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대받지 못하는 소외된 이들
불안정한 사회적 상황에서 출발하여 변화하는 정치·경제적 상황에 적응하며 성장해온 이단/사이비이지만, 단순히 이러한 사회적 배경만으로 이단/사이비의 성장을 다 설명할 수는 없다. 특히, 현시대가 일제강점기·한국전쟁·군사독재 시절만큼 불안정한 시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신천지와 같은 이단이 급격하게 성장한 것을 볼 때, 기존 교회와는 다르게 이단/사이비가 갖는 차별점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정재영(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은 기성종교가 사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사람들의 사회심리적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할 때 신흥종교가 힘을 얻는다고 본다. 특히 오늘날은, 중산층 중심의 대형교회들이 많이 생겨나고 대부분의 교회가 이들 교회를 지향점으로 삼게 되면서, 이러한 교회에 적응이 어려운 경제적, 사회적 소외 계층이 이단/사이비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1
김진호(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역시 같은 맥락에서 신천지의 전도 전략을 두 가지로 설명하는데, 이는 위로의 전략과 칭찬의 전략이다. 경쟁 사회에서 실패자가 되어 버린 이들에게 처음에는 약한 부분을 위로하는 방식으로 다가간다. 이후 신천지 신자가 되어 활동을 시작한 이들에게는 위로보다 칭찬을 통해 동기를 부여한다. 경쟁에서 뒤쳐졌던 이들이 받기 어려운 칭찬을 통해 신천지 활동에 대한 적극성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2
약하고 소외된 자들을 환대하고 받아들이는 교회의 사명이 약해질 때, 이단/사이비는 더욱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친밀감과 신뢰감 있는 인간관계
이단/사이비 집단에 참여하는 과정에 대하여, 많은 연구자들이 공통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인간관계’이다. 애정과 애착이 있는 인간관계를 통해서 이단/사이비에 빠지는 경우가 매우 많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자신들의 실체를 드러내 놓고 포교 활동을 하기는 어려운 이단/사이비의 특성상, 집단 자체의 평판이나 사회적 신뢰도 등을 보고 자발적으로 입회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많은 이단/사이비들은 신뢰할 수 있는 인간관계를 먼저 형성한 후에 자신들의 교리와 집단의 모습을 조금씩 보여주는 방식을 사용한다. 과거에는 교육 수준이 낮거나 타인을 잘 믿는 순진한 사람이 이단/사이비에 잘 빠진다고 생각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이다.3
특히 대학생활을 하는 많은 청년들이 이단/사이비에 참여하는 문제가 심각한데, 이에 관해 유영권(연세대학교)은 신천지 이탈 청년들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여기서 청년들이 신천지에 빠지게 된 이유를 보면, 삶의 의미 추구, 공동체에 대한 욕구, 교리 및 성경적 지식에 대한 욕구, 자기 효능감 증진 욕구, 제사장이 되려는 욕구, 기존 교회에 대한 비판의식 등으로 나타났다.4 청년들이 기존 교회 안에서 이러한 욕구들을 잘 충족시킬 수 있었다면 신천지 현상은 일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신천지 현상의 문제는 신천지에게도 있지만, 청년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신앙 안에서 정립하도록 돕지 못하고, 든든한 인간관계와 공동체 형성을 이루어주지 못한 교회의 부족함에도 있는 것이다. 특히 이단/사이비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공동체 소속감을 경험한 청년들의 경우, 그 시기적 특성상 아주 강한 영향을 받게 된다. 그리고 다행스럽게 그곳에서 빠져나오게 되더라도, 신앙과 사회적 관계, 정서적 회복을 위한 많은 이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처럼 우리는 특히 청년들에게 관심을 두어야 하지만, 이들만 위기적 상황에 노출된 것은 아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단/사이비의 주된 포교 과정은 친밀함과 신뢰성 있는 관계 형성을 시작으로 하기에, 이러한 부분에 약점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이단/사이비의 포교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일례로, 노지민(연세대학교)은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에서 기혼 중년여성의 이단/사이비 입탈퇴 경험에 대한 질적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 참여자들은 이단/사이비를 종교로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친밀함을 형성하게 된 사람들과의 관계로서 시작했다고 말한다. “참여자들은 신흥종교 신도들이 제공한 신체적·정서적 온기(따뜻함, 다정함 등)를 이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유혹적인 체험이라고 보고한다.”5 즉 이단/사이비 신도들의 따뜻하고 친밀한 관계 형성의 노력은 청년이건 장년이건 상관없이 관계적 목마름이 있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요소인 것이다.
사실 교회는 이러한 관계성과 공동체성을 가장 잘 만들어가는 대표적인 집단 중 하나였고 지금도 이러한 특성을 가지는 공동체이다. 그러나 교회의 대형화는 효율적인 관리시스템을 도입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고, 이에 따라 공동체성이 약해진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단/사이비들은 이러한 부분을 집요하게 파고들어서 공동체 안에 깊이 들어오지 못하고 가장자리에 배회하는 성도들에게 접근하고 있으며, 타지에서 대학을 다니며 외롭게 학교생활에 적응해야 하는 많은 청년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종교중독”
아무리 관계적 친밀감과 신뢰감을 통해서 접근한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너무나 비합리적이고 비상식적인 이단/사이비의 교리에 빠져들게 되는 것일까? 이에 대한 설명으로 “종교중독”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를 처음 언급한 사람은 중독전문가이며 목회상담학자인 레오 부스(Leo Booth)이다.
“종교중독은 종교집단의 교리나 가르침을 전혀 의심하지 않고, 절대적으로,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행위를 말한다. 종교중독에 빠진 자들은 신을 믿기보다는 종교 활동이나 교리 등 신 이외의 것에 집착하여 실천과 봉사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인정받고자 하는 성향이 강한데, 이것은 현실의 고통을 회피하고자 하는 내면의 정서에 기인하는 것이다.”6
즉 종교중독이란, 종교적 교리와 활동을 삶의 기초에 두고 세상의 모든 것을 이것으로부터만 이해하고 해석하며, 이것을 통해서만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존재가치를 인정받으려는 상태를 말한다. 일반적인 ‘중독’의 의미가 “술이나 마약 따위를 지나치게 복용한 결과, 그것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병적 상태”인 것처럼, 종교중독에 빠진 사람의 경우 자신이 믿고 따르는 그것이 없이는 삶을 유지하기가 어렵게 된다. 이러한 ‘종교중독’이 개인 및 집단의 ‘범죄적 탐욕’과 만난 경우가 최근에 우리가 <나는 신이다>를 통해서 확인했던 여러 이단/사이비들의 집단적인 반사회적 행동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원칙적으로, ‘종교중독에 빠진 사람’과 ‘일반적인 신앙인’과의 차이를 겉모습만으로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교리와 종교활동의 가치를 굳게 믿고, 이에 대한 실천과 봉사로 공동체 안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종교중독에 빠진 것인지, 건전한 신앙생활을 하는 것인지, 겉모습만으로는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신앙생활이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삶을 파괴적으로 이끌고, 종교집단의 삶의 양식이 반사회적인 결과로 이어진다면, 이는 종교중독의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즉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하고 스스로의 신앙에 대해 의심하거나 성찰할 수 없다면, 이는 더 이상 건강한 신앙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종교중독은 무조건 반사회적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일까?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 종교중독에 빠진 사람이 절대시하는 믿음과 실천이 건강한 사회 형성에 도움이 되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내용이라면, 얼마든지 긍정적인 모습의 종교중독으로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문제가 되는 여러 이단/사이비의 행태는 이러한 종교중독이 철저하게 반사회적이고 자기 자신과 가족의 삶마저 파괴하는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종교중독에 빠진 신도들과 그 집단을 이끌어나가는 사람들의 이기적이고 추악한 탐욕이 철저하게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반 신도들과 종교지도층 사이의 관계적 연결을 ‘영적 학대’로 설명하기도 한다. 즉 교주나 종교권력자들이 자신의 뜻과 탐욕을 이루기 위해 신도들을 지배하고 착취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유연철(서울신대)은 이단/사이비 안에서 일어나는 영적 학대를 다음의 세 가지 요인으로 설명하고 있다.
1 “힘의 불균형”에 기인하는 비대칭적 권력관계
2 신흥종교 교주들에 의한 “성경해석의 오남용”
3 종교중독에 의한 “주도성 상실”에 기인7
위계적인 조직구조 안에서 교주들은 자의적으로 성경을 해석하고, 이를 완전히 믿고 따르는 신도들은 교주와 집단의 활동과 방향성에 대해 의심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따르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의심과 성찰의 자리가 없으며, 문제제기를 위한 소통의 창구도 없다. 문제를 일으킨 이단/사이비 집단들은 이러한 구조를 통해 신도들을 영적으로 학대하고 영적·경제적·사회적, 그리고 신체적으로 착취했다.
글. 김용준 (문화선교연구원)
1 정재영, “신흥종교에 대한 사회학적 의미와 진단,” 『기독교사상』 제674호(2012.11), 26-31.
2 김진호, “보론3, 신천지 현상을 읽다,” 『대형교회와 웰빙보수주의』 (도서출판 오월의봄, 2020).
3 정재영, “신흥종교에 대한 사회학적 의미와 진단,” 27-28.
4 유영권, “신천지 이탈 청년들의 적응에 관한 연구,” 『신학과 실천』 제74호(2021. 5), 366-369.
5 노지민, “기혼 중년여성이 경험한 신흥종교 입탈퇴 과정의 체험성과 정신화에 관한 질적 연구,”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22), 223.
6 Father Leo Booth, When God Becomes a Drug: Understanding Religious Addiction & Religious Abuse (SCP Limited, 1998), 24-25. | 유연철, “기독교 이단 신흥종교에 경도(傾倒)된 성인진입기 세대의 종교중독 연구: 자기심리학 관점에서,” 『목회와 상담』 제34호(2020. 4), 184에서 재인용.
7 유연철, “기독교 이단 신흥종교에 경도(傾倒)된 성인진입기 세대의 종교중독 연구: 자기심리학 관점에서,” 190-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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