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막내가 차린 저녁을 먹고 서재로 들어왔는 데 잠 시 뒤에 나가보니
설겆이까지 말끔히 해 놓았다. 에미가 근무를 늦께까지 하고 저녁을 먹고 오기 때문이다.
뒷처리까지 하는 것은 좋았는데 빈 식기와 접시를 깨끗이 씻어 찬장 밑에 달려 있는
작은 실겅 위에 잔뜩 쌓아 둔 것이었다. 작은 실겅은 아주 가벼운 것들을 임시로 얹어 두는 것으로
보통 피스라고 하는 작은 나사 네 개로 천정에 고정돼 있다. 몇년전에 시집간 딸이 작은 실겅 위에
그릇을 포개어 얹어 놓았다가 무게에 못이겨 실겅이 와장창 하고 내려앉는 바람에 누워자다가 화들짝 놀라서 잠을 깬 적이 있다고 했다.
나사(screw)란 원통형의 막대에 표면에 삼각형 등의 단면을 가진 홈을 판 것을 말하고 주로 고정이나 체결하는 데 쓰인다.
나사는 종류가 많고 크기도 다양하다. 대형기관의 스테이 볼트 같은 것은 4~5m가 넘는 것도 있고 아주 작은 것은 안경테나
전자기기의 칩보드에 들어가는 눈에 보일락 말락한 아주 작은 것도 있다. 나사를 많이 취급하는 엔지니어들도 처음에는 잘 몰라시행착오를 겪는다. 체결용 나사에는 볼트 너트가 대표적인데 볼트 너트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완전한 나사산이 3개 이상 물려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나사산이 힘을 이기지 못하여 파탄되기 때문이다.
배를 타면 학교를 졸업하고 신참 엔지니어들이 발령을 받고 배치되어 온다.
그들은 의욕에 넘쳐 일을 잘 하려고 열심히 노력한다. 혈기왕성해서 힘도 잘 쓴다.
기계란 사람의 힘으로 돌리는 것은 아니다. 잘 돌아가게끔 해 주면 그만이다. 가끔 분해해서 소제를 해주는 경우가 있는데
기계장치를 오버호울시에는 볼트 너트를 풀었다가 다시 죄어야 한다. 그럴 때 경험이 없는 엔지니어들은 어느 정도의 힘을 가해야만 되는지를 몰라 너무 세게 힘을 주어 볼트를 부러뜨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서터드 볼트의 경우 안쪽에서 부러져 버리면 다시 파 내고 신품볼트로 교체해야 하므로 일이 더 꼬이게 된다. 나사를 제대로 다루는 방법만 알아도 웬만한 엔지니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