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1. 수요일. 날씨: 해가 쨍쨍, 밤꽃 냄새가 진하다.
아침열기-텃밭-시 쓰기-영어-역사(백두산 졸업여행 자료집)-점심-청소-맑은샘회의 (높은샘/낮은샘)-은후 생일잔치-마침회
[마을 개 산책시키기]
자전거 타고 닭장 다녀오는 게 아침산책이다. 새로운 닭들도 이제 사람이 닭장에 들어서면
도망가지 않고 달려든다. 들어노는 길에 텃밭에 들리는데 텃밭 들어가는 길에 열린 빨간 앵두가 보인다. 성범이 말이 주인이 아이들에게 많이
따먹으라고 했단다. 앵두 입에 물고 텃밭을 둘러보니 텃밭 식물이 풀과 함께 날마다 쑥쑥 자라고 있다. 토마토 순치기를 하고 묶어주니 땀이 나는데
아이들이 덥다 한다. 교실로 들어와 시를 쓰고 영어 수업을 했다. 여름학기에는 5, 6학년이 따로 하는 영어 수업 시간을 늘리고 있다. 백두산
졸업여행 자료집을 천천히 읽어가며 지리와 역사를 공부한다. 압록강과 두만강에 얽힌 이야기가 가득하다.
점심 먹고 숲속놀이터 평상에 앉아 숟가락을 깎는데 사포질 도와준다고 오제가 달려온다. 일할
기회를 놓치지 않고 즐기는 아이가 고맙다. 조금 뒤 동규가 다가와 하고 싶다고 해서 젓가락 사포질 하라고 주고 방법을 알려줬더니 열심히 하다
숟가락에 관심을 보인다. 곁에서 선생이 창칼로 숟가락을 깎으니 자기도 하고 싶다고, 자기 숟가락도 깎아달라고 해서 형들 공부로 하는 거라 하니
조금 하다 놀이터쪽으로 간다. 점심 때는 아이들이 학교 마당과 숲 속 놀이터 곳곳에서 저마다 놀이를 하는데 금세 밖에 나와 있는 선생들을
찾는다. 아이들끼리 해결할 수 없을 때가 많지는 않으나 어찌 할 수 없을 때면 가까이 있는 중재자를 늘 부르는 때가 많은 아이들
세상이다.
높은 학년, 낮은 학년 따로 하는 맑은샘회의 시간이다. 높은샘회의는 과천학생문화예술한마당
공연신청을 할 것인지 토론을 벌였다. 선생들이 찬반 의견과 근거를 내놓고 아이들이 토론하기를 바라는데 그게 쉽지는 않다. 학생문화예술한마당이
많은 과천시민들이 반대한 바 있는 과천누리마축제 안에 들어가 있으니 공연 신청하지 말자는 것과 과천 제도권 학교 학생들이 모두 참여하니 함께
어울려 공연할 기회를 갖는 것도 뜻이 있으니 참여하자는 것으로 나눴는데 끝내 큰 무대에서 서고 싶은 마음과 서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나눠진 끝에
이번에는 공연 신청을 하지 않기로 정했다. 모래놀이터 놀이 규칙과 동아리 이야기들은 다 함께 하는 맑은샘회의에서 다루기로 한다.
은후 생일잔치 마치고 깊은샘은 간단하게 마침회를 하고 아이들이 마을 개를 산책시키러 간다.
최명희 선생이 마을 분이 강아지 산책을 부탁해서 6학년이 하면 어떠냐는 이야기를 전해서 6학년 아이들이 의논을 했는데 줄곧 맡아서 해보겠다 해서
어제부터 시작한 일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이라 책임있게 한다. 돌아가며 할 수도 있는데 모두 함께 그 일을 하고 좋아하는 동생들도 따라
나선다. 고맙게도 나중에 아이들 여행을 후원하는 방식으로 도움을 주신다 한 뜻도 고맙기만 하다. 마을에 필요한 일을 할 기회를 준 것도 고맙고,
아이들 일을 뜻있는 노동으로 생각해주는 것도 고맙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개를 산책시키는 걸 좋아해서 할 수 있는 일이긴 하다. 좋아하는 동물을
키우고 산책시키며 가꿔질 마음을 생각하면 흐뭇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