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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7 / 이스탄불 -3 2004.02.16
준비하시고
아침 8시부터 애들이 와서 깨운다. 이놈들은 시차적응도 없나. 아구 졸려라. 창밖을 보니 언제 그랬나 싶게 날씨가 화창하다. 그러고도 애들은 침대에서 뒤척이는 나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그래 일어나야지. 아침은 먹어야지. 대충 세수를 하고 1층 식당으로 내려간다. 음식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지만 분위기는 좋다. 조금 있으니까 한국인 같은 신혼부부 한 쌍이 들어온다. 한국사람 같다 그치. 방해될까봐 아는 척은 하지 않고 우리 것만 열심히 먹는다. (이사람들과 우리는 아테네까지 거의 매일 마주치다 시피 했다. 후후 여행루트가 똑 같네) 11시쯤 투나와 부르조가 오기로 했다. 아침을 먹고 천천히 짐을 챙겨서 로비로 내려오니 벌써 투나와 부르조가 와 있다. 굳 모닝. 그럼 슬슬 가 볼까.
호텔 창문을 열고 본 이스탄불의 일상
오늘부터는 버스를 빌려서 돌아다니기로 했다. 내가 도착한날 날씨 때문에 하도 고생을 해서 가족들과 다닐 때는 차를 한대 빌려서 다니기로 했었다. 버스 빌리는 비용은 하루에 40유로, 운전사 20유로 합계 총 60유로-9만원 꼴이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사실 우리가 돌아다닌 코스는 버스를 빌릴 필요는 없는 코스였다. 택시를 타는 것도 이동에도 문제는 없다. 그러나, 사람이 많아서 택시 두 대로 다니면 어림잡아 왕복 4만원 이상은 들었겠다. ) 호텔을 나가니 미니버스도 와 있다. 15인승 이상은 되어 보인다. 야 이거 호화판이네. 아빤 어제 하루 종일 고생했는데.
유적지가 모여 있는 OLD CITY 지역/ 술탄하멧 모스크, 아야 소피아, 톱프카피 궁전이 일직선으로 배치되어 있다. 의도적인 것 같은데....
항공사진으로 보는 OLD CITY 지역
히포드롬 Hippodrom
이스탄불의 유적이 집중되어 있는 곳은 유럽사이드의 Old city 지역이다. 여기에는 아야 소피아, 톱프카피 궁전, 술탄하멧 모스크, 지하궁전 등등 거의 모든 주요 유적이 몰려있다. 버스에서 내린 곳은 이지역의 중심 광장인 히포드롬 이다. 버스에서 내리면서 과연 여기가 이스탄불이군 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변으로 술탄하멧 모스크도 보이고 저만치 그 유명한 아야 소피아도 보인다. 날씨도 기가 막히게 좋다. 아 좋다.
이집트에서 슬쩍 가져온 오벨리스크
히포드롬은 로마시대에 전차경기가 열렸던 곳이란다. 지금은 그 흔적이 없지만 주변으로 난 길이 아마 전차가 달려가던 트랙? 이었나보다. 저기 오벨리스크(높고 뾰족한 탑-이집트의 건축양식)가 보인다. 이집트에서 가지고 온 것이다. 두개의 오벨리스크 중 하나는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세웠다고 한다. 그 사이에 청동제 뱀기둥이 있는데 이것은 그리스 델피에 있는 아폴론 신전에서 가져온 것이다. 그럼 뭐야. 여기가 여기저기서 슬쩍해온 것들을 전시하는 곳이네. 아무튼 유럽의 역사는 물고 물리는 역사니까. 그 말을 하니까 뭐 부르조가 자기네 것도 프랑스나 영국 애들이 많이 갖고 갔데나 어쨋데나.
술탄하멧 모스크 (일명 불루 모스크) Sultanahmet Mosque/ Blue Mosque
술탄 하멧 모스크
중정/ 가운데 있는곳이 POND라고 해서 무슬림들이 사원에 들어가서 기도하기 전에 손과 발등을 씻는 곳이다.
바로 옆 술탄하멧 모스크로 걸음을 옮긴다. 여기저기 상점을 기웃거리다가 이슬람 여인들의 전통 모자 같은 것을 아내가 예쁘다면서 슬쩍 머리에 올리는데 나도 덩달아 잠깐 사진찍어 줄께 하며 사진을 찍었더니 주인이 느긋하게 보고 있다가 나중에서야 돈을 내란다. 허참 기가 막혀. 투나가 무슨 일이냐고 달려 와서는 자기가 돈을 내준다. 잠깐 사진 한 장 찍었는데 1,000,000 리라.
투나가 픽 웃는다. 조심하랜다. 우와. 겁나네. 모스크 앞으로 갔더니 갑자기 노래 소리가 들린다. 이때는 못 들어간단다. 거의 12시쯤 되었나. 잠시 기다리면서 오랜만에 보는 따사로운 햇빛을 즐긴다. 이때 저기서 어디서 많이 보던 사람이 보인다. 어어어, 너너,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그 미국 친구다. 옆에는 예쁜 아가씨가 같이 있다. 어어, 너너, 비즈니스로 여기 온다며, 옆에 아가씨, 우와 예쁘네. 택시를 잡는 중인 모양이다. 얼른 인사를 하고 떠난다. 야 너너너. 세상 참 좁다. 그래 행복해라.
본론으로 돌아가서, 술탄하멧 모스크는 오토만 제국 전성기인 1616년 하멧 황제(술탄)가 세운 터어키 내의 이슬람 최고의 사원이다. 내부에 푸른색의 타일이 많아서 불루 모스크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이슬람 사원의 건축은 가운데 둥근 돔Dome이 중심기도 공간을 만들고 그 주변으로 삐죽한 첨탑Minaret을 세우는 특징을 보여준다. 보통의 모스크는 첨탑이 4개 정도 인데 여기는 특이 하게 6개나 된다. 입장료는 따로 없다. 감사합니다. 안으로 들어간다. 신발을 벗어야 하고, 여자는 스카프를 써야 한다. 부르조가 자기 엄마가 만든 스카프를 비롯해서 여자 것 4개를 가방에서 꺼내서 하나씩 준다. 딸 현정이와 조카 은지는 우습다고 깔깔 거리며 웃는다. 부르조는 잘 어울리는데 이 한국여자 세명은 영. 배추장수 마누라부터 껌팔이 소녀 두명이 되었네. 푸하하. 웃으면 안된다. 여긴 조용하게 있어야 돼. 그래도 우습긴 우습다. 출입구에서 여자들에게는 스카프도 잠깐 빌려주는 모양이지만 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들어오기도 한다.
내부사진
내부에 쓰인 파란색의 타일
내부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공간이다. 높이도 거의 30m는 넘어보이고 넓기도 넓다. 내부에 장식된 푸른색의 타일이 어둑한 빛에 빛나고 있다. 바닥에 깔린 카페트도 정교하기 이를때 없다. 대단한 건축물이다. 기둥의 크기도 엄청나다. 400년전 이것을 어떻게 지었을까. 수백개의 스테인드 글라스 창에서 들어오는 빛과 엄청난 공간이 만들어 내는 엄숙함이 가히 입을 다물수 없게 만든다. 고개가 설레설레 흔들어 진다. 내가 놀래고 있는 사이에도 저기 성냥팔이 소녀 둘은 연신 키득키득 거린다. 으구 철부지들아. 저 뒤쪽으로는 여자들의 기도공간이 따로 만들어져 있다. 성냥팔이 소녀와 배추장사 아줌마를 데리고 밖으로 나온다. 부르조가 선물이라면서 그 스카프들을 그냥 준다. 고마워, 부르조. 쏟아지는 햇빛이 너무 눈 부시다. 앞에는 회랑으로 둘러쳐진 마당이 있다. 이슬람 건축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마당이다. 거기서 기념사진 찰칵.
점심은 케밥집에서
점심먹자. 이 지역에서 유명하다는 케밥집으로 간단다. 갔더니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가문대대로 몇 대째 내려오는 집이란다. 우리야 뭐 아는 게 있어야지. 투나와 부르조가 시켜준다. 여기 나오는 케밥은 좀 달라서 그저 우리나라의 숯불구이 같은 고기들이 나온다. 맛있다. 한 접시를 더 시킨다. 아 이 한 접시 때문에 난 톱프카피 궁전에서 내가 보고 싶은 하렘을 보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시킨 이것이 늦게 나오는 바람에 좀 시간이 걸렸다. 다 먹었으면 또 가자. 나오면서 어제 부르조가 가르쳐준 터어키 인사말을 써먹는다. 귈레 귈레. Good Bye의 뜻이다. 문 앞에 계신 주인 할아버지와 인사를 하다가 할아버지가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는 것을 아시고는 자기가 한국전에 참전했다고 말씀을 해주신다. 아 그래요.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그 옛날 우리나라를 구해주셨군요.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덕분에 우리가 오늘 여기 왔군요. 할아버지 오래오래 사세요. 그리고는 또 다시 귈레 귈레.
술탄하멧 모스크의 항공사진.
오토만 제국의 심장 톱카피 궁전 Topkapi Palace
오토만제국 전성기의 영토/ 거의 로마제국 전성기와 맞먹는 크기의 영토였다. 그런데 왜 우리가 배운 세계사에서는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지?
이제 톱카피 궁전으로 가자. 17세기 엄청난 제국의 영토를 가졌던 오토만 제국의 온갖 보물들이 그대로 있는 곳이다. 오토만 제국, 15세기부터 거의 20세기가 될 때 까지 유럽권내의 초강대국이었던 오토만제국의 36명의 술탄들중 거의 반이 거주했던 왕궁이다. 1856년 돌마바흐체 궁전이 만들어지면서 황제의 거처가 옮겨질 때 까지 사용되었다고 한다. 골든 혼과 보스포루스 해협을 끼고 있는 군사적 요충지에 궁전이 있다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다. 실제로 대포가 그렇게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름도 Top대포 Kap문 의 뜻으로 ‘Cannon Gate’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규모는 700,000㎡ 그러니까 210,000평 이다. 대지의 크기가 말해주듯이 아주 큰 궁전이다. 술탄 메흐메트가 1459년부터 궁전을 짓기 시작해서 그 후 여러 술탄들에 의해 증축되어졌다고 한다. 크게 네 개의 정원으로 이루어져 있고 지금은 박물관으로 개방되고 있다. 관람영역은 총 세 가지이다. 하나는 보석전시관, 도자기 전시관 그리고 여성공간인 하렘. 각각 입장료를 따로 사야 한다. 3시경에나 여기에서 표를 샀는데, 애석하게도 하렘이 3시 반까지 개관을 하는 바람에 시간이 없어서 들어가지 못하게 되었다. 아깝다 아까워. 저길 가야 하는데. 다음에 가시는 분은 하렘을 먼저 들어가길 바란다. 흑흑.
톱카피 궁전의 출입구 / 이문은 그냥 들어가도 된다. 들어가면 제1정원이 나온다.
궁전내부 안내도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궁전의 출입구/ 입장료를 사서 이문을 통과하면 제2정원이 나온다.
86 케럿의 다이아몬드
하는 수 없이 두개의 박물관만 표를 사고 들어간다. 들어가면서 보이는 정원의 나무들이 장관을 이룬다. 아직 눈이 녹지 않았다. 아내가 제일 먼저 보고 싶어 하는 보석박물관으로 먼저 간다. 86케럿의 다이아몬드가 있는 곳이다. 뭐가 그리 그것이 보고 싶으신지. 참나. 실제로 보니 크긴 무지 크다. 저게 얼마냐. 달걀만한 다이아몬드는 도대체 얼마쯤 하나요? 아무도 모른다. 전시관 내부는 사진이 일체 금지되어 있어 하나도 찍지 못했다. 여기저기 온갖 보물들을 보는 것도 시간이 엄청 걸린다. 에머랄드관도 있는데 옛날 술탄들이 에머랄드를 특히 좋아했다고 한다.
제2정원의 모습
보석관을 보고 들른 곳은 도자기 등의 박물관이다. 그 당시 중국이나 일본에서 들여왔던 도자기 들이다. 중국 것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18~19세기의 일본 것을 보니 배가 아프다. 아 저것들이 다 우리가 가르쳐 준 것인데. 이 당시 이미 일본은 문호를 개방하고 세계의 여러 나라와 무역을 활발히 하고 있었다는 증거다. 특히 네덜란드 상인들이 일본과의 무역을 활발히 하면서 서로 주고받는 것이 많았고, 그러면서 일본은 급속도로 동양의 강대국으로 성장해 간 것이다. 세계화를 빨리한 일본. 그리고 일제시대. 이차대전의 주역이었던 일본, 여기까지 와서 그 생각이 나니까 배가 더 아파진다.
제3정원
제3정원의 다른쪽
궁전에서 보이는 보스포루스 해협/ 저쪽으로 아시아 사이드가 보인다.
도자기 박물관
가보지 못한 하렘의 한 장면(여자들만 기거하는 공간)- 건축적으로도 아주 아기자기하게 되어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여기 한번 들어온 여자들은 바깥세상을 구경할 수 없기 때문에 내부는 굉장히 화려하게 술탄들이 꾸며 주었다고 한다.
부자동네
보고 나오니 정신도 없고, 힘도 빠지고. 버스를 다시 탄다. 버스가 있는 김에 좀 멀리 가보자. 투나야 차 있는 김에 어디 먼 곳으로 가보자. 근사한 곳 없냐. 버스는 어디론가 간다. 보스포루스 해협을 끼고 나 있는 해변도로를 따라 간다. 그래 저기가 아빠가 어제 갔던 돌마바흐체 궁전이다. 저기 끝내주는데. 거기를 지나 보스포루스 다리쪽을 지난다. 가까이서 보니 크기가 장난 아니네. 경치 좋다. 바다를 끼고 더 들어가니 왼쪽으로 주택가가 보인다. 단독주택 단지다. 음 부자동네군. 집의 규모가 시내에 있는 작은 집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다. 오른쪽으로는 요트들이 쫙 깔려 있다. 여기도 잘사는 사람은 엄청 잘 사는구나. 한참이나 가서 어느 곳인가 내려서 레스토랑으로 들어간다. 서로 간단한 음료수를 시킨다. 좀 쉬자. 7시나 되었을까. 다시 버스를 타고 호텔로 와서 짐을 풀고 그 이스티크랄 거리로 나와서 저녁을 먹는다. 또 케밥 집. 물가는 싼 편이다. 푸짐하게 시켜서 먹는다. 이 얘기 저 얘기. 이제 좀 현정이나 은지도 투나와 부르조와 주고 받는 대화가 제법이다. 이런 기회를 통해서 이놈들이 많이 느껴야 할텐데. 10시경이나 되어서야 투나와 부르조와 헤어진다. 둘 다 오늘 수고 했어요. 잘가. 귈레 귈레.
첫댓글 햐~~ 감탄이 절로 나오네요. 신경 듬뿍 쓰신 여행기 잘 보고 있습니다. 모든 분들께 큰 도움이 될것같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
도움이 되신다니 저도 기쁩니다.
레인보우님..정말 저도 도움이 많이되요...^^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