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파트에겐 너무나 가혹한 츠베덴의 모짜르트 레퀴엠
고음불가 소프라노 독창, 합창
1도 슬프지않은 라크리모사
이럴 땐 고마운 쾌속 츠베덴
1부 유센형제의 포핸즈는 재작년 예당 국제음악제에서 이미 확인했던 그 일사분란함, 경쾌함, 그리고 고전의 모짜르트에서 변신로봇이 되어 현대적 재즈풍의 리드미컬한 해석이 응축된 앵콜까지 2부 모짜르트 레퀴엠 예열로 차고 넘쳤습니다
그래도 오늘의 메인 디쉬는 모짜르트 <레퀴엠>
사실 이걸 듣기 위한 예당까지의 제 발걸음은 번뇌와 망설임으로 온통 점철되어
1부에는 거의 집중력이 없었어요
그런 제 귀에도 유센 형제의 모짜르트는 가장 아름다운 고전의 사운드와 가장 역동적인 현대의 에너지가 잘 배합되어
어느덧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의 자아에서 이탈해 클덕 본연의 자아로 회귀하고
이제 2부 레퀴엠을 맞을 준비가 되었습니다 이미 빠른 레퀴엠이라는 소문으로 마음의 준비를 하면서
제일 먼저 입당송 (Introitus)이 시작되고 관현악과 합창이 속도감이 있는 상태로
레퀴엠과 키리에를 이어서 연주하는데
두 곡의 속도가 거의 같습니다 원레 레퀴엠은 아다지오, 키리에는 알레그로인데 말이죠
사실 오늘 전반적으로 속도가 빠른 것도 맞지만 빠른 게 문제라기보다는
곡마다의 속도차이가 없다는 것이 감동의 전달에 방해가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레퀴엠에서 충분히 완을 했다가 키리에를 급으로 불렀다면 훨씬 전달력이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2부 부속가 (Sequentia)가 시작되어서는
Dies irae (분노의 날) 장중한 합창이 뭔가 이상하다고 느껴지는데
여성 고음부 소프라노가 소리도 잘 안들리고 음정도 빠지고 답답해서 고음역의 아름다운 소리를 못들으니 감동은 오다가 맙니다
그 다음 Tuba mirum(나팔소리) 에서부터 독창자들의 4중창이 시작되는데
오늘은 솔리스트 파트도 고음역 파트 소리가 묻히고 딕션도 들리지 않는 반면 저음역 파트는 볼륨도 소리의 장악도 제대로여서 4성부가 돌아가며 한소절씩 부를 때면 고음역파트의 소리가 상대적으로 아름답게 들리지 않으니 역시 절름발이 감동입니다 그러다가 4성부가 다같이 노래할 때는 정말 오늘 독창자 선정의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할 정도로 소리의 질이 제각각이어서 블렌딩이 되지 않다보니 역시 감동을 주기 힘든 양상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합창으로 Rex tremendae(지엄하신 왕)를 부르는데 여전히 합창파트 고음역은 힘겹게 들리는 데 그 이유를 이제 알겠습니다 고음파트가 제대로 딕션과 피치를 맞추며 부르기에는 속도가 좀 스피디하다보니 내내 틀리지 않게 노트를 맞추려는 듯한 발성에 급급하여 가사와 감동의 전달까지 돌보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들었습니다
Recodare(기억하소서)에서 다시 4중창, 이제 아름다움이 상실된 소프라노의 소리도 이유를 알겠습니다
오늘 소프라노 파트 독창자는 레퀴엠을 부르기에는 작은 볼륨, 딸리는 호흡에 노화된 성대에서 나는 울렁거림이 지속되는 발성으로 성스러운 아름다움, 고결하고 맑은 톤이어야 할 모든 부분이 호흡부족의 힘빠진 소리도 채워져서 4중창의 한 성부가 사라진 느낌이었습니다
다시 합창으로 Confutatis, 그리고 이어지는 Lacrimosa
아 그런데 라크리모사의 해석을 이렇게도 하는구나 싶게
크레센도, 디크레센도를 극대화한 빠른 템포의 라크리모사인데
개인적으로 지나친 셈여림의 대비가 오히려 라크리모사의 처절하고 장중한 느낌이 전혀 전달되지않는 느낌이었습니다
라크리모사가 시작되면 엔간하면 감동의 물결이 이는데 말이죠
라크리모사 이후 봉헌송부터는 합창파트 고음역파트는 제대로 소리가 나기 시작해서(목이 풀렸는지, 속도적응이 되었는지)
이제 합창파트는 4성부 모두 합일된 소리로 상투스, 호산나의 아름다운 선율을 공중으로 산화시킵니다
베네딕투스에 오니 오늘 솔리스트 4성부의 소리도 가장 아름답게 화합되는 걸 보니
독창이든, 합창이든 속도와 스타일에 적응되는 시간이 필요했나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아뉴스데이에서는 합창과 관현악이 절정의 합을 이루고
영성체송을 끝으로 츠베덴의 모짜르트 레퀴엠은 약 45분만에 종결합니다
끝난 시간이 6시 35분, 5시에 시작한 공연이었으니 좀 빨리 끝나긴 했지만
오늘만큼은 빨리 끝난 공연이 반가운 것은
오늘 하루종일 면접을 보고 초죽음이 되어 귀가하고있는 자식을 빨리 만나
따뜻한 저녁을 먹여야 겠다는 어미의 생각이 실현될 수 있어서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감동의 여운이 부족한 이 레퀴엠으로 인해 속상한 귀가를 했을텐데 말이죠
레퀴엠의 해석이야 지휘자에 따라 다른 것이 다양하고
어떤 해석이든 연주로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레퀴엠을 작곡한 모짜르트가 악보에 표시해 놓은 모든 표기는 그 의미와 의도가 있었을 터이고
그 악보를 해석해내서 자기화하더라도 공연을 함께 하는 연주자가 해낼 수 있는 해석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합창파트 고음역이 정확한 딕션과 피치로 의도된 감정선까지 이입해서 소화해내기엔 적절치 않은 스피디함이었습니다
독창자 선정역시 지휘자의 몫이었다면 적어도 모짜르트 레퀴엠을 소화해낼 만하고 그 감동을 전달하기에 적절한 소리를 지닌 가수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