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된 책이 나오기 전의 대학에서 교수의 역할은 수업시간에 책을 낭독하는 것이었다. 책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쌌고, 따라서 학생이 책을 소유한다는 것은 생각도 못하는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책은 교수가 권위를 유지하는 원천이었다.
어떤 교수들은 학생들이 자신이 낭독하는 책을 받아 적지 못하게 하려고 일부러 어두컴컴한 교실에서 수업할 정도였다.
-> 150년전 유럽만 해도 책한권은 요즘 돈으로 60만원이 넘었고 주로 수도원에서 사람 손으로 복사하면서 귀중하게 보관했다. 옛날의 책은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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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의 가장 중요한 일은 소규모 토론을 잘 유도함으로써 학생들에게 비판적이고 창조적인 습관을 기르도록 하는 것이다. 이미 있는 질문을 던지고, 학생들의 얘기를 경청하고, 통찰력있는 논평을 적절할 때 제시하고, 날카롭지만 격려를 아끼지 않는 교수는 학생의 창조성을 자극하는 원천이 된다.
이것은 지식기반사회의 대학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며 원격강의로는 결코 대체할 수 없는 것이다.
... 대학교육의 핵심은 교과서나 시디롬에 들어있는 정보를 습득하거나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으로 사유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 인터넷 이전에도 대학교육이 비디오를 보면서 공부하는 것으로 대체되지 않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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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2001년부터 서울디지털대학, 경희사이버대학.....2002년에는 59개 학부에서 1만 2천여명의 학생을 뽑는다...... 현재 사이버대학은 약 1 ~ 2백만원의 학비를 받고 있다...........
사이버 교육에는 분명 이점이 있다. 학교에 등하교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정해진 시간에 수업을 듣기 위해 뛰어갈 필요도 없다. ..... 기존대학보다 직장인 재교육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강의도 동영상에 텍스트를 겸비해서 화려하게 만들수 있다...한번 만든 좋은 강의는 여러 대학에서 동시에 사용할 수 있고,,, 수준낮은 강의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학이 금방 드러나고, 이 평가가 인터넷을 통해 쉽게 굥유된다는 이점도 있다. .... 동영상으로 계속 남아있기 때문에 엉터리 강의가 발붙이기 힘들다는 장점도 있다.
그렇지만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컴퓨터로 강의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를 한 시간 지켜보는 것조차 보통 힘든일이 아니다.
동영상이 느리거나 서버가 다운되는 문제도 많지만, 더 큰 문제는 질문을 하라고 조르거나 토론을 유도하는 교수가 없고, 경쟁하거나 협동할 친구도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이버 강의는 자칫 생각하는 법을 배우기 보다는 학위를 위해 정보를 외우는 식이 되기 쉽상이다. ..........
처음 의도와는 달리 이는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지식 격차를 벌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 사이버대학이든 방송통신대학이든 한국의 대학에서 뭔가 생각하는 법을 배운다는 것은 사치에 가깝다. 철학과가 단 한군데가 없다는 것을 차치하더라도 , 돈 벌기 위해 '자격증' 따는 곳이라는게 정당한 평가인듯 싶다.
/ 홍성욱 '네트워크 혁명, 그 열림과 닫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