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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칼럼 제68호 : 옥션의 PC 보안강화 캠페인 -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마케팅이 될 수 있을까?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 중에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라는 것이 있다.
참 좋은 말인 것은 알고 있지만, 좀처럼 기획하여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
인간의 본성은 일단 위기가 닥치면 긴장하여 공격적인 행동을 하기보다는 방어적인 행동을 하는 것, 즉 위기를 돌파하기 보다는 회피하려 하는 것이 보통이며, 위기가 과정이 아닌 결과로 드러났을 때는 더더욱 체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희생양을 찾을 수 있다면 ‘마녀사냥’을 통해 책임을 묻겠지만, 희생양을 찾기 어려울 경우 하물며 위기를 위기 자체로 인정하려 들지 않는 경우도 의외로 많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과거 낙동강의 페놀오염 사고나 태안반도 기름유출 사고 등은 모두가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과 관련이 있는 사고였지만, 관련 기업은 어떻게든 축소 & 은폐 또는 책임회피를 하는데 혈안이 되었을 뿐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다하고자 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나라 국민들이 자국 기업에서 윤리경영이나 사회적 책임 등을 운운할 때 코웃음을 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필자가 약 1주일 전 옥션 사이트에 접속했다가 ‘유료’ V3 백신 등을 ‘무상’으로 공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운로드를 받기 위해 접속하던 중, 다운로드 창에서 자사와 관련된 2008년 개인신상정보 유출사건까지 언급한 것을 보고, 옥션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단한 마케팅을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옥션이나 GS칼텍스의 개인정보 유출사건이 발생했던 초기만 해도 국민들 대다수가 신상정보 유출에 대해 상당히 민감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도 일시적인 것에 불과했을 뿐, 최근 스팸메일이나 스팸문자를 받으면서 옥션이나 GS칼텍스를 원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냥 귀찮게 여길 뿐이다.
이러한 때에 옥션에서 과거 자신들의 잘못을 들춰내면서 바이러스 백신 & 신상정보 유출방지 프로그램을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소식을 접했으니 필자가 놀라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다른 한편으로는, 옥션에서 피해를 입은 개개인에게 개별적 보상은 해 주지 못하더라도, 이런 방식으로나마 사회적 책임의 일부 감내하고자 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되기도 하였다.
많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적인 CSR을 실천에 옮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고, 이런 사례들이 많아지면 우리의 기업문화도 조금씩 변화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웬걸…….
지난 8일 보도된 옥션과 안철수연구소가 제휴하여 실시하는 ‘PC 보안 캠페인’ 소식을 접하게 되면서 필자가 옥션과 관련된 내용들을 좀 더 확인한 결과, 옥션의 백신 무상공급 이벤트는 지난 1월에 법원에서 옥션의 회원정보 유출사건에 대해 법적인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리고 난 뒤에 곧바로 실시한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미봉책에 불과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역시나 그럼 그렇지!!!
당시 법원의 “법적인 책임이 없다고 하더라도 기업이 도의적, 사회적 책임을 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는 판결에 구색을 갖추기 위한 것에 불과했다.
정녕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이 쉽지는 않은 것 같다.
만약 옥션이 개인정보 유출사건 발생 초기에 재판결과와 상관없이 백신을 무상으로 공급했다면?
아니 그보다는, 재판결과가 발표된 이후에 소비자들이 다 잊고 지낼 즈음에서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면서 PC 보안 캠페인을 벌렸다면?
이보다 더 좋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마케팅’이 또 있을 수 있을까?
자신들의 잘못에 대한 자각과 더불어 미약하나마 그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진심어린 노력을 보일 때 소비자들은 그 노력을 가상히 여길 수밖에 없으리라…….
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인 독일과 일본의 상반된 태도를 통해 그 국민성이 어떠한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다.
독일은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보상했다. 더구나 현재까지도(또한 미래에도 계속해서 그럴 것이다) 지속적인 학교교육을 통해 자신들이 잘못했음을 어린이들에게 가르치면서 다시는 그러한 잘못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일본은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고, 사과하지도 않으며, 정당하게 보상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교육에 있어서도 어린이들에게 왜곡된 역사를 포장하여 가르치는데 급급할 뿐이다.
국제사회에서 어떤 나라가 인정받고 있는가? 독일인가, 일본인가?
일본을 경제 외적인 분야에서 선진국으로 인정하는 나라가 과연 있을까?
기업은 과연 어떨까?
기업의 사회적 책임, 진정한 CSR의 실천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제시함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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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윤석오
마케팅 칼리지 수석팀장, 컨설턴트, 강사(마케팅 리서치, 전략수립)
PWC 라이팅코치
(주) 리헥트헤리슨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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