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름과 틀림 ]
이반 파블로프(Ivan Pavlov)의 조건 반사에 대해서는 누구나 잘 알고 있습니다. 개에게 먹이를 주기 전에 매번 종을 울리면 나중에는 먹이를 주지 않고 종만 울려도 개들이 침을 흘리게 된다는 실험 말입니다. 하지만 그 이후 파블로프의 개들에게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는 잘 모르실 겁니다.
1924년 레닌그라드에 대홍수가 발생하여 파블로프의 연구실과 개 사육장이 물에 잠겼습니다. 실험에 사용했던 개 중에서 일부는 익사했고 일부는 운이 좋아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습니다. 개들에게는 이 홍수가 살면서 경험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홍수 이후에 이상한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개들이 종소리를 듣고 침을 흘리는 행동을 거의 보이지 않게 된 것입니다. 개들은 먹이를 거부하고 몹시 불안해하면서 계속 문만 쳐다보았습니다. 파블로프는 후속 연구를 통해 홍수로 인해 개들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졌고 과거에 학습한 행동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개에게 나타난 현상이 인간에게도 똑같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지난 일들을 곧잘 잊어버리곤 하지만 자신에게 강렬한 고통과 스트레스를 남긴 일들은 절대 잊지 않습니다. 따라서 예상치 못한 엄청난 경험을 하게 된 사람은 그런 경험을 하지 않은 사람과는 다른 관점과 가치관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새로운 경험에 의해 변화된 마음은 절대 과거의 상태로 되돌아갈 수가 없습니다.
개인의 사고방식을 뒤흔든 엄청난 경험을 한 사람들의 의식체계를 그러한 경험을 한 바가 없는 사람들이 이해하기는 매우 힘듭니다. 경험의 차이에 따라 사람들은 다른 목표, 다른 욕구,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대부분의 논쟁은 각자가 갖고 있는 경험의 충돌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나와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시면 어떨까요.
그들이 무식해서, 이기적이어서, 격분 장애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다만 내가 겪지 못한 일들을 경험해서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을 만났을 때는 이렇게 질문해 보십시오.
“저 사람은 내가 경험하지 못한 무엇을 경험했기에 저런 견해를 갖게 되었을까? 만일 내가 저 사람과 같은 경험을 한다면 나도 저렇게 생각하게 될까?”
이해집단 간의 의견 충돌로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이와 같은 의견 충돌은 사람들이 가진 지식 때문이 아니라 경험과 관련되어 있으므로 살아오면서 각자 다른 경험을 한 사람들 간의 의견 대립은 앞으로도 계속 될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늘 그럴 것이니 세상사에 너무 신경 쓰지 마시고 마음 편히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산업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사)지역산업입지연구원 원장 홍진기 드림