들이 그렇듯 전승이 흡수됐다고 보는게 타당하며 이 부분은 잘 나눠서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