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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로, 민승호의 집에 처음 불이 난 시점은 흥선 대원군의 권력이 내리막길로 접어들던 시점이었는데 민승호는 이때 고종의 편에 서서 흥선 대원군과 대적했다. 대원군의 입장에서는 부인의 친동생인 민승호가 자신을 배신한걸로 여겨 괘씸했을것이고 며느리인 명성 황후가 민승호의 뒤에 있다고 여겨 민승호를 더욱 증오하게 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다. 또한 마찬가지로 대원군과 적대하던 흥인군의 집에 두번이나 화재가 일어난건 대원군의 분노로 인한 결과라는 해석이다.
둘째로, 대원군은 고성능 폭탄을 동원할 능력이 있었다는 점이다. 당시는 전근대시기이고, 지금과는 달리 도처에 화학물질을 취급할 수 있는 시설도 없고 정제 및 폭약 제조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도 적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당시 사회상으로 폭탄 테러라는 사건 자체가 매우 희귀한 것에는 이런 이유가 있다. 끽해야 독약을 제조해서 암살을 시도하는 정도지 이렇게 위력적인 규모의 폭탄을 제조해서 테러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대원군은 집권 기간 서양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 갖가지 신무기 개발에 열중했다. 특히 청나라에서 들여온 해국도지는 큰 역할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개발된 폭탄이 바로 수뢰포였다. 신헌의 주도로 개발된 이 수뢰포의 위력은 작은 배 한척을 박살내고 물기둥이 크게 솟구칠 정도의 위력이었다고 한다. 이정도 위력의 폭탄을 만들 기술이라면 대원군의 배경하에서 충분히 다른 용도로 전용할수 있는 폭탄을 만드는건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사건 당시 민승호에게 뇌물을 위장한 폭탄을 전달한 사람이 방안에서 열어볼 것을 권했다는것은 폐쇄된 공간에서 폭발의 위력이 더 커진다는것을 알고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당시가 막 개항을 시작한 시점이라 외국에서 폭탄을 들여올수도 없었다는걸 감안하면 이 정도의 고성능 폭탄을 만들고 동원할수 있는건 대원군 정도의 배경이 아니면 안되었다는 점은 납득이 간다.
하지만 대원군이 이런 테러를 지시했다면 과연 얻는 실익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도 있다. 민승호와 흥인군을 제거한다고 해서 곧바로 대원군이 다시 권좌에 복귀하는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원군 주도설에서 적당히 타협하여, 대원군의 수하들이 대원군 실각에 분노해 민승호와 흥인군에 대한 테러를 모의하고 실행한게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그러나 설령 수하들이 진행했다 하더라도 대원군이 최소한 이 사건을 알고도 묵인했을 개연성도 있다.
고종은 민승호와 명성 황후 모친까지 살해된 이사건으로 충분히 대원군을 범인으로 지목해 공격할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것은 대원군 추종 세력의 반란을 우려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그래서 대원군은 내버려두고 대원군의 이전 측근이자 가까운 인사인 신철균을 배후로 지목해서 그를 죽였다는것이다. 이는 대원군에게 더이상의 경거망동을 하지말라는 고종의 경고 메시지였다는 추측도 있다.
5. 이모저모
그당시 외국 대사들도 "명성 황후의 친오라버니[6]를 흥선 대원군이 죽였다"고 알고 있었다.
이후 1892년에 운현궁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는데 명성 황후의 보복이라는 추측이 있지만 명확하지는 않다.
후에 대종교 측에서 을사오적을 암살하고자 폭탄을 보냈으나, 바로 민승호가 이렇게 죽은 걸 기억해 폭탄이 든 상자를 꺼내지 않아 실패한 바 있다.
6. 미디어에서
한국사상 전대미문의 폭탄 테러 암살 사건임에도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 그래도 한국 사극에서 다루기는 많이 다뤘다.
1990년에 방영됐던 MBC 조선왕조 오백년 시즌 11 '대원군'에서 이 사건을 다뤘다.
1996년에 방영됐던 찬란한 여명 37회 후반에서 이 사건을 다뤘는데, 스님역에 박용식이었다.
2001년에 방영됐던 KBS 대하드라마 명성황후에서 38~39화의 주요 사건으로 다뤘다. 38화에서는 마지막 장면 때 역사대로 민승호가 상자를 열자마자[7] 집이 폭발하고 민승호는 즉사했으며, 그 곁에 있던 중전의 친정어머니인 감고당 한산 이씨는 중상을 입는다. 일찍 아버지를 잃고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살아와 어머니를 각별히 생각하고 있던 명성황후(이미연 분)는 사고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온다. 그러나 이씨는 폭발 때문에 사지 일부가 절단되고 심한 화상을 입어서 말 그대로 즉사만 면한 중한 상태였기에 불려온 의원들과 간호하던 사람들도 보고 고개를 저을 지경이었다. 결국 이씨는 그날 밤을 못 넘기고 딸의 곁에서 임종을 맞으며, 어머니마저 잃은 명성황후는 눈물을 흘리며 슬퍼한다.
또한 명성황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에서 해당 사건과, 소식을 듣고 오열하는 명성 황후(수애 분)의 모습이 나온다.
MBC에서 방영한 수사 드라마 별순검(시즌3 9화)에서 이 사건이 간접적인 배경으로 등장한다. 본문에 나온 장씨가 처형된 뒤, 그의 아들이 장씨의 동료들에게 원한을 품고 폭탄 테러를 벌인다는 내용이다.
웹툰 왕 그리고 황제에서는 고종에 빙의한 태종이 민승호를 체포하려 군사를 보냈을때 폭탄이 터져 사상자가 더 늘어났으며, 대원군이 배후로 나온다.
2019년 10월 1일자 천일야사 에서도 조선 최초 폭탄테러 사건 주제로 다룬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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