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나리는 볼수록 매력적이다. 군더더기 없는 발랄한 색과 절제된 모습은 가히 일품이다. 어느 발레리나의 몸짓도 여섯 장 주황색 꽃잎을 뒤로 말아 올린 땅나리의 고운 곡선만 못하리라. 먼발치에서 바라보면 곱게 단장한 수줍은 새악시 모습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눈웃음치며 유혹하는 요염한 자태다. 오묘한 분위기와 신비로운 색채를 지닌 꽃이라 오래 눈길이 머문다. 뜨락에 피는 땅나리는 두 종류다. 주황색과 노란색 땅나리다. 주황색 땅나리는 요염한 듯 보이지만 어찌 보면 잔잔한 노을빛처럼 다가오는 꽃이다. 하지만 노랑 땅나리는 깜찍하고 발랄한 모습으로 우울한 마음을 씻어준다. 같은 자식들이라도 아롱이다롱이이듯 땅나리도 색깔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이다. 앙증맞고 싱그러운 꽃송이를 보면 왜 꽃말이 '발랄, 열정'인지 알 듯하다. 꽃이 하늘을 보면 하늘나리요, 땅을 바라보면 땅나리, 중간쯤을 쳐다보면 중나리다. 잎이 우산살처럼 돌려나면 말나리이고, 어긋나면 나리이다. 여름은 나리꽃이 절정이다. 솔나리, 하늘나리, 섬말나리, 땅나리, 참나리, 뻐꾹나리 등 종류에 따라 피는 시기와 자태가 다 다르다. 은근히 자신을 드러내면서도 겸손한 나리도 있다. 한여름을 수놓는 숱한 꽃 중에 바로 땅나리다. 땅나리는 겸손을 아는 꽃이다. 꽃이 펴서 질 때까지 오로지 땅만 보며 자신을 낮춘다. 제 분수를 알기에 자연을 맞서지 않고 순응하며 살아간다. 보기에는 가녀린 몸매지만 강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