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신형 SUV 팰리세이드(Palisade)는 길이 4980mm에 폭 1975mm, 높이 1750mm, 축간거리는 2900mm이다. 이 크기는 국산 SUV로서는 큰 것이지만, 정말로 덩치가 큰 미국의 대형 SUV들에 비하면 큰 것도 아니다.
대형 SUV중 하나인 쉐보레 서버번(Suburban) 같은 차량을 보면 전장, 전폭, 전고가 무려 5700mmm 2045mm, 1890mm 등으로 실로 거의 소형 버스에 가까운 크기이다. 미국 시장에서는 이 정도는 돼야 ‘쓸만한(?)’ SUV 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팰리세이드
이런 미국의 대형 SUV보다는 작지만 국내에서는 큰 모델인 것만은 틀림 없다. 서버번과 팰리세이드, G4 렉스턴을 비교해보면 길이는 물론 서버번이 압도적이다.
팰리세이드는 렉스턴보다는 130mm 길고, 전고는 렉스턴이 100mm 높다. 전폭은 렉스턴이 15mm 좁다. 서버번과 팰리세이드는 후드 길이는 비슷하지만 렉스턴은 팰리세이드보다 A-필러가 약간 더 앞으로 와 있으면서 지붕은 높고 축거는 짧다.
팰리세이드
그런데 렉스턴은 20인치 휠을 끼웠음에도 휠 아치를 강조하지 않은 차체 디자인이다. 물론 렉스턴은 3열 좌석이 없지만, 펠리세이드는 조금 더 긴 화물공간을 가지고 있으면서 거기에 3열 좌석이 들어 있다.
그렇지만 렉스턴 역시 3열 좌석을 가진 장축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기도 하니, 렉스턴의 장축 모델에서는 측면 D-필러 디자인이 바뀌기를 기대해 본다.
G4 렉스턴(위), 펠리세이드(중앙), 서버번(아래)의 비교
앞모습과 뒷모습을 비교해보면 팰리세이드가 상대적으로 강렬한 얼굴을 보여주고 있는데다가, 낮은 위치에서 수직으로 배치된 헤드램프는 새로운 인상을 준다.
팰리세이드는 주간주행등의 형태에서도 수직적 이미지를 강조했는데, 이런 수직적 기조는 테일 램프에서도 이어진다. 이에 비해 렉스턴은 앞과 뒤 모두 수평적 기조를 보여주고 있다.
펠리세이드(좌)와 G4 렉스턴(우)의 앞모습
서양의 대형 SUV들은 트럭의 구조, 즉 보디 온 프레임(body on frame) 구조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렉스턴 역시 마찬가지이다. 미국의 대형 SUV 쉐보레 서버번은 1932년 이후 86년이 넘는 긴 역사를 가진 모델이지만, 사실 1930년대의 서버번 모델은 4륜구동도 아니었고 SUV도 아니었다.
단지 0.5톤 적재량의 트럭 섀시(chassis)를 바탕으로 만든 웨건형 차량, 즉 승용차였고 차체 높이는 2미터 가량의 크기였다. 이것이 4륜구동기능과 결합되면서 SUV로 발전한 것이니, 근본적으로 미국의 SUV는 1930년대의 승용차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펠리세이드(좌)와 G4 렉스턴(우)의 뒷모습
그런 미국의 대형 SUV에 비하면 팰리세이드의 차체는 낮은 비례를 보여준다. 여기에 20인치 휠과 강조된 휠 아치의 디자인으로 인해 바퀴가 더 커 보인다. 대체로 휠 아치를 강조한 차체 디자인은 건장한 인상을 주게 마련이다. 한편으로 도어 미러에 설치된 사이드 리피터의 디자인은 장식적인 성향을 보여준다.
팰리세이드의 디자인은 실내 공간에서도 기존의 국산 SUV와 차이를 보이는데, 3열 좌석의 거주성이 그러하다. 또한 눈길을 끄는 것이 3열 승객과의 대화를 위한 스피커를 설치했다는 점이다.
쉐보레 서버번의 1936년형과 2016년형의 크기 비교
물론 2m 내외의 실내공간에서 이런 장비가 필요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으나, 실제로 운전을 하다 보면 이는 매우 유용한 장비이다.
팰리세이드의 TV 광고에서도 이 스피커를 통해 아버지와 아들이 마치 우주선을 타고 가는 듯이 대화를 하며 소풍 가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자동차를 통해 가족이 즐거운 시간을 가지는 모습으로 어딘가 모를 뭉클함을 주기도 한다.
팰리세이드는 휠 아치가 강조됐다
팰리세이드는 SUV의 본래의 공간 활용성, 즉 레저활동이나 가족 나들이에 대응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주목하게 만들고 있다. 단지 덩치 큰 SUV이기보다는 가족들과 함께 탈 수 있는 차량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건지도 모른다.
자동차가 사회를 비추는 거울 이라고 한다면, 새로이 등장한 팰리세이드는 오늘날의 한국과 한국의 소비자들의 여가생활 변화를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