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 세계와 함께 희망하고 행동하기(오현화 안젤라, 가톨릭기후행동 공동대표)
누그러들 것 같지 않던 여름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9월 1일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을 시작으로 10월 4일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까지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은 창조 시기를 경축한다. 올해 창조 시기 주제는 ‘창조 세계와 함께 희망하고 행동하기(To hope and act with Creation)’로, Creation의 C를 대문자로 강조하면서 지금도 진행 중인 하느님의 창조업적을 찬미하고 경축하며 행동할 것을 촉구한다. 장장 14개월 넘게 ‘역대 가장 더운 O월’을 경신하는 오늘날, 우리는 무엇을 희망하고 어떻게 행동할 수 있을까.
지난해 세계 해양 평균 수온이 역대 최고 기록을 넘어서면서 해양 면적 90%에 달하는 지역에서 ‘해양 폭염’이 발생했다. 이렇게 바다 수온이 올라가면 태풍의 규모와 강도도 올라간다. 허리케인 ‘베릴’이 카리브 해를 시작으로 베네수엘라와 미국 텍사스 지역을 강타하고, 아시아에서는 태풍 ‘개미’가 중국·대만·필리핀 지역을 휩쓸고, 태풍 ‘산산’이 일본에 강풍과 물폭탄을 내리고 갔다.
해가 갈수록 섬나라들은 해수면 상승과 거대 태풍으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바다는 대기보다 변화가 더디게 진행되는 것 같지만 되돌리는 데는 수천 년이 걸린다. 태평양 섬나라들은 2015년부터 하루라도 빨리 온실가스 배출의 주 원인이 되는 화석연료를 퇴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 시작해 ‘화석연료비확산조약’이란 이름으로 더 구체적인 국제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화석연료비확산조약’은 오타와협약(대인지뢰금지협약)·화학무기금지조약·핵확산금지조약 같은 전 세계적 위협의 확산을 막기 위한 노력과 맥을 같이 한다. 화석연료확산금지조약은 화석 연료의 사용을 중단하고 각 나라가 공평한 생산 감축을 위해 협력하고 청정 에너지로의 전환과 탄소 저감 노력을 빠르게 채택하는 데 필요한 틀을 제공함으로써 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하도록 보완하고 지원하는 데 필요하다.
현재 3500개 이상의 시민사회단체, 3000명의 과학자와 학자, 101명의 노벨상 수상자, 세계보건기구와 수백 명의 보건 전문가, 점점 더 많은 원주민 단체와 청소년 활동가, 110개 이상의 도시와 지방정부, 90만 명 이상의 개인이 이 조약을 지지하는 서명을 했다. 2022년 바누아투와 투발루를 시작으로 현재 13개국이 이 조약에 서명했는데, 대부분이 섬나라다. 더 많은 국가가 이 조약에 서명해 전 지구적 노력을 하기 위해서는 아래로부터의 움직임, 변화를 끌어가는 물결이 필요하다.
창조 시기 준비 에큐메니컬(교회 일치) 위원회는 바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이 물결에 동참할 것을 호소한다. 화석연료비확산조약 홈페이지(fossilfueltreaty.org)를 방문하면 ‘신앙 편지(Faith Letter)’를 통해 그리스도인들과 각 단체·본당·교구가 서명할 수 있다. 영문으로 되어있지만 이름(단체)·국가·이메일 주소만 넣어도 동참할 수 있다. 내가 속한 공동체가 서명에 함께할 수 있도록 손을 내밀고 설득해보자.
희망한다는 것은 막연하게 좋은 일을 기다린다는 것이 아니다. 희망은 결과가 당장 눈에 보이지 않아도 우리가 행동하는 힘이다. 투발루의 외교장관이 물속에서 연설하는 것을 더 이상 물 밖에서 바라볼 수만은 없다. 우리는 화석연료의 확산을 막고 지구 온도와 해수면 상승을 막을 수 있다. 하느님의 창조세계의 신비를 찬미하며 우리에게 무한한 사랑과 용기를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행동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