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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빚을 감당하지 못해 신용회복위원회에 채무조정을 신청한 사람이 6만명을 넘어섰다. 사진은 서울 남대문로 신용회복위원회 서울지부. /조선일보 DB
한국은행이 가계 대출 원리금 부담 때문에 생계를 이어가기 힘든 사람이 300만명에 달한다는 충격적 자료를 내놓았다. 이 중 175만명은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보다 많아 사실상 파산 상태였다. 한은이 가계 대출을 받은 1977만명의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비율(DSR)을 분석한 것으로, 이 비율 70% 이상이 299만명, 100% 이상이 175만명에 달했다. DSR이 70% 이상이면 최저 생계비를 뺀 나머지 소득을 모두 빚 갚는 데 쓴다는 뜻이다. DSR 100%는 모든 소득을 빚 갚는데 써야 한다는 의미다.
자영업자들도 빚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세 곳 이상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 채무자이면서 저소득·저신용 상태인 취약 자영업자들이 진 빚이 104조원에 이르고, 이 빚의 연체율은 3월 말 현재 10%까지 올랐다. 가계와 자영업자 부채 문제가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시한폭탄이 됐다.
과도한 빚을 진 가계의 대량 파산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올 들어 5월 말까지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한 사람이 5만명을 넘어 작년 같은 기간보다 44%나 늘어났다. 신용회복위에 채무조정을 신청한 사람도 6만명을 웃돈다. 금융회사 연체율도 급등하고 있다. 취약 계층이 급전을 빌려 쓰는 대부 업계의 연체율이 1년 새 2배로 뛰어 11%를 웃돌고 있다. 저축은행에선 원리금 상환이 3개월 이상 연체돼 회수 불능 채권으로 분류하는 대출금 비율이 전체 대출의 5% 선을 넘어섰다.
코로나 사태가 빚어진 2020년 4월 이후 계속되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가 오는 9월 예정대로 끝나면 가계 부채 부실이 한꺼번에 터질 수 있다. 게다가 가계 부채 통계엔 잡히지 않는 1000조원대 전세 보증금 문제가 ‘역전세난’을 계기로 폭발할 수도 있다. 미 연준 예고대로 잠시 중단된 미국의 금리 인상이 하반기에 속개되면 가계 부채 폭발 위험은 훨씬 더 커질 것이다. 정부는 채무 재조정 프로그램을 재정비하고, 금융 회사는 충당금을 더 쌓는 등 닥쳐올 가계 부채 폭탄에 대비한 방파제를 꼼꼼하게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