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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 백거이(白居易)의 글 중에 이런 글이 있다.
편심산수자유신(遍尋山水自由身)산과 물을 찾아다니면 자유의 몸이고 당년칠십유강건(當年七十猶强健)일흔이 된 몸이라도 튼튼하다면 상득한행십오춘(常得閒行十五春)천천히 걸으며 젊음을 찾지 않을까
잘은 모르지만 대충 이런 내용이란 것은 눈치로 때려잡을 줄도 안다.
허허, 이 얼마나 멋있는 글이냐……. 난, 몇 십 년 글 좀 썼다고 자부했는데 이 글 한 줄에 그만 코가 석 자나 빠져 도망치고 있는 자신을 돌아보고 있었다.
"에공 내가 미쳤지……. 내 나이 일흔둘에, 여행이란 말에 눈이 뒤집혀 앞 뒤 안 가라고 만용을 부린담?"
그래도 요런 요상한 글귀를 보고 이 늙은 몸이 여행을 하기로 결심을 했다는 것이 내심 대견하가는 하다. "그래, 도전해 보는 거야!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지……."
멀리서 바라 본 면산 입구
뒤늦은 여행계획은 3명의 주치의들의 여행허가가 떨어지고 나서였다. 처음 따거회가 계획했던 곤명과 호도협을 거처 샹그리라 까지의 운남여행은 주치의 선생의 호통 속에 무산되었다. "그래, 이 병이 보통 병이냐? 수술경과도 좋다고 하니 조금 회복되거든 가자……."
얼마동안은 견딜 만 했다. 그래도 좀이 쑤신다. 중여동 정규호 여행지기 에게 약속을 못 지켜 미안했는데 이번 일정은 조금 짧아 옆지기가 나를 호위한다면 다녀 올 수 있단 생각이 들었다.
'부부의 배낭여행'을 연재하고 계신 가인(佳人)님
물론 이번 여행의 직접적인 원인은 중여동에 '부부의 배낭여행'을 연재하고 계신 가인(佳人)님의 글꼬심(?)이 큰 영향이 있었지만 '뚱딴지 부부의 눈치코치 중국여행' 또한 이 늙은이의 엉덩이를 송곳으로 콕콕 찍고 있었지…….
면산, 평요고성, 장가대원, 진사, 장벽고보, 현공사, 운강석굴, 생각만 해도 가슴이 떨려온다.
제남의 태항산
"면산이 작년에 다녀 온 제남의 태항산 줄기에 있는 거라지? 그럼 웅장할 거야……." 혼자 궁시렁 궁시렁 대고 있는데 뒤에서 앙칼진 목소리가 날아온다. "젠장! 떠날 거야 말 거야?"
"이크 마눌탱이의 등쌀에 얼른 등록을 하고 여행준비를 시작했다. "이번은 늦게 떠나니 다른 때처럼 새벽별은 보지 않아서 좀 났군!" 그리고는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리무진 버스에 몸을 실었다.
사랑의 환희
슬기샘
은빛 고요함을 소리죽여 잠재우면 그대의 눈에서는 보석이 흐릅니다.
마음에 걸린 추억이 질긴 실타래로 인연의 씨줄날줄을 엮고
작은 구멍으로 쏟아지는 햇살 한 조각이 그대의 눈물보다 먼저 춤출 때
사랑은 그렇게 환희로 아름다워 진답니다.
엉뚱하게 여행기를 쓰다말고 웬 시타령이냐고?
아침에 내리는 작은 햇살에 울 마누라를 앞세우고 여행을 떠나며 사랑의 환희를 느끼는 이런 낭만적인 글 한 줄쯤은 읊어대야 나도 지성적인 산적(가인님이 자신을 지칭해 쓰는)이 될 것이 아닌가?
얼굴도 한번 뵌 적이 없는 가인님께는 매우 죄송하지만 그래도 우리 여행자의 멘토이며 글을 쓰신 업보라고 생각하시고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더구나 내가 가인님보다 조금 위라서 망녕난 노인의 넋두리라고 생각하시면 그리 속상하지는 않으시겠죠?
가인님이 가신 운대산 문표안내
봐요……. 여기 증거가 있잖아요. 65세 이상은 무료 면비(免費)라고……. 반표 내고 입장하셨다고 했으니 대충 연세가 짐작됩니다. 물론 명예훼손이나 님을 시기하는 맘은 절대 없으니깐 시리 ㅋㅋㅋㅋㅋ
헌데 이번에 정규호대장이 여행을 못 쫓아간 덴다. 더더군다나 몇 명이 더 간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슬그머니 취소들을 했단다.
"이런 개자*" 에이 점잖지 못하게 웬 육두문자를 쓰느냐고 하시겠지만 천만에 만만에 콩떡…….
개자추 이야기를 쓰려다가 잘못 쓴 글자입니다.
배신감에 꼭 혈기왕성한 십대청소년처럼 부르르 떨던 우리 일행은 개자추가 숨어 살았다는 면산행 티켓을 받기위해 인천공항 M구역 7번 테이블로 모였다.
서로 얼굴은 모르지만 그래도 이심전심이라고 마음에 훈훈한 정이 흐르던 우리는 흘깃 옆 코너를 보고는 그만 주눅이 들어 버렸다.
"저 친구는 인터넷을 뒤지다 많이 본 친구인데……. 뚱뚱한 것이 N모씨(?)" "가만……. 웬 탤런트지? 드라마 촬영 있나? 그리고 저 친구는 운남여행전문이라던 B모씨같이 보이고……." "그런데, 빼징아저씬가 누군가도 온다고 했다며? 어디 있지?" 여행사에 관계된 사람들도 우리와 함께 태원으로 가나? 그런데 우리 대장 정규호님은 지금쯤 호도협을 걷고 계실 거야……. 아마 우리를 떼어놓고 매우 미안해 할 거야 된장!…….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이천에 사는 설봉처럼 병원 핑계대고 기권했을 터인데…….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등 쟁쟁한 여행사들 틈에서 지금 우리 중여동회원들은 망망대해에 버려진 선장도 없는 파선직전의 한 척의 조각배를 타고 남의 집에 더부살이하는 신세가 되었지만 …….
그래도 8명의 다부진 성격의 인격체들이 서로 도우며 위기를 타파하는 늠름한 여행전사들로 변해 있었다.
자! 우리는 언제든지 뭉치면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중여동의 여행꾼들이다. 길 비켜라…….
칠십을 훌쩍 넘기고도 철이 없고 무식한 슬기샘. 슬기샘의 옆자리를 눈 흘기며 지키는 두레박. 언제나 홍길동처럼 동해 번쩍 서해반짝의 작은 거인 따거회회장 송준엽. 시인 윤동주님을 좋아해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첫 글자로 닉을 만드신 완전한 매너와 박식의 상징 하바별시. 신갈의 숨은 보석덩이 부성산. 이번 중여동 여행꾼들의 뒤처리를 묵묵히 하겠다는 재간둥이 열과 하나. 안산이 낳은 안산의 아들을 자처하는 백두하나. 혼자서 입으로만 카사노바라고 외치는 소나무.
자 우리 가는 길을 누가 막을쏘냐? "그거? 내가 막지……." 그러나 우리들의 맘 속 장담은 금방 비행기를 타고 실없는 생각으로 바뀌어 버렸다. 바로 관제탑에서 비행길을 막은 것.
40여분이나 비행시간이 지체된 후 이륙한 태원행 아시아나 전세기는 약120여명을 태우고 있었다.
우리를 싣고다닌 버스
태원 국제공항에서 가이드를 만난 우리들은 대형 버스에 몸을 싣고 면산으로 달린다.
공항을 출발하여 1시간쯤 달린 후 들린 휴게소에서 흔히 겪는 황당한 체험을 또 했다. 옛날 같으면 미당 서정주 시인이 노래한 선운사 동백꽃에 나오는 선운사 초입에 주막집 아낙에 걸쭉한 권주가에 혼을 빼앗겨 취한 낭만이 있었던 일을 생각하며 술을 샀을 터인데 지금은 완전 금주령이 내린 터라 화장실만 다녀오기로 했다.
선운사 동백꽃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안했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읍디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읍디다.
고창에 있는 미당 기념관
아 술이 고프다.
옛 선인들은 술 담는 그릇에 曇(흐릴 담)이라고 쓰는데 그 曇은 斟鳥(짐조)의 별명이다. 그 짐조는 보통 새와 달리 아주 고혹적인 새라 함부로 다룰 수 없다고 한다. 그새는 독뱀만 먹고 사는 새라 사람이 먹으면 죽는다. 사람이 늘 술을 대하고 먹다 보면 짐조를 대하고 있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웃는 사람이 없고 취기에 빠지게 된다. 쉽게 말해서 건강을 해치고 집안을 망치고 종족을 망치는 것이라 하여 술이 짐조 보다도 더 독하다고 하였다. 그래서 술그릇조차 글을 쓸 때 경계하는 뜻을 가르치기 위해 曇이라는 趣旨로 섰다고 한다.
그런데 그 좋아해서 '북경홍성이과두주' 57도하는 술을 한 병 먹어야 취기를 느끼던 내가 이젠 주치의의 금주령과 옆에는 감시의 눈을 번뜩이는 마나님이 있으니 냄새만 맡을 수뿐이다. 그래서 슈퍼마켓은 그냥 지나치고 화장실만 다녀왔다.
흔히 중국여행 하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화장실을 주의하라는 말이 생각났다. 벌써 여러 차례 중국을 다녀보고 했지만 급할 경우만 빼고는 될 수 있는 한 호텔이나 공공장소가 아니면 큰일을 치루지 않는 것이 바로 중국의 화장실 문화 때문이 아닐까?
그래도 조금 발전한 고속도로 화장실
서로 마주보고 멀쑥한 표정을 지우며 일을치룰라면 여간 고역이 아니다. 더구나 오각내지는 일 이 위안의 돈을 지불하고 그 고약한 냄새를 맡는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고속도로에 붙은 음주금지 포스터
이곳 화장실을 보니 역시 우리나라의 화장실 문화라는 것이 대단히 잘 되어 있다는 것을 느낀다. 아! 그 냄새 상기도 남었구나... 그것도 목이 쉬어 남어있구나…….ㅋㅋㅋㅋ
고속도로 휴게실 옆에 있는 주판을 상징한 조형물
태원은 역시 가인님의 말씀처럼 경제적인 도시인가 보다. 처음에는 무슨 이상한 조형물을 세워났나 했는데 가만히 보니 주판이다. 그런데 지금은 없어진 옛날주판이다. 아무리 컴퓨터가 발달하여도 주판으로 암산을 배운 사람의 머리에는 엄청나게 빠른 셈법으로 두들기며 놓는 계산기가 못 따라 가지 않는가?
드디어 면산 입구까지 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입구를 지키는 매표원들이 퇴근 했나보다. 산길이 험하다는 소리는 가인님의 글에서 벌써 읽은 터라 날은 어두워지고 걱정이 앞선다. 사실은 그 아슬아슬한 길을 볼 수 없을 것이란 생각에 은근히 부아도 끓어올랐다.
사무실까지 찾아가서 교섭을 해서인지, 그렇지 않으면 면산 속에 있는 운봉호텔의 로비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우리 일행이 타고 온 7대의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차에 부착된 앰프와 마이크가 고장 나서 자세한 설명을 할 수 없다는 무뚝뚝한 가이드는 역시 아무런 설명조차 없이 그냥 앞좌석에 앉아있다. "세상에 이렇게 편한 가이드 생활이라면 나도 할 수 있겠다."
가인님 불러그에서 모셔 온 면산의교통경찰(?)
면산을 올라 운봉호텔에 도착할 때까지의 가이드가 한 말은 버스가 터널을 지나 모퉁이를 돌아설 때 " 여기 옛날 교통경찰이 지키고 있습니다." 뿐이니까……. 그나마 캄캄해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드디어 호텔에 도착하니 우리 일행을 환영한다는 전광판 불이 켜저있어 우리는 어렴프시 이 여행이 미리 면산을 홍보하기 위한 행사라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었다. "그러면 그렇지……. 어쩐지 여행사 가이드들이 대거 몰려들더라……."
방 배정은 저녁식사 후에 하기로 하고 식사가 끝나면 호텔 측이 우리 일행을 위한 특별공연을 한다고 모이란다.
저녁을 먹으면서 우리는 중국화 감상 시간을 갖는 줄 알았다. 그러나 알고 보니 그림을 파는 일종의 상술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돈으로 2만원만 주면 웬만한 그림을 구할 수 있다고 옆자리의 일행이 귀띔한다. 다양한 그림을 감상하면서 식사하는 맛이 또한 멋스럽다.
운봉호텔에서 우리를 위해 특별공연을 했다고 하는데...
히히히 우리가 어디 가서 요로코롬 대우를 받느냐고? 아무리 그래도 장사 속이라 이익은 남길 것이라 생각된다. 역시 첫 손님으로 오니 서비스가 괞찬은데……. 공연을 보고 오늘은 모든 것을 잊고 일찍 자야게다. 미음도, 원망도, 배신감도 저 절벽 밑으로 던져 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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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권선생님 즐거운 여행하셨지요? 함께 간다고 했다가 취소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다음번에 꼭 같이가요~~~~.
드디어 수 십년 기자생활하신 선생님의 멋진 글솜씨를 접해보게 되는군요.
ㅋㅋㅋㅋ
슬기샘님 너무 재미있어요.
글도 그림도 짱이십니다.
혼자 낄낄거리고 웃으니 집사람이 왜그러냐고 합니다.
맞습니다.
제가 슬기샘님의 한참 후배가 되겠네요.
이제 겨우 환갑을 넘겼으니까요.
다음 이야기도 기대합니다.
가인님 저랑 똑 같네요
낄낄거리고 웃고있는데 무서운 사람이 가만히 옆에서서 보고 있네요 ^^
슬기샘님하고는 작년에 태항산에서 뵌 최고의 "따거" 였습니다.
그림도 글도 멋집니다..
여행기가 기다려집니다
저도 가인님 글과 사진 애독 하고 잇습니다. 중국 여행은 꿈만 꾸면서... 100마디 묘사보다 확실하게 의미 전달하신 그림, 아주 특별하신 감흥으로 유창하게 쓰신 글, 그리고 사진까지(물론 언제나 여행 다녀 오셔서 글과 사진 올려 주신분들께 송구스럽지요) 공으로 즐기고 잇으니. 갑자기 파렴치한 같은 무안함을 느낍니다. 무임승차한 기분이 드는건 왜인지? 저는 우리 아이(한글 못 깨친 아이)가 즐겨보는 마법천자문에 나오는 '삼장'입니다. 서유기에 나오는 삼장 법사가 아니고. 갑자기 쓸데없이 자기 닉네임 소개, 정당화까지 하게 되네요. 100수쯤 위에 계시는 법사님이 중여동에 나타나시니 엄청 쫄앗습니다. 여행기 정말 즐겼습니다.
형님! 죄송해요. 여러일들이 저를 붙잡네요.
조만간 사진 정리해서 보낼께요. 글고 그림과 글이 정말 짱이네요.
곧 연락드리겠습니다.
아우들이 아무도 후기를 올리지 않으니까 따거께서 직접 나서셨네요.
덕분에 4박5일 동안의 즐거웠던 순간순간이 다시 한번 되살아납니다.
마지막날 밤 야시장에서 들은 따거의 러브스토리 속편을 들을 기회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멋진 여행이네요.
저는 중국칭다오에 살고있는데요
혹시면산의 가이드 및 호텔 연락처좀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올여름(7월 20일)에 가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혼자 빙그레 웃으며 글과 사진을 보고 있습니다. 감사히 보았습니다.
재미있게 간결하게 ..... 잘보고감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선생님 글속에 파뭍혀 뒹굴다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