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학·사회 … 사고력 폭넓게 평가
2009학년 입학 경쟁률 4.85 대 1 될 듯
내년 3월 개교하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입문시험인 법학적성시험(LEET)이 24일 처음 실시됐다.
시험은 언어이해(90분), 추리논증(120분), 논술(150분) 3교시로 건국대·고려대 등 서울·부산·대구·광주·대전·춘천·제주의 13개 학교에서 진행됐다. (아래쪽 출제문제 참조)
응시자는 9690명으로 원서 접수 인원(1만960명)의 88.4%가 시험을 치렀다. 2009학년도 로스쿨 총 입학정원이 2000명이어서 입학 경쟁률은 4.85대 1 정도로 예상된다.
◇헤겔 미학도 등장=언어이해는 인문·사회, 과학·기술, 문학·예술과 관련된 다양한 지문을 제시하고 분석·추론·비판 등 문제 해결력과 사고력을 평가했다. 낱말의 사용 예, 한자어 사용, 어법에 맞게 고쳐 쓰기와 같이 어휘력과 문장 구사 능력을 묻는 문항이 나왔다. 문학·예술 지문으로는 서영은의 『먼 그대』와 괴테의 비극인 『파우스트』, 헤겔의 미학 이론 등이 등장했다.
인문·사회 지문으로는 조선왕조실록 중 정조 1년 대사헌 정창순의 상소문, 고대와 중세 시대 합의의 구속력, 철학에서 회의주의, 정당 정치, 언론의 파수견 기능 등이 나왔다. 과학·기술 지문으로 판 구조 이론, 역류 열전달 이론, VOD 서비스 등이 제시됐다.
추리논증은 언어추리, 수리추리, 논리퍼즐이 나왔다. 언어추리는 추론과 가설, 3단 논법이, 수리추리는 탁구 경기의 진행 방법과 결과, 가능한 평가 결과표의 개수 문제가 출제됐다. 논리퍼즐에서는 도박죄 관련 논증에 대한 비판, 토리첼리의 실험, 지표면에서 바람이 부는 원리, 컴퓨터 단층촬영 장치의 원리 등을 물었다.
논술은 ▶의식을 다룬 두 제시문을 논지의 차이점이 드러나게 요약 ▶제시문에 나온 주장의 논거를 근거로 다른 제시문의 견해를 옹호하거나 비판 ▶동티모르 등의 인권 문제와 관련해 인도적 개입에 대한 견해를 논술하는 문제가 나왔다.
◇“언어는 평이, 추리는 시간 부족”=수험생들은 시험이 끝난 뒤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연세대에서 시험을 치른 회사원 윤모(33)씨는 “언어는 쉬웠지만 추리논증 시간이 부족해 4개 문제는 아예 못 풀었다”고 말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로스쿨 관련 카페에도 “언어는 지문과 문제 모두 쉬웠지만 추리논증은 시간이 부족했다”는 내용의 수험생 후기가 이어졌다.
고시생 송모(30)씨는 추리논증과 관련, “ 예비시험에 게임이론이 나와서인지 학원에서는 수학적인 것을 많이 가르쳤지만 실제 시험에는 논리적인 것을 묻는 문제가 많이 나왔다”며 “학원 예측이 틀린 것 같다”고 말했다.
논술은 평이했다는 평이 많았다. 학생 이모(23·여)씨는 “학원에 다니지 않고 스터디만 했지만 논술 문제는 예상했던 수준이어서 어렵지 않았다”고 평했다.
◇남은 일정=LEET 성적은 9월 30일 발표되고 대학별 원서 접수는 10월 6~10일 한다. 수험생들은 공인 영어 성적, 학부 성적과 대학별 면접 고사, 자기 소개서 등을 준비해야 한다. 유웨이서울로스쿨 강신창 평가연구소장은 “LEET 시행 첫 해여서 응시생들 간 성적 편차를 예측하기 어렵고 시험 신뢰도에 대한 검증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대다수 로스쿨이 여러 전형요소를 고루 반영해 학생을 선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학별 전형은 2개 군으로 나뉘어 실시된다. 서울대·아주대 등이 포함된 가군은 11월 10~15일, 고려대·연세대·성균관대 등 나군은 11월 17~22일 전형을 실시한다. 수험생들은 1개 군에서 한 대학씩, 최대 2개 대학에 응시할 수 있고 같은 군에 속한 대학 중 한 곳만 지원할 수 있다. 최종 합격자는 12월 5일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