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8일 목요일.
방콕에서의 아름다운 추억을 뒤로하고, 홍콩행 비행기에 올랐다.
맛난 싱하 한 잔 해주고...
이게 뭐였는지 하간...기내식이었던 건 분명하다.
홍콩공항에 도착하여...
제일먼저 해야 할 일은...옥토퍼스 카드를 사는 것이었다.
이곳시내버스는 잔돈을 안거슬러준다 하니...어디 무서워서 타겠는가.
'홍콩요술램프'에는 입국장A홀과B홀 중간의 AEL창구...에서 구입가능하다고 되어있는데...
여길 못찾아서 한참을 헤맨다.
태국과 홍콩은 많이 다르다.
시골에 있다가 서울에 온 것처럼 촌놈이 된 기분이다.
갑자기 태국이 그리워진다.
그래도 어쩌랴...10여분간 이리저리 다닌끝에 찾아낸곳은...A와B사이가 아닌 B바로앞에 있는 창구였다.
아무리 봐도 B바로 앞이다.
여기서 옥스퍼드 카드를 구입했는데...1인당 150달러를 냈다.
당당하게 100달러짜리 한장을 냈는데, 돈을 더 달란다.
홍콩달러 바꿔온 것이 100달러짜리 20장 바꿔오면서 이거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보증금 50달러가 포함되었다지만),
벌써 두장을 썼다는 걸 생각하니 앞으로의 3박4일이 춥고 배고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공항에 있는 버거킹이 눈에 들어온다.
만만해 보이는 세트메뉴가 6,800원가량 된다.
이것만 보면 한국과 비슷한데...
버거킹햄버거만 나흘내내 먹는 건 아닐지 또 한번 불안한 기운이 느껴진다.
버스를 타러 나왔고, 요술램프에 씌인대로 A21번을 타기로 했다.
생전 처음보는 것 같은 2층버스.
광화문갔다가 한 번 보긴 했는데, 가격이 비싸서 가격만 묻고는 애들에게 오래기다려야 한다고 뻥치고서 그냥 온 게 기억난다.
탈때, 행선지를 묻기에 침사추이라고 말한 후, 옥스퍼드카드를 찍으니 67이란 숫자가 보인다.
'67달러가 계산되었나' 하다가 다시 생각 해 보니,요술램프에서 본 대로 33달러가 결제되었으리라 짐작한다..
버스내부는...1층에 좌석이 많지 않았다. 잠칸도 있고, 뒤쪽만 자리가 있다.
2층 맨 앞자리가 명당자리라고 공부한 게 기억난 관계로 2층으로 올라간다.
명당자리는 이미 다른사람이 차지했고, 난 중간쯤에 앉아 2층버스에 타 본 느낌을 느껴본다.
코너링할때는 꼭 차가 넘어질것처럼 휘청거리지만, 시야가 트여서 뭐든 잘보인다.
고속도로같은길을 달리고, 하이패스인지, 요금소를 무정차 통과한다.
차량진행방향이 반대라서 그런지, 우리나라는 가운데에 하이패스차로가 있는데, 여기는 가장자리쪽에 차로가 있다.
그러면서...'요금'이란말이 잊고있던 돈생각을 하게만들고, 태국에서는 전혀 해 본 적 없는 돈걱정을 다시 하게 한다.
버스는 서해대교같은 큰 다리를 건나고, 엄청나게 많은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는 항구같은곳을 지난다.
부산에 많이 안가봤지만, 부산만큼 컨테이너가 많아보인다는 생각이 든다.
40피트 컨테이너(길이가 12미터이고, 폭과 높이가 2.4미터가량되는)를 싣고가는 차가 내려다보이는 걸로 봐서,
우리나라에서는 이 버스가 다니지 못할거라는 걸 가늠 해 본다.(높이제한)
버스가 시내길을 달리고, 안내방송은 없이, 앞쪽 전광판에 정거장 번호와 함께 정거장 이름이 표시되는데,
촌놈 아니랄까봐 13번째 정거장에서 내렸어야 하는데, 놓쳤다.
우리가 허둥지둥 내려오는 걸 눈치챈 운전기사아저씨는 안된다고, 다음에 내리라고 하는 것 같다.
14번째 정거장에 내려서 길 양쪽을 보니...우째 건물들이 다들 이렇게 큰지...
버스만 큰 게 아니다.
목이 아프게 이건물 저건물 올려다 보다가 길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니...여기가 바로 청킹맨션앞이란다.
실수로 한정거장 더 갔는데, 내가 가려던 목적지 앞에 내리다니...정말 난 운이 좋다.
근처에 있는 미라도 맨션을 물어보니...
저...초록색 건물이라는데...건물이 좀...거시기하다.
5층 A2에 있는 로이로이에 가 본다.
몇 집 보다가...이집에 하루에 2인용 방 160달러(1인당80달러)에 하기로 하고 일단 하루치 돈을 냈다.
3일 묵을 예정이라고 했는데, 하루치만 먼저 받는다.
영어도 잘하시고, 인상도 좋아보이는데...이 사진은 마지막날 나오다가 찍은것이다.
3일간 있으면서 큰 불편없이 있었고, 항상 웃는 얼굴로 대해주셔서 다음에 가면 또 들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제...숙소는 잡았고...저녁을 먹을시간.
난...첫날엔...버스를 안타고 근처를 걸어다닌다.
주변지리를 알아둬야 며칠간 편하게 있을 수 있기에...
깐차나부리투어에서 만난 한국분이 추천 해 주신 허유산(망고쥬스집)발견.
망고쥬스도 한 잔 마셔보고.
그 옆옆집에 미첸향도 발견.
육포 시식.
어라? 우리나라에서 먹던 육포와는 좀 다르다.
오징어로 말하면 반건조 육포라 해야하나? 하간...맛이 좋다.
돈걱정하던 사람이 선뜻 100.6달러치 산다.
근처 빌딩지하로 가니 푸드코트에 음식모형을 만들어두었기에 주문하여 먹는다.
48달러짜리 쇠고기볶음인데, 야채도 볶아서 주고 나름 철판요리인데...김치가 생각난다.
나도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인가보다.
돈걱정에...사진찍을 생각도 못하고 먹었다.
편의점에 가서 맥주한 캔 구입하여, 숙소에 돌아와, 아까 산 육포와 먹는다.
맛이 참 좋다.
그런데, 방이 참 좁다.
3평가량 되려나? 방 크기가 1톤트럭 적재함 넓이만 하다고 생각된다.
방이 좁은관계로 다시 나가본다.
침사추이 페리터미널도 있고, 뭔 쇼핑센터도 있고...
여긴...쇼핑의 천국이란 말이 맞나보다.
뭐 건물마다 다 백화점같은 분위기다.
가전매장에 보니, 삼성벽걸이TV가 제일 좋은자리에 진열되어있고, "화질최고,최신형, 한국생산"이라고 써 있다.
여기말은 못알아듣지만, 좋은게...한자를 알면 독해가 된다.
간혹 모르는 글자가 나와도 앞뒤글자만 대충 독해를 해서 거기에 약간의 상상력만 보태면 그 뜻을 알 수 있다.
가전매장에서도 말없이 팔짱끼고, 국산보다 아래 진열된 일본제품과의 화질을 비교 해 보면서 한참 보고있자니,
점원이 내게 와서 말을 건다.
그냥...미소만 한 번 날려주고 다시 TV를 들여다 본다.
이친구...자꾸 말 시킨다.
더 있다가는 자기말을 못알아듣는다는 걸 알아챌까봐 나와서 시계탑 옆으로 갔다.
음악이 나오고 불빛이 춤을추는데...멋지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게 심포니 오브 라이트였다고...
(내 심플한 사진기로는 이 멋진 야경을 담아낼 수 없어 안타까웠다.)
이렇게 홍콩에서의 첫날밤이 저물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