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을 때부터 터키를 신비에 싸인 나라라고 생각했다. 수천 년 동안 동서문명이 겹겹이 쌓아 올려진 터키에는 신비스러운 곳이 많다. 고색창연한 고대도시 이스탄불과 화산 폭발 후 수천 년간 비와 바람에 의한 풍화작용으로 독특한 자연지형을 이룬 카파도키아·파묵칼레, 휴양도시 히에라폴리스는 터키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적인 곳이다.
터키는 보스포러스 해협을 사이에 두고 아시아와 유럽 대륙 양쪽에 걸쳐 영토를 가진 나라다. 한국보다 국토 면적이 7배나 넓으며 지역에 따라 심한 기후차를 보인다.
기원전 20세기 히타이트족이 중앙아시아에서 남하해 히타이트제국을 건설하면서 터키는 역사에 등장한다. 그 후 터키인들이 만든 오스만터키제국은 동로마제국을 멸망시키고 15세기 중반부터 19세기 말까지 동유럽·북아프리카·서아시아에 이르는 광활한 땅을 영토로 보유했다. 당시로서는 세계 최강의 국가였다.
이스탄불 시내에 있는 국립 역사박물관에 가면 터키 역사와 관련된 많은 유물을 볼 수 있다. 터키의 최대 도시 이스탄불의 옛 이름은 콘스탄티노플. 그리스·로마시대부터 오스만제국시대에 이르는 다수의 사적이 분포해 있다.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문화유산이다.
머나먼 옛날,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시작된 멀고도 험난한 실크로드의 유럽 쪽 종착지가 바로 이스탄불이다. 오늘날에는 유럽 대륙을 가로질러 영국 런던까지 이어지는 오리엔탈 특급열차의 출발지로, 교통의 대동맥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이스탄불은 보스포러스 다리를 통해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한다. 따라서 이스탄불에 사는 사람들은 오전에 유럽으로 출근해 일하다 오후에는 아시아에 있는 집으로 귀가하는 엄청난(?) 일을 하고 있다. 필자 역시 하루 동안 아시아 대륙과 유럽 대륙을 세 차례 이상 오간 적이 있다. 단순히 자동차를 타고 보스포러스 해협 위에 있는 다리를 오가는 것으로 그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환상적인 밤의 블루 모스크
이스탄불의 구시가지에는 성 소피아 성당과 블루 모스크·톱카피 궁전·그랜드 바자 등 볼 만한 곳이 많다. 아야소피아라고 불리는 성 소피아 성당은 537년 동로마제국의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5년간의 공사로 세운 건축물. 비잔틴 예술의 극치라고 불린다.
이 성당은 오스만투르크가 콘스탄티노플을 정복한 이후이슬람 사원으로 바뀌었다. 이후 이슬람인들이 성당 주변에 날카로운 첨탑을 세워 전형적인 이슬람 사원의 모습을 띠었으나 1934년 박물관으로 바뀌었다.
성당의 내부는 텅 비어 있다. 이슬람 문자로 쓴 커다란 경판이 천장에 매달려 있고 오랜 사연을 간직한 여러 유물들, 예를 들면 큰 항아리나 금빛 찬란한 문이 방문객을 맞는다. 건너편에는 술탄 아메트의 모스크가 있다. 이슬람 사원 시기 걸작품으로 불린다.
블루 모스크는 내부가 아름다운 푸른색 타일로 치장돼 붙여진 이름이다. 1617년 완공된 건물로, 돔의 크기는 지름 23.5m, 높이 43m다. 밤에 본 블루 모스크는 정말 환상적이다. 전 세계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명소다.
15세기에 세워진 톱카피 궁전은 역대 오스만제국의 황제들이 살았던 궁전. 지금은 박물관으로 바뀌어 누구나 입장이 가능하다. 궁전 내부는 오스만제국이 정복한 나라에서 가져온 보물과 금·은 등으로 장식한 다양한 예술품이 전시돼 있다.
인상적인 것은 에메랄드가 촘촘히 박힌 단검과 86캐럿짜리 큰 다이아몬드, 그리고 황제의 의식용 옥좌다. 중요한 행사 때 사용했다는 옥좌는 호두나무로 만들었는데, 의자 전체를 금과 에메랄드로 장식했다. 여기에 사용된 순금만 250㎏이라고 한다.
톱카피 궁전에는 하렘이 있다. 술탄(황제)을 즐겁게 하기 위해 점령지에서 선발한 미희들이 살던 곳이다. 400개의 테라스와 홀, 방으로 꾸며져 있으며 술탄 앞에서 다수의 여성이 춤과 노래를 했던 별궁도 있다. 절대 복종밖에 모르는 다양한 인종의 아름다운 여성과 희희낙락했을 술탄의 즐거움을 상상해 본다.
기암괴석으로 유명한 카파도키아
터키에서 자연의 신비가 단연 돋보이는 곳은 카파도키아 지방이다. 터키 중부 아나톨리아 고원지대에 있는 이곳은 세계적으로 이름난 비경(秘境)지대다. 유네스코에서도 귀중한 인류의 유산이라고 하여 이곳을 세계문화유산 및 자연유산 지역으로 동시에 지정했다.
카파도키아 지방은 약 300만 년 전 거대한 화산 폭발로 생긴 암석지대다. 기기묘묘한 수많은 대형 암석이 땅 위에 늘어선 모습은 아무리 감각이 둔한 사람이라도 떡 벌어진 입을 좀처럼 다물지 못하게 한다.
‘요정의 굴뚝’이라는 별명이 붙은 수천 개의 버섯 모양이나 촛불 모양의 기암괴석은 한마디로 환상적이다. 특히 일몰 때 붉은 석양을 받은 암석들이 제각기 고유의 빛을 발산할 때는 더욱 신비롭다. 황금빛·붉은빛·회색빛 등 다양한 색깔의 신기한 암석 색채는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조차 들게 한다.
원추형의 암석 수천 개가 대지 위에 각자 차렷 자세로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은 지구상에서 오직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기이한 자연이 형성된 이유는 격렬한 화산 폭발 후 오랜 세월에 걸쳐 일어난 풍화작용 때문이다. 대형 암석이 거센 바람에 깎여 뾰족한 모습으로 남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3층~5층짜리 건물 높이에 해당하는 수천 개의 암석을 이곳 주민들은 오랜 과거부터 요긴하게 이용해 왔다. 지금도 이곳에는 레스토랑, 주거용 공간, 공공장소 등으로 사용하는 암석이 즐비하다. 여기 암석들은 쉽게 파낼 수 있으나 파고 나면 단단하게 굳어지는 지질적 특성이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암석에 굴을 파고 들어가 살기도 했고,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로 이용하기도 했다.
괴레메 야외박물관은 비잔틴시대의 예배당과 수도원, 사람들이 주거용으로 사용했던 동굴들이 있는 곳이다. 초대형 암석이 늘어선 괴레메 야외박물관에서 특히 주목받는 곳은 30개에 이르는 동굴교회. 사실 카파도키아 지방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도 18세기 프랑스인이 동굴교회를 발견하고 널리 알렸기 때문이다. 지금도 괴레메 야외박물관의 동굴교회에는 많은 관광객 및 순례객이 찾아온다.
예수의 생애를 묘사한 벽화가 있는 ‘사과의 성당’, 콘스탄티누스 황제와 성 헬레나의 초상화가 있는 ‘뱀의 성당’ 등은 대표적 관광명소다. 동굴교회 중 이름 높은 토칼 성당 내 프레스코 성화(聖畵) 역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수백 년이 지났는데도 색상이 크게 변하지 않은 성화가 경이로울 뿐이다.
로마의 휴양지 파묵칼레
파묵칼레는 뜨거운 물이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온천지대로, 흰색의 석회질이 침전돼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풍광을 이룬다. 석회질 성분이 오랜 세월 뜨거운 온천물과 더불어 흘러내리다 물속의 석회 성분이 그대로 대지 위에 굳어버려 흰색의 독특한 모습을 이룬 것이다. 마치 얼어붙은 폭포나 동굴 속의 종유석 같다.
쉴 새 없이 솟아나는 온천수에는 많은 양의 석회질이 함유돼 있다고 한다. 과거 로마 사람들이 파묵칼레 근처에 히에라폴리스라는 아담한 휴양도시를 건설한 것도 이 때문. 초대형 공중목욕탕을 만들었고, 시민들의 즐거움을 위해 원형극장도 건설했다. 로마의 황제나 귀족들도 파묵칼레의 장려한 자연 풍경을 구경하면서 온천물에서 심신의 피로를 풀고자 즐겨 찾아왔다고 한다.
파묵칼레를 멀리서 보면 마치 만발한 목화 송이로 이루어진 흰 언덕 같다. 그래서 터키 사람들은 이곳을 목화성(木花城)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눈처럼 하얀 절벽 곳곳에는 웅덩이가 있고, 그 안에는 연푸른 온천수가 철철 넘쳐 흐른다.
지금은 못하게 하지만 과거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웅덩이 물에 몸을 씻거나 그 안에서 뒹굴고는 했다. 파묵칼레의 온천물은 심장병과 고혈압·류머티즘 그리고 눈과 피부 질환, 피로회복, 소화기능 장애 등 여러 질병을 치유해 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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