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비정 사이에서 (2)
전역 후 자란 고향 포항으로 이사했지
해도동 고향집은 비좁아서 살 수 없어
퇴직금 한도 내에서 전세집을 구했어
직장을 구하려니 갑작스레 나타나리
광고를 접해보니 할만한 게 별로라서
자존심 접어두고서 동네형님 찾았지
올림픽 있던 해에 사업하자 연락왔네
당시엔 국방부에 매인 터라 거절했어
앙금이 남았었는지 총무부서 대리야
철근과 형강으로 국내에선 육대 철강
오기로 일군 기업 철강수출 효자되어
번돈을 재투자 하여 날로 번창 하였지
쟁쟁한 실력으로 한자리씩 꿰차고선
경쟁자 오를 틈을 원천봉쇄 분위기라
특단의 조치없이는 승진하기 어렵다
다행히 업무 중에 부실채권 관리담당
버린 돈 만회하면 기회라도 생기겠지
구체적 재생계획을 수립하여 주었어
최소의 비용으로 리모델링 진행하여
수지에 맞추어서 매각으로 처리했네
덕분에 단기차익을 팔십억대 남겼지
고성장 회사에서 파격적인 인사발령
입사 후 석달만에 차장으로 승진하고
기획실 생기자마자 책임자가 되었네
때마침 놀고있는 공장 한동 아까워서
지하철 공정 중에 필수품인 복공판을
수입한 로봇용접기로 시험제작 했었네
시제품 생산 후에 국내표준 허가 받고
대구에 건설 중인 지하철에 납품했어
순이익 따져보니까 무지 남는 장사야
그렇게 승승장구 잘나가던 회사였지
하지만 무리하게 제강사업 추진하다
흑자성 부도처리된 대표기업 되었어
졸지에 문을 닫은 회사 한번 살려보려
일년간 오만 고생 안해본 게 없었지만
사주를 구하는 선에 합의보고 말았네
윌급도 퇴직금도 한푼없이 물러나니
세상이 나를 두고 바보라고 말하더군
채권을 관리하면서 챙기지도 못한놈
군에서 배운대로 청렴결백 자세인데
욕먹는 현실세계 질리도록 겪었을 뿐
어디에 나서더라도 떳떳하니 되었어
남아가 세상에서 못할 일이 무엇이랴
호기로 인테리어 사업장을 꾸렸다가
한입에 호로록이라 체면마저 꾸겼지
부끄런 마음이라 고향땅을 떠났다네
처가인 김포에서 반지하에 자리잡고
실의에 소주병 나발 불어대던 나날들
경주고 다닐 적에 신세졌던 동창생이
어느날 불현듯이 전화통지 보내왔어
아버지 운송사업에 동참하라 하더군
시간만 죽일 바엔 작은 일도 보람이라
식구들 남겨두고 창녕으로 내려가서
화물차 알선사업에 책임자가 되었네
그때가 국가부도 선언할 쯤 맞을거야
운송짐 사라지니 화물차대 똥값되고
억대차 가진 거지가 즐비하게 생겼지
다행히 우리회사 고정짐이 확고하고
지입차 늘어나서 운송문제 하나없어
관리에 신경만 쓰면 노다지라 불렸네
장거리 시내바리 공차회차 줄어드니
타지역 운송업자 상호협력 제안하데
이저리 계산하여도 밑지지는 않더군
그런데 연락없이 가족들이 내려온다
서둘러 전세집을 수소문 하 구해놓고
반년간 떨어져 살던 이산가족 합쳤지
한시적 취업이라 기다릴 줄 알았건만
수입이 일정하니 오래할 줄 알았나 봐
고요한 수면 아래서 거품들이 일었네
카페 게시글
▣-창작 자작시
사랑과 비정 사이에서 (2)
봉화 유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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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64
22.02.28 23:46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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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3월의 첫날이고 삼일절 기념일날 아침시간에 컴퓨터에 앉자서.
좋은글을 읽으면서 머물다 가네요 오늘도 몸 관리를 잘 하시기를 바람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살아 숨 쉬는 역사 이야기
한편의 웅장한 드라마
개인사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