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30일, BMW가 스페인 마요르카 섬에서 뉴 i8 로드스터 시승행사를 치렀다. 지난해 11월 LA 모터쇼에서 등장하고 약 6개월 만이다. i8 로드스터와 기존 모델의 가장 큰 차이점은 단연 파란 하늘을 만끽할 수 있는 지붕. BMW는 i8의 천장을 잘라내고 패브릭 소재로 지붕을 감쌌다. 무게 증가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덕분에 공차중량이 60㎏ 느는 데 그쳤다. 소프트톱을 등 뒤로 감추는데 걸리는 시간은 15초. 시속 50㎞ 이하로 달릴 때면 언제든 지붕을 열거나 씌울 수 있다. 참고로 톱을 닫을 때 걸리는 시간도 같다.
i8 로드스터의 e드라이브도 성능 개선을 거쳤다. 배터리 용량은 20Ah에서 34Ah로 높였다. 그 결과 에너지 총 용량은 7.1㎾h에서 11.6㎾h로 늘었다. 덕분에 기존보다 전기 모터의 움직임이 보다 더 경쾌하다. 최고출력은 12마력 오른 143마력. 최대토크는 25.5㎏·m다. 전기 모터만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도 늘어났다. i8 로드스터는 한 번 충전해 전기 모드로 최대 53㎞의 거리를 달릴 수 있다.
직렬 3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의 최고출력은 3마력 더 오른 231마력, 최대토크는 32.7㎏·m로 기존과 같다. BMW i8 로드스터는 시스템 총 출력 374마력. 0→시속 100㎞ 가속은 4.6초에 마친다. 쿠페보단 0.2초 느리지만 최고속도는 시속 250㎞로 판박이다.
⓵ <카앤드라이버> 젠스 마이너스 기자, “쿠페보다 디자인이 더 멋져!”
미국 <카앤드라이버> 소속 젠스 마이너스(Jens Meiners) 기자는 “i8 로드스터는 쿠페보다 훨씬 더 멋진 외모를 지녔다. 2열 시트는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췄다. 지붕을 지워 더 낮아 보이는 효과도 얻었다”고 전했다. 보닛 위 에어 셔터도 새롭다. i8 쿠페는 전기 모터에서 나오는 뜨거운 바람을 밖으로 빼내기 위해 보닛에 깊은 구멍을 팠다. 지붕을 열었을 때 뜨거운 열은 승객을 불쾌하게 만드는 요소. BMW는 공기 배출구를 여닫을 수 있는 셔터를 마련해 쾌적한 드라이빙을 약속했다.
주행 질감에 변화도 있었을까? 젠스 마이너스 기자는 “처음 세상에 나온 i8은 언더스티어 성격이 짙었다. BMW는 i8의 핸들링을 확실히 가다듬었다. i8 로드스터는 뉴트럴 성향이 강해 움직임이 올곧다”고 전했다. 덕분에 코너에서 차를 내던지며 달릴 때 느끼는 쾌감이 한층 높다고. 하지만 i8 로드스터의 가격은 단점으로 남았다. 그는 “수퍼카에 버금가는 가격이지만 그에 걸맞은 출력을 기대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⓶ <모터트렌드> 스콧 에반스 기자. “백투더 퓨처”
미국 <모터트렌드>의 스콧 에반스(Scott Evans) 기자는 유년 시절 영화에서 받은 환상을 아직 가지고 있는 듯했다. 그는 “난 언제나 시간을 되돌리는 여행을 꿈꿔왔다. 여전히 ‘백투더 퓨처’에 나오는 퓨전 박사의 드로리언 DMC-12를 가장 좋아한다”고 전했다. 그리곤 현실 세계에서 영화 속 드로리언 DMC-12와 가장 비슷한 차로 i8 로드스터를 꼽았다.
미드십 구조와 하늘을 향해 열리는 문짝, 단 두 명만을 위한 시트가 서로 닮은 까닭이다. 또한, 그는 “퓨전 박사의 드로리언 DMC-12는 핵무기 제작에 쓰는 더러운(?) 플루토늄을 연료로 쓴다. 그리곤 재활용 쓰레기로 바꿔 내보낸다는 설정을 갖는다.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 하이브리드를 택한 i8은 드로리언 DMC-12와 맥을 같이 한다”고 말했다.
BMW i8은 여느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달리 전기 모터와 엔진의 연결이 없다. 전기 모터는 앞바퀴, 엔진은 뒷바퀴를 각각 따로 굴린다. 스콧 에반스 기자는 어떤 연결도 없이 조화를 이뤄 움직이는 i8에 놀란 눈치였다. 특히 네 바퀴가 힘을 합쳐 코너를 매끄럽게 돌아나가는 핸들링을 높이 샀다.
마지막으로 지붕을 열 수 있는 로드스터의 장점을 감성적으로 풀어냈다. 그는 “만약 당신이 황사에 대한 걱정만 없다면 i8 로드스터와 함께 보다 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지붕을 열어 햇살을 맞이하고 주변의 냄새를 맡고, 가솔린 엔진이 내는 소리에 귀 기울이면 당신은 창문 속에서 운전할 때보다 세상을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만약 자동차에 16만5,000달러(약 1억7,900만 원)를 쓸 수 있고, 기술과 환경을 사랑한다며 수퍼카에 버금가는 시선을 즐기고 싶다면 i8 로드스터는 좋은 선택지”라고 말하며 시승기를 마쳤다.
⓷ <모터1.com> 스테판 바그너 기자
BMW i8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의 특징은 ‘가격 대비 출력’을 따진다는 점이다. 2억 원에 가까운 돈을 지불하고 3기통짜리 엔진 얹은 차를 왜 사야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모터1.com>의 스테판 바그너(Stefan Wagner) 기자는 i8 로드스터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경우다. 기사 말머리부터 “BMW i8 로드스터에서 아우디 R8 스파이더 또는 포르쉐 911 카브리올레의 성능을 기대한다면 접어두는 편이 좋다”고 말하며 깎아 내렸다.
하지만 디자인에 만족도는 컸다. “독일에서 시승하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에게 ‘엄지척’을 받았다”고 자랑했다. 또 전기 모터만으로 갈 수 있는 거리를 정확하게 짚어내는 i8 로드스터의 능력도 칭찬했다. 그는 “이제껏 많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타봤지만 i8 로드스터만큼 남은 거리를 정확히 계산하는 차는 없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i8의 이미지는 ‘친환경차’. 스테판 바그너 기자는 “BMW는 i8을 가장 역동적인 수퍼카로 설명했지만 i8의 영혼은 초록색”이라고 말하며 시승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