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해) 는 醎(함) 하고 河(하) 는 淡(담) 하며, 鱗(린) 은 潛(잠) 하고
羽(우) 는 翔(상) 하니라.
바닷물은 짜고 민물은 심심하며, 비늘 달린 물고기들은 물속 깊이 잠기고
깃털 달린 새들은 날아다닌다.
'금생여수(金生麗水)에서 인잠우상(鱗潛羽翔)' 까지는 산과 바다와 냇물에는 금,옥,실과,채소,물고기,새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으니, 땅위의 큰일들을 나타내고 있으며 여기까지 '천지(天地)'의 이야기가 끝났음.
내가 성장했던 곳은 낙동강 하구가 펼쳐져 있는 부산의 서쪽 끝머리로 농업과 어업과 도시빈민이 버거운 삶을
살아가던 곳이었습니다.
공단이 형성되기 전 갈대 숲 사이로 맑은 하천이 흐르고 밀물때는 바닷물이 섞이는 넓디 넓은 모래 개펄에서
우리 또래의 친구들은 고무 다라이(대야)를 들고 재첩을 잡아 용돈도 벌고, 조그맣고 재빠른 달랑게를 잡으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다가 늘 어둠을 밟으며 집으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학년이 올라 대나무에 낚시줄을 묶을 줄 알땐 姜太公 처럼 세월은 낚을줄 몰랐지만 꼬시래기(망둑어)를
한 망씩 낚아 어른들에게 제공하고 4홉들이 소주병과 회초장을 챙기는 요령도 알았습니다.
누군가 아버지의 주머니를 털어 가져온 신탄진이나 청자 담배를 피우며 콜록 거렸고 가끔 용돈이 생기면
깡통시장이나 육교 위에서 파는 씨레이션 봉지의 양담배나 시가(좆담배)로 폼을 잡기도 했습니다.
업보(業報)와 번민(煩悶)을 모르던 행복한 시절을 그렇게 자연 속에서 즐기며 꿈을 키웠습니다.
나중 세상을 알기도 전에 희망보다 절망을 먼저 알았지만 세월이 이만큼 흘렀는데도 그곳에는
아직 꿈과 희망이 화석처럼 남아 있습니다.
바닷물과 강물이 서로 합치고 꼬시래기와 모찌(새끼숭어)가 몰려다니고 철새들이 깃을 털며 비상(飛上)하던
낙동강 하구의 아름다운 황혼녁 풍경은 지금도 기억 속에 남아 그리움으로 붉게 물듭니다.
수십년이 지나 이제는 산천도 의구하지 않고 인걸도 간데 없는 삭막한 회색도시가 되었지만 그래도 아직 연(緣)이 닿고 있는 몇몇 옛 친구들을 만나면 흔적이 남아 있는 재첩국집에서 시절(時節)을 여행하며 해장술에 취해
또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海 바다 해, 세계 해, 많을 해(多), 넓을 해(廣).
醎 짤 함(鹹)
河 물 하, 강물 하, 내 하(大川), 황하수 하(黃河), 은하수 하(天漢), 복통 하(腹痛)
淡 맑을 담(水淨), 싱거울 담, 슴슴할 담, 물질펀할 담, 묽을 담
鱗 비늘 린(漁甲), 물고기 린
潛 잠길 잠(沉), 자맥질할 잠(遊), 깊을 잠(深), 너겁 잠
羽 깃 우, 우성 우(五音之一), 펼 우, 모을 우
翔 날 상, 빙빙돌아날 상, 엄숙할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