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복지
- 89세 노인이 다시 잡은 아이스크림 수레
미국 시카고의 가난한 뒷골목, 허리가 기역 자로 꺾인 채 힘겹게 아이스크림 수레를 미는 여든아홉 살 노인이 있었다. 피덴시오 산체스 할아버지다.
23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장사하다 은퇴했건만, 불과 두 달 만에 유일한 혈육이던 외동딸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함께 일하던 아내마저 충격으로 앓아누웠다.
누군가는 홀로 남겨진 어린 손주들을 먹여 살려야 했다. 누군가는 국가도 지방정부도 아닌 할아버지 자신이었다.
89세의 이 늙은 할아버지는 눈물을 삼키며 놓았던 수레를 다시 쥐고 아침부터 밤까지 거친 아스팔트로 나섰다.
우연히 이 모습을 본 한 식당 주인이 아이스크림 20개를 사고 50달러를 건넨 뒤, 온라인 모금함에 사진과 사연을 올렸다. 소박한 목표액은 3,000달러였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돈밖에 모르는 냉혹한 나라’라던 자본주의 종주국 미국에서 불과 한 시간 만에 목표액을 넘기더니, 평범한 시민 17,000명이 지갑을 열어 며칠 만에 38만 달러(약 4억 2천만 원)가 모였다.
거액을 건네받은 할아버지는 교회에 십일조를 내고, 손주들의 학자금을 마련한 뒤에야 비로소 편안히 은퇴했다.
정부더러 공짜 돈을 내놓으라며 붉은 머리띠를 두르고 떼를 쓴 것이 아니다. 89세에도 손주를 위해 묵묵히 땀 흘리는 한 인간의 '당당한 자립 의지' 앞에, 국가 권력이 아닌 평범한 이웃들이 자발적 온정으로 화답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미국의 진짜 저력이다.
유럽이 과도한 세금을 쥐어짜 관료의 손으로 나눠주다 재정 파탄과 국가 빚더미에 갇혀 허덕일 때, 미국은 국가 권력이 아니라 스스로 번 돈을 사회에 내놓는 '자발적 민간 기부'로 거대한 사회 안전망을 세웠다.
"부유한 채로 죽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2,500개의 도서관을 세운 앤드루 카네기, 감정적 자선을 배제하고 의학연구소와 시카고대를 세워 현대 의학의 기틀을 닦은 존 D. 록펠러, 당대 최고의 유통 재산을 털어 빈곤 퇴치와 인권 증진에 바친 포드 재단의 에드셀 포드, 그리고 고등교육의 요람을 일군 릴랜드 스탠퍼드와 존스 홉킨스가 그 뿌리다.
이 전통은 현대에 이르러 더욱 거대해졌다. 재산의 99%를 사회에 환원하기로 선언하고 소아마비와 말라리아 퇴치에 수십조 원을 쏟아부은 빌 게이츠와 멜린다 프렌치 게이츠, 평생 모은 주식의 대부분을 내놓으며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를 함께 출범시킨 투자의 현인 워런 버핏, 지분의 99%를 미래 세대 질병 퇴치를 위해 기부한 마크 저커버그와 프리실라 챈 부부가 그 뒤를 잇는다.
여기에 아마존의 결실을 교육과 빈민 구호에 조건 없이 수십억 달러씩 쾌척하는 매켄지 스콧, 전 재산 80억 달러를 살아생전 비밀리에 모두 기부해 ‘빈털터리 억만장자’로 불린 듀프리 면세점의 척 피니, 의학 발전과 빈곤 해소에 천문학적 유산을 남긴 데이비드 코크와 마이클 블룸버그까지, 미국을 움직이는 거인들은 하나같이 국가에 기대지 않고 제 손으로 사회의 결핍을 메워왔다.
그리고 이 거대한 박애의 행렬 맨 끝에는, 89세 아이스크림 할아버지를 돕기 위해 커피값을 아껴 50달러, 100달러를 보탠 17,000명의 이름 없는 평범한 미국 시민들이 나란히 서 있다.
국가가 요람에서 무덤까지 다 먹여줄 테니 일도 적게 하고 입만 벌리라는 사회민주주의식 퍼주기 복지는 결국 국가 파산과 미래 세대의 약탈로 끝났다. 공짜 현금에 길들여진 사회는 스스로 일어설 근육을 잃고 끝내 무너져 내린다.
인간의 존엄은 국가가 던져주는 비굴한 배급 줄에 서 있을 때 지켜지는가? 아니면 스스로 수레를 미는 자립의 땀방울과, 그 땀방울을 자발적으로 부축하는 위대한 민간의 연대 속에 있는가?
89세 아이스크림 장수 할아버지가 공짜 복지에 중독되어 가는 우리 사회를 향해 서늘한 죽비를 내려치고 있다.
* 전문 상담사를 위한 더 자세한 글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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