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정치 - 삶을 복원하는 방식
지은이: 이택광
쪽수: 184페이지
값: 12,000원
발행일: 2012.02.10
책소개
깨어날 때 ‘공정한 사회’가 비로소 우리 것이 된다
2012년,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목전에 두고 ‘이번에도 역시...’ 라는 기대와 ‘이번엔 기필코...’라는 기대가 사방에서 충돌하고 있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정치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자신들만이 정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겐 불행이겠지만, 지난 4년간 MB를 바라보며 ‘보통 사람들’의 정치 감각이 마침내 싹틀 채비를 마친 것이다.
《99% 정치 - 삶을 복원하는 방식》은 그동안 《경향신문》과 《르몽드 디플로 마티크》 한국판 등에 소개된 마흔일곱 편의 글을 한데 모았다. 책 속에서 이택광은 거창한 좌파적 상상력을 제시하기 보다는, 현재 한국 사회의 이슈들을 통해 현실정치의 담론에 개입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모든 정치는 본질적으로 불완전하다. 정치를 아무리 확대하더라도, 언제나 수렴할 수 없는 ‘1%’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치를 통해서는 드러나지 않는, 미처 정치가 되지 못한 정치적인 것들이 복원될 때 일상의 삶은 제 궤도를 찾고 민주주의가 뿌리내릴 수 있다. 그렇기에 ‘99%의 정치’가 ‘삶을 복원하는 방식’인 것이다.
차례
프롤로그
이슈에 반응하기
쥐벽서 사건 / 노벨문학상, G20, 천안함 / 연평도 포격사건 / 군기강에 대해 / 구제역 살처분과 호모 사케르 / 이집트 사태와 소말리아 해적 / 상하이 스캔들 / 북한의 권력세습 / 인문학 부흥? / 인터넷 여론 / 다른 삶이 필요하다 / 김진숙과 희망버스 / 안철수 신드롬 / 곽노현을 둘러싼 논란, 진실은 무엇이었나 / 반값 등록금 / 아름다운 교육을 반대하는 / 참신한 논리 / 김규항-진중권 논쟁 / SNS 민주주의
문화에서 정치를 읽다
소셜테이너 / 한국 정치는 예능이다 / 남자의 자격 / 도가니 현상 / 사라지는 생활의 달인 / 연예인의 탈세 / 윤리를 대체하는 스펙터클 / 나가수와 4.27보궐선거 / 서태지, 또는 사생활의 정치 / 신정아와 한국 정치 / 애정남의 해학 / ‘자연산’ 발언 / 강용석 / 지킬 것 없는 이상한 보수주의 / 인터넷의 명암
정치, 감각을 깨다
쥐에 대하여 / 상식에 열광하는 사회 / 민간인 사찰 / 현대자동차 노조의 조직이기주의 / 정치인은 없고 인기인만 있다 / 공정한 사회 / 박근혜 대세론 / 오세훈과 박근혜 / 복지국가에 대한 혐오 / 두 보수주의의 위기 / ‘정치인’ 문재인 / ‘새로운’ 정치인은 어떻게 가능한가 / 국회 난투극 / 낯선 정치의 귀환
에필로그
정치의 근원을 이해하기 위해 읽어볼 만한 철학책들
지은이
이택광
문화비평가, 경희대학교 영미문화전공 교수
부산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워릭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셰필드대학교 대학원 영문학과에서 문화이론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9년 『씨네 21』에 글을 발표한 뒤에 본격적인 문화비평을 시작했다. 그동안 미술, 영화, 대중문화, 그리고 정치적 사안에 대한 글을 다양한 매체에 발표하면서 현실에서 이론의 계기들을 발견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지은 책으로 『이것이 문화비평이다』 『인상파, 파리를 그리다』 『무엇이 정의인가』(공저) 『인문좌파를 위한 이론가이드』 『무례한 복음: 이택광의 쾌도난마 한국문화 2008~2009』 『들뢰즈의 극장에서 그것을 보다』 『근대, 그림 속을 거닐다』 『중세의 가을에서 거닐다』 『한국 문화의 음란한 판타지』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팬톤』(공역) 『프레드릭 제임슨』 『해리 포터, 청바지를 입은 마법사』가 있다.
출판사리뷰
참으로 꼼꼼하기도 하시다
고작 4년이다. 여느 때 같으면 시간 지나는 것도 느끼지 못 했을 텐데, 이번은 너무 길게 느껴진다. 대학 과정이 ‘5년은 필수, 6년은 선택’으로 변해버렸으니, 대학도 졸업하지 못 했을 시간인데, 시간 가는 게 이리도 더디게 느껴졌던 적이 있나 싶을 정도다. ‘아직도 1년이나 남았다’는 푸념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그들도 들은 모양인지, 며칠 전에는 국방부가 나서서 ‘가카 퇴임 달력’ 어플리케이션을 종북앱이라고 차단하겠단다. 지치지도 않고 하나하나 챙기는 꼼꼼함에 등골이 오싹하다. 어쩌면 남은 1년은 지난 4년보다 길지도 모르겠다.
하나 다행인 것은 ‘우리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보통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의지가 정치의 영역으로 스며들고 있음을 알리는 증거들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다. ‘용산’과 ‘쌍용차’에 반응하지 않던 이들이, ‘김진숙’과 ‘나꼼수’에 반응을 보였다. 삶을 복원하는 정치가 시작된 것이다. 우리의 발걸음이 어디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99% 정치》는 아직은 방향을 잡지 못한 여정의 출발점에서 한 발은 최근 한국 사회에서 벌어진 현상들을, 다른 한 발은 현실 정치로의 개입을 딛고 다가온 정치의 계절을 준비한다.
새로운 정치의 희망을 좇다
이명박 대통령은 2010년 광복절 축사를 통해 “공정한 사회”가 집권 후반기의 화두라고 밝혔다. 여기서 ‘공정’이란 “출발과 과정에서 공평한 기회를 주되, 결과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을 지는 사회”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공정한 사회의 윤리로 “개인의 자유와 개성, 근면과 창의를 장려”하겠다고 한다. 윤리적인 시장경제를 이룩해서 평등한 경쟁의 기회를 보장하고 궁극적으로 공정한 사회를 이룩하겠다는 말이다. 공정한 게임의 룰을 만들겠다함은 분배를 전제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인데, 축사가 발표되자마자 청와대가 나서서 그 발언이 ‘분배 우선주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는 파이를 더 키워 함께 잘사는 선진국을 만들겠다’는 뜻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이명박 정부도, 한나라당도, ‘정의’나 ‘공정성’에 대해 논하지만 (…) 자기들끼리만 합의한 정의와 공정성을 보편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우긴다면, 그것보다 더 불의하고 편파적인 경우는 없다”고 일갈한다.
그런데, 그 내용이야 어쨌든 가카가 화두 하나는 잘 끄집어낸 것도 같다. 가카의 바람대로 공정한 경쟁을 통해 스타를 발굴하겠다는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케이블 방송에서 시작된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이, 공중파 3사로 퍼진 것으로도 모자라, 온갖 예능 프로그램이 ‘오디션’과 ‘서바이벌’을 표방하고 있으니 말이다. 스쳐지나가는 유행일지도 모르지만, 저자는 이 현상에서 무심히 보고 넘기기 어려운 의미를 발견한다.
“그렇다면 왜 지금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것일까. 대중의 취향은 독창적이라기보다 해당 사회의 구조에 종속되기 마련이다. 이 구조는 정치와 경제 그리고 문화를 통해 복합적으로 형성되는 특정한 인식체계이자 물질재생산의 토대이다. 이런 까닭에 대중의 선호가 바뀐다는 것은 그 사회 구조에 중대한 변화가 초래되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발견되는 것은 ‘정치의 소거’이다. 화면 속에 비춰지는 판타지는 화면 밖의 시청자들이 가혹한 노동의 현실세계를 잠시 잊을 수 있도록 해준다. 문제는 이 논리가 판타지의 세계에 머물지 않고, 정치의 영역을 비롯한 현실세계의 원리로 작동한다는 데 있다. 일상의 갈등이 “예능 프로그램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나기를 바라는 정서가 여기에 깔려 있다”.
이처럼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욕망은 기원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통해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정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이를 통해 ‘다른 삶’이라는 새로운 대상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저자는 이것이 “지금 분출되고 있는 대중의 욕망 구조를 재배치할 수 있는 합당한 길”이라고 이야기한다.
그 길로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예를 최근의 ‘희망버스’에서 발견할 수 있다. 지금껏 한국사회는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 적대감과 공격성을 드러냈다. “쌍용자동차 파업이나 서울 용산 참사에서 ‘시민 연대’가 참으로 미미했다는 사실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번 희망버스의 전개는 달랐다.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김진숙 지도위원으로 대상화된 한진중공업 파업 사태는 대중의 공감을 획득할 수 있었고, 정치의 지점을 찾아내지 못했던 삶의 영역이 복원되기 시작했다. 이로써 희망버스는 ‘노동자도 시민이다’라는 주장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생산에 종속된 노동력이 사물의 자리에서 시민이라는 주권의 자리로 이동하는 과정이 ‘노동자도 시민이다’라는 주장에 담겨 있다. 김진숙과 희망버스는 이 주장을 인준받기 위한 투쟁”이라는 저자의 말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지금 우리는 기존의 정치를 넘어서는 새로운 정치의 희망들을 마주하고 있다.
이것은 그동안 알고 있던 정치가 아니다
모든 정치는 본질적으로 불완전하다. 정치를 아무리 확대하더라도, 언제나 채워지지 않는 ‘1%’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의회정치도 중요하지만, 이런 정치로 수렴할 수 없는 다양한 몫의 주장에 귀 기울이는 것이 99%정치이다. 99%를 위해 1%의 권력을 견제하는 것과 더불어, 완전할 수 없는 정치의 한계를 깨닫고, 그 정치로 포괄할 수 없는 ‘정치적인 것’에 대한 관심의 끈을 늦추지 않는 것이 바로 99% 정치이다.” 그동안 정치가 되지 못했던 것들이 복원될 때, 일상의 삶은 제 궤도를 찾고 진정한 민주주의가 뿌리내릴 수 있다.
‘희망버스’에서 출발해, ‘쥐 벽서 사건’, ‘연평도 포격’, ‘SNS’를 찍고 ‘도가니’와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을 돌아, ‘나꼼수’와 ‘박근혜’, ‘문재인’으로 이어지는 동안 저자의 시선은 한결같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는” 새로운 정치로 향한다. 지난 4년간 MB 정권이 보여준 철두철미한 자기이익 추구는, 정치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넘어 시민이 만들어 낸 새로운 정치를 요구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것은 그동안 알고 있던 정치가 아니다”라는 저자의 말 속에는 좌절과 당혹이 아니라 희망이 담겨 있다.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은 바야흐로 다가온 정치의 계절을 준비하며, 우리의 정치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깨어날 때 ‘공정한 사회’는 비로소 우리의 것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