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선, 독립생활 18-36, 거창에서 창원으로, 창원에서 진주로
“선생님, 나 아침에 머리 감았다.”
거창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나자마자 아주머니께서 ‘휴’ 한숨 쉬며 말했습니다.
아주머니 당신 힘으로 무언가를 끝냈을 때 내뱉는 귀한 한숨입니다.
버스 시간 맞추느라 옆에서 돕는 선생님들이 조급하고 바빴다고 합니다.
반면 아주머니는 여유로웠고요.
분주한 선생님들과 아주머니의 ‘내 힘으로 하겠다.’는 의지로
버스 출발을 이십 분 남겨두고 터미널에 모였습니다.
‘방금 학생들과 창원 가는 버스 타고 출발했습니다.
아주머니와 정현, 진호 학생. 잘 다녀오세요.’
배웅 나온 최희정 선생님의 선이 밴드 글에 힘을 얻고 출발했습니다.
# 거창에서 창원으로
진주 가기 전에 보조기기센터 견학하기로 했습니다.
보조기 찾으며 여러 보조기기센터 둘러보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여유롭지 않은 일정 탓에 지금까지 한 곳밖에 들르지 못했습니다.
지난번 부산광역시 보조기기센터 견학의 유익이 컸습니다.
책과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고 접할 때에 비해 직접 가서 보고 들으니 좋았습니다.
직접 만져보니 기능이 쉽게 이해되었고, 아주머니께 어떤 게 필요할지 확신이 섰습니다.
그러다 진주 사는 아주머니 셋째 동생네 가는 일정이 정해졌습니다.
진주와 창원은 멀지 않으니 조금만 품을 팔면 창원에 있는 경상남도 보조기기센터도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아주머니와 의논한 끝에 아주머니 이름으로 견학 신청하고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창원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아주머니 처음 버스 타던 부산 갈 때는 긴장했는지 창밖만 봤는데,
금세 익숙해진 건지 이제는 편하게 쉬다 졸다 했습니다.
버스 타는 게 더 이상 낯설지 않고 익숙한 일이라 생각하니 좋았습니다.
이제 아주머니도 버스 탈 수 있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이고 해본 일입니다.
“아주머니, 창원 도착했어요. 이제 내려요.”
“선생님, 내려. 가자.”
지난번 갔던 부산과는 달리 창원에는 지하철이 없습니다.
아주머니 가는 길에 우리만 동행했으니 얻어 탈 차도 없습니다.
시내버스를 탈 수도 있었지만 더운 날씨에 갈 길이 머니
택시 타고 보조기기센터 가기로 했습니다.
이제 쉽게 택시를 탑니다.
한 명이 아주머니를 도와 휠체어에서 차로 옮겨 타는 것을 도우면
다른 한 명은 휠체어를 접어 트렁크에 싣습니다.
여러 번 해볼수록 아주머니와 우리의 호흡과
아주머니를 돕는 우리들의 호흡이 척척 맞아갑니다.
경상남도 보조기기센터에 도착해 전시체험장 견학했습니다.
지난번 부산 갔을 때보다 아주머니께서 궁금해하고
보조공학사 선생님께 하는 질문이 늘었습니다.
“선생님, 이게 뭐꼬?”
보조기기센터 방문하는 일을 아주머니 본인의 일로 여기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견학 마치고는 보조공학사 선생님께 받은 명함을 카드 지갑에 챙겨 넣었습니다.
잘 다녀왔습니다.
# 창원에서 진주로
서울 사는 아주머니 둘째 동생네 못 가는 대신 진주에 있는 셋째 동생네 가기로 했습니다.
창원에서 진주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날이 많이 덥습니다. 조심해서 오세요.’
주소와 함께 쓰인 아주머니 셋째 동생 문자 메시지를 보며 집을 찾았습니다.
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십 분쯤 가니
아주머니 셋째 동생 사는 아파트가 나왔습니다.
“아주머니, 여기 와보신 적 있으세요?”
“예. 아빠하고 엄마, 놀러 와. 광미.”
아주머니께서 손가락 꼽아가며 말했습니다.
우리가 도착하는 시간에는 일이 있어 셋째 동생이 계시지 않을 거라 했습니다.
대신 아주머니께 조카 되는 딸이 있으니 이모 맞아줄 거라 하셨습니다.
아파트 현관에서 호출벨을 누르고 기다렸습니다.
“누구세요?” 인터폰으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안녕하세요. 김경선 아주머니와 함께 왔습니다. 모셔다드리러 왔어요.”
“네. 잠시만요. 열어드릴게요.”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며 아주머니와 준비한 선물을 꺼냈습니다.
동생 만나면 줄 거라고 공방에서 받은 숙제까지 해가며
아주머니 손으로 직접 만든 이어폰 줄감개입니다.
미리 이야기한 대로 셋째 동생과 조카 줄 선물을 색깔 맞춰 꺼냈습니다.
동생은 빨간색, 조카는 노란색.
문이 열리자 맞이하는 조카에게 인사 대신 선물부터 내미셨습니다.
“이거. 선물!”
“선물드린다고 아주머니께서 직접 만드신 거예요.”
“아, 정말요? 감사합니다.”
이모가 직접 만들었다는 선물을 받고 조카가 감사 인사를 건넸습니다.
선물 받은 조카가 밝은 표정으로 고마워하니 아주머니 기분이 덩달아 좋아집니다.
선물 받는 사람만큼 주는 사람도 설렌다 했던가요.
직접 만든 선물로 마음 나누니 정겹습니다.
챙겨간 아주머니 옷가지와 물건, 약 건네며 내일 모시러 오겠다 말했습니다.
돌아서 나오려는데 아주머니께서 물었습니다.
“선생님, 내일 몇 시에 와예? 빨리 와.”
기다려주시니 감사합니다. 편하게 생각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오늘 밤 아주머니가 오랜만에 들른 동생 집에서 행복한 추억 쌓았으면 좋겠습니다.
내일 만나 뭐 하셨는지 물으면 손가락 꼽으며 이것저것 말해주시면 좋겠습니다.
2018년 7월 19일 일지, 정진호
첫댓글 동생은 언니가 서울 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고, 아주머니 서울 동생네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다른 사정들로 그 일정은 다음으로 미루어졌지만 오랜만에 진주 동생네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동생네 가는 길에 보조기기센터 한 곳 더 들러보겠다 하는 귀한 뜻을 품어 주니 고맙습니다.
대중교통 이용해서 한 번, 두 번 다녀보시니 이제는 여유로움까지 생기셨네요.
버스타고 처음 부산 가던 날은 아주머니도 긴장하셨는지 이른 시간에 일어나 준비하셨는데,
이번에는 버스타는 것도 여유가 생겼는지 아침부터 느긋하셨답니다.
부산갈 때보다는 터미널에 더 여유있게 도착해도 되겠다 싶으셨나봅니다.
그런데 확실이 부산 가던 날보다는 아주머니와 버스에 오르는 것이 수월했습니다.
해볼만하다 하는 여유가 생기고 의지가 생기니 그것이 감사합니다.
아주머니 한숨은 당신 삶을 열심히 산다는 증거입니다. 한숨이 반갑죠.
부산 다녀온 유익이 정말 크네요.
아주머니 버스 타는 게 여유롭고, 아주머니 택시 탈 때 여유롭고,
당사자도 실무자도 이런 변화 발전에 힘을 얻고 힘을 냅니다. 이런 면에서 시설은 하루하루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무궁무진한 변화 발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여동생네에서 여동생과 조카와 하룻밤 보내는군요. 아주머니 이번 여름은 꿈 같겠어요. 조카에게 선물했다니 반갑고 고맙습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07.22 19:03
학생들의 땀과 수고에 감사합니다.
미래에는 휠체어도 대중교통을 쉽게 이용할 수 있겠죠. 그땐 오늘 이야기를 할 겁니다.
정진호 학생과 김정현 학생이 고생을 많이 했다고 고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